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종주


 

* 날짜; 06,02,25~26.

* 날씨; 흐린후 밤엔 눈, 그리고 맑음.

* 코스 ; 1일차 : 성삼재(04:30)-노고단(05:13)-삼도봉(07:30)-토끼봉-명선봉(연하

                      천산장)(11:00)-형제봉-벽소령(산장)(12:53)-덕평봉(14:55)-칠선

                     봉(16:00)-영신봉(세석산장)(17:00)                           

           2일차: 세석산장(07:45)-촛대봉(08:05)-삼신봉-연하봉(장터목)(09:55)

                    -제석봉(10:00)-  천왕봉(10:46)-장터목(12:50)-백무동(15:10)

                    (거림)

               

* 동행 산님들; 1진- 밥팅이님,최산하님,빡새님,봉봉1,2.

                     2진- 강철님,콜라님,고소미님,천사님,(세석에서 합류)

         

* 소요시간; 1일차(25일) : 12시간30분 (04:30-17:00) 휴식 포함.

                 2일차(26일) : 7시간 30분 (07:45-15:10) 휴식포함. 

                


 

                

산행기

구례에 도착 하니 02시15분.

04시에 입산하기로 하고 터미널 근처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하고 해장국 집으로 들었다. 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이 있었고 이슬이 한잔에 맛있게 식사를 마치니 03시. 이르지만 성삼재까지 일단 가서 차안에서 입산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회장님 등산화가 없어졌다.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천안에서 여기까지 부푼 마음으로 종주길에 올라 힘들여 왔는데.

난감했다. 이밤에 문 연 상점도 없을테고. 우찌하란 말인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총없이 가는것과 똑같다. 걷는게 일인데 등산화 실종이라니.

어이가 없어 주인을 불러 상황얘기를 하니 좀전에 나간 손님이 술에 취해서 남의 신발을 신고 나간것 같다고 한다. 주인네도 어찌할바를 모르고 해결이 나질 않는다.

자주 분실사고가 있어 카메라로 녹화가 되었다고 cd로 구워 줄테니 경찰에 가서 해결을 하란다. 주인네 너무 인심이 박하다. 찾아온 손님이고 장사하는 분들은 그 고장의 얼굴이고 인심인데 구례를 이렇게 우리에게 비치게 할 것인가....

손님들이 자기들 끼리 노래방 얘기를  하는것을 홀 아주머니가 들었다 하여 경찰을 불러

노래방을 수소문 하기로 했다. 경찰 아저씨 두분이 오더니 너무 난감해 한다.

기다려 보라고 하고는 읍내를 샅샅이 뒤졌는지 40분 만에야 왔다. 못찾겠다 꾀꼬리란다.

홀 아주머니  애기로는 지난번에도 그 사람이 신발을 바꾸어 신고 가서 몇일 후에 찾으러 왔다고 하니 술깬후 다시 찾아오길 비는수 밖엔 없다. 이틀의 시간은 된다.

경찰 아저씨에게 졸라 신발을 구할수 없냐고 어디서 빌려서 라도 달라고 조르니 자기 A급신발이니 잘 신고 잘 다녀 오시라 한다. 후덕한 그 인심.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이 글을 통해 그분들게 (읍내 파출소 김경장,오경장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성삼재.

꿀꿀했던 기분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성삼재에 오르니 04시10분.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맞치니 매표소 앞엔 많은 산님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마라토너들이 출발 라인에서 출발 준비를 기다리듯 초조한 마음이 든다.

산님들이 서로 먼저 가려고 앞으로 자꾸 나선다. 직원이 인원 통솔을 하며 05시 입산 인데 30분 먼저 보내 줄테니 조심해서 오르시고 길이 얼었으니 아이젠을 준비 하란다. 헤드 렌턴 불빛이 찬란하다. 아이젠을 차고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단체 산행객들 먼저 앞서고 우리들도 바로 뒤를 따른다. 노고단 대피소까진 포장길인데 초입부터 눈이 녹아 빙판을 만들어 놓았다. “아삭아삭 사각사각” 아이젠이 얼음을 파고 드는 소리가 경쾌하다. 난 이소리가 너무 좋다. 종석대를 우측으로 끼고 돌아 전망대에 오르니 구례읍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수한 불빛들이 깜박인다.

화엄사에서 오르는 코재를 지나고 모퉁이에서 포장길을 피해 돌 계단으로 올라 노고단 대피소에 닿았다. 현관 불빛만이 외로이 비추고 산장은 어둠속에 잠이들어 있었다.


 

노고단(05:30).

어둠속에 일행을 기다리며 다시 내려선다.

눈길이 이어진다. 저 멀리 앞으로 렌텐 불빛들이 줄을 지어 진행한다.

그 많은 계단이 눈속에 묻혀 수월하게 내려섰다.


 

임걸령 샘터(06:30).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능선마단 공지선이 푸른 빛으로 새벽을 열고 있다.

쉼을 하고 목을 축이곤 길을 바로 잇는다.

노루목을 오르는데 흐린 날씨인데도 일출이 시작 된다. 삼도봉 위로 벌겋게 달아 오른다.

좋은 시야를 확보하려고 이리저리 찿다보니 흐린 날씨 일출은 그렇게 하늘만 달구어 놓고 심심하게 끝이났다.


 

삼도봉 1490m(07:30).

전라 남북도와 경상남도를 가르는 삼도봉.

옆엔 반야봉이 우뚝 솟아있다. 지나온 길로 노고단이 보인다.

날이 차다. 간식을 하고 화개재로 향한다. 뚝 떨어지는 내림길을 지나 계단은 눈속에 묻어둔체 화개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을 요량이었는데 바람을 막을 자리가 변변치 못해 다시 토기봉으로 오른다. 토끼봉 오름길이 전에 그렇게 힘들더니 오늘은 너무 쉬이 올랐다. 능선의 깊은 골과 등산로의 왠만한 굴곡은 쌓인 눈이 얼어 모두 메꾸어져서 평탄한 오솔길을 걷듯이 간다.  1478봉 헤리포터를 지나 바람이 자는 바위 뒤로 들어 눈 밭을 다지고 아침을 먹는다. 빡새님이 배낭에서 누룽지 한통을 꺼낸다. 모두 놀란다.김치 냉장고에 사용하는 김치박스 만한곳에 가득 담아 왔으니 무게는 어떻구. 처음부터 유난히 짐 봇다리가 커보였다. 고생좀 하시겠다. 종주 초행길이라 일반 산행 오듯이 바리바리 싸서 오신듯 하다.

명선봉전 오름길에 지리에 밝으신 최산하님이 총각샘 위치를 알려주신다. 보통 사람은 못 찾을 위치다. 명선봉을 넘으니 연하천 산장이 보인다.


 

연하천산장(11:00).

말끔하게  단장된  화장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 여름 분뇨가 넘쳐 실망케 했던 연하천. 앞  샘터에서 물 한 모금을 하고 산장 앞 벤치로 올랐다. 여기 저기서 식사를  준비하는 산님들이 보였다. 도란도란 산님과 애기를 하는 산장지기 아저씨. 그꽁지 머리 아저씨는 어디로 가고 낯선 주인장일까? 여쭈어보니 하산 하시어

현실로 내려 가셨단다.

주목군락지 철책을 옆에 끼고 다시 형제봉을 향했다. 해 짧은 겨울 산행인데다 세석에 자리를 예약 했으니 부지런히 걸어야 될 것같다. 형제봉에서 부터 눈 덮인  천왕봉과 중봉이  들어오기 시작 한다.


 

벽소령산장(12:55).

연하천에서 두 시간만에 벽소령에 닿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을 해 먹잖다. 회장님은 때를 한 끼도 안거르시려 하신다. 밥이 될 동안 물 보충을 하려고 샘터로 내려 갔느데  물이 얼어 말라버렸다. 계곡까지 내려 가라고 씌여 있다. 비상 식수는 있으니 조금 가면 나오는 선비샘에서 보충하기로 하고 그냥 올라왔다. 식사까지 15분의 긴 휴식을 끝내고 다시 또 걷는다. 벽소령 암봉 밑을 돌아 가는데 양지 바른 곳이라 그런지 지리의 2월에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버들 강아지가 눈 껍질을 터트리고 봉긋이  솜털을 내밀고 있었다.

벽소령 바위는 해동이 되면서 낙석으로 변해 떨어져 뒹굴고 있다. 위험해 보인다.

덕평봉 오름길이 힘겹다. 식후의  피곤이 졸음으로 밀려온다. 벽소령 산장을 포근히 끼고 덕평봉을 우로 비켜 돌아 선비샘에 도착 했다.


 

덕평봉 선비샘(15:00).

선비샘은 넓은 공터다.

물좀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달려 가보았지만  엥! .

이곳도 물이 없다. 산님들 얘기로는 물이 있어 불법취사를 자주해서 수맥을 끊었다는 얘기도 있고 겨울 갈수기라 물이 말랐다고도 하고...

비상식수로 쥬스를 챙겼는데 이젠 풀때가 되었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물을 쉬이 구할수 있었던 곳들이 예상 외로 말라 있었다.

칠선봉전 전망암에서 지리의 산하를 굽어보다.

“어머니의 품”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설악이 남성이라면  지리는 분명 여성이다.

포근하고 넉넉하며 산님들을 품어 줄줄아는 어머니의 산.

영신봉 나무 계단을 올라서니  세석뜰이 펼쳐진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 한다.

영신봉에선 남쪽으로 옥산분기점 까지 백두대간과 낙남정맥을 이어 놓았다. 


 

세석 평전(17:00).

연하천에서 3시간이 걸려 하얀 눈밭속에 숨어있는 세석 산장에 도착 했다.

길 고긴 첫날 산행을 이렇게 마무리를 짓는다.

2진 4명이 세석에서 합류 하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을 못한것 같다.

방 배정을 받고 나니 거림으로 해서 올라온 2진이 샘터로 오르고 있었다.

산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기만 하다. 그런데도 호들갑을 떨정도의 반가운 표시를 하지 못했다.  산에서의 반가움은 마음으로 전하는 정 이란걸 회원님들도 알것이다.

예상외로 산장엔 산님들이 한가했다. 전세 낸듯이 매점 앞에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꽃좀 피우려니 취침시간이라 소등 한단다. 이리저리 쇠주병 들고 쫓겨 다니며 결국엔 취사장까지 들어 마음껏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알콜과 친하지 못한 나는 그들이 오기전 잠이 들었다. 눈이 많이 오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을 하며...


 

이튿날.

02월26일 아침이 밝았다.

눈은 발목까지 쌓였고 날씨는 맑아지고 있었다.

눈이 소복히 쌓인 세석뜰은 천국 이었다.
07시45분 천왕봉을 향해 출발을 했다. 이젠 9식구다. 선등은 최산하님이 하며 산장을 뒤로 한체 촛대봉을 향해 오른다.


 

촛대봉 1703.7m(08:05).

촛대봉 정상에 오르니 맑은 하늘속에 천왕봉이  눈 앞으로 다가오고 하늘엔 구름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미끄러지듯이 눈길을 내려서고 올라서며 쌓인 눈길 덕분에 삼선봉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 까지 쉬이 갔다.


 

장터목(09:30).

바람이 몹시 세차 몸을 가누기가 힘들고 제석봉으론 운무가 짙게 드리워 천왕봉의 변화무쌍한 일기를 실감케 했다.

회원 일부는 배낭을 풀어 산장에 두고 홀가분히 가기로 했다.


 

제석봉 1806m(10:00).

제석봉 오름 초입이 너무 미끄럽고 경사가 심하다. 등산로 옆으로 설치된 팬스 로프 까지도 하얀 눈속에 아름답게 보인다. 제석의 고사목 군락을 나무 무덤이라 고도 한다.

설경을 담으려는 어느 동우회원들의 손놀림이 무척 분주하다.

하늘로 오르는 통천문을 지나니 짙게 끼인 운해속에 천왕봉이 희미하게 서있다.


 

천왕봉 1915.4m(10:45). 

거센 바람과 짙은 운해에 조망까지 불량하니 최악의 조건에 정상을 밟는다. 이게 지리산 천왕봉 이란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와 강풍에 지체할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내림길에 못 다한 조망을 즐감하며 사진도 몇장 찍어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정상이 훤히 게이고 있었다.

장터목에 도착하여 점심을 라면과 누룽지로 해결을 하고 2진팀은 중산리로 내려서고 우리팀은 백무동으로 하산을 했다.


 

참샘을 거쳐 매표소에 도착(15:10).

예상보다 너무 빨리 하산을 했다.

마천 택시를 불러 성삼재로 이동을 했다.

구례식당으로 전화를 해보니 등산화를 찿았다고 한다.

읍내 파출소에 들려 등산화를 돌려 드리고 천안으로 상경중 인심이 후하다는 지리산 식당에 들려 간단히 식사를하고 이틀의 긴 종주를 마쳤다.

같이 하신 천산님들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