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4. 24. 혼자.

 

오늘은 시간을 챙겨 보았다.

향교에서 쉬엄쉬엄 걸어 중간에 물 한 모금 먹고 연주암까지 한 시간 조금 더 소요.

 

연주암에서 가볍게 밥 먹고.

낙두 말처럼 오늘은 특히 밥맛이 좋다.

 

커피를 한 잔 빼어 들고 연주암 대청에서 선녀(?)를 기다린다.

기다리기만 한다고 오는 법이 없는 선녀는 무심하게도 끝내 오지 않고.

 

나무꾼은 연주암 기둥에 붙은 주련.

不在春風 不在天을 주문 풀 둣 생각한다.

 

보통으로야 하늘이 없으면 춘풍도 없다는 게 상식인데

그 역(逆) 발상.

 

전체와 부분에 대해 부분의 절대적 가치를 누군가가 얘기한 것인가.

예를 들면

가정이 있어야 너가 있다 대신

너가 있으니 가정(회사, 국가 등)이 있다는 말.

 

아니면

우리 세상엔 어떤 경우에도 하늘이 있는 한 아, 즐거운 우리들의 춘풍(春風)은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정작 무슨 뜻인지 이 글을 쓴 어느 고승의 참뜻을 정확히는 짐작할 순 없다.

 

공양 시간이 끝나는 2시가 되도록 머뭇거리다가 기와 한 장을 밥 값 겸으로 시주 하고, 대청 옆에 나란히 앉았던 산꾼의 조언으로 케이블 능선으로 하산하다.

  

내려오다 삼거리에서 청사로 가는 길과 구세군으로 가는 길.

구세군 쪽으로.

  

홀로 내려오면서 올려다 보는 산길은 참 좋아 보인다. 꽃들도 좋고.

구세군까지 한 시간 정도가 소요.

다음에도 이 길을 올라 보고 싶다.

 

원래는 황사를 감안해 미술관으로 잡았다가 예상 못한 휴무라 코끼리 열차만 꼬마들 틈에 끼여 타 보고.

 

방법 없이 선녀를 잃은 산행이지만 산행 후

헛헛하게 집 근처 산 아래로 와, 막걸리에 도토리 묵 한 접시로 스스로를 위로한 조촐한 산행이었다.

 

산에 들어 간 날의

독특한 느낌에 얼마간 젖은 산행이었다.

 

아무러나

산은 좋은 것.

 

띄엄띄엄 홀로 올라 오는 산꾼들의 모습이 유난히 다르게 보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