⊙ 어느날 : 2004. 7. 18 (일) 04:00∼12:30
⊙ 어디로 : 덕유산(황점매표소∼삼공매표소)
⊙ 누구랑 : 혼자서
⊙ 날씨는 : 흐리고 안개구름 많음
⊙ 코스는 : 황점매표소∼삿갓골재대피소∼무룡산∼백암산∼중봉∼향적봉∼백련사∼삼공매표소

⊙ 거리는 : 22.1㎞
황점매표소(3.4㎞)→삿갓골재대피소(2.1㎞)→무룡산1,492m(4.2㎞)→동엽령1,320m(2.2㎞)→백암봉1,420m(1.0㎞)→중봉1,594m(1.0㎞)→향적봉대피소(0.1㎞)→향적봉정상1,614m(0.1㎞)→향적봉대피소(2.4㎞)→백련사(5.6㎞)→삼공매표소

⊙ 시간은 : 8시간 30분(휴식·식사시간 포함)
황점매표소(산행시작) 04:00⇒쉼터바위 04:40⇒마지막계곡 05:00⇒삿갓골재대피소 05:30(아침식사)⇒삿갓골재대피소 06:30 출발⇒무룡산 07:20⇒동엽령 08:30⇒백암봉 09:30⇒중봉 10:10⇒향적봉대피소 10:25⇒향적봉 정상 10:30⇒향적봉대피소에서 10:40 하산⇒백련사 11:30⇒삼공매표소 12:30 도착(산행완료)⇒무주구천동(→무주 3,000원) 13:40 출발⇒무주(→영동 2,400원) 15:05 출발⇒영동역(→구포 10,800원) 16:48 출발⇒부산 19:40 도착⇒집 20:20 도착

☎ 삿갓골재대피소 011∼423∼1452
☎ 향적봉대피소 063)322∼1614

⊙ 준비물
배낭(45ℓ), 배낭카바, 모자, 스틱 2개, 장갑, 우의(1회용), 판쵸우의, 여벌옷, 양말 2컬레, 떡밥 2인분, 수저, 생수(500㎖ 3개), 카메라, 헤드랜턴, 손전등, 여유 건전지, 사탕 1봉지, 자유시간 2개, 연양갱 2개, 상비약, 수건, 손수건, 화장지외 기타 소품 등


⊙ 산행후기

산행기게시판에 사진 올리는게 안되어 기다리다가 이제사 산행기를 간단하게 올려봅니다.

7월 17일은 휴일이자 직장동료와 함께하는 야유회의 날이라 아침일찍부터 서둘러 약속장소인 부산역으로 향합니다.
부산역앞에는 대형관광버스가 서너대 서있고 우리를 태운 봉고차는 흐리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덕유산 자락의 월성청소년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진주를 지나자 억수같은 장대비는 쏟아지고 비를 맞으면서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입·출소하여 아주 소란스러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방을 배정받은후 일부는 계곡에 고기 잡으러 가고 일부는 윷놀이를 하는 등 밤늦게까지 극성을 부리다가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에 일행을 빠져나와 황점매표소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덕유산은 크면서도 이름그대로 넉넉한 산이며 사시사철 어느 산 못지않은 아름다운 산입니다. 몇번이나 갔다왔지만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지금 또 가는게 아닌가 합니다. 특히, 덕유산 자락의 이정표를 나타내는 특이한 나무표지판과 글귀는 상당히 이채롭습니다.


◈ 황점매표소 04:00 출발


덕유산의 특이한 이정표(황점매표소)

황점마을은 몇가구 안되는 산속깊은 조용한 마을로 시외버스를 이용하기에는 쉽지않은 그런곳이지만 관광버스를 이용한 등산객들은 제법 찾아드는 아늑한 곳이기도 합니다. 마을 입구에는 월성재(좌, 3.8㎞)와 삿갓골재대피소(직진, 3.4㎞) 이정표가 있어 월성계곡으로 오르면서 좌측 영각재를 거쳐 남덕유산쪽으로 방향을 잡을려고 했습니다만 어두움에 월성재 등로의 초입을 찾지못해 남덕유산은 포기하고 좌측계곡을 끼고 삿갓골재대피소로 올라갔습니다.

비가 오는둥마는둥 일기가 불규칙하였지만 우의를 입고 칠흙같은 어둠속에 완만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좁은 등산로를 올라가니 제멋대로 자란 풀섶에 의해 옷과 등산화는 금새 젖습니다. 계곡 물소리를 음악소리마냥 들으면서 오르니 쉼터바위가 나옵니다만 온통 물이라 앉아 쉬지도 못합니다.


쉼터바위(주변은 계곡물로 쉴만한 공간은 전혀 없고...)


쉬어가는곳(마지막 계곡입구)

황점마을에서의 등산로는 대체적으로 완만합니다만 때로는 암벽구간과 너덜지대도 있으며 계곡도 건너고 어느새 '마지막계곡'이 있는 이정표에 이릅니다. '우중위험'이라고 적혀있는데 비가 많이오면 정말 위험하겠습니다. 이정표를 지나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이제는 계곡물 소리도 끊기고 하늘에는 희끗한 새벽의 밝음이 전해옵니다.

다행히 날씨는 그렇게 덥지않아 어렵지않게 참샘터가 있는 계단길까지 올라왔습니다. 대피소에서 숙박한 산님들은 아침에 세수하랴, 식수 준비하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피소에서 60m 지점의 계단아래에 있는 이곳 샘터는 종주길의 지친 등산객들한테는 이 또한 내려가기가 쉽지않은곳입니다.

◈ 삿갓골재대피소 05:30 도착, 06:30 출발


언제나 정겨운 삿갓골재대피소

삿갓골재대피소는 평소 한적한 곳이지만 덕유산과 백두대간 종주시 거의 중간지점에 있는 휴식공간이며 힘든 여정을 포근하게 보내면서 힘을 축척할 수 있는 아늑한 곳입니다. 청소년수련원에서 준비해간 떡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무룡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능선 숲속길의 젖은 흙길을 호젓하게 밟으면서 차가우면서도 맑은 공기를 듬뿍 마셔봅니다. 더운공기는 간데없고 바람을 동반한 상쾌한 새벽 공기는 아주 시원하고 좋습니다.

문득 이런 맑고 좋은 공기가 있는 산자락에서 살면 지금의 도회지보다 최소한 몇 년은 더 살지않겠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젖은 옷매무시를 다시 가다듬고 조금 오르니 헬기장이 나오는데 황점쪽 계곡에서 많은 가스와 함께 구름이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아침밥을 먹은지 얼마 안되어 오름길이 조금 힘듭니다. 심한 안개와 바람으로 날씨는 그다지 덥지않아 다행이지만 짙은 흙탕길의 등산로와 젖은 풀섶, 울창하게 자란 산죽과 나무들이 갈길을 방해하여 어느정도 말린 옷이 또 금새 젖습니다. 아! 찝찝해...

시간이 흐를수록 등산화와 옷에는 많은 물기가 스며들지만 이제 포기상태로 그냥 갑니다. 덕유산 주능선에는 평소 종주팀들이 많이 보이지만 오늘은 오고가는 종주팀들이 거의 없습니다. 무룡산을 치고 오르기까지 몇 개의 봉우리들을 넘고 겨우 올라서니 바람이 굉장합니다. 앞뒤분간도 못할정도는 아니지만 덕유산의 장쾌산 능선조망은 아쉽게도 놓치고 맙니다.

◈ 무룡산 07:20 도착, 07:30 출발
(동엽령 4.2㎞, 남덕유산 6.4㎞, 삿갓골재대피소 2.1㎞, 향적봉대피소 8.4㎞)  


무룡산(바람이 굉장하여 여름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무룡산은 높이가 서봉과 같은 높이의 고봉으로서 날씨좋은 날은 멀리 지리산 능선까지 볼수 있는 곳이지만 현재는 한치앞도 안보이는 그야말로 시계가 완전 제로라 할수있습니다. 무룡산을 지나 완만하고 거의 오르내리막이 없는 능선길을 따라가면 1차 무명봉에 다다릅니다.

무명봉에서 보는 무룡산은 남덕유산과 북덕유산(향적봉)의 거의 중간 위치에 있으면서 눈에 확 뜨일 정도로 높게 솟아있으며 그 우측에 삿갓봉이 위치해 있지만 짙어만 가는 가스에 의하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덕유산 종주능선길이 대파노라마처럼 멋들어지게 펼쳐지는게 정말 장관인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1차 무명봉을 지나 두 번째 무명봉에 오르니 땀이 흐를 여유조차 없을정도로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거리로 봐서는 향적봉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동엽령 08:30 도착, 08:45 출발
(향적봉대피소 4.2㎞, 남덕유산 10.6㎞, 송계사삼거리 2.2㎞, 칠연폭포 3.3㎞)  


동엽령(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이정표가 있는 1,380m봉을 통과하고 한참 진행후 동엽령의 넓은 공터에 다다릅니다. 등산화를 벗고 젖은 양말을 짜니 누른 황토물이 짝짝 나오는데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냄새나는 양말과 등산화를 한쪽에 말리면서 잠시 휴식을 취해봅니다. 아, 정말 시원하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다는데 평소 이런 날씨만 계속되어도 산행하기에는 그만이겠는데... 잠시후 갈 채비를 하고 일어나니 향적봉 방향에서 한팀이 수풀속에서 나옵니다. 향적봉대피소에서 잤으리라... 그리고, 영각사까지 가겠지...


안개속의 덕유산


안개가 잠깐 소강상태인 덕유산

서로간에 간단한 인사로 오늘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며 헤어져 각자의 갈길로 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인생이 있듯이 여기까지 올라온 등산객들도 각자의 갈길이 있습니다. 동엽령을 지나 몇 개의 봉우리 능선을 통과하면서 마지막 오름길을 20여분 올랐나 싶었는데 송계사 삼거리인 백암봉이 나타납니다.


덕유산 주능선길


◈ 백암봉 09:30 도착, 09:40 출발
(향적봉대피소 2.0㎞, 남덕유산 12.8㎞, 송계사 6.2㎞)


백암봉(황적봉은 직진, 우측 수풀방향은 백두대간길)

행동식을 먹으면서 백암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봅니다. 진행방향에서 우측길로 나아가면 송계사가 나오고 대간길이 이어집니다. 정말 덕유산은 어느 봉우리에 오르나 다같이 양 사방의 전망이 훤하게 보이는게 장점이랄수 있는데... 꾼들중엔 간혹 향적봉이나 남덕유산쪽으로 가질않고 송계사쪽으로 가기도 합니다. 백암봉을 지나고부터 중봉까지는 덕유평전의 대평원과 완만한 능선길이 거의 계속 이어지다가 중봉아래에서 마지막 오름길이 한번 있습니다만 좌우 광활한 평원은 아무것도 볼수없습니다.

◈ 중봉 10:10 도착, 출발  
(향적봉대피소 1.0㎞, 오수자골 1.4㎞, 백련사 4.15㎞)  


중봉(매서운 바람이 사람도 날려보낼것 같다)

마지막 힘을 써서 봉우리까지 올라가니 날아갈것같이 매서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면서 중봉 표지판이 나타나는데 가스로 인하여 희미한 자태만 드러납니다. 여기서는 향적봉 정상이 지척입니다. 산죽으로 뒤덮혀있는 좁은 등산로를 걸어가면서 보니 주변의 주목이나 고사목의 기기형형한 모습에 몇사람의 사진꾼이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황적봉과 중봉사이 주목군락지(겨울에는 사진꾼들의 눈꽃촬영장소로 유명하다)


황적봉과 중봉사이 주목군락지

오늘은 등산객들은 별로없고 사진꾼들이 제법 보입니다. 중봉과 향적봉사이 주목과 고사목지대는 사진꾼들의 주요 촬영지역이랄수 있습니다. 게다가 겨울눈꽃마져 핀다면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겨울덕유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 향적봉 정상 10:30 도착(→백련사 하산)


평소 유산객들이 더 많은 황적봉 정상(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적봉 정상(꽉찬 가스로 시야가 흐리다)

정상에는 남녀노소 할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등산객보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유산객이 훨씬 많지만 이곳 향적봉이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600m 고지에 구두신고, 심지어 치맛차림으로 올라왔다면 해석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중봉만해도 강풍이 불더니만 여기는 그런데로 바람이 덜한 덕분으로 많은 유산객들이 정상에서 희열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황적봉대피소(한치앞도 안보인다)

정상에서 크게 심호흡을 한후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맑은날에는 가까운 중봉부터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과 서봉의 주능선이 훤하게 보이건만 시계 제로인 지금은 아무것도 볼수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늘은 덕유산의 그 고고한 자태를 뭇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리는가 봅니다. 이제 하산할 시간입니다. 백련사로 내려가는 초반부터 등산로가 소규모 계곡이 되어 물길을 밟으면서 내려가는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거의 계단길입니다만 크게 힘들이지않고 오를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찾지만 오늘은 날씨가 고르지않아 그런지 오르는 등산객이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하산 1.0㎞ 이정표옆에 있는 돌연변이 노송(나무가 나무사이를 뚫고...)

1.0㎞정도 내려오니 그렇게 많은 가스와 구름으로 시야를 가리던 날씨가 어느새 햇빛이 반짝거리면서 더위가 몰려옵니다. 뛰다시피 내려가니 숲속길 나무사이로 언뜻 비치는 사찰이 보입니다. 백련사에 다왔군요. 백련사의 바위밑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지친 나그네에겐 더할나위없이 좋은 감로수 역할을 하고있는 완전 무공해라 할수 있어 서너병 받아 배낭안에 넣습니다.


고즈넉한 사찰 백련사


고즈넉한 사찰 백련사(황적봉은 우측 숲속길로...)


◈ 삼공매표소 12:30 도착, 하산완료
백련사에서 매표소까지는 포장도로이나 5.6㎞나되어 지겹도록 내려갑니다. 무주구천동 계곡에는 풍부한 수량과 곳곳의 담소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곳이 많습니다. 백련사의 무공해 감로수를 몇병 받아오다보니 배낭무게가 사정없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종착지인 삼공매표소


다행히 계곡의 물줄기를 보면서 내려가니 더위가 한풀 꺽이는 것 같아 위안을 삼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에 오니 많은 관광객과 승용차들이 빼곡히 차있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남은일은 부산으로 가야하는데 차편이 마땅찮아 좀 고민을 해봅니다. 지난 겨울에는 무주리조트 버스를 이용하여 바로 부산으로 직행했지만 오늘은 무주로 나가서 무주에서 영동으로 또 가서 영동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집에까지 가려합니다. 언제 집에 도착할지 꿈만같습니다만 그래도 몸은 가뿐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또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휴일날 배낭하나 둘러매고 정처없이 떠날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