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기암과 단풍과 갈대의 가을 예찬

 

1. 일시 : 2004. 10. 19(화)
2. 여행요약 : 출발(09:00) → 화원IC(09:25) → 지리산휴게소(10:40) → 동광주IC(11:50) → 장흥(13:15)
                    → 천관산 주차장(13:35) → 팔각정(13:55) → 정원석(15:00) → 연대봉(15:25) → 하산시작
                    (16:00) → 환희대(16:20) → 장천재(17:30) → 팔각정(17:35) → 담소원에서 저녁(17:33)
                    → 출발(18:20)

 


▲천관산 정상에서 본 풍경

하도 오랜만의 등산이라 피곤한 중에도 눈이 번쩍 뜨였다. 설레이는 마음과는 달리 날씨는 잔뜩 찌푸렸다. 햇살이 눈부시게 밝아야 갈대가 하얗게 제빛을 발한다. 갈대 산행이다보니, 날씨가 흐린게 못내 아쉽다.
간단하게 과일과 삶은 계란, 대추차를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차에 시동을 걸고, 지도를 편다. 헉!!! 대충 지리산 아래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천관산이 보성을 지나 장흥이다. 시간은 벌써 9시. 항상 미리 미리 지도를 보아 두는데,,, 그저 지레짐작만 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빨리가도 4시간은 걸릴것 같다. 하지만 산행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도시를 벗어나자 형형색색의 단풍들과  알록달록한 산풍경들이 가을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그저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리라.


하지만 보성도 지나 오후 1시가 넘어가도록 아직 장흥에도 도착 못하자 마음은 점점 조바심만 나고, 슬슬 짜증도 나기 시작한다. 괜히 흐린 날씨탓도 해보지만, 그 모두가 나의 준비성 부족탓인 것을 누구를 원망하랴. 꼼꼼한 사전 준비와 여유있는 시간 배정이 좋은 여행의 필수 조건임을 몸소 깨달으며, 1시 30분 저멀리 천관산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서 보이는 천관산은 마치 머리위에 왕관을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단풍으로 물든 산과 다도해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드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 (天冠山 △723.1m)은 봄에는 진달래로,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으로 명성이 대단하다. 첩첩이 쌓인 기암괴석이 天子의 면류관 형식을 이루고 있어 천관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할 정도로 기암들이 아름답고, 산정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지고,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한다.
추차장에 차를 세운후에도 날씨는 여전히 흐려있다. 너무 급하게 달려온터라 매표소 앞에서 커피한잔씩하며 한숨 돌려보려 했으나,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가 가까워 온다. 에그, 커피를 손에 든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 넓은 길 양갈래로 단풍나무가 아름답다. 커피를 마셔가며 걸을만큼 길도 좋다. 오르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고, 하산하는 분들이 많다. 팔각정을 지나자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고, 한 3,40분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등산은 시작 3,40분이 가장 힘든데다, 시작부터 길이 가팔라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데, 머리까지 어지럽다.

 


▲정원석

30분정도 올라와 잠시 쉬기로 하고, 오른쪽 바위위로 올라갔다. 시야가 탁트이며 점점 깊어가는 가을산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지금까지의 노고가 싹 날아가는 듯 몸이 가벼워졌다.
그곳을 지나자 조금씩 길이 완만해 지고, 몸도 적응된 듯 훨씬 수월하게 진행한다. 바위와 흙으로 잘 조화된 산길이 지루하지도 않고, 정겹다. 점점 능선에 가까워지자 아름다운 기암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뒤돌아 보는 울긋불긋 깊어가는 가을 단풍과 흐릿하게 점점히 떠있는 다도해의 풍경도 아름답다.
양근석을 지나며 사진한장 남기고자 카메라를 들이대니, 처녀가 찍기에는 좀 멋적은 모습인데, 거기다 아저씨 산꾼들이 우루루 지나가며 쳐다본다. 그래도 꿋꿋하게 한 장 담았다. 조금 더 가자 정원석이다. 집 정원에 가꾸어 놓은 듯한 모습이라 정원석이라 이름지어졌단다. 정원석을 지나자 점점 오솔길은 사라지고, 나즈막한 갈대사이를 지난다. 정상이 가까워지고,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환희대 주변의 기암들이 마치 왕관처럼 쏫아있다.

 

 

 


▲정상 연대봉과 봉화대


▲정상 표지석과 봉화대

 

3시 25분 드디어 정상이다. 오른편 환희대까지 탁트인 약 20분 길이 온통 갈대로 흔들린다. 햇살만 좋았으면 더 하얗게 눈부신 갈대를 볼 수 있었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봉화대에 올라 사진을 찍는데, 바람이 몹시불어 스타일(?)을 다 구긴다. 먼 스타일? 하시는 분들, 예~ 죄송합니다.

 


▲환희대


▲아름다운 기암과 단풍

 

정상 갈대 사이에 자리를 잡고, 가져간 김밥과, 과일과, 대추차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환희대로 향하기전에 갈대사이에서 정답게 사진도 찍었다. 필름한롤을 다쓰고, 문제가 생겼다. 차에서 내리기전에 명희에게 필름 두통을 맡겼는데, 명희가 차에 두고 내린 것이다. 본격적으로 갈대가 시작되고, 환희대쪽의 기암들도 아직 남았는데, 맙소사! 암담했다.
환희대쪽으로 향하면서 카메라들고 계신분들이 없나 유심히 살폈으나,,, 에그,,, 요즘 시대에 누가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닐까. 더구나 벌써 4시가 넘은 시간이라 정상부근엔 사람도 거의 만날 수 없었다. 환희대가 점점 가까워 올수록 갈대가 점점 아름다워 질수록 아타까움은 더했다.


환희대를 조금 남겨두고 갈대밭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시는 몇쌍의 부부 산님들을 만났다. 앗! 듬직한 카메라 가방이 눈에 확 띄였다. 다가가니 카메라까지 나와 같은 카메라다. 혹시 남는 필름이 있냐고 묻자, 순순히 필름 한통을 꺼내주신다. 얼마 드리면 될까요 묻자, 허허 웃으시며 됐다한다. 옆에 계신 부인되시는 분도 다음에 만나면 갚으란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이름도 알 수 없는 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싶다. 내 천관산 사진의 반은 그분들 덕분이다.

 


▲장천재와 소나무


▲호박파는 할머니의 위트

 

환희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대세봉, 노승봉, 금강굴등 아름다운 기암들이 많았고 기암들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의 진면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큼 아름다웠다.
하산한지 30분만에 장천재에 도착했다. 장천재 앞에는 600년된 태고송이라는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었는데, 웅장하면서도 기품있는 모습이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하산을 완료하고 담소원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곳에 할머니께서 호박을 팔고 계셨다. "야, 너무 싸다. 바위덩어리 2000원, 돌덩어리 1000원" 할머니의 위트 때문이었는지 산채비빔밥이 잘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