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 목: 아! 그곳 명지산 눈밭에서 (명지산)
2.일 시: 2003년 2월 8일(일요일)
3:산 행 지: 明智山(1267m)-경기도 가평군 북면
4.날 씨: 아래는 맑고 정상은 눈보라 치고
5.산행코스: 익근리->승천사->683고지--750고지->삼거리->사향봉(1013m)->995고지--화채바위(1079m)--정상(1267m)->2봉(1250.2m) ->3봉(1199m)에서 능선길선택-> 백둔리(약 15kM, 7시간 30분)
6. 누구와 스마일 산악회 26명


산행을 하려면 좀 여유를 가지고 산을 즐기며 올라야 하는데 오늘 명지산 산행은 악전고투 속에 오직 눈과의 싸움으로 얼룩이 졌다.
명지산과 연인산을 같이 산행한다는 말을 듣고 따라나선 산행이었지만 연인산은 그저 멀리서 짝사랑하는 여인을 쳐다본 꼴이 되고 말았다.
연인과 오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연인산 정상석을 꼭 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나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일까? 연인산 자락도 못밟고 하산을 하고 말았다.
겨울내 한번은 눈과의 전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의 전투에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상처만 안고 패잔병이 되고 말았으니? 오! 명지산이여 그대는 어찌 나의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더란 말인가?
새벽6시에 출발한 버스는 가평으로 접어들면서 산자락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 겨울의 정취를 한층 더 해주었다. 버스는 가평을 지나 명지산 팻말을 따라 손살같이 내달렸다.

차창에 비치는 겨울풍경에 잠시 넋을 빼앗기곤 했다.
명지산 가는 길은 굽이굽이 펼쳐놓은 풍경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계곡에는 지난 여름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찬바람에 흩날렸다. 그 많던 피서객들이 떠난 겨울 계곡에는 하얀 얼음이 뒤덮혀 있었고 곳곳에 뚫어 놓은 숨구멍으로 쓸쓸함만 달래고 있었다.
계곡을 한참 들어서니 먼산 정상에 눈꽃이 만발했다.
올 들어 처음 보는 눈꽃에 가슴이 설레었다. 혹시 저곳이 오늘 내가 오르려는 명지산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즐거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8시 20분
산행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일정에 대해 말을 하니 모두들 준비에 버스속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것저것 주의사항과 장비점검을 시켰다.
08:30 버스는 익근리 명지산 쉼터에서 멈추었다.
26명의 산행객들은 장비점검과 준비운동을 한후 익근리 계곡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길은 빙판으로 덮혀 있었고 익근리 계곡물은 얼음장 밑으로 흘렀다.

승천사 일주문을 지나고 사천왕문을 지나 승천(昇天)사에 올랐다.
옛스러움 없이 최근에 지은 듯한 아담한 사찰로 다소곳이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었다.
절을 지나자 안내판이 나왔는데 명지산 정상은 우측으로 5.7km라 표시되어 있었다.
사행초입 길은 잘다져진 오솔길처럼 포근했다. 전나무와 굴참나무들이 고목이 되기 위해 하늘로 하늘로 팔을 펼치고 있었다. 군데군데 잔설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젠이나 스패츠를 착용할 만큼 눈이 많지는 않았다.
다만 가파른 경사가 이내 이마에 땀을 솟게 만들었다.

1시간여 가파른 길을 오르니 주능선이다.
이곳에 오르니 산길은 하얀 눈으로 덮혀 있었고 발목까지 차 올랐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걷기 시작했다.
겨울 산길을 여유를 부리며 걸었다.
눈밟는 소리와 발에 밟히는 촉감은 간간이 불어오는 찬바람과 어루려 산행의 즐거움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시간이 자나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바람마져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건너편 봉우리에는 짙은 구름이 일어 이쪽으로 몰려오고 가는 눈발 마져 날리기 시작했다. 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는 없었는데 눈이 펑펑내리기라도 한다면 산행은 더욱 힘이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눈이 무릎까지 빠지기 시작했고 길도 보이지 않았다.
겨울 산행의 즐거움은 곧 사라지고 길을 찾아가며 산행을 해야할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
북풍에 몰려온 눈들이 능선 주위에 쌓여 한치의 앞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길을 만들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미끄러지고, 예상 시간이 빗나가고 있었다. 고행의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도 시리고 체력도 훨씬 많이 소요되었다.

예정시간보다 산행시간이 길어지고 힘이 들다 보니 추위에 하산하는 사람까지 속출하기 시작했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은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11: 10분 악전고투 끝에 화채바위에 도착했다.
거대한 입석이 화채바위인지 확인할 겨룰이 없었지만 멋진 바위하나가 장승처럼 길을 지키고 서 있었는데 정상에서 그 바위가 화채바위란 것을 확인했다. 오직 길을 헤쳐 나가기 위해 눈과의 싸움밖에 없었다.
5시간 예정으로 시작한 산행이 정상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3시간이 지나버렸다. 선두는 그렇다 치고 후미는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마침 그때 산꾼을2명(부부?)을 만났다. 혹시나 해서 정상을 물으니 자기들도 정상을 못찾고 헤메고 있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가 올라 온 길에는 정상이 없었으 니 우리 따라 오라며 동행을 시작했다,

11:30 삼거리 도착
처음 만나는 이정표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정상0.9km. 익근리4.9km
아! 아직 0.9km나
그래도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길이 좋아 보였다.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딛는다.
누가 말을 한다. 꼭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기분이라고.
그만큼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정말 한걸음 한걸음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 본적도 없는 듯 했다.

12: 10분 정상도착
바위틈에 앉은 정상석을 꼭 안았다. 정상석 옆에 주목이 하얀 눈꽃을 피운채 넌저시 웃으며 우릴 반겨주었다.
힘들었기에 정상에 선 기쁨이 더 한 것일까 일행들이 사진 찍기에 여염이 없다.
베낭을 풀고 따뜻한 물 한모금 들이켰다.
오늘 산행에 처음 마시는 물이다. 눈을 잔속에 퍼넣어 녹여서 같이 마셨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어느 부부의 암정복 기념 산행 패찰이 힘들어하는 나의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찬바람에 휘날리며 우리들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20여분의 정상에서 쉬면서 기운을 충전했다.

하산 길을 놓고 이견이 생겨 두조으로 나뉘어졌다.
한조는 되돌아 삼거리 안부에서 하산하고 우리는 전진하다 3봉을 지나 하산하기로 하고 2봉을 향하여 11명 출발했다. 정상에서2봉까지는 2km
3봉에서 하산을 하자며 결론을 낸 것이 화근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엇다..
2봉 가는 길을 정말 눈 넝쿨이었다. 그러다보니 올라올적 보다 더 힘이 덜었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소요되다 보니 체력이 그만큼 달릴 수밖에 없었다.
준비해간 물이며 보조 식품들도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2봉에 도착하여 하산길을 찾았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또 3봉으로 향했다.
다리에 쥐가 났다. 허기에 체력이 달리다 보니 생긴 현상 같았다.
산 넘어 산이다. 너무 허기에 지친탓일까? 일행에서 쳐질수박에 없었다.
5시간이라는 말만 듣고 준비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가도 가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 언제 하산할지 몰랐다..

13:10분 이정표를 만났는데 귀목고개2.6km 명지3봉 0.7km라 표시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후미를 기다리다 능선에서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하산길이라 생각하고 접어 들었다.
이곳에서부터 끝없는 험로와 싸움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30여분 길인지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미끄러지듯 무작정 내려오다 보니 더 이상 발자국도 길도 보이지 않았다,

14:30 어딘지도 모른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 위험이 산재 해있었고 힘이 없어 올라갈 생각은 엄두도 못했다. 모두 모여도 말이 없다. 그저 남은 음식을 조금씩 갈라먹고는 또 출발이다.
산에 다니면서 안경이 벗겨져 튕겨 나가고 나뭇가지에 눈이 찔려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었다.
(아직도 왼쪽눈은 충열되어 있고 뜨기가 거북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산을 탄다는 사람들이라 당황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한 여자 3분은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계곡은 끝이 없었고 잡목 우거진 산골은 쉽게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려올수록 길은 험해지고 방향감각마져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내려가는지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15:30 산행을 한지 7시간이 지났다.
계곡에는 벌써 땅거미가 밀려오고 있었다.
허기에 더 이상 걷기조차 싫었다. 그래도 따뜻한 물이라도 남아 있다는게 다행이었다.
각자 비상식량을 모두 꺼내 나누어 먹었다.
10여분 쉬면서 능선에 올라 조를 만들어 길을 찾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조는 계곡에서 길을 찾고 나와 또 한사람은 능선을 올라 길을 찾기로 했다. 가파른 능선길을 힘들게 건너편 능선위에는 해가 떠 있었다. 햇빛을 보니 그래도 계곡보다는 훨씬 위안이 되었다.

힘들게 오른 능선에서 잃어버린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나 기뻤든지. 산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질렀다.
"길 찾았어요. 길 찾았어요"
계곡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서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11명 모두 모였지만 말이 없다. 심지어 여자 한 분은 울어버린다. 너무 고생한 탓일까?
누가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었다. 죄가 있다면 각자의 욕심이 죄겠지.
이 길을 따라 30여분 내려오니 연인봉 가는 길 안내판이 보인다.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내친김에 연인봉 갑시다. 농담이겠지
모두 한바탕 웃고는 백둔리 마을로 접어들었다.
적진에서 탈출한 패잔병처럼 힘없이 내려오니 환경감시초소에 근무하는 아저씨가 한마디 건낸다.
모두 내려 온거요. 꼭 우리의 조난(?)을 알기라도 한 듯..........
뒤돌아 보니 우리가 내려온 길에 땅그미가 내려 앉고 있었다.

**오늘같이 고생한 분들과 끝까지 동행해준 산악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 박용현 -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산을 얕 본것이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 최윤정 - 명지산...심산유곡인듯 싶습니다. 아찔한 순간순간이셨을텐데, 함께 하신 모두가 위기를 모면하셨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비 내리는 산속도 무섭더만요...
▣ 김용진 - 반갑습니다. 그날 만났던 산객중에 한사람입니다...님들이 3봉쪽으로가고 나서 점심식사를 대충 컵라면으로 때우고는 저도 2봉으로 가서 2봉의 출입금지 팻말을 넘어 익근리 계곡으로 하산하였는데 저도 눈속에서 큰일을 당할뻔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눈 덮인 겨울산행은 특히 조심하십시요.....용현님 파이팅!!!!!!!
▣ 불곡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