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그리고 나무에게 띄우는 편지



    단풍아!
    너는 푸른 하늘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었구나
    금강산에서..... 설악산에서 댕겨진 불꽃이
    남으로...남으로 달려가면서 대 자연의 축재를 열어가고 있구나
    네 뜨거운 열정으로 온 몸을 활활 태우며 자연을 사랑하고 있구나
    네 뜨거운 열정을 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은 축재의 장으로 모여들고
    즐거워하다못해 감동으로 흐느끼기까지 하더구나

    단풍아!
    네가 물들어있는 시간엔 네 일생에 가장 화려할지 모르나
    가장 소중한 순간은 아니란걸 나는 안다
    그러기에 잎이 진다고 안타까워 하거나
    또한 슬퍼하지도 않는거란다
    단풍아! 너는 지금
    네 자신을 정리하는 마지막 엄숙한 의식을 치루고 있는거지
    그 의식이 끝나면 네 몸이 가장 아름다울 때
    낮은 세상으로 내려앉을 줄 아는 네가 마냥 존경스러워지는구나

    나무야!
    마지막 잎새의 화려한 배신이 끝나면
    너는 네 몸을 가볍게하고 혹독한 시기를 준비하겠다고
    굳은 의지로 서서 하나...둘...
    네 살붙이들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이별의 아픔을 격는구나
    나무야!
    네 앙상한 나뭇가지가 아름다운 것은
    네 몸 속에 생명을 품고 있기 때문이란다
    너는 지금 기적을 품고,
    떨군 잎보다 더 많은 잎사귀들을 품고,
    존재하지 않던 생명들이 새로 태어나는 기적을 꿈꾸고 있는거지

    나무야!
    네 몸 속에는 여명의 새 기운이 흐르고 있는거지
    설렘과 울렁거림이 들어있는거지
    고요하게, 하지만 치열하게 봄을 기다리는 나무야
    너의 꿈은 훗날
    가장 푸르디 푸른 아야기로 피어날거야

    리고 나무야!
    네가 눈물로 떠나보낸 낙엽말이야
    그건 가을의 유서가 아니라
    어쩜, 새 봄을 약속하는 약정서가 아닐까?


    -* 雲 山 *-





  
댓글
2004.11.02 11:04
걷는돌
언제나
아름다운 글과 사진으로
시인의 마음을 보여주시는
김택근님께 감사 !!
댓글
2004.11.02 11:53
두타행
가을을 노래한 단풍의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