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703m)의 소요(逍遙)산행

위치: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의 도립공원 .
일시: 2004. 1. 10(토) 날씨: 아주 좋음.
누구: 나. 처. 이 선생님 부부(4명). 산행시간: 6시간 20분(마음 내키는 데로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다녔으므로 걸린 시간은 별다른 의미가 없음.)

코스: 유선관 앞-표충사ㅡ일지암 ㅡ북암 ㅡ 만일암터(천년수)ㅡ만일재ㅡ가련봉(정상)ㅡ만일재ㅡ두륜봉(구름다리) ㅡ 진불암- 표충사-대흥사 구경
주차비:2000원 입장료: 1인당 2000원

새해 들어 함께 가는 첫 산행지로, 주변의 명산 중 묘하게도 아직까지 안 가본 해남 두륜산을 택했다.

두륜산은 중국의 곤륜산과 백두산에서 연유되었다 하여 백두산의 두와 곤륜산의 륜을 따와 두륜산이라 하였다.

도립공원인 두륜산은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에 위치한 산으로서 가련봉(703m), 노승봉(685m), 두륜봉(673m), 고계봉(638m),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 연화봉(613m)의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 졌고, 봉우리의 정상에서는 주작산* 덕룡산은 물론 완도* 진도 등 서해안과 남해안 곳곳의 다도해가 내려다보인다.
대찰 대흥사가 자리잡고 있다.
집단시설지구에서 사찰에 이르는 장춘동 계곡과 숲의 터널.
곳곳에 봄에 피어나는 동백(춘백)숲, 봄* 여름의 신록과 녹음, 한반도에서 제일 늦은 11월 중순까지의 단풍,
천연 기념물인 왕 벚나무, 보호수 천년수는 두륜산의 자랑이다.

광주의 외곽지역에 있는 효촌 역에서 만나 4명이 승용차 1대로 해남 두륜산을 향해 출발한다. 영산포와 영암 월출산이 보이는 곳을 지나 새로 개설된 해남 방향 4차선 길에 진입한다.
80km의 규정속도를 지켜야 하지만 한가한 도로를 달리니 밟은 만큼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속도를 낼 수 있는 길옆에 속도 위반을 잡기 위해 감시 카메라와 함께 경관이 있는 건 뻔 한일. (천천히 가셔야 후에 스트레스 안 받음)
표시판을 보고 해남 쪽으로 내려와(우측 해남읍으로 가지말고) 좌회전해 삼산면 사거리에서 잘 표시된 대흥사 이정표만 따라 가면 된다. (12km)

주차비와 입장료를 따로 지불하고, 한적한 편이라 매표소 주차장을 지나 유선관 옆 주차장까지 진입한다. 2시간 이상 걸리리라 예상했는데 새 도로와 이 선생님의 능숙한 운전 덕분에 효천 역에서 1시간 30분만에 도착이다.

어느 산엘 가나 대부분이 주차장에서 절까지 30분 정도는 걸어가게 되어 있는데, 오늘은 숲길을 걷는 게 생략된다. 차만 타면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으니, 사람 마음이란...

등산객의 산행안내로 유명했다는 개 `노랑이`가 있던 집이자, 영화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 촬영지인 전통 한옥 유선관 앞을 지나니 바로 일주문이다.
주차 매표소에서 나누어준 `두륜산 도립공원 안내도`에 따라, 대웅보전 오른쪽에 있는 표충사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0.4km 올라가니 북암(북미륵암)과 일지암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무조건 오른쪽으로 앞장서 가는 분을 따라가니 (0.5km) 일지암이다. 조선시대 말 차의 다성(茶聖) 초의 선사가 기거하였던 암자다.
한국 차의 성지로 많은 다인 들이 다녀간다는 곳이다.
초가로 복원된 茶亭 , 차나무, 연못, 석간수와 물 대롱 등 옛 차의 분위기를 조금 느낄 쯤, 스님이 나오시더니 녹차 한 잔하고 가시란다. 차의 성지에서의 녹차 맛을 보는 茶人이 못 된지라 `감사합니다만 산행을 계속 할 렵니다`란 인사와 함께 다시 나와 윗길로 향한다.

봉우리도 아직 맺지 않는 동백길을 조금 오르니 왼 쪽으로 북미륵암(북암) 가는 길이다.
너덜길을 0.4km 오른 북암에서 시원하고 맑은 약수를 마신다, 암자 왼쪽의 석탑과 건너편 봉에 있는 석탑(대흥 8경의 하나)은 보이건만 암좌의 문은 닫혀 있어 바위에 새겨진 전설을 간직한 마애여래좌상은 볼 수가 없다.

바로 위에 등산로 표시가 있는데 0.6km 떨어진 천년수를 향해 가자는 일행의 말씀이다. 그래, 오늘의 가야 할 목표는 `가련봉, 구름다리, 천년수`다고 혼자 마음 속으로 정한다.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가니 천년수가 표지판과 함께 못 들어가게 주위에 시설물이 설치되어있다.
-천년수-
수령 1200~1500년 된 거목 느티나무. 둘레: 약10m로 장정7~8명이 팔을 옆으로 뻗어야 한다. 해남군의 보호수.
전설: 옛날에 하늘에서 죄를 짓고 쫓겨난 천동과 천녀가 있었는데,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하루만에 바위에다 불상을 조각해야 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하루만에 불상을 조각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해가 지지 못 하도록 천년수에다 해를 매 달아 놓았다. 그리고 천동은 남쪽 바위에다 입상의 불상을 조각하고, 천녀는 북쪽 바위(북암)에 좌상의 불상을 조각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천녀는 앉아있는 좌상의 불상을 조각하기 때문에 서있는 입상의 불상을 조각하는 천동보다 먼저 조각 할 수 있었다. 불상의 조각을 다 마친 천녀는 하늘로 먼저 올라가고 싶은 욕심에 해를 매달아 놓은 끈을 잘라 버렸다. 해가 지자 천동은 더 이상 조각을 할 수 없었고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화순 운주사의 하루만에 천불 천탑을 조성하기 위해 신들이 해를 묶어 놓았다는 전설과 나무꾼을 나둔 채 두 팔에 아이 둘을 싸안고 하늘나라로 훨훨 날아갔다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 도 해본다.
물론 선녀, 천녀 등...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을 수 밖에...

전설이라야 `옛날 남자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여선생님의 말씀에 대꾸하지 않고 위에 있는 만일암터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만일암의 挽日은 해를 잡아당겨 맨다는 뜻인데 전설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무슨 이유로 없어진 암자의 빈터에 5층탑과 주춧돌, 물이 고인 돌, 담 터도 있는데 바람도 막아주니 산행객의 쉼터로 안성마춤이다.

시산제는 다음 산악회로 미루고 오늘은 우리의 즐거운 점심 시간이다.
김이 나는 약밥에 독한 진도 홍주, 집에서 담근 포도주, 평소 먹기 힘든 홍어찜, 연어구이, 잘 익어가는 김치, 따뜻한 유자차, 커피, 밀감 등...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와 함께 우리 만의 산행이라 1시간 이상의 여유로운 시간이다.

적당히 좋은 기분이라 2차를 가야 하는데, 가까운 거리를 따라 올라가니 만일재다.
여기가 가을 억새의 천지요, 저 멀리 섬과 바다, 산 등 전망도 좋으며 가련봉과 두륜봉이 좌우로 나뉜다,

우선 두륜산의 정상인 가련봉을 향해간다. 제법 차가운 바람 속에 길은 주로 바위로 올라가건만 잘 만 들어진 쇠발판을 밟고 쇠고리를 잡고 가니 가련봉(703m)이 표지석과 함께 있다.(만일재에서 40분 가량 걸림) 시원하고 전망이 좋다는 말 밖에...

무엇이 가련하다고 가련봉이라 했을까?
두륜산의 정상을 왜 두륜봉이라 하지 않고 가련봉이라 했을까?
여기서 노승봉, 고계봉, 케이블카 上部驛, 전망대는 바라만 보고 두륜봉을 가기 위해 만일재로 다시 내려온다.

만일재의 헬기장에서 0.3km 정도 오른쪽 위로 올라가니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코끼리 코 모양의 구름다리가 하늘에 걸려 있다. 구름이 통과하는 다리라 구름다리라고 했다는데 오늘은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다. 다리를 건너가는데 조금은 아찔하다. 뒤따라오는 여자 분들은 무섭다고 건너지 못하고 뒤돌아 간다.

바로 오른쪽 위의 넓은 바위가 있는 두륜봉의 정상에 서니, 여기가 두륜산의 주봉인 느낌이라 높이에 관계없이 두륜산의 두륜봉이라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하산 길이다. 진불암 앞 주차장까지 들어온 차들도 보인다.

표충사와 초의 선사像 이 있는 사이 길로 내려와 이제는 대흥사의 구경이다.
표충사는 임진왜란때 승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친 호국선사 서산대사를 받드는 사당이다.
정조대왕의 친필 표충사(表忠祠)라는 현판을 안 볼 수 있는가?
바로 옆의 성보 박물관은 서산대사와 초의 선사 등의 유물을 보관 한 박물관이다.

서예의 문외한이지만 조선의 두 명필인 원교 이 광사의 대웅보전(大雄寶殿)의 현판 글씨와 추사 김 정희의 무량수각(无量壽閣)의 친필도 지나칠 수 있겠는가?

추사는 제주도로 귀양가는 길에 해남 대흥사에 들려 조선의 글씨를 다 망쳐놓은 것이 원교 이 광사의 글씨라며 대웅보전의 현판을 떼어 내리라고 호통을 치니 초의는 원교의 글씨를 떼어내고 추사의 글씨를 달았다고 한다. 추사는 귀양살이를 마치고 서울로 가는 중에 다시 대흥사에 들려 그때는 자기가 잘 못 보았다고 자기의 글씨를 떼고 원교의 글씨를 다시 달아주라하여 원교 이광사의 현판이 걸리게 되었다는 일화도 재미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中에서)

대흥사 근처에서는 `한듬` 이라는 상호를 만나게 되는데 이는 두륜산의 원래 이름이었다. 대흥사가 문자그대로 크게 흥하게 된 것은 서산대사의 유언대로 그분의 의발(衣鉢)을 봉안 한 후라 한다.

서산대사는 북의 월출산은 하늘을 괴는 기둥이 되고, 남의 달마산이 지축에 튼튼히 연결되어 있어 두륜산은 `재난이 미치지 않고 오래도록 더럽혀지지 않는 곳`이라 하셨다.

그래, 다음에는 두륜산의 8개의 봉우리를 밟아보는 코스를 택해야겠다.
차창 바깥으로 보이는 주작산, 덕룡산, 월출산도 다녀가라고 손짓한다.


▣ 김현호 - 두륜산!! 가보진 못했지만 멋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인간미느끼는 풋풋한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 새해들어 따뜻한 말씀에 감사 드립니다. 그야말로 인간미 넘치시는 분이 십니다.
▣ 수객 - 조만간에 가볼산으로 두륜산과 달마산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은 자료 얻어 기쁩니다.
* 회문산,강천산 산행기에 이어 여기서 뵙군요.새해에도 건강, 즐산 바랍니다.
▣ 박종태 - 작년 삼일절날 대흥사와 달마산을 다녀왔는데 그때의 감흥이 생각나게 하는군요. 잘보았습니다..
* 조금이라도 좋은 추억을 생각하셨다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수영 - 안녕하세요? 통영의 이수영입니다..^^*아내와 함께 대흥사에서 북암, 고계봉을 거쳐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 표충사로 내려온 기억이 새롭게 되살아 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나니 지명의 유래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작성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늘 즐산하세요..
*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신데. 새해에도 건강한 모습을 산행기 속에서 뵙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