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비알에 시껍한 치악산 종주(매화산-남대봉)

 

                              치악산 종주 산행지도


 

산행지 : 치악산 종주(전재-매화산-비로봉-향로봉-남대봉-상원사-금대리)

일   시 : 2004. 10. 31(일)맑은 초가을날씨

산행자 : 산사랑방 홀로

교   통 : 자가운전

           원주시외버스터미널⇒전재(택시 20,000원 소요시간 30분)

           참고:상원사→성남리하산시간 때의 버스시간(16:50, 20:00=막차) 
 

07:10 전재(산행시작)

08:10 헬기장

08:35 매화산

10:00-10:15 천지봉

12:15 비로봉

14:35-14:45 향로봉

16:05 남대봉

16:20 상원사

17:20 영원사

18:00 금대리야영장(산행끝) 
 

총 산행시간 : 11시간 약 27km

참고산행기 : 산모퉁이님, SOLO님.. 


 

치악산은 

원래 동악명산, 적악산으로 불렸으나

상원사의 꿩(또는 까치)의 보은전설에 연유하여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치악산은 단일산봉이 아니고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장장 20여km에 걸쳐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치악산맥으로 불리기도 하고

또한 주능선 양쪽으로는 깊은 계곡들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어

4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니 많은 산악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치악산에 왔다 치를 떨고 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험하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요즘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서 그건 옛말이라는데..?? 
 

매화산(1,085m)에서 시작하여 주봉인 비로봉(1,288m),향로봉(1,043m),

남대봉(1,181m)까지 고봉들이 솟구쳐있는 장쾌한 능선을 하루 종일 걷는 다는 것..

생각만 해도 그 짜릿함이 사랑방을 자극합니다. 
 

과연 치악의 종주 느낌은 어떨까~~?

자못 궁금해지니 서둘러 종주길에 오릅니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밤늦게 어른 댁에서 제사를 모시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입니다.

조금이나마 눈 붙일 시간도 없는지라 배낭을 정리하고 출발하려니

꼭지(아내)가 심히 불안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보이소. 잠도 하나도 안자고 거기다가 원주까지 차 몰고 갈라 캅니까?”

이젠 완전히 시비조로 달려듭니다. 헐~@@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지요.

“걱정마라, 내가 하루 이틀 이러는 것도 아니고 마 괜찮다.”

억지로 꼭지를 안심시키고 혼자 집을 나섭니다. 
 

같이 갈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꼭지의 컨디션도 별로이고

해병대도 집안에 대소사가 있어 동참할 수가 없으니

오늘은 철저히 혼자가 됩니다. 
 

11월은 고향에 묘사가 있어 산행할 엄두를 낼 수 없고

거기다가 산불경방기간이 시작됨으로 사실상 국립공원 능선종주는 거의 불가능하니

마지막 남은 치악종주가 “너 어쩔 거냐.~?”하며 사랑방을 압박합니다. 
 

올해 봄, 팔공산종주를 시작으로 비슬산, 수도-가야산, 덕유산, 지리산, 기백-황석산,

소백산, 영남알프스, 지리산서북능선 등 거의 종주코스는 끝을 냈는데 딱 하나

치악산 종주가 남아 사랑방속을 태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가려니 지난주에 수도-가야 종주한 진 아우가 마음에 걸리지만

같이 가자고 하면 갈 수도 없는 사람 괜히 속만 북북 긁어놓는 꼴이 될 터이니

혼자 조용하게 다녀오기로 합니다. 
 

02:30 집을 나서면서 24시 김밥 집에 들러 김밥 몇 줄을 사고는

희미한 달빛의 입맞춤을 받으며 중앙고속도로로 달려듭니다.

잠이 오면 휴게소에서 잠간씩 눈을 붙이며 비몽사몽간에 남원주I.C에 도착하니

벌써 6시20분, 밟으면 2시간 거리를 1시간 50분이나 지각한 셈입니다.  


 

전재 들머리 
 

전재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행을 시작하려니 귀가 때 차량회수가 더 불편할 것 같아

원주 시외버스터미날에 도착하여 적당한 곳?(나중에 주차문제로 혼줄 남)

에 차를 주차시키고 택시(23,000원인데 20,000원으로)로 전재로 이동합니다. 
 

▼전재인데 <안흥면>입간판을 끼고 우측으로 돌면 바로 산쪽으로 철조망사이가 초입입니다.


 

이른 새벽 구수한 기사아저씨의 입담으로 지루한줄 모르고 도착하니

사진 속에서나마 낯익은 전재표지판이 반겨줍니다.

산사모님의 댓글이 생각나 전재 표지판 우측으로 들어서자 말자

바로 가면 목장 가는 길이고 우측을 쳐다보니 아니라 다를까 
 

몇 가닥의 철조망이 처져 있고

등산객에게 제일 겁나는 “입산금지“ 허걱~@ 어쩝니까.

그래도 이곳이 길이니까 일단 들어가야지요. 
 

들어서자마자 뚜렷한 등로, 낙엽이 소복이 쌓인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좌측으로는 목장의 그 특이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군락을 이루고 있는 낙엽송사이로 아침햇살이 파고듭니다. 
 

 

▼육송과 낙엽송이 어우러진 낙엽 깔린 등로


 

일단 꼭지에게 무사히 도착하여 초입에 이르렀다고 전화를 합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산행 후 운전하고 어떻게 오겠냐며

자기가 운전해 주겠다고 버스타고 원주에 오겠답니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말입니까?

하지만 그렇게 꼭지를 고생시킬 수가 없어서

하산할 때 몸 컨디션을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른 아침의 목장풍경

 

▼목장을 벗어나니 끝까지 매달린 단풍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30여분 지나니 좌측으로 목장을 벗어나 우측 계곡 쪽으로 등로가 이어집니다.

졸졸..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계곡 따라

헬기장까지 30여분 완만한 경사 길을 땀 닦으며 오릅니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날씨는 초가을 날씨라 긴팔셔츠 하나만 입고 자켓을 벗고

가야할 두리 뭉실한 매화산을 올려다봅니다.

산은 코앞에 지척인데도 20여분 가파른 된비알을 헉헉되며 오릅니다.  


 

두리뭉실한 매화산 
 

아래 헬기장까지는 낙엽 깔린 오솔길을 “치악산 등산로는 정말 좋다“하며

휘파람 불면서 널널하게 왔는데, 매화산 오르는 길..

코끝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급경사 된비알이 초반부터 진을 빼려고 합니다.

몸 컨디션도 별로 인데다가 벌써부터 이렇게 힘이 드니 원~~@@ 
 

▼헬기장에서 바라본 두리뭉실한 매화산입니다. 가깝게 보이지만 3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매화산에서 가야할 길을 조망합니다. 중간이 천지봉이고 좌측 끝이 비로봉입니다.


 

오늘은 얼마나 빨리 몸이 회복될지가 걱정이 됩니다.

매화산에 오르니 전망이 좋아 잠시 가야할 비로봉까지의 주능선을 바라보니

까마득하여 오늘 고생깨나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화산을 내려서니 늙수레한 소나무가 있는 또 전망이 좋은 암봉입니다.

암봉을 내려서니 이제부터는 끝없이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

어디까지 내려가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낙엽이 쌓이고 쌓여 발목까지 덮어주건만 급경사라

미끄러워서 내려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먼지 폴폴 날리며 
 

그렇게 30여분 내려오니 헬기장이 있고 바로아래는

+자안부 좌우로 탈출로가 있습니다. 다시 또 내려온 만큼

천지봉까지 낮아진 고도를 높여야 함으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오릅니다.  


 

관리실 아저씨의 혼 빼는 전화.. 
 

천지봉을 오르는데 시껍하는(?) 전화가 옵니다.

“시외버스가 지나다니는 통로인데 거기다 차를 주차하면 어떻합니까?”

가만히 생각하니 큰일이다 싶어 이러쿵저러쿵.. 변명아닌 변명을 합니다. 
 

“지금 산에 있어서 내려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요?” 하고

말끝을 흐립니다. 그랬더니 아저씨 왈,

오래 세워놓으면 견인차가 끌고 갈 테니 7만원이 어떻고.. 
 

띵~@@ “진퇴양난”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하지만 차를 견인 당한다 해도 종주를 포기하고 내려갈 수는 없는 일

다시 꼭지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한 후 좀 일찍 올라오라 하고

(혹시나 견인당해 늦게 견인소 문 닫으면 차량회수도 못하니깐.) 
 

다시 관리실아저씨께 전화를 합니다. 약간의 거짓말도 보태서

저는 다리를 다쳐서(?) 빨리 못 내려가니 대구에서 사람이 올라올 거라고 하니

알았다면서 도리어 천천히 와도 괜찮다는 아저씨의 고마운 말에 위로를 받습니다.  


 

하늘에 맞닿은 천지봉 
 

마음까지 급해지니 더 힘이 들기 시작합니다.

잠간씩 서서 호흡을 가다듬기를 여러 번..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천지봉입니다.

정상에 올라도 잡목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아 바로 내려섭니다. 
 

 

▼멀리 가야할 비로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지나온 매화산이 잡목너머로 겨우 조망됩니다.


내림과 오름의 연속..

힘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 되어 생 땀만 흘리니

오늘의 종주길이 순탄하지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멀리 보이는 송곳처럼 오똑 솟은 암봉의 비로봉만 쳐다보면 덜컹 겁이 납니다.

과연 저 암봉을 치고 오를 수 있을지..

마침 사랑방이 제일 좋아하는 변함없이 늘 푸른 산죽길이라 
 

▼비로봉을 향해.. 마침 사랑방이 좋아하는 산죽길이라

   잠시 퍼질고 앉으니 배낭도 힘이 드는지 뒤로 벌러덩~~@


 

잠시 배낭도 팽개친 채 퍼질고 앉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또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 힘을 다해 치고 오르는데 어째 암봉이 이상하게 생겼다 싶어 쳐다보니

헐~~@ 비로봉아래의 가짜(?) 비로봉입니다. 
 

진짜 비로봉은 더 높이 30여분 거리에서

“뭘 그렇게 헥헥거리냐..”며 사랑방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완전히 죽을 맛입니다. 그 지겨운 된비알을 또 30여분 치고 올라야 하다니.. 
 

완전히 두 손 들고 주저앉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치고 올라야죠.

수도-가야 종주때 꼭 단지봉치고 오르는 기분입니다.

그때도 단지봉뒤에 또 단지봉이 있는 것을 보고 기절한 번 했거든요. 
 

치악종주가 힘들다곤 하지만

종주길은 그저 능선을 죽죽 걸으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라구~~?

반신반의 했는데, ㅋㅋ~ 결국은 치를 떨며 악을 쓰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치를 떨며 오른 비로봉, 하지만.. 
 

비로봉 정상은 그야말로 산객들로 가득합니다.

매화산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겨우 3-4사람 만난 것이 전부라 무척 외로운

길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니 반갑기도 하지만 얼떨떨합니다. 
 

▼드디어 비로봉입니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멀리 매화산과 좌측의 천지봉 조망입니다.


 

쿱쿱한 음식냄새와 날아다니는 이상한 벌레 떼들.,

시끄러운 소음에 더 이상 서 있질 못하고 가야할 길을 조망하니

저 끝머리가 남대봉 같은데 저기까지 어찌 갈꼬? 혼자 반문하며 내려섭니다.

 

▼가야할 길을 조망하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좌측이 남대봉, 우측이 향로봉입니다.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휴식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혹성탈출이 아닌 비로봉을 탈출(?)하는 꼴이 됩니다. 


 

처음으로 마음먹은 “탈출“이라는 단어 
 

비로봉을 내려와 상원사 10.2km 구룡사 4.6km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고 또 기절 할 번 합니다.

상원사까지 10.2km, 그러면 하산할 때까지는? 띵~~@ 아마 14-15km를 더~~? 
 

▼구룡사 갈림길에서 탈출을 할까 말까 갈등을 합니다.


 

케켁~~@ 헛기침을 하니 더욱 숨이 막힙니다.

지금까지 종주 때마다 힘든 적은 많지만 중간에 탈출을 시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종주 좋아하는 사랑방도 오늘은 자꾸만 자신이 없어집니다. 
 

머릿속은 허전해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빨리 이 힘든 길을 벗어나고픈 생각 뿐,

“구룡사로 하산하면 교통도 용이하고 좋을 텐데..“

잠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꼭지가 원주를 향해 1시차로 대구를 출발했다 하니

악을 쓰며 치를 떠는 한이 있어도 겁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지가 있기에 용기를 얻고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합니다. 
 

어차피 구룡사까지 하산할 시간이면 향로봉에 도착할 테니

향로봉에서 상원사까지 그 정도야 참지 않겠느냐며 스스로를 위안 합니다.

 

13:05 입석사 갈림길을 내려서니 또 산죽이 위안을 주건만

몸은 지치고 다리는 천근만근이라 어디 한구석 아프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에궁~~내가 미쳤지 이게 무신고생이고~~@”

이젠 신세한탄도 나옵니다. 
 

▼향로봉을 향해 인적이 드문 조용한 산죽 길로 접어듭니다.


 

혼자 탄식하며 궁시렁거리니 치악신령님이 들으셨는지 어쨌는지

불쌍한 사랑방을 가엾이 여기사 고만고만한 능선 길로 수월한 길을 열어줍니다.

곧은치에 도착하니 해발 860m라 또 더럭 겁이 납니다. 
 

▼해발 860m의 곧은치의 이정표인데 여기부터 향로봉까지 200m고도를 높여야 합니다.


 

200m나 낮아진 고도를 향로봉까지 어떻게 끌어올릴까..

이미 체력은 바닥을 헤맨 지 오래라 그냥 들어 눕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쩝니까?

꼭지를 만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인 것을.. 
 

▼향로봉을 치고 오르며 잡목사이로 비로봉과 지나온 능선의 조망

 

 

정상석 하나 없는 초라한 향로봉 
 

14:35 드디어 향로봉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도

작은 정상석도 하나 없고 표지목만이 여기가 향로봉임을 말해줍니다.

허탈한 기분도 잠시 뿐, 다시 마지막 남은 남대봉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향로봉인데 정상석대신 표지목이 이곳이 향로봉임을 말해줍니다.

 

▼향로봉을 내려와 헬기장에서 바라본 남대봉가는 길의 능선


 

▼지나온 비로봉방향의 조망


잡목이 우거진 등로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낮춰갑니다.

이곳부터는 암봉이 많아 저길 또 어떻게 오를까 겁이 나지만

다행이도 암봉 사이사이로 계속 우회길이 이어지니 조금은 수월해집니다. 
 

삐죽삐죽한 3개의 암봉을 우회하니 사면엔 산죽길이 이어지며 사랑방에게 위안을 줍니다.

그때, 꼭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이제 원주에 도착했다고”

일단 남원주I,C에서 기다리라 하고 걸음을 옮기지만 몸은 무거운데

기다리는 꼭지를 생각하니 마음만 더욱 급해집니다. 
 

아무래도 하산하려면 앞으로 3-4시간은 더 가야 할 텐데

상원사로 하산하려니 시간상 4시50분버스는 탈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8시까진 기다릴 수도 없어서 교통이 편리한 영원사 금대리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꼭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영원사 금대리로 찾아올 수 있겠느냐고 하니

도저히 자신이 없다하지만 “다 큰 어른이 알아서 하겠지..”혼자 생각하며

일단 찾아오던 말든 제천방향 5번국도 따라 어쩌고저쩌고...@#@%

길 찾는 요령을 가르쳐주고는 전화를 끊습니다. 
 

▼남대봉 오르기 전 암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치악의 공룡인가요? 암봉을 넘나들자니 이제 “악“소리도 납니다.

 

▼남쪽방향의 조망인데 멀리 백운산인가요?


 

삐죽삐죽한 바위 계곡길.. 로프구간을 두어군데 통과하고

사면의 산죽 길을 치고 오르니 남대봉입니다.

마지막 정상에서의 여유로움도 잊은 채 바로 내려서니 영원사, 상원사 갈림길입니다. 


 

꿩과 구렁이의 보은의 종으로 유명한 상원사 
 

영원사로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상원사 유명한 보은의 종이 보고 싶어

지금 400m거리를 다시 백 한다면 힘은 들겠지만 상원사에 들르기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설악산 봉정암, 지리산 법계사와 더불어 가장 높은 위치에 세워진 상원사,

더구나 꿩과 구렁이에 얽힌 보은의 종으로 유명한 절이기도 합니다.

일주문은 작지만 초라하지 않으면서도 아담한 기품이 흐르고 
 

일주문을 들어서니 저만치서 거북이의 입을 타고나오는 샘물..

한 바가지 들이키니 시원하게 갈증을 씻어줍니다.

물맛도 좋고 어째 행운이 따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수통가득 물도 채워갑니다. 
 

▼꿩의 보은의 전설로 유명한 상원사 범종입니다.


 

샘터를 지나 대웅전 맞은편, 상원골 전체가 훤히 바라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

옛 전설을 간직한 범종이 객의 방문을 맞이해주니

잠시 꿩에 얽힌 전설을 떠올려 봅니다. 
 

1천여년 전 신라 때 도사 한 분이 불도를 더 닦기 위해

적악산(지금의 치악산) 상원사를 향해 산길을 올랐다.

이 도사가 잠시 고갯마루에서 쉬고 있는데 별안간 “까르륵 까르륵~” 꿩의 비명이 들려

주위를 살펴보니 구렁이가 어미꿩과 새끼들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도사는 지팡이로 구렁이를 죽이고 꿩을 살려주었다. 
 

도사는 다시 산을 오르다가 날이 저물어 인가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 멀리 불빛이 보여 찾아갔더니 숲속에 집 한 채가 있는데

어여쁜 젊은 여인 혼자 있더라는 것이다.

부탁을 하여 방 한 칸을 빌려 잠을 자는데 갑갑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큰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감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것이다. 
 

도사는“감히 미물이 잡아먹을 게 없어서 인간을 잡아먹으려 하느냐?”며 꾸중을 하니

“나는 당신이 낮에 죽인 구렁이의 아내인데 내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당신을 유혹했다“

며 “이 산중에 빈 절이 하나 있는데 동이 트기 전에 그 절의 종소리를 세 번 울리게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으면 살려 주겠다“ 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때 난데없이 어디선가 종소리가 세 번 들리는 것이 아닌가?

구렁이는 원래 쇠소리에 약한지라 그만 스르륵 몸을 풀고

“그럴 리가 없는데..”의아해 하며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죽음 직전에 살아난 도사도 이 밤중에 누가 종을 울렸을까 궁금하여

헌 절터 종각에 가보니 어미꿩과 새끼가 머리가 부서진 채 피를 흘리고

죽어있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꿩은 죽음으로서 은혜를 갚은 셈이 되었다. 
 

이때부터 적악산(赤岳山)이 개명되어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雉岳山)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이때의 헌 절이

증축하기 전의 상원사라고 하며, 도사는 무착선사라는 설이 있다 한다. 
 

잠간 옛 전설속의 꿩과 구렁이를 떠올리다 상념에서 깨니

이제야 꼭지 생각이 납니다.

아차 꼭지가 얼마나 기다릴꼬~~!! 후다닥 다시 백 하여 
 

사면의 산죽 길을 지나 능선안부에 오르니 좌측능선 시명봉가는 등산로는

출입금지로 막아놓았고 입산하면 과태료 50만원 허걱~~@

하지만 지금은 공짜로 가라해도 저 시명봉을 오를 힘이 없어서 사양하고 싶습니다. 
 

영원사로 안부를 내려서니 이젠 끝없는 된비알의 돌너덜이 이어집니다.

영원사까지 1시간여 계곡 돌너덜을 낑낑대며 내려서니

아직도 단풍은 고운 자태로 서로를 뽐내고 있고 그 사이로 멋들어진 철다리와

목조다리가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과 어울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줍니다.

 

영원사 하산 길.. 끝없는 된비알의 너덜 길을 1시간여 내려갑니다.

 

▼영원사로 가는 길.. 영원골의 가을 풍경입니다.

 

 

▼아래에서 보니 흙에 묻힌 듯 한 영원사 대웅전의 모습

 

▼금대리를 향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낙엽사이의 시멘트길..

   오늘은 걷기도 편하고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금대리에서 마중 나온 꼭지를 만나 
 

영원사에 잠시 들렀다가 시멘트차도로 내려가는데 꼭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지금 금대리 매표소주차장에 도착했다고.. 기특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 왔을꼬. 혼자 방문하며 
 

마중 나온 꼭지를 만나니 힘들었던 종주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나갑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냥 끌어안고 뒹굴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면서 여기를 물어물어 어떻게 찾아왔으며

기타 등등..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며 악을 쓰며 치를 떨었던

오늘의 치악산 종주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산행후기 
 

종주시 능선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물을 충분히 갖고 가야 되며

또한 능선은 등로는 좋으나 거의가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라

최대한 배낭무게를 줄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매화산-비로봉구간은 이정표가 전혀 없는 대신 등로가 뚜렷해

길 잃을 염려는 없겠으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우천 시에는 조심해야 겠으며

반면에 비로봉-남대봉구간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능선 내내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좋지 않은 점인데

천지봉과 향로봉 정상부에 올라도 조망이 좋지 않았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는 더욱 조망이 되지 않을 것 같았고

이점이 종주코스로서의 단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