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산 군립공원의 가을채색


 

(아래사진 : 현수교아래서)

  


 

1. 아침안개를 뚫고


 

진즉에 왔어야 할 이곳이 무슨 그리 많은 연유로 미루어졌던지.... 잡았던 계획이 며칠 사이에 취소되는가 하면 당일 아침에 갑작

레 방향을 틀게 되던 일도 생겨 ‘아름다운 강천산’은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새벽출발과 이른 귀가, 그리고 노선의 선택을

하여, 단풍행락철의 인파와 교통체증을 피해 보고자하였으니 사뭇 비장하게 결행을 한 셈이다.


 

부산-서진주간의 짙은 새벽안개에 되려 몽롱해져, 모자라는 잠을 휴게소 차안에서 청하게 되었다. 서진주-함양을 거쳐 88고속

도로를 달릴 때도 이따금 자욱한 안개를 뚫었다. 남원을 지나는 구간에서 나뭇잎 하나가 떼굴떼굴 가로질러 굴러오는 듯했는데

맹렬히 달리는 차바퀴 앞에 도달해서야 그 놈이 폴짝폴짝 뛰어 고속도로를 건너는 청설모 한 마리임을 알아챘다. 맙소사! 극도의

긴장감으로 전율을 느끼며 차가 지나가고, 끔찍한 모습을 확인하려 뒤를 보니 놈은 천연덕스레 계속 폴짝거리며 노견으로 향하

있다. 휴~.....


 

안개는 순창읍내를 지나 793번 국도, 메타세퀴어 가로수 길에도 자욱하였다. 먹고 자고 하였더니 8시가 넘어서야 강천산 군립공

원 주차장에 도착하지만 산 아래는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때 : 2004년 시월의 마지막 날.

 

이동경로 :

서부산-서진주 IC-함양 IC-88고속도로 순창TG-24번국도-793번 국도-강천산-순창TG -단성TG-

20번 국도-의령-군북TG-서부산

 

아내와 나, 승용차


 

(아래사진 : 지도 1)

  


 

2. 산행코스 선택의 어려움


 

기암괴봉의 산세를 즐기며 호젓한 가을 산행.

금성산성 길 따르며 역사의 발자취도 살펴.


 

이 시기 강천산 산행의 핵심을 잘 정리한 글로, 미리 봐둔 제1교본인 월간 山의 강천산 특집을 다룬 부제다.(2001. 10) 개념은 그

리 따르되, 코스는 공원에서 제시하는 제2코스를 순탄히 따르기로 했다. 제2교본인 이수영님의 산행기처럼 "ㄷ"자 종주도 구미

가 당겼으나 계산해보니 상당한 거리와 노고로움이라 생각이 들었다.  

  

비룡계곡을 지나 선녀계곡 분기점 삼거리에서 즉석 변경하여 제2코스에 변형을 가했으니 코스는 종국에 이런 형태로 되었다.

  

계곡 : 삼인대 계곡-비룡계곡-선녀계곡

능선 : 광덕산 아래 헬기장-시루봉-북바위-연대봉-송낙바위-제2강천호


 

(아래사진 지도 2)

  


 

3. 주차장에서 강천사 까지


 

매표소 지나 사진으로 익히 보아온 병풍바위와 폭포가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가을아침을 적셔주었다. 도선교에 서서 바라보니

장대한 폭포이긴 하나 금새 인공폭포임이 드러나 눈살이 가늘어진다. 그러나 황홀한 단풍조감은 이내 분별을 잊고 탄성을 자아

내게 하니 계곡산행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졌다.


 

  

  

금강교와 극락교를 지나 일주문에 이르는 비포장 흙길은 부드러웠으며, 공원 측에서 아침부터 간이 소방차를 이용해 물을 뿌려

주고 있었다. 먼지가 날리는 건조한 날씨에 대한 배려다. 화장실도 많고, 공사 중인 곳에서는 탁한 물이 흘러가지 않도록 여과지

를 걸쳐 놓아 주 계곡수를 보호하고 있었다. 단풍나무도 소문대로 인공조림을 하여 풍치에 애쓴 노력이 역력하니 군립공원 제1

호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사진 : 강천사 입구)


 

(아래사진 : 강천사 경내)


 

(아래사진 : 노랑과 주홍빛 아침햇살은 처마밑 곶감줄에 닿고)

  


 

경내는 화사한 가을색으로 충만하였다. 절을 지나 현수교 아래를 지나고 수좌굴 아래서 왼켠으로 꺾어지니,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드러난다. 멀리 능선이 또렷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깍두기 머리모양의 저 봉우리는 시루봉으로 여겨졌다.


(아래사진 : 아침햇살에 서서히 화려해지는 단풍)

  

 


 

(아래사진 : 물조차 단풍에 물들고...)


 

(아래사진 : 멀리 시루봉 능선이 보인다.)

 


 

  

4. 선녀계곡으로 들다.

  

  

멋있잖소? 선녀계곡!

갈림길에서 유혹을 받았다. 망설이고 있자니 지나던 초로의 등산객이 행선지를 물으며 비룡폭포쪽 길을 확인 해 주셨다. 얼마간

지나다가 아내에게 선녀계곡 쪽으로 가자고 제안하니 1.4 킬로의 계곡길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흔쾌히 동의한다. 다시 되돌아 선

녀계곡으로 향하니, 아아! 이 호젓함이란......

  

가며 쉬며 놀며 먹으며 평탄한 계곡 길을 쉬엄쉬엄 걷다가 마지막 비탈을 오르니 이제사 처음으로 하늘이 열리고 산야를 달구는

10월의 마지막 태양아래 들어섰다. 헬기장이다. 왼편으로 광덕산이 지척이고 오른쪽 그늘로 능선을 향하는 길이 빠꼼하다. 


 

(아래 사진 : 헬기장 표지판과 광덕산)

 


 

때아닌 더위 속에, 잔잔한 오르내림을 송송이는 땀방울과 함께 하면서 능선 산행이 시작되었다. 계곡을 올라오면서 풀나무와 꽃

들의 이름을 알으켜 주던 아내가 ‘가랑이 소나무’에 반색을 한다. 밑동 근처에서부터 두 갈래 가랑이를 지어 자라나는 소나무들

을 따로 분류해서 나무마다 표지기를 달아 두었다. 붙인 이름을 익히고 보니 가랑이 소나무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아래사진 : 진행방향으로 시루봉이 우뚝하고 돌아보니 지나온 능선과 오르지 않은 광덕산이 보인다.)


 

시루봉에 오르기가 간단치 않아 약간 망설였지만, 우측으로 돌지 않고 바위길로 바로 올라섰다. 꼭대기는 생각보다 넓었고 편평

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사위를 두르는 조망이 펼쳐진 것이었다. 담양호수가 힐끔 보이고 저편으로 추월산이 위엄있게 솟아

있다.


 

(아래사진 : 시루봉에서 바라본 추월산)

 

 



 

5. 시루봉에서 북바위 연대봉 거쳐 송낙바위까지


 

이 구간은 금성산성을 이루는 동문과 북문 사잇구간의 능선을 따라 성벽이 이루어져있다. 이름 지어진 봉과 바위들의 아슬아슬

한 자태가 단풍과 어우러져 절묘한 경치를 이루니 이것이 강천산 군립공원의 또 하나의 멋이라 할 수 있겠다. 나름대로 표현하자

면, 계곡이 가지와 줄기라면 이 산성은 그 가지 끝에서 꽃봉우리가 되듯 피어난 멋이다.


 

(아래사진 : 북바위)

 


 

북바위는 겁이 나서 오르지 않았다. 지난 여름의 코리아마운틴님의 산행기였는데, 나와 같은 고향 사람이 저기서 사진을 찍다가

추락사한 곳이라고 했다. 가장자리가 안전하질 않아 풀섶을 밟다가 떨어질 수도 있다하였는데 그 이후로도 별 안전시설이 추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사고란 어떤 곳에서도 생길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아래사진 : 북바위를 바라보면서)

 


 

(아래사진 : 산성산-송낙바위의 능선과 사면의 단풍)


 

(아래사진 : 산성산에서 바라본 능선길)

 

 

송낙바위가 나무그늘 공터의 전체를 이르는 이름인지 잘 모르겠으나 나중에 내려서서 보니 공터가 크나큰 암반의 위쪽임을 알

았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점심을 먹고 있어 우리도 그늘 한 켠을 얻어 조용한 식사와 휴식을 취했다.


 

하산.

송낙바위 표지판 옆에 위험구간이라며 장황하게 경고를 하여, 이리로 내려서는 게 아닌가싶어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어디쯤 내

려서는 길이 있던데 하면서 간 것이 무려 북바위 근처까지 가버렸다. 사태가 파악되었으니 연대암터로 내려서든지 다시 송낙바

위로 되돌아가든지 해야하는데..... 집사람이 땡볕에 맥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여러 가지 고려 끝에 다시 송낙바위로 되돌아오니 그 많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썰렁해져있다. 송낙바위에서 제2강천

호수로 내려서는 길은 위험하기는 커녕 철계단으로 안전하기만 했다. 암릉과 로프, 위험구간 운운하는 경고판 좀 치우지......


 

(아래사진 : 송낙바위에서)

 

 

(아래사진 : 제2강천호수  1,2 )

 

 


 

6. 귀로 : 오후의 단풍과 다시 만나다.


 

(아래사진 : 강천호를 내려서서 1,2)

 

 

 

(아래사진 : 귀로의 단풍 1,2,3)

 

 

 

 

 

강천호를 비켜내려서 다시 비룡계곡으로 들어서고 강천사 앞의 계곡에서 오후의 단풍과 다시 만나 즐거운 사진찍기를 즐겼다.

주차장까지 많은 인파가 붐벼 인산을 이루었다. 주차장에서 도로로 빠져나가는데 무려 45분이나 걸렸고, 와중에 차량들은 계속

무리하게 진입을 하였다. 산에서는 여유로왔으나 이곳부터는 아수라장이다.


 

(아래사진 : 이젠 단풍과 함께 이 가을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섰나보다. 1,2,3)

 

 

 

 

순창읍내에서 순창정식으로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 한 시간을 기다려 식사를 그럭저럭하고 해거름에 출발을 하여 돌아오니,  순

탄한 길 끝에 군북-산인 구간의 상습지체는 여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