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10월 3일(일요일, 날씨 쾌청)

누구랑 : 아내와 딸

 

모처럼 대전에 살고 있는 처형네 집으로 두여인을 모시고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저 혼자만 산행을 즐기는것 같아 내심 미안하여

이번에는 흔쾌히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기로 결심을 하고 나니

제2중부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같이 산행을 즐기면 될 터인데

두여인 다 산이라면 손사레를 치니 원~

 

대전에 도착을 하여 두루치기에 술한잔씩하고 나니

별 할일이 없어 멍하니 TV를 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온 우리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는 처형은

찜질방을 얘기합니다.

 

" 서울에도 찜질방은 많은데....."

 

그때 동서의 진짜 반가운 한마디

" 권서방 내일 아침에 계룡산 갈껴~"

 

(아내와 딸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속으로) " 심~봤~다!!!!!"

 

우리 가족끼리 산에나 갑시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아내와 딸은 내키지않아 했으나

동서의 간곡한 권유로 O.K

 

한동안 산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처형은 지리산 뱀사골산장에도 다녀왔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하고, 동서는 대전근교의 산을 들먹이며

산행실력을 자랑 하였습니다.

 

" 앞에 진정한 산꾼이 있소!!   가소롭군.ㅎㅎㅎㅎㅎ"

 

그때 모든 상황을 뒤엎는 딸아이의 한마디~

"우리 아빠는 한국의 산하 총무인데요."

 

그러나 그 가여운 부부는 한국의 산하를 모르고 있었다.

이 개명천지에 한국의 산하를 모르는 사람이 지척에 있다니~

한참을 한국의 산하에 대하여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고

설레는 맘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와 딸을 깨우니 전날의 약속은 잊은 채

동서와 둘이서 갔다 오라고 합니다.

 

순간 진바지에 운동화차림인 나는 동서와 둘이 가면

쳐질게 뻔한이치~

끈질기게 아내와 딸을 설득하여 남매탑까지 가기로 설득에 성공하였습니다.

 

아내와 딸, 그리고 동서와 함께 계룡산으로

 

대전에서 유명한 산이어서인지 주차장은 벌써 차로 가득하고

산행인파로 인산인해입니다.

 

동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를 안내하였으나

딸아이가 투정을 부리며 뒤쳐지자

정상에 다녀와서 남매탑에서 만나기로 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오르는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둘이만 왔다면 어제 저녘에 쎈척한것이 부끄러울뻔 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고수도 많은 법!!!      휴~

 

두 여인의 느림보산행을 이끄느라 저도 지쳐갑니다.

딸아이는 거의 제팔에 제 체중을 다 싣습니다.

 

"아빠   남매골은 가서 뭐해?   그냥 내려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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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쉬었다가 천천히 가자고 하며 달랜다음

목마를 태웠습니다.

옛날 어릴적 생각만하고 호기를 부렸다 목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딸아이도 미안한지 내려달라고 하더니 제 혼자 올라갑니다.

 

드뎌 남매탑

남매탑에 얽힌 전설이 적힌 안내판이 있었으나 대충만 훓어 보고

동서와 캔맥주를 마십니다.

 

호랑이가 물어다 준 아리따운 처자와 결혼 할 수 없어

남매로 지냈다는 얘기.....(호랑이를 치료해 준 대가로)

경북 상주의 처자라는 제법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호랑이가 물어다 줬다고 하니~

 

" 나도 동물원 가서 호랑이에게 환심을 사봐?ㅋㅋㅋㅋㅋ"

 

가을 햇살이 가득한 암자에서 산세를 조망하고

동학사쪽으로 하산합니다.

 

돌들이 깔린 내리막은 계단도 아니어서

미끄럽습니다.

딸아이는 투정이 점점 심해집니다.

 

동학사에 다다르니 나들이객으로 길이 가득합니다.

추녀와 지붕의 고운선 저 너머로 산봉우리들이 보이고

비구니스님들의 분주한 발걸음도 그대로 가을풍경이 됩니다.

 

평평한길을 가을햇살 듬뿍 받으며 가벼운걸음으로

딸아이와 장난치며 한가로이 걷습니다.

 

전혀 예상치못한 평상복차림의 산행이었지만

아내와 딸과 함께한 계룡산행은 행복했습니다.

 


 
 
 동학사너머로 보이는 계룡산
 

 

 

 

 

 

 

 

 

 

 

 

 

 

 

 

 

 

 

 

 

 

 

 

 

 

 

 

 

 

남매탑

 

 

 

 

 

 

 

 

 

 

 

 

 

 

 

 

 

 

 

 

 

 

 

 

 

 

 

 

 

 

산에 가기싫어하는 모녀

 

 

 

 

 

 

 

 

 

 

 

 

 

 

 

 

 

 

 

 

 

 

 

 

 

 

 

 

 

가을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