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로봉 정상에서.. <2004.08.29 18:01>











처음 계획은 경북 영덕 동대산의 원시림를 맛본 후, 포항 내연산의 12폭포의 비경속에 빠지려던 산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지봉까지 힘들게 오른 우리는 늦은시각에도 불구하고 무슨 마음인지 향로봉까지 내달았습니다. 앞으로 닥칠 어둠속 내연산 너덜계곡의 고난의 길은 상상도 못한채 말입니다.

우리가 보고자 했던 12폭포의 비경은 어둠에 묻히고, 폭포소리에 묻혀 사라졌습니다. 희뿌연 달님만이 고난의 길에서 허느적 거리는 우리를 애처로이 바라보고 있었지요..ㅠㅠ






◁영덕군회리2동-동대산-삼지봉-향로봉-시명리-연산폭포-포항보경사▷


 



일시: 2004.08.29 (일요일)

날씨: 오전에는 약간 흐렸으나 점차 개스가 차고 더욱 흐려짐. (조망이 좋지 않음.)

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車의 길: 경남 통영시-西마산-北부산-대저JC-대동JC-양산-언양-경주-포항-흥해-장사해수욕장-회리2동 마을회관


산행코스: 경북 영덕군 회리2동 마을회관-천율지-대추밭-경주이씨묘(이탈)-안부삼거리(잠시 알바)-학성바위-동대산-동자봉-(길을 잃음)-삼지봉-마당미기-향로봉-안동권씨묘(이장)-시명리-은폭포-연산폭포-보현암-쌍생폭포-보경사-보경사 매표소---시명폭포에서 쌍생폭포까지는 고난의 길

산행시각

07:20 통영출발
09:21 언양휴게소
11:07 경북 영덕군 회리 도로 확.포장공사 컨테이너 박스 앞

11:09 회2리 마을회관 <산행시작>
11:18 천율지
11:45 계곡이 시작하는 지점 (길이 없음)
11:50 Back하여 우측 산길로 올라감 (예정한 정상등로 이탈)
12:12 경주이씨묘 (여기서 좌측으로 90도 꺽어 내려옴)
12:50 쓰레기 소각 돌아궁이가 있는 삼거리 안부 (우측으로 가야 하는데 좌측으로 감)
12:56 부산일보 리본 (똑바로 달린것인데 거꾸로 가는 우리가 볼때는 리본이 거꾸로 달린 것 처럼 보임.)
13:02 다시 되돌아온 부산일보 리본이 있는 지점 (아까 돌려놓았던 리본을 원래대로 돌려놓음.)
13:07 쓰레기 소각 돌아궁이가 있는 삼거리안부 (17분 알바)
13:27 학성바위
13:50-14:10 너덜이 있는 우회등로에서 점심식사 (충무김밥)
14:37 동대산 아래 삼거리 (동대산,바데산, 동자봉으로 가는 삼거리)
14:45 동대산 정상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으로 표고 791.3m)
14:57 다시 되돌아 내려온 삼거리 (동자봉은 우측길)
15:55 동자봉 (시멘트로 만든 헬기장으로 표고 779m)
16:13 동자봉에서 삼지봉으로 내려오다가 길이 없어짐 (똑바로 내려오다가 묘지에서 좌측 길로..)
16:28 흰플라스틱 판을 매달아 놓은 지점 (검정 매직으로 '마두교 계곡 가는길'이라 적혀 있음.)
16:33 삼지봉 아래 삼거리 (삼지봉 안내판)
16:43 삼지봉 정상 (표고 710m)
17:30 마당미기 (표고 840m)
17:59 향로봉 정상 (표고 930m)
18:17 시명리로 내려가는 등로에 있는 첫 번째 묘지
18:36 안동권씨 묘지 (이장을 했는지 봉분이 훼손 되어 있다.)
18:50 시명리 안내판 (직진은 삼거리, 좌측 오름길로 가야 보경사 가는 길)
19:10 헤드랜턴 착용
20:46 연산폭포
21:10 보현암
21:28 쌍생폭포
22:01 보경사 경내
22:15 보경사 매표소 <산행 끝>

22:29-22:51 택시타다 (장사택시 054-732-5755)
23:10-23:25 흥해 소문난 옛날 찐빵집 손만두 (맥주1병과 손만두 진빵 먹음)
24:33-24:40 언양휴게소 (카푸치노 커피 마심)
02:30 통영도착

■ 산행 거리 약 23km
■ 산행 시간 약 11시간
■ 나의 만보계 46,700步
■ 車의 거리 왕복 511km

산의내력

▲동대산 東大山 →위치 : 慶北 捕項市 北區 竹長邑, 盈德郡 達山面, 南亭面

동대산은 각종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서 한때 학계의 관심속에 학술조사도 실시된 바 있으며 이웃한 내연산 보경사계곡 못지 않을 정도로 산수가 수려하고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아직 일반인에게 그리 알려지지않아 자연의 청정함 그대로 거의 오염되지 않은 山이다.
주변의 내연산, 향로봉, 옥계계곡의 그늘에 가려진 덕택으로 아직도 청량하고 등산로도 단조로운 편이다. 동대산 정상은 죽장면 하옥리에 소재하지만 대부분의 山行은 영덕군에서 시작된다.

▲내연산 內延山 →위치 : 慶北 捕項市 北區 竹長面, 松羅面, 盈德郡 南亭面

경상북도의 동해안에는 응봉산(998.5m) 천축산(650m) 금장산(848.7m) 백암산(1,003.7m) 팔각산(628m) 등 명산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산이 내연산이다. 동해안에 있는 산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남북으로 뻗은 대 산맥의 동쪽 급경사 능선에서 발달한 계곡이라 암반이 노출되도록 깊이 파여 계곡이 절경이다.

내연산계곡은 삿갓봉(716m)까지 끝없이 파고들면서 폭포 및 무수한 담으로 이어지고,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루면서 푸른 숲 속으로 옥수가 흐르는 수려한 계곡이다. 이같이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명당에 자리한 보경사(寶鏡寺)는 경북팔경에 들어있는 명소이다.

내연산 최고봉인 향로봉(香爐峰)에는 표석이 있고 넓은 공터에서 동해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특히 뛰어나다. 정상에서 보경사까지 반달 모양으로 뻗어 내린 주능선은 바위하나 없는 육산으로 수림이 울창하고 걷는 감촉이 좋은 산길이다.


 

동대산-[‘산으로 가는 길’에서 발췌]
내연산-[한국400산행기(김형수)에서 발췌]



동대산 (click here)

내연산 (click here)

참고 산행기 &산 (부산일보)




▲ 산행기 ▲

오늘은 경북 영덕 동대산과 포항 내연산을 답사하려고 한다. 전남 제암산으로 갈까? 하다가 부산일보 ‘산&산’ 의 기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경북포항은 전남 장흥보다 오히려 거리가 멀어 가기가 힘들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아침을 해드리고 출발을 하니 7시 20분이다.

 

▷ 장사해수욕장에서 좌측 서울해장국집 방향으로 진입하면 회리2동 가는 도로가 나옴 <10:51>

▷ 산행초입 (회리2리 입구) 도로 확장 포장공사 중 <11:07>

저번처럼 충무김밥 2인분을 사고 西마산-北부산-경주-포항-흥해를 거쳐 장사해수욕장까지 올라오니 어느 듯 시각이 10시 51분이다. 여기서 ‘서울해장국’이란 입간판이 세워진 곳을 향해 좌회전하여 회리2리가는 길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회리2리는 끝까지 포장이 되어있지 않고 마지막 조금 비포장인데 도로 확.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 곧 포장이 끝까지 될 것 같다.

 

▷ 천율지 올라가는 길가에 핀 익모초 <11:11>

▷ 천율지 올라가는 길가에 핀 달맞이꽃 <11:15>

아침 집에서 출발할 때는 햇살이 쨍쨍 했는데, 이곳(경북)으로 올라오니 날씨가 점점 흐려져 약간 흐린 날씨이지만, 산행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다. 아마 제16호 태풍 '차바'의 영향인가?? 회리2리 마을(노인)회관은 간판만 마을회관이지 일반 양옥집이나 진배없고,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니 천율지 둑이 나타난다.



▷ 천율지 올라가는 길가에 핀 등갈퀴나물 <11:15>


천율지 둑 아래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나이 드신 촌부는 우리가 동대산을 오른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길이 없을 텐데.." 하고 말한다. --사진 속의 야생화를 열심히 찍고 있는 와중에 엿들은 아내랑 나이 드신 촌부가 나누는 대화다. 하지만 아까 마을회관 아래에서 나이 드신 분에게 물어보니 학성바위까지 15리(약6km)라는 말을 들었기에 길은 있을 것이다.



▷ 아름다운 노송과 천율지 <11:18>


부산일보 기사에 나오는 사진과 같은 구도에서 잡은 사진이다. 이 산판길을 오를 때만 해도 희희낙낙 즐거운 산행길이다. 잠시 후, 등로 주변에는 각종 야생화가 우리를 반기는데, 칡꽃, 닭의장풀, 금마타리, 패랭이꽃, 도라지꽃 처럼 생긴 보랏색 야생화, 도토리인지 신갈나무 열매인지 도토리처럼 생긴 열매가 가득하다.

 

▷ 천율지 주변에 핀 도라지꽃 <11:21>

▷ 천율지 주변에 핀 닭의장풀 <11:23>




▷ 점점 수풀로 덮히는 희미한 등로 <11:27>





▷ 우거진 수풀속의 쥐똥나무 열매 <11:28>



 

▷ 부산일보 리본 (국제 신문에 비해 그 수도 적었고 요소요소에 배치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11:30>

▷ 수풀속에 피어있는 둥근이질풀 <11:31>

조금 올라가니 등로가 수풀로 덮여 점점 희미해진다. 말이 좋아 원시림의 비경이지 올라가는 우리의 마음은 약간 불안해진다. --혹시나 뱀이 나올까봐 스틱으로 전방을 두드리면서 진행.

잠시 후, 처음으로 반가운 부산일보 자주색 리본이 나타난다. (부산일보 리본은 요소, 요소에 비치해 놓지 않았던 것 같았다. 길이 헷갈리기 쉬운 지점에 리본을 설치해 놓았어야 하는데 통영말로 '메착없이' 비치해 놓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 등로에 자연히 떨어진 밤송이 <11:33>

▷ 우거진 수풀속의 붉나무 <11:38>

조금 올라가니 어럽쇼? 밤송이가 여러 개 떨어져 있네? 입을 벌린 밤송이 안에는 싱싱한 밤알들이 꽉 차 있구먼, 아내랑 잠시 밤송이 속에 있는 밤을 빼 내느라 정신이 없다. "햐.. 과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원시림이구나.."

 

▷ 올라가는 등로에 열려있는 돌복숭아 <11:39>

▷ 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길(왼쪽 붉은색 길)을 잃고 다시 되돌아온 등로 (오른쪽으로 올라감.) <11:50>

다시 조금 올라오니 계곡이 나타난다. 그리곤 길이 없어졌다. 부산일보 기사에서도 이곳이 제일 헷갈리는 지점이라고 적혀있어 신문까지 가져왔건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계곡으로 가야할지(횡단해 봤자 수풀로 우거진 상태고..) 계곡을 따라 위를 올라가야 할지? 아니면 우측으로 길 비슷한 곳을 억지로 뚫으면서 가야할지? 계곡을 건넌다고 쓰여져 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있나??

그래서 다시 Back하여 조금 내려오니 길이 90도로 꺾여지는 부분에 자세히 보니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이 길로 올라 가보자.(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탈한 등로인데, 신문에 있는 산행대장(박영태)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걸 그랬나보다.--011-9595-8469)

아내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며 궁시렁거리며 뒤에서 느릿느릿 마지못해 따라 올라온다. 나도 아닌 줄 알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조금 올라가니 붉은 비닐 끈으로 줄을 쳐진 곳이 나타난다. 또한 앞장서서 가니 거미줄 같은 폭탄들이 진로방해를 하는 바람에 스틱으로 제거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다. (계속 북쪽으로 진행)
얼마 후, 경주이씨 묘지가 나오고 이 묘지에서 좌측(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으로 내려간다.

 

▷ 부산일보 표시 리본이 잘못된 줄 알고 거꾸로 돌려놓음 (붉은색은 알바의 길) <12:56>

▷ 부산일보 표시 리본이 있는 근처에 피어난 버섯 <12:57>

이제부터는 느낌상 정상 등로인 것 같다. (하지만 부산일보의 등로는 아님.) 길을 따라 내려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등로가 마치 스펀지를 밟는 느낌이다. (낙엽이 쌓이고 쌓인 상태) 등로에는 버섯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한 40분을 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전방에 돌로 쌓아 만든 쓰레기 소각용 아궁이가 보이는 안부지점이다. 여기서 우측으로 진행해야 맞는 길인데,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우리는 좌측으로 내려간다. 잠시 후, 나타나는 반가운 부산일보 리본 "아!..이제 정상등로에 진입했구나.." 그런데 우측 나무에 걸린 리본 방향이 거꾸로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은 똑바로 달린 것인데 ..) 그래서 거꾸로 돌려놓고 내려간다.

 

▷ 다시돌아온 안부3거리(우측 빨간색 길로 우리가 올라와 좌측으로 잘못감) <13:07>

▷ 오르면서 본 학성바위 <13:27>

그런데 올라가야 하는 우리가 자꾸만 내려가는 느낌이 들고 아까 리본도 거꾸로 달려있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U턴을 하게된다. 결국 금쪽 같은 17분을 허비한다. 사진에서 빨간색 길은 알바의 길이고 하늘색 길이 정상 항로의 길.. (물론 올라오면서 아까 돌려놓았던 부산일보 리본을 원래대로 바로 잡고 올라왔다.)

안부 삼거리에서 한20분 올라오니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한번도 보지 않았지만 저 바위가 바로 학성바위로구나! (일단 정상코스 진입으로 기분이 좋다.)



▷ 지나온 후 바라본 학성바위 <13:29>



 

▷ 삼거리 이정표(엉성하기 짝이 없다) <14:38>

▷ 동대산(직전) 바데산(우측) 삼거리 <14:39>

학성바위에서 한 20여분을 올라오니 커다란 봉우리를 우회하는데, 거대한 너덜이 펼쳐져 있다. 동대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배도 고프고 이곳이 점심 먹기에 더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충무김밥, 복숭아 1개는 반씩 나눠먹고)

점심을 먹고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한 20여분 올라오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우측은 바데산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은 동대산으로 가는 길, 그리고 삼지봉으로 가는 길은 왼쪽 길이다. 첫 눈에도 흉물스런 모습을 한 이정표는 빨리 재정비해야 할 것 같다.



▷ 동대산 정상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 <14:45>



 

▷ 동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동쪽 조망 <14:48>

▷ 동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서쪽 조망 (서서히 개스가 덮혀옴.) <14:50>

동대산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근사한 정상석은 아니더라도 정상석을 기대했지만 동대산 정상은 삼각점 1개가 있는 헬기장 이었다. 우선 좌우를 조망하니 오른쪽(북동)과 왼쪽(남서)이 조망이 되는데, 서서히 밀려드는 개스로 시계가 좋지 못하다. 혹시나 싶어 조금 더 앞으로 진행을 하니 정상석은 없고 검은 대리석에 ‘조상익 岳友 이곳에서 잠들다.’ 라는 글을 새겨넣은 검정 대리석 비석이 눈에 띈다.

정상 한가운데는 노란 짚신나물꽃이 군락으로 피어있고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에 1500산 김정길님의 표시기도 보이는데 많이 훼손되어 있다. (찢어져 있음.) 별 조망도 없고 동대산 정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의의를 두면서 하산을 서둔다.



▷ 동대산 정상에 피어있는 꿩의비름 <14:51>





▷ 다시 내려온 삼거리 (개스가 자욱하다. 우측길이 삼지봉 가는 길) <14:57>


들머리인 회리2리 마을회관에서 동대산 정상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점심시간 20분을 제외해도 약 3시간 걸렸던 산행이다. 그리 힘든 된비알 코스는 아니었지만 길을 찾느라 마음고생을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 삼지봉, 아니 동자봉을 향하는 정상등로인 삼거리 오른쪽 길을 내려가는 아내의 발걸음은 나비처럼 가볍다.



▷ 동자봉으로 가는 등로에 핀 어수리 <15:45>





▷ 동자봉으로 가는 등로에 핀 흰진교(흰진범) <15:47>


 

▷ 거대한 바위를 지나.. <15:51>

▷ 시멘트로 만든 헬기장인 동자봉(779m) <15:55>


삼거리에서 약 한 시간 그리 힘들지 않는 등로를 오르내리며 (주로 내리막) 큰 바위를 지나 조금 올라오니 시멘트로 만든 헬기장이 나타난다. (동자봉 779m) 눈도장과 사진 한번 찍고 삼지봉을 향하여 바람처럼 내달리는데..

어느 지점까지 내려오니 길이 없어진다. 좌측으로 갔다가 되돌아와서 직선으로 내려오니 묘지 1기가 나타나면서 또 헷갈린다. 에라, 모르겠다.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가니 계곡(개울 수준)이 나타나고 다시 좌측 길을 따라 (직진하는 곳에 리본 몇 개가 보였지만 무시)올라오니 흰 플라스틱판으로 ‘마두교 계곡 가는 길’ 이라 적혀있다.

삼지봉이란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내심 불안하지만 초행길이라 별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고, 그 길을 따라 한 5분쯤 올라오니 삼지봉 안내판이 나온다.
아~ 다행이다. ^^

 

▷ 삼지봉 정상아래에 있는 설명판 <16:33>

▷ 설명판 내용 <16:34>

삼지봉 설명판을 촬영하고 있는데 삼지봉인 듯 한 봉우리에서 남자 산객 몇 분이 내려온다. 오늘 처음 만나는 반가운 산님들이라, 삼지봉을 물어보니 조금만 올라가면 삼지봉이며 경치가 좋다고 한다. (순 엉터리, 삼지봉은 조망이 없었다.) 여기서 아내에게 오늘의 산행에 대해 의견을 물으니 삼지봉까지만 가서 보경사로 하산하자고 한다. 시간도 많이 되었는지라 나도 그리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 삼지봉 정상석 710m <16:43>

▷ 1500산 김정길님 표시기 <16:44>

삼지봉 설명판이 있는 안부에서 정상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는 남녀 산님 세 분이 계시는데 오른쪽을 바라보니 정상석이 보인다. 일단 반가운 정상석을 한방 찍고 주위를 바라보니 조망은 전혀 없고 여기에서도 1500산 김정길님의 표시기가 눈에 띈다. 전혀 훼손이 되지 않고 나무에 잘 매달려있다. 산님 세분은 안산시가 어디지? 하며 궁금해 하면서 1500산김정길님의 기록에 다들 놀라워한다. “우린 한 200산 탔나?” 하시면서..

그런데 아까 올라 올때는 이곳에서 곧바로 보경사로 하산하려고 했었는데 (부산일보 코스) 속담에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나서 마음이 틀린다고 넌지시 아내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

시원하게 내뱉는 말..“향로봉으로 갑시다.”

안 그래도 그 대답을 기대했던지라 바로 향로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단지 시간이 좀 늦어 오늘 폭포구경은 좀 힘들겠구나..하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폭포야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향로봉은 오늘 아니면 언제 또 와서 볼 것 인가? 하고 생각하니 우리의 행동이 무척 합리적인 것 같다. 또한 내연산의 정상은 삼지봉(710m)이 아닌 향로봉(930m) 인 점도 우리를 향로봉으로 가게 만든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결론은 무리였다.

 

▷ 마당미기 (840m) <17:30>

▷ 밤나무등 코스로 내려가는 이정표 <17:31>

삼지봉에서 시간을 보니 오후 다섯 시가 다되어간다. 아까 산님들에게 물으니 삼지봉에서 향로봉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등로도 평탄한 등로라 반 뛰다시피 하며 산행을 한다. 대체 무엇을 보러 향로봉으로 우리는 가는 걸까? 화려한 조망을? 아님 멋진 풍경이라도 있단 말인가? 삼지봉에서 바로 내려가면 아름다운 폭포가 우리를 기다리는데 왜? 우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개스찬 정상에 기를 쓰며 오르려 하는 걸까? ..................

3번째 보이는 표시판을 유심히 보니 아, 이곳이 밤나무등으로 내려가는 마당미기로구나..
아직도 향로봉은 한참을 가야한다.

 

▷ 향로봉 이정표 <17:59>

▷ 정상 설명판 <17:59>

마당미기에서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올라오니 드디어 향로봉정상이다. 이곳까지 오는데 오늘은 아내가 나보다 훨씬 힘들어한다. 지난번 합천 미녀산 산행시, 오도산 된비알을 나보다 더 잘 올라가더니만..오늘은 영 딴판이다. 한 일주일 전부터 새벽운동을 꾸준히 했더니 내 체력이 좀 좋아진 모양이다. 향로봉 정상은 개스로 덮여 조망은 전혀 없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만족하며, 이젠 시명리를 향하여 경사가 급한 고메이등 코스를 내려간다.

 

▷ 향로봉에서 시명리로 내려가는 (고메이등) 등로에서 만난 첫번째 묘 <18:17>

▷ 시명리 옹달샘(직진하면 삼거리로 가는 길, 좌로 가면 보경사 가는 길인데 주의요망!!) <18:47>

고메이등 코스는 다소 경사가 급하지만 이미 내공이 쌓인 우리에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한 15분여 내려오니 첫 번째 묘지가 마치 종기 난 모양으로 불거져 있고 다시 한 20분 내려오니 안동권씨묘가 나타나는데, 이장을 했는지 봉분이 움푹 함몰되어 있다.

여기서 한 10분 내려오니 계곡물이 흐르고 옹달샘이 있는 시명리 스텐 표지판이 나타난다. 직진하면 삼거리(매봉) 방향이고 좌측으로 가야 보경사 방향인데 좌측 길은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기분이 드는 경사가 있는 길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동안 절은 얼굴을 씻음.)

 

▷ 해드랜턴에 의지해 바위를 에돌아가려는 아내 <20:01>

▷ 불쑥 나타나는 반가운 팻말..그러나 잠시 후 길은 없어지고.. <20:05>

이제 시간은 흘러 내연산 청하골은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도깨비불을 이마에 켜고 은폭포로 향하는 길부터 고난은 시작이 된다. 해드랜턴만 켜면 길이 환하게 보여 쉽게 보경사까지 내려오겠지 하고 생각하였는데, 내연산 청하골은 그동안 육산인 내연산의 돌바구들을 몽땅 이곳에 집결시키고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아~~ 작년 8월 31일 토끼봉에서 의신마을로 내려오면서 숱하게 고생했던 것처럼 고행의 길이 시작 될 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오늘은 육체적 고행도 고행이지만 정신적인 공포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어느 분의 산행기에서 나오듯, 길을 잃는 것은 너덜지대가 더 심하다. 너덜 계곡으로 내려오니 어느 듯 길이 없어지고, 또 길을 찾아 놓으면 잠시 후, 길이 없어지고..
어두운 산길에 길이 없을 때, 느끼는 황당함과 공포를 체험해 보셨나요? 장난이 아닙니다.

계곡을 건너지 않으면 길은 없고 계곡을 건너서도 길을 찾아 헤매야하고..그래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밤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고 일기예보에 말했지만, 다행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사진을 찍으니 아내는 “당신은 그래도 사진 찍을 여유가 다 있네요?” 한다. 겁이 나기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아내가 곁에 있으니 든든하다. 아내역시 내가 있어 무척 든든하였다고 했다. 만약 나 홀로 이런 역경을 만났으면 어찌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으시시하다.

아내는 또 해드랜턴 건전지가 다 소모되면 어찌 하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오늘따라 아내랑 내 휴대폰 밧데리도 다 소모 되어 전화가 되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내 휴대폰은 그래도 나중에 켜니 작동됨.)

 

▷ 천둥소리 같은 굉음속에 나타난 연산폭포 (보이지 않는 검은부분이 거대한 절벽이었다.) <20:48>

▷ '빙방사' 팻말 (절벽 같은 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와 수심이 얕은 계곡을 건너 조금 내려오니..) <20:51>

어둡고 희미한 너덜계곡을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약 1시간 30분가량 내려오니 (마치 개미가 요리조리 장애물울 피해 가는 것처럼 한 산행) 전방에 우렁찬 굉음이 들리는 것이 아마 거대한 폭포인가 보다. 바위 위를 조심조심 접근하여 헤드랜턴을 밝히니 전방에 거대한 단애에서 폭포수가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다. 바로 내 발밑을 내려다보니 시커먼 것이 분명 절벽인 것 같다.

여기서 또 한번 절망감을 느꼈다. (아내랑 나 두 사람 어디로 탈출을 해야 할지? 잠시 공포와 절망을 느낌.) 아내는 어리석게도 폭포의 상단으로 올라가자고 한다. 만약 아내의 말대로 올라갔으면 우리는 축 사망 아니면, 축 기진맥진 되었을 것이다. 다행이 오른쪽으로 조심스럽게 바위를 타고 내려오니 계곡물이 흐르고 수심이 얕아 쉽게 건널 수 있다. 이 계곡을 지나니 ‘빙방사’라는 팻말이 보인다. (어둠은 이렇게 사람의 지혜를 혼란시켰다.)

 

▷ 연산폭포의 건너는 길 (조명이 없어 폭포촬영 불가능) <20:57>

▷ 연산폭포임을 알 수 있는 표시판 <20:58>

이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설물도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연산 폭포의 지폭포를 찍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빛이 없는 폭포수 촬영은 암흑뿐이었다. 대신 증거라도 남기자는 마음에서 안내판을 찍었다.

 

▷ 보현암 <21:10>

▷ 보현암 입구에 있는 자판기 <21:12>

연산폭포에서 10여분 내려오니 보현암이다. 보현암에 이르자 이젠 살았구나 싶다. 자판기에서 1.000원짜리 지폐를 넣어 커피 한 잔 뽑아먹고 (아내) 그 다음에 내가 율무차를 뽑으려고 레버를 당기니 끼릭,끼릭 하는 소리와 함께 율무차가 나오는데.. 율무는 온데간데없고 뜨거운 맹물이다. 허..

처음에는 약이 올라 물을 자판기 얼굴에 뿌려버리려다가 다시 한번 생각하니 맹물이면 어디냐 싶어 후루룩 마시니 속이 뜨끈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난생 처음 맹물 한 컵을 500원 주고 사먹었지만 그리 화가 나지 않는다. 항의하려면 주무시는 스님을 깨워야 하니.. 아니 될 말..



▷ 쌍생폭포에서 바라본 달빛 <21:29>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을 해도 좋을 쌍생폭포다. 정말 마음 같으면 이곳에 들어가 ‘알탕’ 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음뿐 하산의 걱정이 더 앞선다. 아내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한번 들어가 보지요?” 한다. 물론 농담이겠지만..그리고 이제 아내의 얼굴에서 공포는 사라졌다.

오늘 고행의 산행을 애초로이 보며 멀리서 응원해준 달님이 보인다. 실험 삼아 헤드랜턴을 둘 다 꺼보니 희미하나마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것도 하늘이 탁, 트인 곳에서만..) 달빛이 운무로 인하여 밝지 않고 뿌옇다. 그래서 오늘은 달님이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어둠속의 보경사 경내 <22:03>

▷ 보경사 매표소 <22:15>

쌍생폭포에서 보경사로 내려오는 등로는 길이 좋아 피곤한 줄 모르고 한 30분 내려오니 드디어 보경사에 도착을 한다. 이 와중에도 사진 욕심이 생겨 보경사 경내로 들어가 한 컷 촬영해 보지만 사진은 영 아니다. 웬 낯선 남자가 들어와 사진을 찍으니 경비가 다가온다. 스님들 주무시니 조용히 걸으라고 한다. 사찰에 경비가 있는 것도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인데 알고 봤더니 이분, 오늘이 첫 근무하는 날이었다. 보경사 경비의 도움으로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고 매표소를 향하여 마지막 걸음을 옮긴다. (장사택시: 054-732-5755)

 

▷ 보경사 매표소입구에 있는 팔각정 <22:20>

▷ 택시를 기다리며 바라본 도로 <22:20>




▷ 언양 휴게소 <24:33>


매표소 앞에서 한 10분 기다리니 검은색 개인택시가 다가온다.

택시 안..
"아니, 어디를 갔다 오시기에 보경사에서 회리2동으로 갑니까?"
"회리2동에서 동대산을 산행하고 내연산 향로봉까지 가서 지금 계곡을 내려왔습니다."

"넷!!!?"
.
"....."
.
"아이구야!!" "아이구야!!"
--탄식하는 소리
"지금 이 시간에 폭포가 있는 계곡을 내려 오셨다고요?"
"네"
"아이구야!!" "아이구야!!"
--또 한번 탄식하는 소리
"우린 낮에도 겁이 나서 못 내려오는 길인데, 어떻게 내려 오셨어요?"
"이것을 켜고 내려왔지요"
--하며 헤드랜턴을 켜 보인다.
"오늘 낮에도 어느 등산객이 길을 잃어 엉뚱한 곳으로 하산해 택시요금이 55,000원이나 나왔는데.."
"두 분 이서 이 깜깜한 밤중에 그 험한 길을 내려오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말을 들으니 우리가 정말 고수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퍼즐게임 같은 미로의 계곡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비교적 적은 오차로 내려온 것뿐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할

난해한 퍼즐 게임을 한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02시 30분이다.

에구..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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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9 경북 포항의 진산 내연산에 다녀와서..


 




Erev Shel Shoshanim(밤에 피는 장미) - Harry Belafonte



 

이수영의 산행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