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 사람으로 현재 제주에 독신 전근와서 근무중입니다. 산행을 즐기기는 하나
운동삼아 하는 수준이고 산악인으로 불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주에 1년 정도 있으면서 한라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제주도가 100이라면 그 중 80은 한라산이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여러 번을 다녔습니다만 겨울 한라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집이 부산이라 눈 내린 산은 구경한 적이 거의 없었으므로 산행장비도 변변치
못했지요. 지난 2월 14일 아직 눈으로 푹 덮힌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정상정복이라는 처음 계획과는 좀 어긋났지만 참 인상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처음 쓰는 산행기라서 형식을 몰라, 시간순서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선배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한라산겨울산행기
(겨울 어느 맑은 날 눈 덮힌 한라산을 오르다.)

1

기대를 갖고 눈 뜬 일요일 아침, 창 밖은 환했다. 방문을 열고 베란다에 나와보니 하늘은 코발트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수평선은 그리 선명하지 못했으나 흐리지는 않았다. 남쪽으로 보이는 한라산은 안개더미에 묻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 런닝 차림으로도 추위를 못 느낄 정도로 바람은 포근했다. 보기 드물게 좋은 날씨였다.

그러나 뱃속은 여전히 좀 불편했다. 지난 목요일 직원들과 횟집에서 회식을 하면서 서비스로 나온 고등어회를 몇 점 먹었는데 그게 탈이 나서 이틀을 고생했다. 결국 위벽에 박힌 기생충을 꺼내려고 위내시경 시술까지 받았다. 후벼파는 듯한 통증은 곧 없어졌지만 위벽이 부어 있어서인지 더부룩한 불편감은 여전했다. 벼르고 벼르던 한라산 겨울산행이었다. 속 좀 불편하다 이유로 황금같은 날을 배 깔고 보낼 수는 없었다. 전날 이미 겨울산행에 필요한 아이젠, 방한모, 방한내의에 장갑까지 구입해 둔 터였다.

등산장비는 한 번 사면 오래 쓰므로 처음 살 때 좋은 걸로 사두라는 말은 들었지만 뭐가 그리 비싼지 그냥 내 수준에 맞는 놈들로 적당히 구색만 갖추었다. 한라산산행에 그렇게 번잡하고 비싼 장비가 필요할 것 같지도 않았다. 끝까지 고민한 건 스팻츠였다. 한라산에 눈이 오긴 많이 왔었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봄 같은 날씨가 계속 되었기 때문에 눈이 발목을 덮을 정도야 되겠나 싶어 가게 점원의 강력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사는 걸 포기했다. 결국 내 판단이 옳긴 했지만 돈 생각만 아니었다면 주저 없이 샀을 것이다.

세수를 하고 늘 하던 대로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하고 평소보다 더 든든히 아침을 먹었다. 정상등정계획은 전날 저녁에 수정되었다. 기생충 때문에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처음하는 겨울 산행에 너무 무리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선택한 코스는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차를 가지고 제주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2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합실로 들어갔다. 지역특성상 시외버스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서인지 터미널은 늘 한산한 편인데 일요일 아침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시간을 미리 알아보지 않았으나 다행히도 10분을 채 기다리지 않아 버스에 올랐다. 차에 타기 전 다소 급하게 간단한 먹을거리를 몇 가지 준비했다. 뭐 그리 장거리도 아니고 윗세오름 대피소에 매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므로 쵸코바 3개와 찹쌀떡 4개 그리고 캔커피 정도만 샀다. 물은 집을 나올 때 충분히 준비했다. 경험상 물은 충분하다 생각해도 항상 부족했다.

1100도로를 굽이굽이 넘고 돌아 1시간 남짓만에 영실입구에 도착했다. 적당히 넓은 주차장이 승용차로 가득 차 있었다. 거기서 다시 포장길을 걸어서 30분 정도 올라갔다. 등산로의 입구임을 알리는 큰 안내판이 서있고 차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겨울 한라산의 눈꽃은 해마다 계절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자연히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겨울이 관광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제주공항은 때 이른 상춘객들과 겨울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주로 산악회중심으로 단체 등산객들이 많은데, 영실입구에도 무리를 이룬 등산객들이 곳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산행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좀 시끄럽다 싶으면 경상도 사람들이다.

울산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몇 명이서 왔는데, 아이젠을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아서 매점에서 만원짜리 네발 아이젠을 구입하고 있었다. 아이젠을 처음 착용해보는지 그런걸 신고 산행을 해야 한다는게 영 탐탁치 않은 듯 "이거 꼭 이래 차야되나?" "마, 울산 문수산이나 가자카이" "이거 울산 아이젠하고 틀리네"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떤 아줌마는 내가 착용하고 있던 7발짜리 아이젠을 보더니 "야, 그거는 존네. 아저씨 그거는 얼맨교? 어디서 샀는교?" 하면서 신기해 하길래, 시내에서 2만원주고 샀다고 했더니 " 아이고 아저씨 산에 마이 댕기는 모양이네 ""좋기는 존네"하면서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사실 내가 착용한 아이젠이 등산용품점에서는 제일 싼 편에 속했다. 4발자리 아이젠이 더 싸긴 했지만 인터넷에서 본 겨울등산기에서 6발 아이젠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걸 읽은 기억이 있어서 그래도 그 중 싼 걸 구입했다. 살 때부터 성능이 미덥지 않더니 나중에 하산할 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등산로 초입부터 두터운 눈길이었다.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상이 부채살처럼 펼쳐진 장관을 마주하고 걸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도 적적하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앞서가고 있었고 또 내려오고 있었다. 처음 신어 본 아이젠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눈을 밟아갔다. 발자국마다 기분도 좋아졌다. 한라산신의 신령스런 손길이 고향 떠난 객의 시름을 달래준 탓일까, 불편했던 뱃속도 이미 편안해 졌고 몸은 날 듯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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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전체로 보면 영실은 서남쪽에 있고 어리목은 서북쪽에 있다. 두 코스가 만나는 지점에 해발 1,700미터의 윗세오름이 있다. 정상에 오르려면 거기서 1시간이상을 더 가야하지만 지금은 자연휴식년제로 막혀있다. 경치만으로 본다면 영실코스가 한라산의 여러 등산로 중에서 가장 압권이다. 사계절 언제라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오르기도 비교적 쉬워서 굳이 등산을 목적으로 온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올라갔다 올 만하다.

특히 영실기암으로 불리는 절벽의 경치는 제주 12경중 하나로 그 모양이 마치 부처님의 제자들이 서있는 것 같다고 해서 오백나한이라고도 불린다. 그 기기묘묘한 모습이 진짜 사람이 굳어 있는 형상같기도 하고 일부러 조각을 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이 영실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해서라고 한다. 어디든 빼어난 경치에는 그럴듯한 전설이 전해져 오듯이 이 영실기암도 기가 막히게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옛날 한 어머니가 500 아들과 함께 살았는데, 어느 해 흉년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양식을 구해오라고 하고 아들들이 돌아오면 먹이기 위해 죽을 쑤었다. 그러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아들들이 양식을 구해 돌아왔으나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큰솥에 죽만 가득 끓고 있었다. 배가 고팠던 아들들은 맛있게 죽을 먹었다. 맨 마지막에 돌아온 막내아들이 죽을 뜨려다가 솥바닥에 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막내아들은 그 뼈가 어머니의 뼈라는 것을 알고 통곡하며 제주 서쪽 끝 차귀도로 가서 바위가 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형들도 슬퍼하며 울다가 바위로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 남은 바위가 499개라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에 있는 그랜드캐년이 미대륙을 만든 거인의 발자국이라는 싱거운 전설에 비하면 황당하지만 얼마나 극적이고 한국적인가.

사실 영실은 가을이 제일 볼만하다고 한다. 그 기암괴석의 절벽 틈새 곳곳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토해내는 붉은 단풍이 폭포처럼 절벽에 부딪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이 겨울에 눈에 덮힌 모습을 보고 눈 쌓인 자리에 단풍을 가져다 놓으니 상상속의 산은 더 검붉게 타올랐다. 지난 가을 벼르다가도 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겨울산행에서 가을 산의 모습을 생각하니 조금씩 힘들어가는 몸이 한결 가벼워 졌다. 산길은 시작과 함께 계속 오르막이었다.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한 30분을 계속 오르다보니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은 생각보다 많이 쌓였다. 한라산의 등산로는 대부분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양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1미터정도 높이의 철제 기둥이 박혀있는데, 그 기둥의 끝부분만 간신히 눈길 양쪽으로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눈이 적어도 1미터 정도는 쌓였다는 이야기다. 눈이 더 쌓였더라면 이곳이 등산로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나무 가지에 매어진 빨간 리본뿐이었다.

영실코스는 듣던 대로 괜찮았다. 지난 가을 어리목코스를 탈 때는 햇볕이 들지 않는 숲길을 1시간 가까이 힘들게 올라서야 겨우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영실코스는 초입을 벗어나면 얼마 안가서 바로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다. 오른 편으로는 영실기암과 병풍바위가 오를수록 변화무쌍했고 왼편으로는 서귀포 앞바다, 문섬과 섶섬, 산방산까지 손에 잡힐 듯 한 눈에 들어왔다. 눈앞에 티끌하나 막힘이 없는 맑은 날씨가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잠깐씩 숨을 돌려가며 1시간을 올랐다. 가파른 산길이 끝나고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섰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세차고 차가웠으나 봄이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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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정상에 가까울수록 광야처럼 넓게 펼쳐진다. 육지의 여느 산처럼 능선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없는 대신 일단 어느 정도까지만 올라가면 사방이 확 트인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올라올 때의 피곤함 정도는 한 순간에 날릴 정도로 거칠 것 없이 깔끔한 풍경이다. 주능선과 주변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온통 눈밭으로 변해 있었다. 눈이 없는 원래 모습을 상상 할 수 없었다.

인상적인 침목 등산로도 눈에 덮혀 버렸고 적당한 크기로 자란 구상나무들도 눈에 파뭍혀 군데군데 가지 끝만 드러나 있었다. 붉은 삼각기를 끝에 매단 긴 장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등산로를 따라 서 있었지만 믿을 수 있는 건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뿐이었다. 중국의 작가 루신의 말이 생각났다. 길이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 그게 길이 되었다고.

발자국길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자칫 크레바스에 빠질 수도 있었다. 길이 아닌 곳 중간 중간에 사람들이 헛디딘 발자국이 있었는데 그 깊이가 족히 1미터는 되었다. 히말라야처럼 빠져서 죽을 정도의 크레바스는 아니지만 아무튼 헛디디지 않으려고 발자국길만 줄기차게 따라갔다. 멀리 앞서가는 행렬이 보였다. 윗세오름으로 이어지는 긴 평원을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에베레스트의 설원을 걷는 알피니스트들을 연상케 했다. 아, 저 길을 나도 걷겠구나. 벅찬 흥분이 몰려왔다. 바람은 잦아졌다가도 다시 몰아치곤 했다. 눈보라가 흩날리면서 목줄기를 훓고 지나갔다. 방한모를 챙긴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

윗세오름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실입구에서처럼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대피소 근처에 흩어져 있었다. 주변의 작은 오름은 천연 눈썰매장이 되어 있었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비닐포대를 깔고 신나게 미끄럼을 탔다. 경사가 일반 눈썰매장보다는 더 급해서인지 속도감은 더 있어 보였다. 혼자서 멋쩍게 구경만 하다가 대피소를 향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띤 건 사발면 이었다. 사람들마다 사발면을 하나씩 들고 후루룩거리고 있었다. 대피소안은 사발면을 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울 산행 끝에 뜨끈한 사발면 한 그릇 맛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사발면 먹는 건 포기했다. 당분간 면종류를 먹지마라는 의사의 지시도 있었지만 순서를 기다리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미리 준비해 온 것도 처치 해야 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 적당한 곳에 비닐 봉지를 깔고 앉아 찹쌀떡을 꺼내 먹었다. 냉수에 찹쌀떡이라, 속이 좀 서늘하긴 했지만 허기 때문인지 맛은 일품이었다.

천천히 간식을 끝내고 앉아서 캔커피를 따서 마시고 있으니 주변의 단체 산행객들이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해서 두 팀의 단체사진을 찍어 주었다. 친구들이 생각났다. 지난번 친구들 모임 때 함께 부산 해운대 장산 정상에서 바다 멀리 보이는 섬을 보고 저게 대마도니 거제도니 하면서 웃고 즐기던 일이 떠올랐다. 내 또래의 10여명이 웃고 떠드는 모습에 친구들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빨리 육지로 돌아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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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향하는 길도 대설원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 바다도 청명했다. 지난 가을의 산뜻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 돌아 왔다. 줄곧 완만한 내리막이기 때문에 등산로 자체가 천연 눈썰매장의 기능을 했다. 걸어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좀 위험하지 않나 싶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즐기고 웃어주었다. 사람들이 산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

윗세오름에서 본 바다는 하늘과 하나였다. 다만 그 경계에서 일어나는 해무의 긴 띠만이 하늘과 바다를 구분 지을 뿐이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그 경계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하늘과 바다를 갈라놓은 긴 띠가 점점 위아래로 퍼지면서 옅어져 가고 있었다. 희색과 파란색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색들이 마치 미술교과서의 채도견본처럼 촘촘히 나열되어 있었다. 이미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무의미했다. 그래서 전투기조종사들이 하늘에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일까?

개괄지가 끝나고 어리목으로 가는 숲길로 접어들었다. 어리목길은 원래 대부분 나무 계단이나 침목으로 되어 있으나 눈에 파뭍혀 계단이고 침목이고 식별할 수 없었다. 몇몇 어른이나 아이들은 비닐포대나 비닐봉지를 깔고 미끄럼을 타며 내려갔다. 등산로 자체가 작은 협곡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봅슬레이장과도 같았다. 적절히 제동하지 않으면 속도 때문에 등산로 밖으로 튕겨 나갈 위험도 있어 보였다. 재미있어 보이긴 했으나 직업상 위험회피의 본능(제 직업이 보험회사 보상팀장입니다)때문에 안전하게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아이젠이 문제를 일으킨 건 하산할 때였다. 등산화와 아이젠을 고정시키는 띠가 강력 고무밴드로 되어 있는데 협곡의 경사길을 계속 밟고 내려오다 보니 고무밴드가 밀리면서 신바닥에 있어야 할 아이젠이 옆으로 자꾸 움직여 신바닥을 이탈하는 것이었다. 내내 신경이 쓰이면서 여러 번 이탈된 아이젠을 바로 잡으며 내려왔다. 고무밴드라서 착용하기에 쉬울 것 같아서 구입했는데 역시 견고함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언제 다시 겨울 산행을 하게될 지 모르겠지만 아주 튼튼한 놈으로 다시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윗세오름에서 출발할 때 대피소에 붙어있던 버스시간표를 미리 확인하였기 때문에 다소 여유를 두었으나 내려오면서 아이젠에 신경 쓰느라 생각보다 늦었다. 어리목광장에 도착한 시간은 1시 50분. 버스정류장까지 약 10분 정도 걸리므로 버스출발시간 까지는 그래도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사발면을 사먹었다. 하산길에 필요이상으로 체력소모가 심했다.

버스는 정시보다 5분 늦게 도착했다. 날씨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버스 안은 난방장치를 가동해서인지 다소 답답했다. 피로는 몰려오지 않았다. 1100도로를 내려올수록 하늘과 바다는 더 하나처럼 가까워졌고 숲은 더 성성했다. 고작 네시간 동안의 산행이었지만 겨울 한라산은 어머니처럼 크고 따뜻했다. 끝.


▣ 산거북이 - 영실-윗세오름-어리목, 겨울 풍광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산행기군요. 감사합니다. 그 코스로 작년 봄에 철쭉산행 다녀왔더랬습니다.^^ 한라산탐행기 계속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