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풋기운 영글은 팔공 종주(갓바위-가산)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추분  절기로다.
북두셩    자로돌아
서편을     가라치니
션션한    조석 기운
추의가    완연하다.


지난주 천성산 산행때 숙취로 얼마나 혼이 났던지 고슴돛에 놀란 개호주 밤송이에 놀란
짝이되어 후배넘  생일임에도 술은 입에도 안대고 배꼽이 맹꽁이가 되도록 머슴밥을 고봉으로
먹고는 집에서 퍼질러 잤다.


거실  자명종 소리에 언뜻 잠을 깨니 벌써 시간이 3시가 가까웠네 .
대충 한술뜨고 보따리 챙겨 곁과 함께 그리운 팔공 자락으로 향한다.
곁과 지리종주를 하고픈 맘이 불일듯 하나 아무래도 무릎관절이 염려되어 두어번 더 예비산행을
해 추이를 지켜본후에 결정하자 싶어 애써 마음을 다잡았었다.
칠곡, 동명 삼거리엔 코스모스님이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있다.


해원정사에 로시난테를 맡겨두고  기점인 갓바위 주차장으로 간다.갓바위로 잘 알려진 미륵 여래의
염험으로 인해 중마을엔 밤낮이 따로 없을만치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붐비는탓에 가게문도 열려있다.
코스님은 손두부와 탁주 한병을 배낭에 챙기시고는 곁과 도란거리며 치악산 사다리병창 만큼이나
유명한 돌계단을 먼저 올라선다.


한계단에 합장하고 두계단에 미륵여래를 외면서 무사산행을 기원하며 오른길이 어느덧  관봉에 이른다.
갓바위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신심을 돋우어 발원에 힘쓰고 객 역시 뭐든 한자리 소원하고픈
욕심이 일었으나 어쩐지 어색한 겄 같아 서둘러 자리를 비켜난다.
코스님이 준비한 두부와 막걸리로 시원하게 해장을 하고는 코스님과 헤어져 본격적인 산해을 시작한다.


산행 초입 등로 한켠에 금방 누가 저지른듯한 황금빛 서기가 어리는 누른 떵이 한바지게는 실할 만큼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어 미소와 함께 좋은 예감이 든다.
팔공이 처음인 곁에게 꼴같잖은 주제를 생각않고 아는체 하며 오르는 길이 제법 신명이 그럴싸한데
능선을 치달으며 넘다드는 운무탓에 조망은 그리 신기할겄이 없더라.


오르락 내리락 능성재로 닫는길에 깡마른 체격에 서늘한 눈빛을 가진 아저씨 한분이 빛살처럼 먼저 치고
나가신다.      일견임에도 보통이 아니라는 짐작이 절로 든다.
능성재에서 거추장스런 긴바지를 벗어 버리고 늘 입는 짧은 반바지로 바꿔 입고 걸으니 그제야 겨우
걸음에 날이선다.
긴바지가 넉넉한 나머지 풍성하기 까지 뵈는 곁도 반바지가 훨- 걷기 좋다며 핫팬츠 예찬에 기름을 붓는다.


은해사 갈림길을 뒤로하고 절벽 쇠난간을 부여잡고 두어번 구르면 한숨 돌리기 용이한 헬리포트가 나오고
길은 부드러운 아치를 그리며 오르막으로 변한다.
솔과 진달래가 적당한 길은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산행 지수를 최고로 끌어 올려 준다.
오솔길 같이 참한 능선은 930봉으로 살짝 솟구쳤다가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꺾이면서 순하게 내닫는다.


거조암에서 시작되는 팔팔한 능선이 기운차게 시야에 따라 붙더니 993봉 어름에서 우뚝우뚝한 기운찬 암봉을
솟구치어 참으로 장관인데 동안 등뒤에서 아이들 얘기 수다쟁이 이웃집 아줌마 얘기들을 소곤거리던 곁은
된비알을 만나 얘기가 뚝  끊어진다.
지도상에는 거조암으로 떨어지는 길이 실선으로 연결되 있어 직접 확인해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어
토박이 꾼들이나 찾는 묵혀진 길로 잊혀지고 있었다.


신령재에서 잠시 숨을 죽인 길은 이후 칼날같은 암릉을 피해 대부분 능선 우편 사면으로 안전하게 연결되어
동봉으로 기운차게 뻗어간다.
능선상의 온갖 기암을 구경하는 조도가 수시로 나타나나 영도다리 난간대만 잡아도 범 만난 포수처럼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곁을 강권할수 없는 처지인지라 그저 동봉으로 소금짐 끄는 나귀처럼 끄덕끄덕 오르기만 한다.


원체 오르막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곁인지라 한번도 쉬어가잔 소릴 않고 잘도 따라 온다.
오히려 아픈 관절을 염려하는 내리막길이 시간이 더 걸리는 웃지못할 기현상이 벌어져 한편으론 측은하기
까지하다.
동봉 정상엔 많은 많은 사람들로  적당한 자리가 없어 마애여래좌상 가는길에 있는 밥상 바위로 가서 도시락
끌러 걸판진 아침을 먹는다.   밥에 김치가 전부이건만 부부는 이마를 맞대고 술질에 여념이 없다 . 부창부수...


신발 벗어 탈탈 털어신고 곁의 무릎에 파스도 새로 바르고 물도 넉넉히 마신 다음에 내먼저 서봉으로 썩 나서
길을 조인다.
말은 안했지만 톱날 능선을 거치는 서봉에서 마당재까지가 팔공의 최난 코스인 까닭에 내심 곁의 시원찮은
관절이 은근이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서봉을 눈인사로 지나치고 조망이 좋은 바위에서 톱날 능선과 멀리 가산을 가리키며 가야 될 곳이라니 그저
고개만 가만히 끄덕인다.


내려서는 길의 울창한 숲과 묻어나는 바람엔 초가을의 운치가 새콤하지만 거친길을 내려서는 곁이 안쓰러워
풍광이 제대로 눈에 잡히지 않는다.
키가 작으면 다리라도 좀 길던지 그도 아니면 관절이라도 좀 튼튼 하던지 할것이지 원...
거의 기다시피 내려온 길이 그래도 마당재까지 수월히 떨어진다.   
가재 걸음을 걷는 곁이 민망해 흘낏 쳐다보니 맴을 알았는지 걱정말고 어서 가잰다.


파계봉 오르막 구간에 이르자 동안 꼼지락 거리며 열불 터지게 하던 걸음이 엉덩이에 살맞은 멧톧마냥 쏜살
같이 올라간다 .  거참...
파계봉을 밋밋하게 내려선 길은 파계재에서 허리띠를 잠시 풀었다가 된비알 짖쳐 한티재로 가뿐하게 뛰어간다.
팔공의 가장 험난한 길이 톱날등이라면 가장 무른 길이 한티재 구간이니 한탯줄에 난길이   어쩌면 저리도
다를수 있단 말인가 .


부드러운 길은 훓어 내리노라니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의 행락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어  그 명성을 짐작케 한다.
한티재 휴게소가 저만치 보일때쯤 웬 중년 부부가 바짓가랭이 둥둥 걷어 붙이고 마치 산악 마라톤 하듯 기세
좋게 달려 내려간다. (이후 이부부와 가산 언저리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다)
한티 휴게소엔 예상대로 수많은 차량으로 중고차 시장을 방불케하고 유산객으로 넘쳐 나지만 눈에 뵈는 산꾼은
우리부부와 마라톤 산꾼 내외뿐 되려 한적하기까지 하다.


곁에게 무어 요기래도 좀 하재니 커피나 한잔 마시잰다.
한테이블 건너의 마라톤 부부는 밥에 국수에 소주까지 산해진미로 차려놓고 든든히 먹어댄다.
문득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위정자들의 이전투구와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항의표시로 금연을 시작 했는데 알아
주는 놈은 커녕 곁조차도 시큰둥해(끊어봐야 3-4년이면 또피니까) 더한층 씁쓸하다.
곁이 잠깐 화장실로 자리를 비운사이 뼘길이의 나뭇가지를 꺾어 째보 엿가락 빨디끼 비스듬히 물었으나 그게 어디
진짜 담배맛에 대척이나 될까 ?


입맛을 쩝쩝 거리며 걸망 두러메고 곁을 기둘려 가산 능선으로 길을 꾸짖어간다.
휴게실 화장실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은 짤막한 오르막을 지나 폭이 좁은 두어개의 연봉을 연이어 지난뒤 암내에
상승한 부사리의 고삐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며 가산으로 달려간다.
평균고도 7-800 안팎의 완만한 능선으로 빙설기땐 두어군데 위험구간이 도사려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 질그릇처럼
투박하고 소박해 유유자적 하기엔 무리가 없는 편안한 길이다.


아픈 다리를 끄느라 사설이 없어진 곁을 다독이며 초가을 수림속을 헤엄치듯 걷는다.
우리보다 한발을 더 놓아 괴성을 지르며 사라진 마라톤 부부는 치키봉을 채 못가 꼬리를 잽히고 뛰는 놈이 걷는놈
에게 뒷덜미 체인게 무안한지 또 힘찬 구령과 함께 날듯이 사라진다.
치키봉에서 아줌마 부대 서너명을 만났는데 안내판에 씌어진 치키의 '키' 밑에 누가  ㄴ자를 그려 놓은것은 보고
치키가 맞느니 치킨이 맞느니 설왕설래가 대단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먹성 좋은 아줌마들이고 보니 치킨으로
낙착을본다.   언어의 변천은 때론 전광석화 같이 순식간에 일어나나보다.


편한 능선을 설렁 설렁 걸으니 곧이어 할매 할배 방구가 나오고 여태 숨죽이던 길은 오르막으로 비알을 짓는다.
힘들여 걷던 곁은 오르막을 만나자 개구리 쫓는 살모사 처럼 너덜거리는 서방넘의 뒤를 바짝 따라 붙는다.
가산 갈림길이 지척인 곳에서 날듯이 가던 마라톤 부부와 또다시 조우한다.
남편되는 양반이 "아니 우리는 뛰고 그쪽은 걷는데 어째 만날 꼬랑지를 잡히는지 모르겠다" 며 농반 진반으로
격려성 인사를 건넨다.


가산 오름길에서 들으니 동문쪽에서 헛둘헛둘 하는 소리로 봐 해원정사로 마라톤을 달려가는 모양이다.
그들에게 즐산 행복 있으시길..
산성의 성벽을 따라 자연스레 연결된 길을 따라 정상으로 더듬어 올라간다.
오르막은 겁없이 잘 오르던 곁이 조금씩 뒤로 쳐지기 시작한다.   걸음을 더 천천히 해 곁과 보조를 같이 했으나
산행후 처음으로 좀 쉬어 가재며 객의 발길을 만류한다.


정상엔 거리가 표시된 작은 표지석이 박혀있고 용방구는 어데 있는지 뵈지도 않는다.
잠시 머물렀다가 해원정사로 내려선다.
이젠 거의 외다리 실버 선장의 수준으로 가재 걸음을 걷는 곁은 앙다문 입술 사이로 고통을 참는 표정이 확연해
좀 쉬어 가자며 손을 끌었으나 좀체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내려선다.


동문을 지난길은 임도를 걸쳐가다 샛길로 빠지고 또다시 임도와 재장구 쳤다가 지름길로 매표소까지 엮어 그 끝을
맺는다.  주차장엔 차들로 빼곡하고 오락가락 하는 성긴 빗발 탓에 유산객들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하다.
휴우-  다왔긴 왔나보다...

                                     2004년 9월5일   끝.

 

#각 구간별 도달시간.

*05시 30분... 중마을
*09시 30분... 동봉.
*13시 00분... 한티재.
*15시 20분...가산
*16시 15분...해원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