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일출로 행복했던 지리산 종주 산행(1)




언제 : 2004년 6월 12일 날씨 : 맑은 후 흐림  기온 : 15~28℃


산행 시간 : 12시간 20분 산행 거리 : 28km 귀연산우회와 함께




<산행 경로(첫날)>


 













































































00 : 56


서대전역 출발


10 : 18


삼각봉


03 : 55


구례역 도착


10 : 32


형제봉(1442m)


04 : 50


성삼재 출발


11 : 19


벽소령(1426m)


05 : 08


코재


12 : 33


선비샘(점심)


05 : 17


노고단 산장


14 : 05


덕평봉(1521.9m)


05 : 25


노고단


14 : 22


칠선봉


05 : 32


노고단 일출


15 : 09


영신봉(1651.9m)


06 : 36


임걸령


15 : 20


세석대피소(휴식)


07 : 10


노루목


15 : 55


세석평전


07 : 32


삼도봉


16 : 02


촛대봉(1703.7m)


07 : 48


화개재


16 : 46


삼신봉


08 : 18


토끼봉(1534m)


17 : 04


연하봉(1667m)


09 : 07


명선봉(1586.3m)


17 : 20


장터목 대피소


09 : 30


연하천 대피소



12시간 30분



 




 

 

 

 그대가 껴안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껴안아야만 한다.


 그대의 두 팔 안에서 그 사람을 진정으로 느껴야만 한다. 겉으로 보이기 위해 대충 껴안을 수는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느끼고 있다는 듯 상대방의 등을 두세 번 두들겨 주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해서도 안 된다.


 껴안는 동안 자신의 깊은 호흡을 자각하면서, 온몸과 마음으로, 그대의 전존재로 그를 껴안아야만 한다.



 

- 틱낫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중에서-   

 


 

 여름의 긴 하루가 계속된다. 대지는 이글거리다 못해 헉헉대고 인간의 환경 적응에 실패한 고초는 여러 곳에서 징후를 나타낸다.


 긴 종주 코스를 온갖 고통과 힘들음에도 견뎌내고자 하는 인간들의 몸부림이 지리산에 있다.


 해마다 낮이 긴 하지 근처에는 전국에서 산 꾼들이 지리 능선에 모여든다. 불나비가 불을 찾아 쉼 없이 운집을 계속하듯 지리산을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의 열기는 중독에 걸린 이상의 그 무엇을 본다.




 귀연 카페의 레벨 업이 자유 산행의 생성에서 기인한다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성사된 지리산 종주 계획은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자생적으로 온라인으로 모여든 산행의 맛은 남다르다.


 서대전역에 0시 30분에 모인 귀연 가족들은 대합실에 모여든 다른 산 꾼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설렌다. 큰 배낭에 다부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백두대간을 마친 본인들이 더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겸손의 미덕일까?


 

 


 

서울에서 온 K님은 모습이 너무도 단련되고 날씬하다. 역시 달리기의 귀재 같아 믿음이 간다.


두식이 아빠는 예전의 불룩한 배가 많이 들어갔지만 그래도 힘쓰는 운동선수의 그 충만된 모습은 여전하다.


백두대간을 마치고 온 산을 섭렵하는 고여사님의 산행 차림도 듬직하고 믿음이 간다.


정선배님의 인민군 모자와 큰 배낭이 눈에 들어오고, 초원의 향기님의 날렵한 차림도 멋있다.


무릉객의 늘상 차림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대간 종주 중에 하던 모습이 역력하여 슬며시 미소까지 자아낸다.


두식이 아빠 일행 박 여사의 큰 키와 날씬한 몸매가 이색적이라면 배낭을 걸머진 산 꾼의 모습이 군더더기 전혀 없는 멋진 폼이다.


몇 년 만의 취사 장비를 챙긴 배낭은 터질 듯 가득하지만 지리산 미답 종주에 나서는 모두의 바람은 열차에 몸을 싣는 순간 설렘으로 가득하다.




4시간가량을 달린 열차는 구례 역에 조용히 산 꾼들을 토해 놓는다. 암흑의 지리산 자락은 초승달의 향기 마냥 조용하고 별을 헤는 거친 숨소리들은 하나 둘 산으로 향하는 차림이 벅차다.


해장국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4명씩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향한다.


한 대에 30,000원인 택시로는 일찍 오르는 이점과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소득이 있어 결코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


날씨를 묻는 우리들의 질문에 택시 기사는 거침없이 너무도 좋은 날씨라고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적막감이 감도는 성삼재는 많지 않은 등산객들이 노고단으로 향하여 삼삼오오 발을 맞춘다.


   


작년 대간 말미에 종석대를 오르던 기억이 새롭다. 초원의 향기님이 선두를 서고 모두들 뒤를 따르는데 코재에서 서기 어린 지리 자락의 아침을 맞는다.


태극 종주의 시작과 끝인 화엄사 코스는 예전에는 너무도 당연한 루트였건만 이제는 그 자락의 일부만으로 산 꾼들의 입방아에 헤자 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택시로 이동으로 노고단 일출이 가능함을 감지한 모두는 산행 속도를 높여 노고단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는 초반 레이스는 거친 호흡을 요구한다. 종석대의 멋진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올 때 붉은 기운의 서기가 능선에 아득하다.


 

 

 


 





 

 

반야봉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의 향연은 거침없이 밀려들고 높게 쌓은 노고단 돌탑에는 보다 좋은 포커스를 위한 자리다툼이 이색적이다.
그래도 돌탑에 올라 일출을 보려는 욕심은 지나치다. 상당히 젊은 친구들인데 아직은 산에 대한 예절이 적은 모양이다.
새벽인데 혼낼 수도 없고 여기 카메라 한 방이요!


잘 생긴 반야봉의 오른쪽을 타고 태양이 얼굴을 내민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어 곧이어 터져 나올 광채를 예고한다.



광채!


아침의 홍염.


어떻게 저런 황홀한 빛이 탄생할까!


온 산이 빛의 향연으로 찬란하다.


반야봉의 윤곽이 저렇게 확실할 수가 있을까?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는 5.5km, 천왕봉은 25.5km이다. 온종일 가야할 능선의 파노라마 속으로 귀한 인연을 맺은 8인은 빠져든다.


사람의 인연만큼 질기고 끈질긴 게 또 있을까마는 산에서 만난 땀으로의 만남은 더더욱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출입이 통제된 노고단의 모습이 참으로 새벽의 깨끗함으로 선명한 자태를 뽐낸다.



노고단을 지나 1시간 정도를 가면 사람들의 입에 너무도 유명하게 오르내리는 임걸령 샘이 나온다. 둥그런 맷돌 모양의 샘터는 맑은 생수가 꽐꽐 나오고 조그만 조롱박으로 퍼먹는 맛은 뱃속까지 시원하다.


마라톤 맨이 임걸령 생수를 병에 넣으려고 포카리 스웨트를 억지로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긴 이 산중의 명수(明水)인데 아니 그럴 수 있겠는가.


모두들 몇 바가지씩 들이킨 후 언덕을 오른다. 지리산의 능선이 온통 오르막과 내리막의 육산 이니 걷고 또 걷는 것이 산행의 정석이다.




노루목은 반야봉을 오르는 길목이다. 반야봉을 오르려 배낭을 놓고 줄달음치는 다른 산 꾼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언제나 지리산의 큰 자락으로 우뚝 서있는 반야봉으로 백두능선은 잠시 숨을 고른다.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의지를 돋우는 일행의 모습이 재미있는데, 조망터에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라고 알려 주며 카메라 샤터를 누른다.


임걸령과 노고단을 잇는 지리 주 능선의 굴곡이 미려하다. 약간 안개가 낀 능선의 자락엔 새 잎사귀로 치장한 자연의 그루터기가 아름답다.


어머니 젖가슴 마냥 굴곡진 능선의 흐름에 잠시 호연지기의 카타르시스를 느껴 보기도 한다.


 

 



 

 

이젠 해발 고도가 높아진다. 삼도봉이다. 지리산 삼도봉은 전북, 경남, 전남의 도민이 서로 마주 보며 천지인(天地人) 하나 됨을 기리는 곳이라는 화살촉 모양의 표석이 이채롭다.


이 곳은 사방이 완연히 조망되는 데 특히 노고단에 이르는 능선 줄기가 한 눈에 다 보인다.


조금씩 밤새 달려온 피로도가 몰려오고 가야 할 화개재와 토끼봉의 높이에 기가 질린다.


토끼봉은 해발 1,534m로 지리산의 고도가 많이 올라가는 지점이다. 천천히 가파르지 않게 오르지만 그 흐름이 완만하고 길어서 산 꾼들이 많이 지치게 마련이다.




정선배님의 산행 속도가 부쩍 느려 지셨다. 백두대간의 산증인이신 선배님께서 늦으막에 헬스를 하신다더니 아마도 체력의 안배가 조금은 다르신가 보다.


그래도 늦으막에 가슴이 튀어나온다는 익살에는 조금은 의아함과 무언가 해보려 노력하시는 선배님의 의지가 부럽기도 하다.


화개재는 천왕봉에 이르는 3분의 1지점에 있다. 뱀사골로 내려서는 기로이기도 하고 반송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 옛날 화전민들이 오가는 길목이며 섬진강 화개장터와 경상도를 오가는 언덕이기도 하다.


고갯마루에는 나무도 없고 잡초가 조금 있으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보호하기 위한 로프가 쳐져 있다.


마루금을 넘나드는 골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어 뙤약볕 산행이 계속 되어야함을 알리는 듯 하다.


 

 




 

 

토끼봉은 화개재에서 한참을 오르는데 멀리서 보면 토끼 모양이라는데 어디서 보아야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1,534m의 높이가 말해주듯 조망이 좋고 해돋이를 감상하기가 안성맞춤이다.


작년 종주 말미에 지리산 일출 사진을 얻기 위하여 달음박질하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무려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간신히 당도한 토끼봉에서 정신없이 샤터를 누르던 기억은 책으로 만들어져 나온 산행기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보람으로 남았다.


토끼봉에서 노고단은 7.5km, 천왕봉은 18km이다.




명선봉에 오르는 나무 계단이 너무 잘 만들어져 산 꾼들의 힘든 고난의 노정을 돕는다. 산의 훼손과 미관을 막고 사고도 막을 수 있는 계단의 설치는 너무도 중요하고 계속 확대되어 나가야 할 일이라 여겨본다.


나무 계단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면 연하천 산장이다. 야간 산행을 하는 많은 산 꾼들이 졸음을 쫓기 위해 개수를 센다는데 544 계단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무박 종주를 하게 되는 태극 종주의 그 날 계단의 개수를 세며 잠을 이기는 지혜를 떠올려 본다.



 



 

 

연하천 산장은 해발 1,440m에 위치하고 지리산 종주 구간 중 유일하게 민간인이 운영하는 산장이다. 이 산장의 물맛은 특히 시원하고 수량도 풍부하다.


종주 중 위치가 중간쯤에 위치하여 대부분의 산 꾼들이 쉬어 가거나 식사를 하는 곳으로 이용한다.


우린 이 곳에서 쉬면서 산행 차림을 추스른다. 고여사님이 주시는 캔 맥주를 들며 주변의 온기 넘치는 산객들의 모습에서 정을 느껴본다.


옆에 있는 아주머님의 푸짐한 식사 모습과 더덕 술인가를 나누어 마시는 정다운 풍경에 잠시의 휴식이지만 안온함을 느껴도 본다.


  


삼각봉을 지나 형제봉을 가는 길에 엄청난 팀을 만난다. 초등학교 1, 3학년쯤 되는 어린이 4명이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탄다.


녀석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귀여워 카메라를 들이 대니 포즈를 근사하게 취한다. 모두들 어릴 적 자녀들 산행 경험 얘기로 꽃을 피운다.


우리 집 녀석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잘도 따라 다녔는데 대학을 다니는 요즘은 전혀 산을 등지고 사니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본다.


 


 

 

우람한 바위들이 나타나고 가야할 지리 능선의 줄기가 한 눈에 조망된다. 시야가 확연히 트이니 조그맣게 벽소령 산장의 모습도 보인다.


지도를 펴놓고 위치를 알려주며 사진 찍기를 권하자 모두들 포즈를 취하는데 다들 근사하고 예쁘다.


자연스런 모습으로 사진 찍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산행 경력 내내 따라 다니는 징크스다.


오히려 찍는 줄 모르게 살짝 샤터를 누르는 몰래 카메라가 훨씬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그래도 고여사와 박여사, 국가 대표 권투 선수 출신의 미스터 리, 마라톤맨 K의 폼이 화면 발을 받는다.




형제봉을 오르내리면 늘 지나치는 형제바위가 오늘은 너무도 확실한 자태로 일행을 맞는다. 늘 이 지점을 통과할 때 비나 구름에 가려 바위에 오를 수 없었는데 오늘은 너무도 좋은 날씨에 모두 오른다.


V자 홈으로 패인 가운데에 두 그루의 소나무가 너무도 구도가 잘 맞는다. 원경으로 근경으로 렌즈를 조절하니 근사한 사진이 나올 듯 하다.


바위 위에 서 있는 노송의 자태도 멀리 흐르는 능선의 자락과 어울려 너무 근사하다.


미륵인지 부처인지를 닮은 바위의 형상을 보니 두 개로 나뉘어 있어 형제봉의 의미를 알게 한다.


 

 





 

 

저 아래 삼정리의 마을이 보이는데 마라톤맨 K가 ‘마을이다’를 외쳐 다들 박장대소한다.


하긴 너무도 오랫동안 산 속을 헤맸으니 동네가 보이는 조망터에서 소리 지름은 당연하다.


천진스런 모습에서 자연의 모습과 어울려 젊음의 그가 멋있고 부럽다.


바위와 어울린 노송의 근사함을 카메라에 담고도 밑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도록 새록새록 부는 바람이 너무 신선하다.


고여사님이 가곡을 아름답게 부르고 우린 신선이 된 양 거들먹거리며 한 참을 앉아 시간을 보낸다.


다른 사람이 올라오므로 할 수 없이 방을 빼야하는 아픔으로 하산하면서 너무 멋있는 조망터가 한참이나 머리에 남는다.


다른 분들도 이 곳에서 지리산의 유려하고 부드러운 참 맛을 실컷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적어도 몇 컷의 명품을 낳을 수 있는 천혜의 지점이니 잘 기억하여 지나치지 않기를 바래 본다.


 



 

 

내리막이 다하는 곳에 벽소령 산장이 있다. 천왕봉 가는 길의 중간에 위치한 벽소령 산장은 음정리와 의신으로 내려가는 지점이기도 하다.


벌써 성삼재에서 16.6km를 온 것이다. 여기서 장터목산장까지는 9.7km가 남았다. 마라톤맨이 발가락이 무르고 많이 힘들어한다.


초원의 향기님의 테이핑으로 발의 상처를 치료하고 청계님의 진통제로 아픔을 달래며 길을 재촉한다.


처음 도전하는 박 여사와 마라톤맨의 힘든 모습이 내로라하는 6인의 대간꾼들에게는 걱정이 역력하다.


그래도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하며 앞과 뒤에서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도 좋다. 백두대간의 완주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 도전하는 두 사람은 느끼리라.


 




 

 

벽소령을 지나 삼정리로 갈라지는 헬기장 가는 길에 초원의 향기님 전화기가 울린다. 전혀 미동도 안 하던 전화기의 진동에 다들 집으로 소식을 날린다.


밤새 달려온 산 꾼들에게 전화나 문자의 배달은 언제나 격려의 메시지가 아닐까? 식구들의 격려 문자, 친구가 보내오는 파이팅 전갈에 조금은 힘든 몸을 곧추 세우기도 한다.


선비샘으로 향하는 모두는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하늘은 조금씩 흐려지고 산자락은 뿌연 안개와 구름으로 덮인다.


선비샘은 해발 1,491m 지점에 위치하며 덕평봉과 칠선봉을 오르기 전에 있는 중요한 식수가 나오는 곳이다.


물의 나오는 양이 한 사이클씩 바뀌어 어리둥절하게 하는 선비샘. 많은 산 꾼들이  을 서서 물 받기에 한창이다.


점심을 위한 코펠과 버너 설치로 부산한데 후미가 매우 늦는다. 라면과 누룽지 끓이기로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이 근래 이색적이다.


한 동안 모든 산행에서 취사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점심을 준비하는 일행의 모습에서 훈훈하고 정이 느껴진다.


누룽지와 라면이 거의 준비될 무렵 후미가 도착하여 맛있는 식사가 진행된다.


국물이 있는 라면과 누룽지는 김치와 마늘 그리고 고추와 어울려 진수성찬이다. 젓가락을 다듬는 이사장의 칼 솜씨가 대단하다.




점심을 먹고 그릇을 닦을 때 있었던 옆의 산사람과의 소요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하고 싶다.


아마도 서울 마라톤맨에게도 오래도록 남을 기억거리가 아닐까 한다. 산에서 지켜야하는 예절이나 달리기할 때 지켜야 하는 예절의 범주를 느끼게 하는 귀한 일화로 말이다.


하긴 취사를 한 우리 모두는 국립공원 관리법을 모두 어긴 사람들로 치부되어야 옳다. 산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산행 계획을 조정하고 소중한 식수 지대에서는 음료수로 사용하도록 보존하는 배려도 기억해야 한다.


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지키고 행하는 산악인이 되는 것도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함께 했던 초원의 향기님이 중산리로의 하산을 위하여 홀로 종주에 나선다. 날아  다니는 산녀 초원의 향기 님!


5시간의 긴 줄달음을 위하여 배낭끈을 조여 매고 길을 나서는 모습이 비장하다. 조심해서 잘 내려가시고 다음에 또 만나요.


언제나 힘이 넘치는 걸음걸이에서 산행의 호흡을 느꼈는데 오늘도 여장부의 관록을 아낌없이 발휘하신 님의 베테랑 산행 솜씨에 모두들 갈채를 보냅니다.


 




 

 

칠선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조망터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며 구름에 싸인 봉우리를 보니 신비감이 돈다.


따가운 햇살이 능선을 감돌더니 어느 새 지리는 운무에 잠긴 일곱 개의 신비한 봉우리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천기의 변모를 시도한다.


하루에도 몇 번의 색깔 바꾸기가 특기인 지리산이 우리에게도 본연의 모습을 보이려 함이다.


마라톤맨이 신기해 하지만 늘 접하고 당해본 일행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기며 능선을 오른다.




1,558m의 칠선봉은 일곱 개의 봉우리가 기묘한 형상으로 지리산에서 유일하게 암벽 지대이다.


절벽과 낭떠러지가 계속되며 남북으로 넘나드는 구름의 향연은 신비감마저 자아낸다.


절벽에 서있는 소나무의 모습과 운무에 가린 지리가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온다.


괴물 형상을 한 바위가 클로즈업되고 계곡을 따라 펼쳐진 산자락의 흐름이 유순하고 멋있다.


누워있는 형상의 미륵이 보이고, 갖가지 모습의 기암괴석은 사진 찍기를 강요한다.



칠선봉의 기묘한 자태와 산수는 신들이 감동한 영신봉으로 이어진다. 영신봉(靈神峰)은 해발 1,651m로 세석 대피소를 0.6km 남겨두고 솟구친 아름다운 봉우리이다.


영신봉에서 보이는 칠선봉의 장관은 운무와 구상나무의 어울림으로 한층 아름답다.


영신봉을 넘으면 바로 세석산장이다. 세석평전의 한 자락에 위치한 산장은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으며, 대성리와 백무동으로 가기도 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모두들 피로도가 몰려오고 허기를 느낌인지 배낭을 풀고 비상식량들을 꺼낸다. 파카를 입고 한참을 쉰 후 산행을 계속하는데 무릉객이 안 보인다. 아마도 산장 예약과 취사 준비로 먼저 장터목으로 향한 듯 하다.


말없이 자기의 임무에 충실하는 모두의 모습이 아름답다. 무던히 참고 따르는 마라톤맨과 박 여사의 끈기에도 박수를 보내며 세석평전을 오르는데 산장의 전경이 너무도 멋있게 다가온다.


 

 





 

 

세석평전에는 희한하게도 습지가 존재한다. 온갖 습지 식물이 존재하고 넓은 초원에는 이 곳이 고지대임을 잊게 하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잘 정돈된 평전을 지나면 촛대봉이다. 해발 1,703m의 촛대봉은 멀리서 보면 두 개의 촛대가 가지런히 놓여진 형상이다.


주변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위치하고 누군가 쌓아 놓은 돌탑이 앙증스럽다.


고사목이 숲 가운데 우뚝 서서 오랜 세월의 흐름을 일깨우고, 잘 자란 구상나무들은 바위들과 어울려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건너에서 오르는 정선배님과 고여사님의 꾸준한 산행 모습이 주변의 모습과 어울려 아름답게 보인다.


연륜의 수레바퀴에서 고고한 삶의 진정한 미를 키우는 두 분의 모습이 진정 가슴 저리게 감동으로 밀려든다.


 

 







 

 

봉우리에서 보이는 일출 바위 군들이 아늑하지만 운무와 함께 아름답다. 하늘의 도우심으로 산행의 힘든 노정을 도와주는 날씨의 보살핌이 감사하다.


멋있는 조망을 주시더니 걷기 좋도록 해를 가리는 감사의 보살핌도 함께 주시니 이 얼마나 하늘의 도움인가!


곰 모양의 바위가 보이고, 거북이 형상인지 새의 모습인지 각양각색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연하봉에 오른다.


연하봉(烟霞峰)은 해발 1,730m로 장터목산장으로 가는 높은 봉우리이다. 줄지어선 바위들의 멋진 모습들을 감상하며 넘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서 세석 대피소까지는 2.6km이고 장터목 대피소는 0.8km이다.


고사목 지대와 숲의 어울림이 근사하다. 그 옛날 화전민들이 불태운 고사목은 죽어서도 숲의 일원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야생화와 포즈를 맞춘 일출 바위들이 너무도 화려하게 카메라에 들어온다. 분홍빛 들꽃과 첨봉의 조화는 오늘 산행의 말미를 더욱 더 멋있게 한다.


고개를 넘으니 제석봉 아래 장터목산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먼 길이고 기다리고 고대하던 산행 휴식처이다.


고갯마루에 위치한 장터목산장은 천왕봉을 오르는 일출 산객들이 묵는 곳으로 늘 붐빈다.


오늘도 많은 산 꾼들이 산행의 피로와 휴식처로 그리고 새벽 장관의 파노라마를 기대하며 모여든다.


 


 

 

무릉객이 먼저 와서 예약을 확인하고 취사를 준비하니 너무 고맙다. 산행 계획을 짜고 산장 예약과 연락을 맡은 그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말없이 백두대간을 함께 한 그였기에 오늘의 행로에 훨씬 더 깊게 다가오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산장의 저녁과 밤은 요란하다. 밀려드는 산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피소의 규칙은 의외로 냉정하고 확실하고 철저하다.


조금의 실수나 억지를 용서하지 않기 위하여 애쓰는 관리 요원들의 활동에 고마움을 느끼게도 한다.


김치를 넣고 참치 통조림으로 끓인 찌개가 추위로 떤 모두에게 반가운 국물로 인기다. 고추 저림과 정선배님의 매실주가 으뜸으로 자리하고 기다랗고 구부러진 풋고추는 햇반을 먹는 모두의 식욕을 돋운다.


바람에 떨며 먹는 저녁이지만 함께 하는 맛과 허기짐으로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어둠에 묻혀 밤하늘을 맞는 장터목의 밤은 곤하디 곤한 산 꾼들의 코 고름과 일출을 기다리는 뒤척임으로 금새 지샌다.


흐린 날씨와 추위는 내일의 아침을 어떻게 맞을지 궁금하지만 산신령님의 자비로우심에 맡기오니 굽어 살피소서.
장터목산장에서 천왕봉 일출과 백무동 하산 코스 산행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 알부남 - 지리산 종주를 진심으로 추카 드립니다.
▣ 최병원 - 알부님! 감사합니다. 행운의 지리산 종주였구요. 참 오랫만에 맛보는 희열이었습니다. 역시 지리산은 넉넉하고 멋있습니다. 그렇게도 지리산은 해돋이가 힘들었나 봅니다.
▣ 최병원 - 노고단 돌탑 사진은 어떤 젊은 산 친구들이 올라 있어 눈살을 찌뿌리는 행동 같아 카메라를 맞추어 보았습니다. 어렵게 시설된 돌탑인데 아끼고 보존하는 산행 예절의 자세가 필요한 듯 합니다. 말로만 이 아닌 실제 실행하는 산행 메너가 요구되는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