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31 

 

 

 

아픈 무릎을 핑계로 산행을 한 지도 꽤 오래 전...

 

 

산행실력이 미천한 아내와 오후2시에 관악산을 향해

 

전철을 탔습니다.

 

 

이미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분들과 반대방향 전철을 타니

 

2호선 전철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아내를 위해 정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삼막사코스로 정하니 아내도 흔쾌히 알아서 하라고 하더군요.

 

 

신림역에 내려 늦은 점심을 먹고 서울대 입구에서

 

삼막사코스를 향해 느긋히 걸었습니다.

 

 

하산하시는 분들의 왁짜함이 멀어지니

 

이내 호젓해지고 여름의 끝자락과 이른 가을의 내음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대로 삼막사까지 가기에는 밋밋해 삼성산능선을 경유하여 가기로 하고

 

우회전하여 오르니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항로여서

 

고도를 낮춘 비행기들이 쉼없이 날았습니다.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내는 기어히 한 마디 하더군요.

 

 

 

----  우리도 저거 타고 유럽갔으면 좋겠다.

 

----  저 비행기는 김포에 착륙하거든요~  바퀴도 나와 있잖아~~

 

----  그  래~~~~~~~ ?

 

----   오늘은 완벽한(?) 가이더 따라 잘 걷기나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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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봉 아래에서 삼막사를 가느냐 바로 하산하느냐 고민하다

 

삼막사행을 결심하고 삼막사에 들르니 오후 6시 30분이었습니다.

 

 

삼막사에서 유명한 삼귀자( 三龜字 거북귀자를 3개 암각 ) 와 3층석탑을

 

보여주고 다시 서울대 입구를 향하니 오후7시였습니다.

 

 

국기봉 근처에서 서쪽을 보니 구름사이로 석양이 아주 조금 비췄으나

 

아내는 그래도 예쁘다고 찬사를 쏟아내고......

 

 

서둘러 하산길에 들어 계곡으로 내려서니 어둠이 밀물처럼 닥치더군요.

 

 

늘 함께하던 배낭을 두고 가벼운 배낭을 가져 온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렌턴이 없었거든요.  ㅠㅠㅠ

 

 

-----  나는 렌턴이 없이도 갈 수 있어~

 

------  미심쩍~  미심쩍~ 하더니..  어떻게?

 

-----  나와 절친 라이터가 주머니에 있거든....

 

 

아내의 속마음은 분명 이랬을 겁니다.

 

----  이 런~  그것도 대안이라고ㅉㅉㅉ

 

 

다행이 어려운 구간은 길이 희미하게 보였고 쉬운 구간은 바닥이 잘 안보였지만

 

손 꼭 잡고 걸었습니다.

 

 

완벽한(?) 가이더는 초보산꾼의 속도를 무시하고 가이더 자신의 속도만 계산하는

 

무지한 가이더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  1 : 1 가이더는 처음이라서~   잘 걷네~    소질이 보여~

 

 

 

어두운 숲길에 살짝 드러난 달은 추석을 향해 마구 살을 찌우는 듯 했고

 

초보산꾼인 아내와의 데이트는 늦여름이 주는 큰 선물이라 생각하니 행복했습니다.

 

 

 

 

산하가족 여러분!!!

 

 

안전한 귀성,  즐거운 한가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