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산해절승... 변산의 비경에 취해

 

 

【변산의 개요】

 

- 산의 개요


변산반도국립공원... 변산반도는 국내 유일의 반도 국립공원으로 1988년 19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립공원은 크게 산악형, 해상형, 도시형으로 나누어지는데 변산반도는 산악형, 해상형 어느 한 쪽에 속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진 국립공원이다.


바다에는 채석강, 적벽강 등의 절경지가 있고 산에는 직소폭포, 선녀탕 그리고 기암병풍의 산군들이 자리잡아 산과 바다가 절절하게 조화된 산해절승(山海絶勝)이라 할 수 있다.


변산은 크게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눌 수 있다. 국립공원 영역 157㎦ 중 내변산 부분이 148㎦, 해역이 9㎦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찾는 곳은 외변산. 산행보다는 관광이 중심을 이루는 국립공원이다.


변산 산세의 특징은 어느 한 봉우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있는 산세가 아니고 비슷비슷한 봉우리들이 군웅할거하는 형태로 변산반도내에 포진되어 있다. 물론 산줄기는 연결이 되지만 현재 부안호가 반도 중심에 있어 호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가며 산릉이 형성되어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의상봉(509m)이지만 현재 출입금지구역. 그리고 신선봉(486m), 쌍선봉, 선인봉 등 많은 봉우리들이 역시 출입금지가 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산행을 할 수 있는 봉우리는 많지가 않다.


또한 봉우리들도 산행의 연결성이 모호하여 일부 봉우리 및 구간을 중심으로 산행이 이루어진다.  

 

 

- 산행안내


변산의 산행기점은 내소사(내소사 매표소), 원암마을(원암 매표소), 남여치(남여치 매표소)와 사자동(내변산 매표소) 등 네군데. 이 산행기점을 두군데 정도 연결하여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내소사매표소→관음봉삼거리→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월명암→

    남여치매표소 : 가장 대중적인 등산로, 다소 힘듬


■ 내소사매표소→관음봉삼거리→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내변산매표소

       : 대중적인 등산로이면서 쉬운 코스


■ 내소사입구→세봉삼거리남릉→세봉삼거리→세봉→관음봉→관음봉삼거리→재백이고개→

    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월명암→남여치매표소

       : 가장 긴 코스이나 들머리 찾기가 어려움


■ 내소사매표소→청련암→세봉→관음봉→관음봉삼거리→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

    헌장비→월명암→남여치매표소

       : 위의 코스를 변형, 산행거리는 위의 코스보다 약간 짧으나 길 찾기 쉬움


■ 원암마을→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월명암→남여치매표소

       : 가장 쉽게 직소폭포로 가는 길, 월명암 길은 힘듬


■ 원암마을→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내변산매표소

       : 가장 쉽게 직소폭포로 가는 길


■ 내소사매표소→관음봉삼거리→관음봉→세봉→세봉삼거리→남릉→내소사매표소

       : 원점회기시 가장 아름다운 코스


■ 내소사매표소→관음봉삼거리→관음봉→세봉→가마소→내변산매표소


■ 내소사매표소→관음봉삼거리→관음봉→세봉→가마소→회양골→굴바위(우동리)

 

 


【산행개요】

 

 

- 산행일 : 2004. 8. 25(수) 맑음

 

- 산행자 : san001. 신기루

 

- 산행요약


■ 산행코스 : 내소사매표소∼청련암∼세봉∼관음봉∼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월명암∼남여치매표소


■ 산행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 약12km, 산행시간 4시간45분, 총시간 7시간58분


■ 구간별 시간
내소사매표소∼(10분)∼내소사∼(23분)∼청련암∼(17분)∼능선(a)∼(10분)∼세봉삼거리∼(0.5km)∼(7분)∼능선(a)∼(4분)∼세봉∼(24분)∼관음봉∼(1.2km,22분)∼관음봉삼거리∼   (0.8km,21분)∼재백이고개∼(1.5km,21분)∼직소폭포(안내판)∼(1.1km,26분)∼자연보호헌장비∼(2.0km,53분)∼월명암∼(0.8km,15분)∼관음약수∼(1.5km,32분)∼남여치매표소

 

 

- 산행기

 

 

〈변산을 다녀와...〉


변산... 400m 대의 낮은 산이다. 그러나 깊은 산. 해변지대에 위치하였지만 심산유곡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산. 27년만의 변산 산행의 감격이 되살아난다.

 

산행의 3대 요소라 할 수 있는 보는 맛, 걷는 맛, 쉬는 맛이 골고루 조화된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명산이다.

 

병풍바위와 어우러진 바윗길, 직소폭포 등 풍부하면서도 시원한 계곡, 마냥 앉아서 쉬어가고 싶은 절과 암자 등... 최근에 찾은 국립공원 중 가장 인상깊게 각인 된... 하지만 등산객들에게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변산을 생각하면 다시 가고픈 마음이 용솟음친다. 아직까지 미답으로 남아있는 회양골(가마소가 있는 계곡)과 옥녀봉 그리고 비룡상천봉과 쇠뿔바위봉을 그린다. 그리움이 있어 더욱 가슴에 안고 사는 산... 역시 산해절승, 변산이다.

 

 

〈산행코스의 선택〉


변산... 일반적인 산이라면 어떤 봉우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하는 것이지만, 변산은 조금 특이하다. 우선 변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명인지 봉우리인지 사실 분명치 않고, 변산에 있는 많은 봉우리들의 연결성이 뚜렷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억지로 능선을 따르는 산행을 계획할 수도 있지만 출입이 통제되는 구간을 제외시키면 산을 올랐다가 완전히 내려온 후 다시 올라가야 하는... 산행의 일반적인 방법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변산의 가장 유명한 코스는 첫째 내소사에서 직소폭포, 월명암을 거쳐 남녀치로 하산하는 방법, 둘째 내소사 뒤의 봉우리인 관음봉, 세봉을 거쳐 원점회기하는 방법, 셋째 내변산매표소 또는 세봉을 거쳐 가마소 방향과 이어가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런 코스 중 어떻게 하면 길게 하면서도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이 첫째와 둘째 코스를 연결하는 방법... 물론 산을 두 번 타는 형태가 되지만 한 줄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최종 선택한 코스는

내소사→세봉삼거리의 남릉→세봉삼거리→세봉→관음봉→관음봉삼거리→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월명암→남여치매표소.


하지만 이 코스도 초반 들머리 찾기를 실패해 약간 변동이 되는 아쉬움을 겪는다.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


27년만에 다시 찾는 변산 내소사 입구... 주차요금이 한시간에 1,000원이라면서 1,000원만을 우선 받는다. 그럼 완전 반대 방향인 남여치로 넘어갈 우리는...  어차피 구경할 것 다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점회기 할 산행. 퇴근 시간에 맞추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내소사까지는 100m 거리. 집단상가로 어수선한 다른 관광지와 달리 번잡하지가 않다. 


내소사 일주문 옆에 내소사 매표소(09:39)가 있다. 입장료는 문화재관람료 포함 무료 3,200원. 입장료도 아깝지만 세봉삼거리로 가는 남릉길이 지도에는 분명 매표소 직전에 있어 잠시 주변을 살핀다. 매표소 옆으로 등산로 아님 표시가 있는 방향이 혹시 그 길이 아닐까 하지만 공단 직원 앞에서 올라갈 수도 없는 일.

 

결국 그대로 입장을 했지만 나중에 주변을 확인하고 추정한 바로는... 세봉삼거리 남릉코스는 관리공단에서 발행한 지도에 분명히 나와있는 정식 등산로이지만, 들머리가 매표소밖에 위치하여 아무런 이정표도 없고 안내도 하지 않는다. 즉 올라가는 것은 허용치 않고(입장료 등의 사유) 하산만 허용하는 길이다.


관리공단 직원에게 세봉 가는 길을 확인하자 일반적인 관음봉삼거리를 통해 관음봉을 거쳐 세봉가는 길을 알려준다. 나머지 길은 없다면서... 바위에 계란 던지기...


방향을 청련암으로 수정한다. 등산로 표시는 없지만 등산로는 분명 있다고 알고 있는 길(월간 산)이다.

 

 

〈고즈넉한 내소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전나무 터널 길이 약600미터 이어진다. 약20∼30m에 달하는 늘씬한 나무들이 하늘로 시원하게 치솟아 있다. 약50년전에 조성된 숲 길. 아름다운 구도의 미학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세봉에서 내려다보면 주위가 전부 전나무가 아니라 내소사로 들어오는 길 주위에만 일부러 조성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200미터 지나면 갈림길(09:44). 좌측이 직소폭포로 넘어가는 길이다.


내소사(09:49/09:55)에서 맨 처음 맞이하는 것은 「능가산 내소사 사적비」. 변산이라는 지역 명칭 이전에 산이름이 과거 능가산이 아닐까...


내소사는 633년(백제무왕 33년)에 혜구두타라는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원래는 내소사가 아닌 소래사라 하여 대, 소 2개의 절로 나뉘어져 큰 절을 대소래사, 작은 절을 소소래사라 하였으나, 후에 대소래사는 불타 없어지고 소소래사만 남게 되었는데 지금의 내소사는 바로 이 소소래사이다. (관리공단 자료)


관음봉과 세봉의 위압적인 바위 병풍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내소사의 분위기는 그 어느 절보다도 아름답다. 내소사 대웅전 앞에 자리잡은 수령 1000년의 군나무(높이 20m, 둘레 7.5m)는 내소사의 긴 역사만큼이나 기품이 있고 잘 조화된 건물 배치는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  


또한 보물 291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은 단청이 없는 나무 그대로의 색이 은은한 역사의 향기를 보여주고, 대웅전의 창살 문양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님이 극찬하였듯 자연그대로의 선을 살린 전통적인 한국의 미.

 

 

〈청련암으로 가는 길〉


청련암은 내소사의 부속 암자. 세봉의 아래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내소사 우측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바람 한 점 없는 울창한 숲속길. 관음전 갈림길(10:02)을 지나면 좌측 비탈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관음봉과 세봉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길인 듯.


다시 11분. 바위에 등산로라는 글이 쓰여있다. 이 길이 세봉과 세봉삼거리(가마봉 갈림길로 가는 봉우리)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길이다. 일단 청련암으로 오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대나무숲이 인상적. 둘레가 제법 굵다.


청련암(10:18/10:30)에서 바라보는 관음봉의 수직 절벽은 천길 만길.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남쪽을 보면 곰소만의 바다가 지척에 보이고... 바닷가의 절이지만 그 어느 산보다도 깊은 맛이 역시 변산의 매력...


다시 200미터 내려와 리본이 달린 숲속(10:33)으로 접어든다.

 

 

〈능선을 향하여... 미끄러지는 된비알길〉


어둑컴컴한 숲으로 들어가면 길은 뚜렷하지만 길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다. 잔돌이 흘러내리는 된비알. 바닥이 고르지 않아 발걸음이 조금씩 밀린다. 약14분만에 능선(10:47). 올라온 길 방향으로 나무 울타리로 막아 놓았다.


결국 관리공단에서 관음봉, 세봉으로 가는 공식적인 등산로는 관음봉삼거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가마소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이 유일하다. 이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방법으로 산행하면 여러 봉우리를 한번에 연결하여 산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된다. 즉, 변산은 관광객들을 위한 산이지 산행을 위한 산이 아니다.


그래도 변산이 국립공원의 명성에 어울리는 기가 막히게 명산임을 그 누구가 부인하랴... 

 

 

〈세봉삼거리〉


능선에 올랐지만 주위를 조망할 수 없어 세봉의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우측인지 좌측인지...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우측으로 행한다. 완만한 오름. 중간에 잠깐 시야가 트이는 바위지대. 세봉과 관음봉이 서쪽 방향에... 위치가 확인되었다. 그럼 지금 가는 봉우리는 세봉삼거리.


역시 가마소로 가는 반가운 이정표(내소사2.3km, 가마소2.2km, 관음봉삼거리 1.7km)를 보며 세봉삼거리(11:10)임을 확인한다. 막상 봉우리는 사방이 가로막혀 전망은 전혀 없다. 여기서 내소사 방향은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 하산만이 가능한 길이다.

 

 

〈세봉〉


발걸음을 다시 돌린다(11:03). 원래 위치로 돌아와 잠시 오르면 세봉(11:14). 너럭바위 암반이 있고 전망도 뛰어나다. 남쪽으로는 내소사, 일주문, 그 너머 곰소만의 광활한 갯벌이, 북쪽으로는 내변산의 기암병풍 바위에 둘러쌓인 봉래구곡과 호수, 그 너머로 부안호와 변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의상봉 그리고 멀기만 한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쌍선봉까지... 변산을 두루두루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봉우리이다.


세봉에서는 길 찾기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 관음봉으로 가는 능선은 세봉에서 좌측 방향. 무심코 직진하면 봉래구곡으로 빠지는 능선길이다. 길 입구에 「등산로 아님」표시가 있다.


직진하는 방향의 바윗길로 오르자 사자등 같은 바위가 펼쳐지고... 삼면이 바위로 둘러싸이고 한쪽이 트인 참호 같은... 기가 막힌 전망바위에 배낭을 아니 내려놓을 수가 없다. 관음봉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고 그대로 눌러 앉는다.


막걸리를 반주로 늦은 아침을 즐긴다. 구름에 가린 하늘이 열리면서 드디어 강한 햇살,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선다(12:25).


관음봉 길을 찾지 못하고 잠시 알바 후 다시 출발(12:32).


 
〈관음봉〉


잠시 내려가면 울타리가 있는 안부(12:39). 관음전 위의 갈림길에서 올라오는 길인 듯. 짧은 오르막. 바위가 많다. 특이하게 엿을 떼어낼 때 생기는 금 같은 줄이 바위 위를 새기고 있다.

 

철계단(12:51)을 지나면 가장 높은 지점에서 이정표(가마소 갈림길 3.0km, 내소사 2.5km)를 만난다. 울타리 방향으로는 「등산로 아님」 표시. 여기가 관음봉(12:56)이다.


내소사에서 보면 관음봉은 두 개의 면이 절벽. 그 늠름한 기상은 최고의 봉우리임에 틀림없으나 전망은 없다.


봉우리 너머로 길 흔적이 있어 내려갔으나 곧 깎아지른 절벽을 만난다. 좌측으로 희미한 길 자취가 있지만 능선 방향과는 멀어지는 방향. 확실치 않은 길을 포기하고 다시 오른다(13:07).

 

 

〈관음봉삼거리... 관음봉 대절벽을 우회하며〉


관음봉을 지나면 나무로 턱을 만든 길. 그런데 길 방향이 완전히 능선길과 달라 잠시 혼란에 빠진다. 등산로는 약70∼100미터에 달하는 관음봉의 대절벽을 바로 내려올 수 없어 우회를 하여 대절벽의 중간을 횡단하도록 되어있다.


잠시 내려오면 무덤이 있는 공터(13:11). 앞이 시원하게 트여 역시 멋진 전망대. 역시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봉래구곡으로 빠지는 길인 듯. 여기서 길이 좌측으로 완전 방향을 틀어 대절벽 중간으로 향한다.

 

바위의 하단 지대로 생각했지만 지나간 후 돌아보면 길 아래에도 여전히 아찔한 절벽. 천길 낭떠러지 관음봉의 위용이 대단하다. 위험한 구간에는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절벽을 횡단하면 다시 숲속길. 관음봉 옆 봉우리의 비탈면을 완만하게 오르면 관음봉삼거리(13:29)에 도착한다. 관음봉삼거리는 내소사에서 올라오는 길. 

 

 

〈재백이고개〉


관음봉삼거리를 지나면 짧은 내리막을 지나 철계단을 오른다. 바로 위가 너럭바위가 있는 민둥 봉우리(재백이고개 0.6km, 내소사 1.5km)(13:43). 한낮의 더위로 약간 지친다.


이후 숲 그늘이 있는 긴 내리막. 문득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왼쪽의 바위병풍에 피로를 잊는다.


봉우리에서 14분이면 재백이고개(13:57). 원암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사실 내소사를 거치지 않고 직소폭포만을 목표로 한다면 원암마을에서 오는 길이 훨씬 편하다. 거리도 900m가 짧고 고도 차이가 아주 완만한 편안한 길이다.

 

해발 180m. 그렇다면 직소폭포는 더 낮을 것이고... 월명암으로 다시 산행을 시작할 생각이 아득하다.

 

 

〈직소폭포... 편안한 발걸음〉


고개에서 4분 내려가면 계곡(14:04). 오늘 처음 만나는 물줄기에 너무나 반가운 마음. 물의 양이 상당히 많다. 물이 많다는 것은 골이 깊어야 하고 산이 높아야 하는데... 그렇게 낮은 재백이고개 아래 이렇듯 물이 많을까...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도를 살펴본다. 역시... 봉래구곡의 상류에 해당하는 이 물줄기는 신선봉에서 발원하여 대소지역을 지나 길게 이어지는 계곡. 재백이고개가 낮지만 물은 산은 넘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등산로는 계곡과 나란히 한다. 평탄한 길. 계곡 또한 굽이치거나 소용돌이치는 계곡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너무나 잔잔하고 조용하다. 직소폭포라는 폭풍을 만나기 전야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약14분. 폭2미터의 정도의 너른 길을 따라가면 직소폭포 안내판(14:18). 갑자기 앞이 터지며 철난간이 걸린 절벽을 만난다.


직소폭포... 약30미터의 힘찬 물줄기가 거침없이 흘러내린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폭포. 그 간의 평온함을 깨어버리는 듯 우렁찬 물소리가 힘차다. 해발110m에서 이런 거대한 폭포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더구나 그 밑으로 계속되는 다단계 폭포.


폭포 아래로 내려간다. 밑에서 쳐다보는 폭포 역시 장관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소는 직경이 50m.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더위를 식힐 겸 잠시 휴식(14:25/14:47). 물이 너무나 맑다.


직소폭포 일대를 제대로 보려면 전망대(14:51/14:56)로 가야 한다. 절벽에 나무테크로 만든 전망대. 약40미터 위에서 바라보는 계곡 풍경은 장관이다. 3단으로 이어지는 직소폭포. 제2폭포는 짙푸른 분옥담을 만들고, 제3폭포 또한 선녀탕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직소폭포 위가 해발 110m이면 직소폭포가 약80m, 그러면 저 아래는 50m... 완전히 새로 산행을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이 엄습한다.    

 

 

〈자연보호헌장비〉


편안한 길. 선녀탕 갈림길(15:00)을 지나면 계곡 물소리는 완전 멀어진다. 길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눈앞에 그림 같은 호수가 나온다. 천지개벽. 예전에 없던 호수가 생기고... 잔잔한 호수는 주위의 산세와 어울려 한폭의 동양화...


호수를 빙 둘러 가는 길은 호수를 막아놓은 둑 밑으로 이어진다. 이제 바닥까지 온 상태. 잠시후 주변에 쉼터가 있는 자연보호헌장비(15:10)에 도착한다.

 

 

〈월명암으로... 또다른 산행의 시작〉


갈림길에서 계곡을 계속 따르면 내변산매표소. 월명암은 능선으로 오른다. 또다시 새로 시작하는 산행이 힘겹다. 계속된 오르막. 10여분을 올라서야 다소 완만해진다.


답답하던 시야는 삼각형의 뾰족바위가 있는 전망바위(15:42)에 와서야 트인다. 관음봉과 세봉을 비롯, 벌써 아득히 멀어보이는 호수 등... 앞에 보이는 봉우리도 어느덧 멀어 보이질 않는다.


처음엔 쌍선봉인가도 생각했지만 월명암까지 아직 1.2km. 저 봉우리를 넘어야 할 듯. 물은 떨어지고... 시원한 캔맥주가 머리에 아른거린다. 어서 월명암으로 가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꿈을 꿈꾸며...


다시 6분 정도 오르면 작은 무명봉우리(15:43). 평탄한 길이어서 속도를 낼 수가 있다. 숲속길이 어두운가 했더니 빗방울이 흩날린다. 차라리 비가 퍼 부엇으면...


5분후 반가운 이정표(자연보호헌장탑 1.6km, 직소폭포 2.5km, 법당가는 길 0.4km)(15:43)를 만난다. 낙조대 가는 방향으로 추정되는 길은 등산로 아님 표시가 있다.


금방이라도 도착할 것 같은 월명암(16:03)도 1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해발 380m에 불과하다는데 북한산 주능선에 오른 만큼 힘들다.

 

 

〈월명암〉


낙조대 아래 자리잡은 월명암의 월명무애(月明霧靄)는 변산 8경의 하나. 불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월명암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이 굵어진다. 우선 물을 마음껏 들이킨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고...


정상주 한잔을 위해 나무 아래 있는 바위에 자리를 잡는다. 흩날리는 빗방울이 시원하고... 잠깐 사이에 처마 밑으로 낙수가 흘러내린다. 어느새 사방은 비구름으로 쌍선봉을 가리고 있다. 멋진 전경을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안개가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상쾌함이 그 아쉬움을 대신한다.


그런데 낙조대와 쌍선봉은 어디로 올라야 하나... 마음속으로는 이미 포기. 전망도 없는 길을 오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럼에도 신기루님은 반드시 가야한다고 몇 번씩 다짐을 받으려 한다.


안주도 부족하고 술도 부족하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술 한잔하는 재미가 즐겁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아 배낭카바를 씌우고 출발(16:50). 거의 50분이 흘렀다. 

 

 

〈하산길... 안개속을 헤치며〉


숲속으로 들어가자 안개가 자욱하다. 약13분만에 능선(17:03). 이정표(월명암 0.3km, 남여치 매표소 1.6km)상에 표시는 없지만 우측이 쌍선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분명하다. 마침 울타리가 있어 출입을 통제한다. 신기루님! 가야 하는데 왜 그냥 가냐는 불평이 시작되고... 하산하는 그 순간까지 아쉬움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는데...


능선을 넘어서면 능선을 벗어난 산허리길. 잠시후 오늘 산행 후 처음으로 관음약수(17:05)를 만난다. 물맛을 여전히 시원하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 가시거리가 10m도 되지 않는다. 시야는 없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다시 능선길로 합류한 후 내리막으로 변한다.

 

울타리가 쳐진 01-22 안내판(17:16). 쌍선봉에서 내려오는 길인 듯한 길 흔적이 보인다. 여기에서 또 돌아서라도 가야한다는 신기루님. 하여간 못말리는 고집인지 열정인지...


이 후 하산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 날씨만 좋으면 서해바다가 보이련만...
다시 시야가 트이는 곳은 오늘의 종착지 남녀치매표소(17:37)이다.

 

 

〈원점회귀... 의외로 쉽게〉


남녀치매표소가 있는 고개에서 버스가 다니는 지서리까지는 2.3km. 터벅터벅 걷는다. 평상시 차가 다니지 않는 길. 한 1km정도 내려와 지나가는 트럭 짐칸에 얻어 탔다. 목적지가 바로 앞이지만 고맙게도 지서리까지 태워준다.


지서리에서 막바로 내소사가는 버스는 없다. 격포에서 갈아타거나 택시를 타는 방법 뿐.
마침 격포 가는 버스(₩750/인)가 바로 들어온다. 버스 기사에게 내소사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이 버스가 마침 내소사(₩2,500)로 간다고...


운이 좋다. 택시비도 절약하고 주차장 관리하는 사람도 퇴근했을 시간이니... 모든 일이 잘 풀려 내소사로 가는 마음이 너무나 가볍다. 다만 쌍선봉과 낙조대를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두고 두고 남지만...

 

 

- 일정


   09:39   내소사 매표소
   09:44   갈림길 : ←직소폭포 3.6km, 관음봉삼거리 1.3km ↑내소사
   09:49   내소사
   09:55   출발
   10:02   관음전 갈림길 : 관음전 100m
   10:13   등산로 방향 표시 : 바위
   10:18   청련암
   10:30   출발
   10:33   등산로 입구 : 리본
   10:47   능선(a) : 울타리가 있음
   10:57   봉우리, 세봉삼거리, 04-05 : 내소사2.3km, 가마소2.2km, 관음봉삼거리 1.7km
   11:03   출발
   11:10   능선(a)
   11:14   세봉 : 가마소 삼거리 2.3km
   12:25   점심식사후 출발
   12:32   알바후 다시 정상 : ←관음봉 가는 길(좌), 직진하는 방향 「등산로 아님」 표시
   12:39   안부 : 울타리
   12:47   05-02
   12:51   철계단
   12:56   관음봉(표시 없음) : 가마소 갈림길 3.0km, 내소사 2.5km
   13:02   돌아섬, 절벽
   13:07   관음봉
   13:11   이정표, 무덤 : 직소폭포 2.7km, 관음봉 삼거리 0.4km, 세봉 0.9km ⇒ 이후 방향을 틀어 관음봉 절벽 중단으로 횡단
   13:22   05-01
   13:24   안부 아래
   13:29   관음봉 삼거리 : 세봉 1.3km, 내소사 1.3km, 직소폭포 2.3km
   13:32   철계단
   13:34   휴식
   13:41   출발
   13:43   봉우리(민둥봉우리), 02-02 : 직소폭포 2.1km, 재백이고개 0.6km, 내소사 1.5km
   13:51   02-01
   13:57   재백이고개(180m) : 원암 1.2km, 직소폭포 1.5km, 관음봉 삼거리 0.8km
   14:04   계곡, 01-10 : 직소폭포 1.2km, 내소사 2.4km
   14:12   01-09
   14:18   직소폭포 안내판(110m), 01-08 : 월명암 3.1km, 내변산매표소 2.4km
   14:25   직소폭포 아래
   14:47   출발
   14:51   직소폭포 전망대
   14:55   출발
   14:56   이정표 : 낙조대 3.1km, 월명암 2.8km, 내소사 3.7km
   15:00   선녀탕 갈림길 : 직소폭포 0.3km, 내변산매표소 1.9km ⇒ 계곡 물소리 멀어짐
   15:03   호수
   15:10   자연보호헌장비 : 내소사 4.5km, 월명암 2.0km, 직소폭포 0.9km, 내변산매표소 1.3km  ⇒ 이후 가파른 오르막
   15:22   완만해짐
   15:25   01-06
   15:42   삼각뾰족바위, 나무울타리, 전망바위 : 월명암 1.2km, 직소폭포 1.7km
   15:48   월명암의 참배객 안내문
   15:43   작은 봉우리
   15:48   이정표 : 자연보호헌장탑 1.6km, 직소폭포 2.5km, 법당가는 길 0.4km ⇒ 낙조대 가는 길로 추정(등산로 아님)
   16:03   월명암 이정표(380m) : 직소폭포 2.9km, 남여치 매표소 2.0km
   16:50   출발
   17:01   이정표 : 법당 2.5km, 남여치 매표소 1.7km, 자연보호헌장비 2.3km
   17:03   이정표 ; 월명암 0.3km, 남여치 매표소 1.6km ⇒ 쌍선봉 갈림길 추정
   17:05   관음약수 : 남여치 매표소 1.5km, 월명암 0.8km, 자연보호헌장비 2.8km
   17:16   01-22 : 쌍선봉 갈림길 추정
   17:31   이정표 : 남여치 매표소 0.5km, 월명암 1.8km
   17:37   남여녀치 매표소 : 월명암 2.3km, 내변산 매표소 4.5km, 지서리 2.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