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구담봉-옥순봉-제비봉)

 

▲ 산행일시: 2006. 1. 15 (일) 맑음
▲ 산 행 지: 충북 단양군 월악산 국립공원 일대

▲ 동 행 인 : 대학 동아리(UNSA) OB회원 4명

▲ 도로교통 : 서대구IC→단양IC→대강교차로→5번국도→북하삼거리→36번국도→단성삼거리→장회나루휴게소→계란재매표소(총거리 159km, 소요시간 120분)

▲ 산행코스 : 구담봉,옥순봉은 계란재에서 출발 원점회귀

              제비봉은 장회나루매표소에서 출발 원점회귀
▲ 산행시간 : 08:00~17:30 (9시간 30분)
▲ 총 산행거리: 약 11 km

▲ 산행지도

 

산행 이동경로 및 시간

 

날자

구간

고도

 

거리
(km)

도착시간

출발시간

비고

이동

대구 성서

자가용

 

 

 

6:00

 

산행

계란재매표소

 

 

0.0

 

8:00

산행들머리

 

 

 

 

 

 

 

 

 

삼거리 갈림길

 

 

1.4

08 ;20

 

 

 

 

 

 

 

 

 

 

 

구담봉

330m

 

0.6

09 ;00

 

 

 

 

 

 

 

 

 

아침

 

삼거리 갈림길

 

 

0.6

10:30

 

 

 

 

 

 

 

 

 

 

 

옥순봉

286m

 

0.9

11:00

 

 

 

 

 

 

 

 

 

 

 

삼거리 갈림길

 

 

0.9

10:30

 

 

 

 

 

 

 

 

 

 

 

계란재매표소

 

 

1.4

12:20

 

원점회귀

 

이동

 

 

 

 

 

 

 

장회나루 주차장

 

 

 

12:40

 

산행들머리

 

 

 

 

 

 

 

 

 

제비봉

721m

 

2.5

14:50

16:00

만찬

 

 

 

 

 

 

 

 

 

장회나루 주차장

 

 

2.5

17:30

 

 

 

 

 

 

 

 

 

 

이동

대구 성서

 

 

10.8

19:30

 

2시간 소요

 

프롤로그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바람에 산행정보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토요일 예정된 지리산 산행이 일기 관계로 차질을 빚은 터에 일요일 산행지 선택으로 고민하던 중 일부 회원들과 연락을 취해 눈은 없지만 경치가 좋은 월악산을 급조해서 번개산행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나마 겨울산은 어디를 가든지 여유가 있고 선택의 폭이 넓다. 요즈음 주5일 근무와 웰빙 바람을 타고 등산인구가 부쩍 늘어 철에 맞는 명소를 찾을라치면 혼잡한 도로에서 혼쭐이 나고 산보다 더 높은 인파를 넘어야 하니 까딱 잘못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가 쉽상이지만 동면의 계절 겨울은 그나마 한적함속에서 여유로운 계절이기도 하다.

 

자연속에서 산은 늘 그 자리에서 같은 자태를 하고 억겁의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계절과 날씨의 변화 속에서 산이 빚어내는 절경은 사시사철 시시각각 형형색색 변화무상해서 갈때마다 다르고 볼때마다 다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계절마다 산이 주는 경치와 풍광은 확연히 다르다. 만물의 소생과 더불어 진달래,철쭉이 만발하는 봄. 신록의 계절을 사이에 두고 시원하고 장쾌하게 굽이쳐 흐르는 계류를 품은 계곡과 폭포의 계절 여름. 그리고 울긋불긋 오색단풍 영글어가는 가을. 그 화려함 끝에 찾아오는 순백의 겨울의 눈산. 이 모두를 만끽 할 수 있는 행운이 우리에게 있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겨울산을 제일 좋아한다.

 

겨울산은 여유와 한적함이 있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고 땀을 식혀 주는 신선한 바람이 있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겨울산은 빨가 벗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그네 산꾼만이 느낄 수 있는 산에 대한 의미는 좀 색다르다. 봄에 생기 발랄하게 피어나 여름내 신록의 푸르름과 함께 자라나서 가을에 연지찍고 곤지 찍고 색동저고리 곱게 입고와서 겨울이면 옷을 홀라당 벗고 속살을 다 드러내고는 숫처녀마냥 백색의 설원에서 나그네 산꾼을 반긴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그 길을 발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걷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신선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산에 다녀온 다음날 아침은 항상 이불 속에서 텐트를 친다.

 

이러한 효과를 벌써 깨달아서인지 일부 회원들은 덕유산 산행 이후로는 설산(雪山)만을 고집하고 있다. 천가지 이유 만가지 글이 뭐 필요할까마는 직접 경험 해보고 느껴보면 단박에 전기불이 환해지 듯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행이 단순한 휴식을 위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산중의 단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그 만한 고통과 시련의 아픔을 감수햐야 하기에 이번 산행 역시 자연과 더불어 신비롭고 황홀한 감동과 짜릿한 희열을 맛보기 위해 참가 회원 모두가 그에 못지않는 노력과 끈기, 인고(忍苦)의 시간들을 겪어야만 했다.

 

구담봉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구담봉과 옥순봉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단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계란재 북쪽 충주호에 솟아있으며, 낮으막하지만 충주호호 수상관광의 백미로 꼽히는 산이다. 기암절벽 암형이 흡사 거북을 닮아 「구봉」이며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 무늬를 띄고 있어 「구담」이라 붙여진 이름이다(월악산산립공원 지역).

 

주말마다 계속되는 산행이지만 한주가 길게만 느껴질 정도로 기다려지는 것이 산행이고 무엇보다도 뜻을 함께 하는 회원들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번 산행은 정예멤버로 구성 된 출정이기에 겨울의 짧은 낮시간이지만 3개 봉우리를 왕복하는 빡빡한 일정으로 계획을 잡았다.

 

 새벽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서 어둠을 뚫고 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려 단양IC를 빠져 나와 단양팔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36번 국도로 진입해서 충주호를 끼고 장회나루터를 지나서  산행 들머리인 계란재매표소에 도착 한다. 대구를 출발 한지 2시간 남짓 거리이다. 모두들 식전이지만 영업하는 식당이 없어서 아침을 해결하지 못하고 걸망에 갈무리 해둔 도시락에 배고픔을 의지한 채 곧장 행장을 꾸려 산행을 시작한다.

 

아침8시. 매표소는 주말인데다가 명소 답지않게 아직도 문이 굳게 닫혀 있고 인적 하나없이 고요와 적막만이 흐른다. 부지런함 덕에 공짜 입장이라는 기분좋은 출발을 하고 널널함과 여유로움 속에 넓다란 세멘트 포장길을 지나고 호젓한 오솔길과 통나무 계단길을 지나 1.4km쯤 걸으니 옥순봉과 구담봉 갈림길인 삼거리가 나온다. (옥순봉,0.9km <- 현위치 -> 0.6km,구담봉) 푯말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어느길로 먼저 가도 상관이 없기에 천방지축 호바기(애칭)의 의견을 존중해서 구담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선선하게 발길을 옮겨놓고 보니 모름지기 산행의 묘미는 바위와 물과 나무와 날씨가 4박자를 갖춰주면 금상첨화인데 오늘이 바로 그날 인성 싶다. 그리 높지 않는 산이지만 등로는 이미 능선길이라 발아래로 충주호가 굽이쳐 흐르고 주변은 기암괴석의 석벽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눈 앞에는 이미 빼어난 경관이 일행의 마음을 흥분 시키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이 풍광에 압도되어 감탄과 탄성을 연발하면서 길을 가는 동안 울퉁불퉁 솟은 봉우리가 많은데다가 초행길이라서 어디가 구담봉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산행기에서는 분명 70여미터 높이에 85도의 급경사 쇠줄 로프구간에서 릿지 산행의 묘미를 즐겼다는 글이 있었는데 어째! 평탄한 길만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기다림도 잠시. 능선길 안부를 지나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발아래로 철계단이 길게 내리뻣쳐 있고 그 위로는 깍아지른 듯 가파른 기암절벽이 턱하니 끝도없이 치솟아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회길이라곤 없고 절벽에는 쇠줄로프가 박혀 길게 늘어져 있다. 흐미! 여기가 거시기로구나!  모두들 순식간에 안면의 희색이 가시고 뻣뻣하게 굳어지면서 기가 막힌다는 투로 입만 벌리고 섰다. 모두들 긴장해 버린 것이다.

 

계단을 내려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썰이다 일단 내려선다. 3개 봉우리를 접수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새벽이슬 맞아가며 여기까지 왔건만 이제 시작인데 이 일을 우째! 호바기,빵끼(애칭)는 도저히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긴장과 두려움속에 퍼질고 앉아 50만원짜리 비싼 담배를 입에 물고 만다.

 

하지만 가라꾸형님! 드디어 정보의 섭렵이 진가를 발휘하는 듯 산행기에서 "아줌마도 구담봉에 올라 증명사진을 찍었다"는 몰지각(沒知覺)한 생각에 결심을 한 듯 절벽 로프를 잡고 올라선다. 어쩔수 없이 그 뒤를 호바기,빵끼도 조심스레 쇠줄에 매달려 오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이 순간포착을 위해서 필자는 아직도 계단위 작은 봉우리에서 카메라를 전주고 섰다. ㅎㅎ(모두가 초보산꾼들이라서 경험이 없어서 질겁을 했지만 보기 보다는 안전 쇠줄로프가 튼튼히 박혀 있어서 약간의 주의만 하면 어렵지 않을 구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산님들이 많은 때만 피하면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코스라 생각되더군요)

 

어렵고 힘들게 암벽을 올라서니 헬기로 공수 된 구담봉 정상석이 모습을 드러내고, 단양8경중의 하나라는 위용을 자랑이나 하듯이 사방이 트이면서 멋진 조망을 연출한다. 충주호와 장회나룻터가 발아래로 보이고 그 주변을 둘러싼 기암괴석과 병풍처럼 둘러쌓인 이름모를 산들은 가히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 순간 릿지 산행의 뿌듯함과 주변 조망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증명사진, 풍경사진을 담고나니 다시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이번에는 빵끼가 카메라를 들고 먼저 내려선다.

 

다시 옥순봉을 향해 구담봉에서 돌아오는 능선길에서 긴장이 풀리는 듯 목이 칼칼해지면서 허기가 엄습해 온다. 인적이라곤 없기에 전망 좋은 능선길 적당한 곳에서 늦은 아침을 대신해서 도시락을 깐다.

 

가락꾸형님께 정종 딱 한잔의 허락을 득하니 겨우 종이컵 1/3분량 씩만 배급하고는 안전산행을 이유로 다시 배낭속으로 갈무리를 하고 만다. 자연의 이 아름다운 비경속에 넘기는 한모금의 술은 가슴이 뻐개지는 듯 폐부 깊숙히 스며든다. 라면은 뒷전이고 가락꾸형님 술 유세에 발정난 똥개 꼴이 되어 동기들과 합세해서 첨잔에 대한 애절함을 간절히 호소도 해보고 생떼를 써 보지만 어림도 없다.

 

산행때마다 4.0ℓ(중대형) 배낭에 정종 담은 보온병 1개, 사탕 한봉지, 두루마리 휴지 한개가 고작인 가락꾸형님은 남은 정종으로 산행 끝까지 유세를 떨 요랑이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세상이 사람을 버려 놓은 듯 싶어 세상 인심이 야박하게만 느껴진다.

 

니미럴! 휴일날 집에 있었으면 늦잠 자고 뜨뜻한 아침밥 든든히 먹고 이제 겨우 담배한대 피울 시간일텐데 산행 한답시고 새벽잠 설치고 아침도 못먹고 라면으로 허기 때우고 신년부터 담배 끊겠다던 다짐은 벌써 10까치는 더 태웠을 터인데 목은 타들어가고...

 

이쯤되니 호바기는 골이 나서 산수갑산 절경이고 나발이고 산 깨뿌자고 가락꾸형님과 맞서지만 고요한 산중에는 애닯게 울부짖는 똥개 소리만 요란히 메아리 쳐온다.
 


 


 


 


 


 


 

 


 


 


 


 

 

옥순봉

 

옥순봉(玉筍峰)은 월악산 국립공원내 속해있는 해발 286m의 기묘한 봉우리이다. 이곳은  단양 팔경 중에 2경으로서 유람선에서 보면 구슬 같은 바위가 대나무 토막을 올려쌓은 것 같다 해서 구슬 옥자에 대나무 순자를 써서 옥순봉이라고 한다. 암벽에 "단구동문(丹邱同門)이라 각명 있는데 이곳은 제천과 단양의 경계를 이루던 곳으로 산의 형상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복과 굴곡이 묘하여 보는이들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옥순대교와 더불어 청동호 뱃길 300리중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 하는등 자연경관이 잘 보전되어있어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옥순봉으로 방향을 잡으니 한동안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더니 작은 봉우리를 어렵잖게 올라선다. 옥순봉이다.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마치 외딴 섬에 온 기분이다.뱃고동과 함께 꼬리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과 옥순대교는 이 풍경의 멋을 더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를 많이 다녔다는 호바기도 옥순이에 반해 찬탄을 금하지 못한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 멋진 풍광에 압도되 올해는 산에 열심히 다녀서 내년에 산악회의 운영 기금조성을 위해 동아리 카렌더를 만들잖다. 여하튼 명성만큼이나 이곳도 어느 방향에서나 멋진 구도의 사진 배경을 연출해 주지만 모델들이 하나같이 버꾸에 똥배에 빵끼에...  영 시원찮아 작품사진이 나올지 의문이다.

 

갔던길을 다시 되돌아 나와 갈림길을 지나 계란재 매표소로 내려오는 동안 많은 산객들이 여유로움 속에 길을 마주 하지만 우리일행은  제비봉을 또 올라야하기에 하산길 걸음을 재촉한다. 오름길에 얼어있던 등로는 포근한 날씨에 녹아 내리면서 진흙탕이 되었다.

 

오전 12시 20분. 계란재매표소를 빠져나와 장회나루 휴게소로 이동한다.
 


 


 


 

 

◈ 제비봉

 

충북 단양군 단성면의 제비봉은 충북 단양군 단양읍 서쪽에 자리잡은 충주호 쪽으로 8㎞ 떨어진 장회리에 자리잡은 산이다. 단양팔경의 절정인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서남쪽 머리 위로 올려다보이는 바위산이다

 

휴일이지만 장회나루 주차장은 비수기라서인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피로가 느껴오지만 누구도 제비봉 산행을 만류하는 이는 없다. 빵끼가 준비했다는 정상주와 두부김치의 만찬의 꿈을 안고 휴게소에 들러 물 한통을 싸서 배낭에 넣고 곧장 제비봉 매표소로 향한다. 

 

12시 40분. 초입 오름길은 나무계단으로 가파르고 길게 이어져 있지만 불자들이 108번뇌를 하는 마음으로 한계단 한계단 오른다. 제비봉 가는 길은 산세와 경치는 좋지만 등로가 험하다. 육산이 아니고 바위 능선이고 능선 길가엔 수직 낭떠러지라서 긴장이 된다. 경치 구경한다고 잘 못하다간 구천인지 황천인지 구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능선길 좌로는 온 산자락이 암릉이면서도 풍우에 오랜 세월 연마된 기기묘묘한 기암들이 만물상을 이루고 우로는 멀리 월악산의 영봉이 형제봉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능선길이 훤히 트이면서 멀리 보이는 오름길과 그 끝에 철계단이 있고 또 그뒤 좌측으로 제비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를 깨고 자라난 소나무들이 곳곳에서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고 그에 못지않게 일행들의 발걸음도 지칠줄 모른다. 철계단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지만 충주호를 배경으로 한 경치만큼은 진경산수화다.

 

가까이에 아침에 오른 구담봉이 좌측으로 자리를 잡고 우측엔 투구봉이, 투구봉 너머로는 가은산과 동산이 자릴 잡고 멀리 금수산이 우뚝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풋풋한 흙냄새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바라보는 산속 풍경은 꿈결인지 생시인지 모를 환상 그 자체 다. 높이 오를수록 뒤 돌아 보이는 조망은 점점 운치를 더해 간다.

 

아이쇼팅을 즐기면서 철계단을 오르고 큰바위 하나 더 넘고나니 표지판이 나온다. (매표소 1km <- 현위치 -> 1.5km 제비봉) 꽤 오랜시간 힘들게 올라왔는데 아직 반을 못 왔다. 갑자기 피로가 느껴질 즈음 호바기가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 꽤병인지 정말인지 또 정종 타령이다. 피로와 근육피로에는 알콜이 특효라는 그럴사한 이유로 가락꾸형님을 설득시키고 드디어 자리를 잡는다. 남은 정종을 4개 컵에 균등분배하여 마시는데 호바기는 또 짜증이다.

'에~이ㅆ! 술이 와 자꾸 줄어드는데 짜증나그러....' 한바탕 박장대소하고 가던길을 재촉한다.

 

절경과 비경에 마음을 빼앗겨 천천히 올라와서인지 시간이 꽤 걸렸다. 3시간만에 정상 등정을 완료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참으로 일품이다. 하지만 날씨가 청명하지를 못 하고 가스가 차 있어서 더이상의 원거리 조망은 흐릿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비봉과 함께 증명사진을 박고나니 목표 달성의 뿌듯함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막걸리 정상주를 생각하니 정말 내가 제비된 기분이다.

 

등산을 자주 하면 분명 체질(體質)이 바뀐다는 것은 일리가 있을 듯 싶다. 산에서 몸뚱아리를 이렇게 혹사해서 정신건강을 얻고 평온한 일상에 돌아가면 몸띠가 황송해서 어떻게 딴전을 피울까? 비록 볼품없는 차림새지만 최고의 만찬을 끝내고 오늘하루 산기를 온몸으로 흠뻑 뒤집어 쓴 채 일행들은 서산에 지는 해를 동무 삼아 하산길을 종용한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도 구담이와 옥순이, 제비의 모습이 아른아른 거려 즐거운 산행임을 확인시켜 준다. 또한 이곳 주변으로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 단양6경과 금수산,도락산,월악산을 품고 싶은 욕망이 가슴에 자리를 잡는다. 아직 지리10경도 아직 다못 봤는데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대구에 도착해서 보니 하루종일 밥구경도 못하고 근기있는 음식이라고는 먹은 게 없어서 괴기 설불 한번 하자고 의견일치하여 마지막으로 고기집에 들렀더니 괴기맛은 꿀맛이고 소주맛은 물맛이더라. ㅎㅎ
 


 

 


 


 

 

충북 단양은 참으로 산자수명한 고장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소백준령이 험준하면서 수려한 산세를 세웠고 창랑한 남한강 물줄기가 신묘한 솜씨로 갖가지 호반절경들을 빚어내 비단 "단양팔경"이나  "단양신팔경"이 아니더라도 빼어난 절승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남한강 지류에 유람선을 띄우고 시원한 강바람을 쐬면서 호반풍경을 감상하는 뱃길여행의 즐거움이나 계절에 순응해가는 초가을의 산야를 찾아 다니는 재미가 그만이겠다. 

 

▣ 월악산(구담봉-옥순봉-제비봉) 산행 동영상 보기
 

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