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산(鳳凰山)818m, 각곳산966m

 

위 치 : 경북 영주시 부석면, 봉화군 물야면
산행코스 : 마구령 – 각곳산 – 봉황산 – 부석사

산행일자 : 2004년 10월 31일/형님과 나 

  

◐산행기록
10:08 마구령
10:20 헬기장
10:58/11:08 마구령2km 지점 휴식
11:24 마구령 3km지점
11:39 마구령 4km지점
11:54/12:07 각곳산, 마구령에서 4.9km지점(봉황산 갈림길)
12:43/12:53 봉황산
13:12 부석사 조사당
13:20/14:30 부석사 경내에서 한가로운 시간
14:44 부석사 주차장

  

◈ 부석사 단풍구경 가는 길 (마구령-각곳산-봉황산-부석사)
10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히지만 아버님 생신날이니 꼼짝 할 수 없는 입장이 되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몇일 전부터 머리를 짜내다 보니 묘안이 떠오릅니다.
전국적으로 그 명성이 자자한 부석사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거든요.


집에서 아침에 생신상을 차려드리고 온 가족이 부석사로 나들이를 떠나면 될 것 같아서 아내에게 슬쩍 예기를 해보니 대찬성입니다.
그럼 형수님과 제수씨에게도 먼저 예기를 해놓으라고 하니 알았다고 합니다.

 

내가 부석사를 가자고 한 이유는 올해도 부석사 단풍길을 걸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등산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작년 여름 비로사에서 부석사까지 가보리라 마음먹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가 이슬을 잔뜩 머금은 풀잎에 등산화가 듬뿍 젖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퉁퉁 불은 발로 마구령까지는 참고 갔지만 도저히 더 걷지 못하고 포기한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도 포기한 후로 가슴속 한편에는 언젠가는 재도전 해보리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리까지 다치고 보니 종주산행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기회에 그 길을 이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부지런히 아버님 생신을 차려 먹은 후 아내와 제수씨에게 부모님을 모시고 부석사로 천천히 오시라고 부탁을 하고 대구에서 오신 형님과 길을 나섰습니다.

풍기에서 부석사까지는 20km 정도 되는데 이 길은 가로수가 전부 은행나무로 되어있어서 이맘때쯤이면 환상의 은행나무 단풍길이 열립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좁은 도로 양 옆에 쭉 늘어선 은행나무잎이 지나다니는 차가 내는 바람에 나풀나풀 날리며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리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부석시내를 지나 백두대간 줄기인 마구령에 올라서니 포근한 날씨 속에서도 겨울분위기가 풍겨 나옵니다.
등산로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이정표를 보며 형님에게 오늘의 등산계획을 예기해주고 각곳산 방향으로 대간 길을 오릅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백두대간 등산로에 비치는 햇살이 오전임에도 석양처럼 힘이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앙상한 나뭇가지와 등산로에 뒹구는 메마른 낙엽들이 서로 어울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흠뻑 묻어납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시작되는 경사진 등산로를 오르려니 벌써부터 몸에선 후끈후끈 열기가 솟아납니다.

10여분 만에 첫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꾸준한 오르막을 계속 올라 마구령에서 2km 조금 못미친 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합니다.


이런 저런 예기를 하며 쉬는 사이 처음 이 길을 걷는 형님은 아직 얼마나 더 가야 부석사 갈림길이 나오는지 궁금해 합니다.
멀리 보이는 각곳산을 가리키며 한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고 하니 한시간에 저 먼 곳까지 갈수 있을까 의아해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표고차가 거의 없는 능선 길이니 한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입니다.

걷기 좋은 능선 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니 각곳산 까지의 거리는 금방금방 줄어듭니다.


백두대간 길 중에 이보다 더 평탄한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편한 길입니다.
걸음이 편해지니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벌써 부석사에 도착해서 경내 관람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부석사까지 갈려면 2시간 반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천천히 둘러보라고 예기 한 후 걸음에 속도를 내어 각곳산에 도착합니다.


3번째 오르는 각곳산에는 서울서 오신 한 부부가 쉬고 계시다가 우릴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고치령에서 출발해서 도래기재까지 가신다는 부부산꾼님에게 서울에서 이 먼곳까지 와서 힘들여 산길을 걷는 이유가 뭐냐고 愚問을 던지니 그냥 좋아서 걷고, 길이 있어서 걷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며 賢答을 하십니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웃음으로 화답하고 각곳산 이정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드리니 갈 길이 멀다고 하시며 곧 길을 떠납니다.

  

우리도 기다리고있을 가족 생각에 남쪽으로 제법 가깝게 보이는 봉황산을 향하여 급한 내리막을 내려섭니다.
갑자기 오는 길이라 등산화를 준비 못한 형님은 낙엽이 쌓여  미끄러운 등산로를 줄줄줄 미끄러지듯이 내려섭니다.

  

부담스러운 내리막을 내려서서 각곳산과 봉황산 중간쯤으로 보이는 능선안부를 지나는데 봉황산쪽에서 산님 두 분이 오십니다.
반가움에 인사를 하니 우리에게 어디서 왔는지, 선달산 가는 길과 비로봉 가는 길, 등산로 상태 소요시간을 물어 옵니다.

아는 대로 자세히 대답해 드리고 어디서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으니 온 데는 있어도 목적지는 없다 하십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재차 물으니 여주에서 오셨는데 그냥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데로 걷는 중이라 하십니다.

  

목적지도 없이 정처 없는 발걸음?
하루종일 가다가 발길 닿는 곳에서 쉬고 날 밝으면 또 정처 없이 걷고..
새로운 화두가 끝없는 의문과 함께 나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나는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훌쩍 떠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왠지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없는 떠오르는 의문의 화두를 잡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봉황산에 오릅니다.


정상 표지석도 이정표도 없는 봉황산 정상엔 꽤 오래된 묘가 주인인양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대간길을 보면서 묘지옆에 않아 잠시 땀을 식히고 곧 부석사로 방향을 잡습니다.

한참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생각에 마음이 바빠지니 자연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간간히 봉황산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 바빠진 몸은 생각보다 빨리 조사당에 도착합니다.
부석사 관광을 마치고 조사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가족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를일입니다.

조카녀석 목마를 태우고 부석사로 내려서니 휴일을 맞아 단풍구경 나온 사람들과 때맞춰 실시중인 소방훈련으로 무척 혼잡한 모습입니다.


대웅전엔 들어가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잔디밭에 앉아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은행나무 단풍길로 들어서니 벌써 단풍이 절정을 지나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이는 은행나무도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단풍이 빠르다더니 일주일 전쯤이 아마도 절정이었나 봅니다.
실망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걸어 일주문 근처에 오니 일주문 부근의 단풍모습은 그런데로 볼만해서 몇장의 사진을 찍고 부석사 경내를 빠져나왔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부석사에서 맘껏 구경하지 못하였다고 단풍구경을 망치는 건 아닙니다.
부석사에서 부석까지 가는 도로변에도 환상의 은행나무길이 열려 있으니까요.
환상적인 모습에 갓 길에 주차를 하고 한참동안 단풍의 모습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고 또 담았습니다.

 

산행들머리 마구령 이정표


 

각곳산 이정표


 

부석사의 부석


 

부석사 무량수전


 

  


 

  


 

  


 

  


 

  


 

  


 

마구령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봉황을 닮았다는 봉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