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초입 극락암
스승은 극락으로 가고 없고 제자만 오수를 즐기고 있다
더위에 늘어진 엿가락같은 몸
바닥 드러낸 계곡도 목이 마르다

지글지글 태양불로 만물을 태우는
희랍신들이 살 것만 같은 신불산
몸 낮춘 억새들만 살아 남는다

오가는 이 끊긴 간월산 중턱
달님은 소식도 없고 해님은 무섭다
소나무 그늘아래 누운 몸은 무겁다

길을 놓쳤나보다
배내봉 지난 능선길은 하염없고
햇살은 설핏하다
불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떠나간 연인을 만난 것처럼 눈물겹다
나는 배내골 반대편 마을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