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소설에 <숲속의 방> 이란 소설책이 있다.  강석경씨가 쓴 소설로 한 때

베스트셀러가 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그 때 나는 신문사에 있었기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90년대 들어서 나이도 들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나선 것이 젊었을 때 취미였던 등산을

선택하고 나는 매주 거의 빠짐없이 서울 근교의 산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남들이 잘 안 가는 산--왕따산---숨은 산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경기도 산 200개중에

150개 산을 올라간 경력자가 되었고, 인터넷--한국의 산하--에도 내 이름이 올라있다.



처음에는 가족등산으로 시작한 것이 이름이 나다보니 너도 나도 건강(다이어트)하려고

붙어서 동네등산모임에서 모모 산악회까지 결성하게 되었다. 어느 해는 60산, 어떤 해는

80산---이러다가 년중 100산을 목표로 뛰기도 했다. 그러면 10년이면 1000산이 된다.

당시는 50대여서 팔팔했고, 무서운 게 없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도 하루에 종주하고

이튿날 회사에 너끈히 출근했다. 내 인생의 반은 산 속에서 산 것이다.



청춘을 다 바쳐 국가에 충성한다고 하지만, 나는 중년을 다 바쳐 산에 충성했다.

이 와중에 산에는 내가 사는 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1년중 봄 , 여름, 가을 수도없이

찾아가다보니 자연히 가다가 쉬어가는 휴식장소와 중식 자리가 생겨 단골이 된 것이다.

이름하여 나의 <숲속의 방>이다. 주로 전망 좋은 바위와 소나무 그늘이 드리운 아늑한

곳이다. 참 평화롭고 참 편안하고, 참 전망좋고, 물소리 새소리 나고, 안전한 곳이다.



어딜 가도 나만의 산과 나만의 방이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쁘랴! 더 행복하랴! 싶다.

언제 찾아가도 반겨주는 대자연의 보금자리다. 둥지를 틀고 앉아 있으면 떠나기 싫다.

컴컴한 밤이 되어도 일어나 하산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이런 곳이 산마다 있고

계곡마다 있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개방하지 않는다.



(실례: 운악산 주금산,서리산, 호명산,화야산, 고동산, 오봉산,용화산,감악산, 도봉산,

          수락산, 사패산, 불곡산, 소요산, 고대산, 연인산, 석룡산,광덕산,백운산 등)



이젠 놈들이 아예 김양래 방이라고 불러준다. 동료 산악인들의 배려다. 천마산,백봉에도

있지만 김양래 식당도 많이 있다. 밥 먹는 곳도 정해져 있다. 방값을 내야지 그냥 못 쓴다.

그런데 요즘은 등산인구가 많아져서 가는데 마다 초만원이다. 이제는 강원도로 멀리

원정을 가야 할 판이다.  <숲속의 방>을 언제 다시 찾을 것인가 그게 문제다.



이런 명당자리를 두고 자주는 못 가지만, 내가 찾아가는 계절이 따로 있기 때문에 하나도

걱정할 것 없다.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그런 오지는 누가 오래도 안 온다. 그 때는 자연 내 차지다.

나는 전국 어딜 가도 굶어 죽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여기서 쉬고 여기서 놀다가 여기서 조용히

잠 들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산속에 있는 한 행복하다. <숲속의 방>은 영원하다.

언덕 위의 하늘 집이여...기다리라!

2008.04.19



                  배봉산 숲 해설을 마치고                    일죽씀.



           
숲속

'숲속의 방'을 가지실 만 하시네요. 일죽 선생님!
수도권에서만 150개의 산을 오르신 저력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2008-04-19
23:47:07

[삭제]
김양래

감사드림.일죽
2008-04-20
21:32:10

[삭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