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응봉 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4년 11월 6일(토요일)
산행인원 ; 죽비,돌양지,발해,월류,에버그린(5명)
산행구간 ; 아니오니골 우측 능선-응봉-1369봉-1241봉-음지골 능선-음지골
날 씨 ; 맑음


안산에 오를때 마다 건너편에 멋지게 보이던 응봉을 군침을 흘리며 보낸게 몇년이 지났는지 모른다.
응봉은 매봉으로 불리기도 하며 향로봉으로 연결되는 매봉산을 양매봉이라 하고 오늘 우리가 가야할
응봉은 음매봉이라 한다고 한다.

응봉은 설악의 서쪽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설악에 그런 봉우리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지내는 그런 봉우리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응봉을 답사해 보기로 한다.
전날밤에 천둥과 번개가 치며 가을비가 많이 내렸지만 이른 아침에 설악을 향해 달리는 차창 너머엔
맑고 구름이 간간이 보이는 아주 좋은 날씨이다.

인제 민예단지 휴게소에서 오랜만에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용대리로 향하다 구만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아니오니골 입구에 차를 세운다.
아니오니골은 물이 말라 물이 보이지 않으며 오늘 우리가 답사할 응봉은 계곡 바로 우측의 능선길로 올라
계속 외길로 오르기만 하면 된다.


아니오니골 입구



응봉 능선 입구


08:03분
아니오니골 바로 옆의 시멘트로 포장된 능선길로 오르면 시멘트 포장은 곧 끝이나고 좌측에 sk텔레콤
기지국 안테나가 서 있고 우측엔 묘 3기가 보인다.
묘를지나면 또 묘가 나오고 묘를지나 숲속으로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산길로 들어서자 마자 계속 고도를 높혀간다
며칠전 부터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어 산행 공지자가 아니였다면 아마 산행을 포기 하였을 것인데
산행을 이끌어야 는 부담감이 있어 산행에 나섰지만 코도 막히고 숨을 쉴수 없어 헥헥 거리기 시작한다.
모든 분들이 얼굴이 안좋아 보인다고 걱정해 주시니 그말에 힘입어 발걸음을 한발 두발 옮긴다.



응봉 능선길


얼마쯤 오르다 뒤 돌아보니 향로봉 쪽으로 연결되는 매봉산이 우뚝 서보인다.
더 우측으론 알프스 스키장과 백두대간의 진부령으로 내려서기전 마지막 봉인 마산일대가 보인다.
길은 희미하게 나있고 등로에 이끼가 많이 있으며 아름드리 소나무가 밭을 이룬다.
오르면서 진달래 능선이라 불리울 만큼 진달래가 많으며 진달래 가지가 성가시게 한다.


뒤돌아 본 매봉산



알프스 스키장 과  마산


다릅나무라고 하는 마치 껍질을 벗겨 놓은 것 같이 보이는 나무와 딱따구리과의 새인지
나무에 구멍을 파 놓았는데 아주 예쁘게도 뚫어 놓았다. 이 일대는 물 박달나무의 군락지 이기도 하다



다릅나무,




딱따구리과의 새가 파놓은 멋진 나무구멍




물 박달나무의 군락지대


특징없이 이어지는 길이다. 그나마 희미하게 보이던 길마저 보이지 않는다.
길이 따로 없다. 내가 가면 그곳이 바로 길이 된다.
바위 위에 큼직한 바위를 얹어 놓은듯한 바위가 나타나며 암릉이 시작되어
우측으로 우회하며 오른다. 얼마간 올랐을까.

여태까지의 육산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우측이 깎아 지른듯 낭떨어지가 나타난다.
여기가 응봉이다.
응봉은 3개의 바위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쪽은 수천길 절벽으로 12선녀탕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진행방향인 동쪽 역시 그냥 내려 설수 없는 절벽이다.
북쪽은 아니오니골로 경사가 급하게 떨어지고 있으니 응봉에 오를수 있는 길은
우리가 오른 능선길이 유일한 접근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측으로 올려다 보이는 안산의 경우와 영월의 장산이 응봉과 같이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된 모습이다.
이렇게 멋진 곳을 왜 사람들이 많이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암릉지대를 알리는 바위가 나타난다.



응봉은 3개의 바위군으로 이루어 졌는데 1봉에서 본 2봉과 3봉의 모습이다.



응봉에서 올려다 본 안산



2봉 위의 죽비님과 월류님. 3봉 뒤로 1369봉이 보인다.



아니오니골 너머의 능선과 뒤쪽의 중청과 공룡능선이 보인다.



좌측의 황철봉과 저항령, 마등령



뒤 돌아 본 응봉 1봉



응봉에서 본 마산일대




1봉에서 2봉으로 건너는 돌양지님.



미시령 너머의 상봉과 신선봉




까마득한 12선녀탕의 모습



2봉에서 3봉으로 건너는 돌양지님. 디딘 발 아래는 수천길 낭떠러지이다.



3봉과 우측 뒤의 안산



3봉에서 내려다 본 암릉지대. 결국 3봉 좌측의 아니오니골 방향으로 내려가
바라다 보이는 암봉 좌측까지 사면을 치며 긴 거리를 우회해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조망에 취해 있을 때 갑자기 우르를 하는 소리와 함께
돌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이어진다.
일행중의 한 사람이 3봉으로 건너가다 돌을 밟았는데 그 돌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였단다.

3봉에서 전방을 보니 암봉들이 이어져 멋지긴 하지만 앞으로 나가기가 난감하다.
우회길을 찾자니 우측은 12선녀탕 계곡까지 내려가야 할 상황같이 보이니
할 수 없이 좌측의 아니오니골쪽으로 내려서며 사면을 치며 암봉들을 우회하기로 한다.

우회해서 올라보면 또 암봉이고 또 우회하고 또 암봉이고 이러기를 몇차례 지나니
기운도 점점 빠지고 힘도 더 든다.거기에 몸까지 안 좋으니 죽을 맛이다.
아예 암봉지대 전체를 우회해 버리기로 한다.

3봉에서 보면 앞에 보이는 암봉만 우회하면 될 줄 알았던 것인데 지나며 보니
암봉지대를 한꺼번에 우회해야 하는것이다.
당연히 길은 없고 일행 개개인이 걸으면 그게 길이다.
끙끙거리며 우회해서 마지막 암봉 좌측으로 올라 능선에 올라서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10분이다.

오전 8시경 부터 산행을 시작했으니 5시간 10여분이나 걸린것이다.
물론 중간에 많이 쉬기도 하고 조망을 많이 살피곤 했지만 역시 초행길의
우회하는 시간도 많이 걸린 것 같다.

이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역시 진달래 가지와 씨름하며 능선길을 오른다.
저만큼 암봉이 하나 또 버티고 있었으나 다행히 우측으로 우회가 가능하다.
그 암봉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고 조금 더 진행하면 평평한 지대가 나타나며
그 면적이 무척 넓어 숲속으로 이어져 끝이 안보인다.

직감적으로 이곳이 김부자터구나 생각한다.
마을 사람 말에 의하면 예전에 이곳에 화전민 김부자가 살아서 김부자터라 하며
그넓이가 약 3만여평에 이른다 한다. 또 이런 화전민은 대승령과 안산 주위에도
살았었다고 한다.

 

 



사면을 치며 이름 모르는 나무를 한 컷.




빨치산으로 우회하며 올려다 본 암봉 끝. 암봉은 하나가 아니라 이어져 있으며
우회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물 박달나무로 군락을 이룬 김부자터. 마을 주민의 이야기론 이 일대가 3만여평이나
된다고 한다.



빨갛게 하늘을 수 놓은 마가목.


김부자터는 물박달나무로 가득 채워져 있고 우리가 가야할 1369봉 방향은
잡목으로 얽혀있어 앞이 아예 꽉 막혀있다.
그래도 좌측을 보니 상황이 조금은 나은 듯 하여 그 쪽으로 진행하며 덜 막힌 곳을
찾아가며 오르다 보니 1369봉에서 안산방향으로 몇 십 미터 떨어진 등로와 마주치게 된다.

이때가 오후2시 50분이다. 도면상으론 여기까지 3-4 시간을 예상 했었는데
등로가 없고 초행에 우회를 많이 하다 보니 시간이 늘어졌다.
애초 계획은 안산을 거쳐 1257봉을 거쳐 1161봉, 910.2봉을 거쳐 끝까지 내려가기로
예정 했었으나 시간이 너무 지체 되어 방향을 바꿔 1241봉을 거쳐 음지골로 하산 하기로 한다.

1369봉은 공간도 좁고 잡목에 가려 있어 조망이 시원하진 않다.
이 능선상에서는 오히려 1241봉이 막힘 없이 설악을 바라 볼 수 있는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등로 좌측에 멋진 주목이 있었는데 꿀을 채취한 것인지 허리를 크게 훼손시켜 놓았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랜턴을 켜지 않고 내려가려면 오후 5시 30분까지는 음지골을
벗어나야 한다. 2시간 30분 남았으니 조금 서두르면 가능 할거라 생각된다.
바로 앞에 1241봉이 보이는데 등로는 자꾸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다.
길이 희미해져서 좌측을 살펴보니 1241봉은 좌측으로 연결되어 있다.
표지기 까지 하나 걸려 있는 이 길은 아마도 대승골로 빠지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1369봉에서 본 귀때기청봉.



1369봉에서 본 가리봉과 주걱봉




1369봉에서 본 안산일대



허리가 크게 잘려나간 주목.



중청에서 이어지는 서북주능선의 모습.


내설악의 계곡과 능선들.



골이 깊은 대승골. (지금은 흑선동계곡 이라고도 한다)



한눈에 보이는 내설악.



계절을 잘못 알고 나온 진달래 꽃


1241봉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기고 과일도 하나씩 먹고 이제 음지골 능선으로 하산하면 된다.
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작년에 1097봉에서 이쪽으로 나오던 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높은산님 표지기가 있어야 하는 곳인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나무로 막아 놓은 것을 넘어가서 확인해 보니 바로 앞에 1097봉이 보인다.
그럼 아까 그곳이 음지골 능선 하산길이 맞으며 작년에 보았던 높은산님의 표지기는
누군가 청소한 모양이다.

부지런히 내려간다. 한참동안 고도가 안 내려가다 어느 순간 고도를 팍팍 죽이니
뒤따르던 일행들이 이곳으로 올라가도 만만치 않겠다며 한마디씩 하신다.
중간에 표지기 몇 장도 보이고 드디어 계곡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합수점에 떨어진다.

심마니 제단 터에 이르러 간단히 땀으로 얼룩진 얼굴만 씻어낸다.
짭짜름 하던 입 주변이 상쾌해 진다.
좌측으로 내려다 보이는 음지골의 모습은 작년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조용하고 작지만 폭포와 소와 담을 모두 골고루 갖추고 있는 설악의 작은 계곡이다.

어둑어둑하던 주위가 조금 훤해진다. 이제 계곡을 벗어난 것이다
청소년 야영장을 벗어나 아스팔트길에 발을 딛은 시간이 5시 30분이니
1369봉에서 꼭 2시간 30분 내려왔다.
아스팔트길을 걸어 아니오니골 입구의 심방터 횟집에서 송어회 한접시로 응봉 산행
뒷얘기를 마무리 한다.



음지골 심마니 제단터



음지골의 작은 폭포



청소년 야영터에서 아니오니골 입구로 원점회귀 하는 길


올때 갈때 운전 도와주신 월류님과 발해님 덕분에 편히 왔습니다.
9개월 여 만에 함께 산행 하신 죽비님과 돌양지님 산행 즐거웠습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