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연산(710m) 여름 산행기

일시; 2004.8.1(일) 12;30부터 저녁6;00

코스: 중산리 주차장--상가--보경사 매표소--서운암 입구--탐방로길--
    상생폭--보현폭--삼보폭--잠룡폭--무풍폭--관음폭--연산적교-- 연산폭--적교--
    암벽길--은폭--개울--무너다리길--삼거리(문수산 갈림길)좌회전--능선길
    안부, 표지판(내연산안내)--삼지봉 정상(710m)표지석--능선--문수봉(622m)--
    신령고개--원진국사 부도탑--보경사--상가--중산리주차장

소요시간: 14 k, 종주 5시간

특징: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영덕군 남정면에 걸친 육산이며, 백두대간 낙동정맥에서  뻗은 산맥이  백암산, 주왕산을 거쳐 마지막으로 솟아 다시 영남 알프스로 이어진다. 내연산이란 이름은 신라 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 원래 종남산을 내연산ㅇ이라고 개칭하였다고 한다.  천오백년 신라고찰 보경사가 잘 보존되어있어 경치가 아름다우며, 12폭의 웅장한 폭포와 수많은 담과 소, 천길 절벽은 동양에서도 보기 드문 장관이다. 오대산의 소금강과 맞먹는 아기자기한 골짜기가 청하골까지 10km이상 이어진다.
봄, 가을, 겨울의 경관이 좋으며 가족과 함께 연산폭까지 산책로로 걸어서 왕복 2시간이면 족하다. 향로봉(930m)코스는 청하골로 들어가는 게 가깝다.

계곡산행기


        휴가기간을 이용해 원정등반에 나선 행운의 산행

나는 이번 여름휴가를 포항으로 가게 되었다. 포항은 포항철강, 지금의 포스코 그룹이 있는 대도시로 세계 정상급의 철강산업단지다. 또한 해군과 해병대사령부가 있는 군인도시다.
아들이 장교로 복무중이라 금년에는 함께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태풍이 지나간다 하더니 밤새 바람과 폭우가 내려 3일째는 바다에 갈 수가 없었다.

나는 비가 오더라도 여기까지 내려온 김에 가까운 내연산의 비경을 보고싶었다.
가족과 상의하여  유명한 사찰 보경사와 내연산에 처음 입산한 것이다.
이곳은 국내의 5대 비경의 하나로 언제나 언론보도에서 여름마다 소개하는 곳이다.
그렇다... 이 기회가 호기이니 혼자서라도 가보자...

옥상에 올라가 해상기상을 살핀 후 배낭을 준비하고 11시30분 SOQ아파트를 출발했다.
포항시내를 거쳐서 동해를 끼고 북상하여 1시간만에 중산리ㅡ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
곧바로 걸어서 화려한 상가를 지나 경내에 닿았다.
매표소에서 어른 2000원을 받는다. 좀 비싸다 싶었지만 구경할 것이 많으니 기대해본다.
신라 진평왕 11년에 창건한 고찰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적광전과 그 뒤로 고색이 창연한 대웅전(중창불사 천일기도 봉행중), 여러 개의 강당과 요사체 , 각종 부도가 있는 큰 사찰이었다. 입구에 돌로 만든 약수터에서 물을 담고 등산안내도를 자세히 본 후 1시에 출발했다...
아직도 날은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음산하기까지 한 날씨에 덥지는 않았지만, 어두워질까 두렵다. 하지만 일단 결심을 한 나는 경내의 수많은 관광객을 뒤로하고 신발 끈을 동여맸다.

       
         내연산 12폭의 비경을 하나하나 관광하며


조금 올라가니 바로 왼편으로 개울을 건너 서운암 코스가 보인다. 그대로 내연골로 직진하여 오솔길를 오른다. 지그재그 돌길을 따라 부지런히 숲속 길을 빠져나오니 첫 번째 비경인 상생폭포가 나타났다. 아---이래서 내연산이 유명하구나!---넓은 자갈밭위로 두 개의 쌍폭이 사이좋게 떨어진다. 한 참을 구경하다가 관광객이 보이는 순간 사진을 하나 박았다.
(폭포의 크기를 알려면 사람이 배경에 있어야 한다)
여름폭우에 떠내려온 참나무고목이 버섯이 핀 채 쓰러져 있다. 폭포 위에는 위험표지판이 보이고, 다시 폭포를 좌측에 끼고 10여분 오르니 폭포수 소리가 요란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보현폭과 삼보폭, 잠룡폭이 한곳에 몰려 있었다.

12폭이라---오늘은 폭포만 구경해도 종일 걸릴 판이다.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려 무풍폭포를 마지막으로 본 후 다시 30여분 자갈길을 조심조심 밟고 가니 눈앞에 드디어  최고의 비경인 두 줄기 관음폭이 나타났다. 그 위로 파란색 연산교 구름다리가 걸쳐져 아찔한 생각이 든다.
어젯밤 비가 와주어서 폭포는 맘껏 그 자태를 뽐내며 하얀 안개를 일으킨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여러 명의 관광객과 청춘남녀가 올라와서 사진을 찍느라고 폭포와 3개의 관음굴 앞에서 떠날줄 모른다. 한참을 수중보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려도 자리를 내주지 않아 반대편 바위에 올라가 몇 커트 누르고 연산교를 지나 연산폭포의 위용에 압도된다.
다리 뒤에 숨어 있는 연산폭포는 수량이 풍부해서 더욱 세차게 떨어진다. 폭 5m, 높이 20여 m로 장관이다. 발길이 안 떨어지는 걸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적교로 되돌아와 급경사 암벽을 타고 넘어갔다.
시간은 2시,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빗 속의 강행군 땀으로 목욕을 하며 직등코스로

아직 비는 안 그치고 실비가 추적거린다. 우비를 입을 만큼도 아니고 해서 그냥 가기로 한다. 옷은 약간 젖어있고 배낭도 그런대로 쓸만하다. 이제부터는 나만의 등반코스다. 가끔 산악회에서 온 듯한 일행이 내려간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부지런히 계류를 끼고 30여분 오르니 징검다리 개울을 건넌다. 오늘은 출발시간이 늦어서 향로봉(930m) 코스는 접어야 할 것 같다. 그럼 내연산 직등 코스로 가야지...
마침 하산하던 등산가족들이 자연풀장에서 목욕을 하고 논다. 나도 풍덩 물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처음으로 등산 안내판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여기서 갈라진다. 나는 지도상의 북쪽인 무너다리 길로 붙었다. 길이 희미하지만 쓰러진 나무를 넘어 급경사 능선에 붙으니 좌로 꺾이면서 점점 가팔라진다. 이제부터 정식 등반이 시작되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심산에 매미소리도 안 들리고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힘이 부쳐서 소나무 밑에서 물을 마시고 쉬는데, 처음으로 하산하는 등산객 4명을 만났다.
이 분들은 오늘 첨 내연산에 왔는지 나에게 묻는다.

" 안녕하세요... 저기...연산폭이 얼마나 남았어요?"
" 연산폭포 가는 길 맞아요?"
" 네... 맞습니다. 아마 30분 정도 내려가면 나올 겁니다.'
"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초행인 내가 먼저 묻고 싶은데 그냥 하산해 버린다.  할 수 없지,,, 하며 다시 힘을 내여 올라쳤다.
20여분을 안개 속을 헤매니 땀이 비 오듯한다. 구절양장 돌고 도는 지루한 길을 20여분 오르니, 삼거리가 처음 보인다. 여기가 무너다리길의 끝이다. 큰 길이 나와서 이제는 정식 능선길에 올라온 것이다. 3시 30분, 출발한지 무려 2시간 30분이 걸린 것이다.
이렇게 궂은 날 산에서 5시면 어두워진다는 걸 생각하고 주 등산로를 힘차게 올라가니,
드디어 삼지봉 표지판이 반긴다. 휴--- 살았다.

         한 사람도 없는 삼지봉 정상의 스산한 공기

대개 혼자 처녀등산하면 시간과 거리감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게 보통이다. 아무리 사전에 도상연습을 하며 공부를 했어도 막상 현장에 가보면 혼동되기 일 쑤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상이라면 사방이 조망되는 돌출지인데, 여기는 안부처럼 넓은 공터가 아닌가!!!
2m 높이의 녹색 표지판에 '내연산 삼지봉'이라고 쓰고 안내도(information)에는 위치,높이, 유래까지 상세히 적혀있다. 잠시 쉬어 생각해본다. 필경 여기가 정상은 아닐 것이다.
좌측을 보니 길게 터널을 이룬 등로가 보인다.
다시 10여분을 직등하고 나니 헬기장, 정상(해발 710m)이 나타났다. 사방이 나무로 가려져 있고 내연산 이라고 쓴 작은 표지석이 보인다. 땀도 많이 흘리고 배도 고프고 해서 헬기장의 하얀 보도블록에 앉아 충분히 쉰 후 4시30분 오던 길로 하산했다. 이제는 능선만 타고 내려가면 된다. 미끈미끈한 오솔길을 혼자 걷는다.
무섭지 않다. 노란 산나리 꽃과 이름 모를 산꽃들이 즐비하다. 길가에는 비가 와서 버섯들이 쑥쑥 올라와 있다. 저것은 먹을 수 있는 버섯일까...하며 쉬지 않고 땀을 닦으며 달렸다.

이길은 문수봉을 거쳐 보경사로 떨어지는 직선길이다. 5시 정각에 문수봉에 도착했다. 여기도 헬기장이다. 포항6광장산악회에서 1996년 8월에 세운 대리석 표지석과 그 옆에 스텐레스로 만든 표지판이 하나 더 있다. 사람이 없어 가져간 지팡이와 배낭을 놓고 사진을 한 방 찍은 후 곧바로 하산길로 든다. 바닥은 비가 와서 황톳길로 변했다.

능선길로 한참을 내려서니 우측에서 사람소리와 개짓는 소리가 난다. 그렇다, 이제 지척에 보경사가 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무조건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급경사 길로 내려섰다.
5시 30분에 보경사 고승인 원진국사 부도탑을 발견했다. 스텐레스 4각형 울타리에 잘 정돈된 유적이다. 소나무로 둘러 쌓인 명당자리인 것 같다.
돌계단을 내려서서 잡초길을 넘어가니 보경사의 울타리와 벚나무 탱자나무가 울창한 경내가 나온다. 시계를 보니 정각 6시다.

 오늘 하루 빗 속을 혼자서 강행군한 원정산행이 약수터 감로수를 마시며 마감되는 순간 나는
8월 복더위에 5시간의 내연산 산행은 비록 힘은 들었지만 경상도 산세의 특징과 폭포와 소, 자연의 향취에 흠뻑 빠진 하루였음을 하느님에게 감사한다.
주차장에서 숙소로 쏜살같이 달려 저녁 7시30분경에 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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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8.20
                                                                                         일죽 산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