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4년 1월 31일(토) 08:50 ~ 15:40 (6시간 50분)

산행코스 : 운두령 – 1492봉 – 정상 – 주목 삼거리 - 1462봉 – 주목 삼거리 – 계곡 –


  이승복 생가 – 노동리 아랫삼거리


산행멤버 : 회사 산악회 총 34명(2명은 현지 합류)


 


겨울의 찬바람과 눈으로 뒤덮인 설산을 기대하고 기다리던 계방산 산행


우리는 퇴근 무렵 삼삼오오 짝을 이뤄 각자 식사를 해결한 후 약속 시간인 7시 30분 회사버스에 올랐다.


이미 해는 기울어 도심을 빠져 나가는 차창 밖으론 차들이 쏟아 내는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꼬리를 문 차량행렬에 답답함으로 좌석 깊숙이 고개를 묻었다.


어둠으로 가득 찬 고속도로를 달려 밤 늦게 도착한 용평


단지 잠만 청하기 위해 들어 선 곳이었지만 야간 스키를 즐기는 스키어들의 모습에 배낭을 메고 들어 서는 우리는 길을 잘 못 들어 선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숙소를 배정 받고 용평에서의 아쉬운 하룻밤을 맥주로 달랜 후 잠을 청했다..


코골이로 인해 몇몇은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지만 아침의 차가운 날씨는 산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해 주었다.


아침을 횡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황태 해장국으로 거나하게 치른 후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운두령


텐트로 만든 가설 매점이 있었지만 아침이라 아직 문은 열지 않은 듯..


단체로 산행기념사진을 찍고 각자 산행에 필요한 마무리를 한 후 나무계단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나무계단을 오르자 본격적인 등로가 나타난다.


사람들의 발길에 따라 다져지고 또한 밤낮을 번갈아 얼고 녹기를 반복했음인지 좁은 등산로는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었다.


물론 좁은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는 햇빛을 받은 만큼에 따라 쌓여 있는 눈의 깊이가 제각각으로 눈의 깊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도 더러 있었다.


산행 초입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오름길과 내림길이 몇 번인가 반복되고 능선을 따라 나 있는 등산로는 초반 산행을 편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출발은 했지만 차에서 내려 거북한 속을 다스리고 나오는 바람에 제일 후미로 쳐지게 되었던 나로선 버리기 어려운 선두 욕심에 앞서 가던 거북이 일행들을 하나 둘 씩 제끼면서 오르기 시작하였다.


서서히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방울은 쉴새 없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자 대부분의 일행은 다 제끼게 되었지만 딱 두사람은 도저히 내 상대가 되지 않는 듯 꼬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하기사 마라톤으로 다져진 몸들 아닌가 게다가 거의 프로급인 그들에 비해 평소 달리기라면 손사래를 치는 나로선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차차 오름길의 경사가 급해지고 고도를 높여 갈 수록 산의 윤곽이 뚜렷해 지고 점점 더 넓어지는 주변의 산세가 한가로이 서 있는 주목들과 함께 그 멋스러움을 더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오르던 나의 눈앞에 멋진 조망이 펼쳐지며 나의 발길을 잡는 곳이 있었으니  1492봉 못 미쳐 작은 공터였다.


다른 일행이신 세분이 그 멋진 조망에 취해 연신 카메라의 셔텨를 눌러대고 있었다.


나 또한 눈 속에만 그리고 가슴속에만 담아 두기 아쉬워 그 멋진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선 그 분들에게 넌지시 앞선 두 사람에 대해 물어보자 그들은 대뜸 그 사람들이 일행이냐며 반문을 한다.


자기들은 그들이 무장공비인줄 알았단다


가파른 등산로에서도 거의 뛰다시피 오르는 그들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같이 출발한다 해도 따라 잡기 힘든 그들이 아니던가…


뒤이어 올라 오는 일행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고선 다시 오름길을 계속하자 곧이어 1492봉이 또 다른 멋진 조망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고 멀지 않은 곳에 정상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오름길에선 아이젠을 잘 하지 않는 내게 혹독한 엉덩방아까지 찍게 한 마지막 능선을 통과하고 키가 낮아진 작은 나무 군락지대를 마지막으로 오르자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


내공이 짧아 알 수는 없었지만 첩첩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산들의 봉우리 봉우리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구름들이 발아래 드없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더 이상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 와 자연의 크고 위대함에 나와 우리의 작은 존재를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나 또한 수없이 산을 올랐지만 이처럼 맑은 하늘을 보기는 참으로 어려울진데 짐작컨대 최소한 시계거리가 족히 100km는 되어 보였다.


 내공이 깊은 듯한 분에게 동서남북의 지형을 더듬어 물어 보자 설악의 서북능선과 흰눈을 덮어 쓴 대청봉이 북동쪽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바로 앞에 오대산이 그리고 그 뒤로 발왕산의 하얀색 슬로프와 정상이 있는 것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오른쪽으로 조금 더 돌리자 끝없이 펼쳐진 구름 속의 봉우리들 중에 분명히 알 수는 없었지만 몇 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펼쳐지고 그 중에 하나는 분명히 치악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과 성우리조트로 보이는 또 다른 슬로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어설픈 조망으로 눈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애쓰다 보니 일행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그리고 먼저 올랐던 무장공비 두 양반은 방아다리약수터로 이어지는 능선을 몇 개 넘어 답사한 후 되돌아 와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어찌되었건 회사내의 산악회로선 첫번째 산행이었던 까닭에 우린 성스런 시산제 의식을 갖추어 머리를 조아리며 산신령께 무사산행을 기원하였다.


솔직히 30명이 넘는 일행들이 올리는 시산제로 인해 넓지 않은 계방상 정상이 다른 일행에게 조금은 불편을 주었으리라…


게다가 시산제 후 나누던 먹거리는 비록 주변 분들과 함께 하려 했지만 결코 좋은 시선만을 주지는 않았을 게다.


짧지 않았던 시간이 흐르자 일부 몇몇의 자세들이 조금씩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뒷마무리까지 깨끗이 끝낸 우린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앞섰던 무장공비 2명과 또 다른 베테랑 산꾼 3명은 A코스로 내려갈 예정인 다른 일행과 달리 B코스인 이승복 생가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총무에게 일러 준 후 별도의 길을 나섰다.


커다란 주목이 서 있는 갈림길


그곳에서 우리 여섯 명은 계곡쪽으로 내려가야 함에도 방아다리 쪽으로 더 진행하기로 하고 길을 이었다.(사실 그때만 해도 그 길이 그곳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에 무릎까지 들어 가는 앞선 등산객들의 발자욱을 따라 한발씩 전진해 갈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비로소 아이젠과 스패츠를 차고 본격적인 설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영상의 날씨로 인해 눈꽃과 설화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발끝으로 확인하게 된 우린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이었다.


봉우리를 한 개 두개 세개를 넘어 가며 설경에 취하고, 발을 헛뒤딜 때 마다 푹푹 빠지는 재미와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어 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1시간쯤 전진했을 무렵 앞서 갔던 또 다른 일행들이 러셀이 안돼 있어 진행하기가 어렵다며 되돌아 오고 있었다.


갈등


솔직히 우리 일행은 계방산의 자세한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또한 일행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길을 무작정 갈 수 만은 더더욱 없었다.그래서 우린 과감히 리턴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렸다.


그러나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하는 마음은 솔직히 다리의 무게를 더해 주었다. 게다가 앞으로만 나 있던 발자국 길을 다시 거꾸로 헤쳐 가는 것도 쉽지 만은 않았다.


어찌 되었건 계곡으로 내려가는 주목 갈림길까지 되돌아 왔을 때 이미 1시간 30분 이상을 지체한 상태였다.


걸음이 빨라졌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이 있었기에 운두령으로 올랐던 길보다 훨씬 심한 경사길을 우린 제법 속도를 내며 미끄러지 듯 내림길을 서둘렀다.


정상에서 마신 술이 잘못 들어 섰던 눈길에서 휘청거리게 했었지만 내림길에선 잘못했다간 큰일날 정도로 심한 경사길이었기에 잔뜩 긴장된 자세로 심한 목마름을 참아 가며 앞선 이들을 따라 내려 갔다.


급경사를 지나자 계곡이 반긴다.


계곡을 몇 번 가로 지르면서 두꺼운 얼음 밑으로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더 없이 아름답게 들려 왔다.


봄여름 산행시 깊은 산중에서 들려 오는 산새 소리에 넋이 나가던 떄와 흡사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렇게 물을 찾으며 한참을 내려 가자 조그만 바위 밑에 얼음이 살짝 깨진 곳이 나타나 겨우 목마름을 축이게 해 준다.차가우면서도 시원한 맛…내게는 생명수와도 같은 물맛이었다.


갈증을 풀자 다리가 훨씬 가볐다.


그렇게 한참을 내달려 오자 이승복 생가가 보이고 곧 이어 각종 팬션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리고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으로 산행기점을 삼지 않는 이유가 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동리 아랫 삼거리에 도착하자 우리를 걱정스럽게 기다리던 일행들이 우리를 개선장군들인양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일부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음인지 술에 취해 있는 이도 있어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도 방아다리약수길로 계속 전진했다면 1시간이 아니라 최소한 2시간 아니 3시간 이상의 엄청난 폐를 끼쳤을 것 같아 중간에서라도 되돌아 온 것이 그나마 잘한 것 같아 위안이 될 뿐이었다.


돌아 오는 버스 안


다들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에 취했음인지 뒷풀이 자리에서의 술에 취했음인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분 좋은 잠을 청하고 있었다.


 


▣ 불암산 - 저 또한 그시간대에 계방산에 있었습니다. 저는 1,492봉을 지나 1,209봉까지 러셀하고서 다시 리턴,운두령으로 원점회기 하였는데 혹시 못보셨나요? 한국의 산하 명찰을 패용하였었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되돌아올때의 정상은 시골장터를 연상케 하였습니다.혹시 그때 정상에 계셨던것은 아니겠지요....
▣ Sokong - 뵙지는 못했읍니다...하지만 정상에서 소란한 모습을 보셨다면 어쩌면 저희 산악회였을 것도 같네요..불편을 끼쳐 드렸다면 죄송합니다..몇명씩 다닐때와는 달리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조금은 더 시끄러워지더군요..님의 너그러우신 이해를 바랍니다..그런데..님께선 일요일 산행하셨던 것은 아닌지..저희는 토요일이었거든요..?
▣ binjaree - sokong님 그렇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시간에 거기 있었거든요 아마 그날 단체산행은 kj산악회와 s양회 회사분들 두팀이던것같던데...얼핏보고 참 높은곳에서 시산제를 지내는구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날 참 날씨가 넘 좋았죠?밑에 그날 사진 몇컷올렸었는데 보셨는지모르겠네요 불암산님은 일요일산행이셨던건같구요 산행기 잘보고갑니다^^
▣ skkim - 먼저 산행기가 올라 왔군요... 그 날 우리산행이 많은 (?)분 듥
▣ skkim - 그 날 저희들 산행에 많은 분들들께 폐가 되지나 않았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저 역시 단체산행을 많이 하는 편이아니고 하더라도 항상 후미에서 홀로 진행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날 만큼은 220여장의 사진을 찍으면서도 거의 선두권에서 산행을 했지요...또 오대산으로이어지는 1,462봉 눈 능선등산로는 추억의 기억으로남을 것 같군요...^L^...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는 산행...고대하겠습니다...수고하셨구요...감사합니다.~!!
▣ 불암산 - 저는 일요일 산행 이었습니다. 자꾸만 일요일날 정상에서의 상황이 너무도 똑같다보니 제가 착각이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高山病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