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하게 원없이 걸어본 덕유산 종주기(삼공리- 영각 매표소)

 

1. 산행일시 : 2004년 5월 22일 (토요일)날씨:쾌청함

2. 산행코스 : 삼공리 ∼ 영각 매표소

3. 산행시간 : 9시간 40분(조식.중식.휴식시간 포함)

4. 산행거리 : 26.9km(국립공원 안내자료)

5. 산행인원 : 나홀로

신선이 된 기분으로

몇 개월 전부터 입산통제가 풀리기를 학수고대하여 토요휴무일인 5월 22일을 나름되로 덕유산 종주하는날로 정해놓고 기다리던 날이 내일로 닥아왔다

덕유산 구간 산행은 여러번 하였지만 종주산행은 처음이다
오후에 직원회식이 있다 한다. 여기에서 과음하면 내일 산행에 문제가 있을 터인데 마음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된다. 다행히 회식은 예상외로 빨리 끝났다

 

소주 몇잔으로 분위기를 떼우고 일찍 귀가함. 내일새벽 02시에 출발 하여야
함으로 준비물은 별로지 만 그래도 기본은 챙겨야 한다

기상 변화에 대비 우의도 준비한다 반려자는 내일 2끼 식사를 미리 준비
하느라 주방에서 분주하다

 

당초에는 반려자와 동행키로 되어 있었으나 예기치 못한 일로 못가게 되고
등산 친구에게 전화하였드니 술이취하여 곤한 잠에 빠졌다 한다
할수없이 혼자서 가기로 결정을 내리고 함양 서상 개인택시에 전화하여

내일아침 영각 매표소에서 04시에 도킹 하기로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초등학교 소풍 가는날 처름 마음이 설레이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럴때는 약을 먹자. 혼자 주방에 가서 술창고를 뒤져보니 담궈놓은 매실주
가 보인다 냅다 맥주컵에다 한잔 들이키고 자리에 누우니 살며시 잠들었다.

반려자는 간식이며 내일 2끼 식사까지 준비해 놓고 혼자서 저쪽 방에서 요즘 부쩍 재미 붙인 검퓨터 고스톱 치는지 기척이 없다.

 

02시(집출발)
잠이 깨었다 시계를 보니 01시 50분이다 예감이 좋다. 세수좀 하고 식사며 간식이며 주섬 주섬 걸망에 넣고 나 갔다올게 반려자에게 인사하고 애마를 몰고집을 나선다

 

03시50분(영각사 주차장 도착)
19번국도- 남해고속도로-서진주 IC-대진고속도로- 서상IC-영각사 주차장.
개인택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등산화 신고 스틱 챙기고 차 문단속 하고

있으니 정확하게 개인택시가 도착 하였다. 택시는 오든길을 다시 빠져나가
서상IC- 고속도로 -덕유산 IC- 지방도를 거쳐 삼공리 매표소 앞에 나를 내려 놓는다 약속한 택시비 거금 5만원 주고 나니 왠지 마음이 허전 하다

 

내인생 57년 살았어도 택시비한번에 5만원 주고 타본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말년에 이것도 첫새벽에 무슨 실익이 있다고 이고생을 하는지 ?

산을 모르는 분들이 생각 할때는 ××놈 하지 않을까? 갑자기 내자신이
우서워 지는 것 같다.


여명은 밝아오고 일찍 잠을깬 이름모를 새소리는 맑고 청아하며 구천동 계곡을 흘러 내리는 물소리는 그야말로 한편의 명 오케스트라를 연출한다

조금전 까지 공허했든 내가슴은 어느듯 신선이 되고 훨훨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된 기분이다. 화장실 가서 속세에서 찌든 찌꺼기를 좀 맡겨두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04:50 (산행시작)
몸은 한층 가볍다. 계곡을 끼고 새벽에 오르는 구천동 계곡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걷는다

나오늘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이아름다운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어찌 들을수 있으며 이맑은 숲속의 공기와 여명속에 부셔지는 폭포의 하얀 포말은 어떻게볼수 있었으랴 ?

 

속세의 더럽고 추악하고 눈에담기 싫은 것들을  나 오늘 모두 깨끗이 씻고
가리라.  그리고 이 아름답고 싱거러운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정경은 가슴에 담아 가리라!

 

05:50(백련사)
백련사 돌계단을 올라서서 사천왕 문을 들어서며 무사 산행과 국태민안을   위한 합장 기도를 한후 백련사 뒷길 등산로 진입 향적봉을 향하여.....

벌써 햇살은 산천의 신록을 어루 만지고 시원한 바람은 나뭇잎을 스치고 나의 전신은 땀으로 목욕을 한다 가쁜숨을 몰아 마즈막 나무계단을 올라 향적봉에선다.

 

07;00(향적봉)
향적봉엔 아무도 없다 나 혼자다 때아닌 북서풍만 스산하다 오버자켓을 꺼내
입고 사방을 조망한다.
저멀리 지리산 천왕봉 남덕유산 서봉 서대산 황매산 등 여기에서 보이는 산은 내 발길이 닿은곳이 아니든가?
그래도 산은 오를 때 마다 왜이리 힘든지 ?

 

힘껏 심호흡하고 오늘내가 가야할곳 남덕유를 찬찬히 능선따라 바라보니
내인생 살아온 굽이 만큼 놉내림도 많고 계곡도 많다.

민생고를 해결하자.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 걸망을 열고 반려자가 준비해준
진수성찬을 꺼내놓고 허기를 채운다 반려자에게 전화하여 향적봉 정상에서

진수성찬을 먹고 덕유산 기를 몸에 흠뻑 담아 가겠노라고.........

 

07:30(향적봉 출발)
덕유평전 능선과 사방을 조망하며 향적봉 출발.
덕유산의 철쭉은 아직 이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올해의 철쭉은 예년보다

못할 것 같다 꽃눈이 없고 살아 매달려 있는것도 충실하지 못하다 철쭉 개화는 1주일쯤 후에나 좋을상 싶다

 

07:50(중봉)
중봉 드디어 한팀의 등산객을 만난다. 오늘 산행에서의 첫 만남이다 반갑다는
인사와 목적지 등을 예기한다 역시 종주 팀이다 03시에 삼공리에서 출발 하였다 한다 나보다 무려 2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보행 속도로 보아 나와는 동행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뒤에 오라는 인사를
남긴채 종종 걸음으로 광활한 덕유평전을 향하여

 

08:00(백암봉-송계삼거리)
능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백두대간을 가고싶다 오늘은 다른길을 가야하니
대간종주 언젠가 오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아쉬움을 접고 길을 재촉

 

08:40(동업령)
산죽밭과 너덜길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혼자의 호젓함을 즐기면서
걷는다 살면서 보기싫었든 것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것 그모든 것을 잊고 나혼자 정녕 산인이 되어 나의길을 간다  무아의 경지를 간다

내가 걸어온 능선을 자꾸만 뒤돌아 본다 쉬지않고 가고 또가면서 뒤돌아 보면서 간다 너무 오버 페이스 하는 것 아닌지 ? 그러나 아직 까지는 힘들지 않다
09:00(해발1,380m 무명봉)-휴식 .간식

 

10:15(무룡산)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십니다 인사들을 아끼지 않는다. 오늘 산행 구간중 제일 긴 구간을 온 것 같다 5분 휴식 하면서

걸어온 능선길을 다시본다 저멀리 향적봉 통신 안테나가 희미하게 보이고
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가야할길을 바라보니 걱정이 앞선다 바로앞에

보이는 삿갓재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여야 할 것 같고 코앞에 보이는 남덕유 정상에 오를려면 있는 힘을 다해야 할것인데 체력이 따라 줄는지 ?

 

그러나 어쩌겠는가 ?오늘의 주어진 운명이 아닌가? 인생도 마찬가지 주어진 운명앞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여 가보는 거다

 

10:50(삿갓골재 대피소)
무룡산에서 대피소 까지는 내리막이라 힘들이지 않고 내려온다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들은 몹시 힘들어 한다

대피소에는 육십령 영각사 등지에서 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식수 보충을 위하여 60m 정도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온몸이 나른한데 나무
계단을 내려같다 올려니 죽을 맛이다


하도 힘들어 나무계단을 세면서 올라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41계단 되는 것
같다. 참고로 종주하시는 분들 여기에서 진을 빼면 삿갓재 오르는데 힘이 드니
체력을 아끼시기 ....

 

12:00(월성재)
작은 삿갓봉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나는 완전히 탈진 하는 것 같다. 오늘 산행중 제일 힘든 구간인 듯 싶다. 지리산 당일 종주에서도 이토록

힘들지는 않았다.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2시간대에 주파하여야 지리산 당일 종주가 가능 하다고 하여 시험 등산 하여 보니 2시간 20분 소요. 지리당일 종주를 2회나 해낸 내가 여기에서 탈진 하다니 말도 안된다

 

일단 휴식. 건강에 적신호가 온것인지? 순간적인 컨디션 난조인지 ? 일단은
배낭 무게를 줄이자 냉동된 맥주 한캔을 마셔 본다 양갱 한개 믹서에 갈아온 토마도 한잔 하고나니  새힘이 솟는다

그러나 앞을보니 태산이 또 앞에 서있다 마즈막 남은 남덕유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심호흡과 맨손 체조로 몸을 풀고 오늘 더 이상 오를곳이 없는 남덕유를
향하여 간다.

 

육십령. 서봉쪽에서 오는 단체 등산객들로 길이 만원이다 줌마들은 표가 난다
등산은 뒷전이고 나물채취에 여념이 없다 사는 것이 우선이니 어떻던 간에
남편 자식에게 무공해 좋은 산나물 먹이려고 혈안이 되어 안간힘들을 쏟고
있다

 

12:30(남덕유산)
이런 저런 생각으로 탈진된 몸을 추스려 있는 힘을 다해 돌계단을 올라
드디어 남덕유산 정상에 선다 평상시 남덕유산 정상에 왔을 때와는 판연이
다른 기분으로 선다

 

저멀리 향적봉 통신 안테나가 보일락 말락하고 백암봉에서 남서로 길게뻗은
능선하며 동업령  무룡산 아래 빨간 흙길 남덕유에서 바라보는 삿갓 봉우리들
 
아래로 곱게 펼쳐진 계곡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리오 !
대한민국은 역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다

민생고를 해결하자 영각사 주차장 가기위해 철계단을 어렵사리 내려가서 전망이 좋은 안부에 어늘 오찬을 준비한다 마음속으로는 술도 한잔 하였으면 좋으련만 애마가 있고 저번 조계산 산행시 막걸리 한잔에 않좋은 기억도 있고하여

냉수로 덕유산 종주 기념주 를 대신한다


남은 음식 모두를 펼쳐놓고 중식을 한다 하산하는 것만 남았고 종주를 완료
하였다는 성취감에 밥맛은 꿀맛이다 여유롭게 영각사로 하산하니 애마가 반기고 있다

 

14:30(영각사주차장 도착 종주완료)
집에 전화하여 덕유산 종주가 무사히 끝남을 알리자 마눌님 왈 ! 그렇게도
오메불망 그리던 님 찿아가서 하루종일 흠뻑 젖었으니 나보면 무슨 재미 있을 끼고 하면서 심통 부린다

그래도 마음속으로 나도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을 거라고 생각 하면서
새벽에 왔든길을 또다른 기분으로 되돌아 간다

 

무한의 신비와 때묻지 않은 자연의 기를 흠뻑 담아서
귀가길 유황 온천탕에서 피곤한 심신을 달랜다 마음은 산에서 씻고 몸은 여기에서 씻는다

귀가하니 마눌님 웃으면서 종주 축하 드립니다. 인사 한마디에 전화상의 심통도 봄눈 녹듯 ...

저녁 먹으면서 반주 한잔 일찍 잠에 떨어진다 내일 생활의 재충전을 위하여....


변변치 못한 산행기 읽어 주어서 고맙슴니다. 저도 님들 처름 디카기술 습득
하여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산행기 올리겠슴니다.

 

 




▣ 산이좋아(another - 깔끔한 산행기 잘앍었습니다...
▣ 산거북이 - 12시간 못되어 완주하셨군요^^. 여름의 땀과 노고의 성취를 축하드립니다. (저는 반대방향으로 택시비 6만원 드렸는데...^^ 그것도 같이 축하드립니다.)
▣ 알부남 - 덕유산 종주를 추카드립니다.
▣ 운해 - 혼자서 하시는 산행이라 그런지 엄청 빨리 진행 하셨네요. 종주를 축하 드립니다.건강 하세요.
▣ 김일래 - 부럽습니다 집이 가까울수록 반려자의 자가 마눌님의 님으로 격상되는군요 축하합니다
▣ 불암산 - 덕유종주를 축하드립니다. 무척 속보이신가 봅니다. 가끔은 느릿하게 걸으면서 여유를 가져보심도 좋을것입니다. 항상 즐산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산인의 딸 - 아빠 담번엔 딸도 데리고 가셔요 ^^
▣ 산모퉁이 - 당일 종주 축하드립니다. 담번엔 따님 소원도 좀 들어 주시지요^^ 늘 즐산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