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산(功德山) 일명 사불산(四佛山) 913m


 

위 치 : 경북 문경시 산북면, 동로면
산행코스 : 대승사 – 윤필암 – 사불암 – 공덕산 – 반야봉 – 대승사

산행일자 : 2004년 10월 30일/아내와 나 


◐대승사 가는 길
08:00 풍기출발
08:32 예천
09:15 대승사

 

◐산행기록
09:35 대승사 출발
09:50 장군샘
10:00/10:14 윤필암
10:25 장군샘
10:34/11:02 사불암
11:32 묘적암 갈림길
11:46 대승사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
12:09/12:23 공덕산(사불산) 정상
12:51 방광재 [반야봉(전망대) 갈림길]
12:59/13:20 반야봉
13:26 방광재 [반야봉(전망대) 갈림길]
13:42 대승사

 

◐집으로 오는길
14:25 대승사 출발
15:05 예천
15:38 풍기도착

 

◈ 사불암을 찾아 떠난 공덕산(사불산) 산행


 


왠지 이름만 들어도 친근감이 드는 윤필암과 하늘에서 붉은 천에 가리어 내려왔다는 사불암을 동경해 왔던 터라 사불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평소보다 들떠있다.
들뜬 마음 때문일까?
산북을 지나고 대승사 갈림길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범상치 않은 사불산이 모습을 드러내니 가벼운 전율이 몸을 스친다.

 

좁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 구비 한 구비 돌 때 마다 펼쳐지는 단풍의 모습이 화창한 햇살을 받아 더욱 붉어보이니 아내와 나의 입에선 조금씩 탄성이 터져 나온다.

 

차를 타고 가기엔 너무도 아름다운 길이기에
“우리 여기서부터 걸어갈까?” 물으니
내일 아버님 생신이라 집에 가서 음식준비를 해야 하는 아내는 아쉬움이 듬뿍 밴 목소리로 사양을 한다.

 

시간을 핑계로 걷지 못하지만 너무도 걷고 싶은 환상의 길은 일주문 근처에서 절정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기분이 좋으면 단풍의 모습도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린 10여분 이상을 일주문 근처 단풍에 빠져 들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먼저 사불산으로 올랐다가 사불암을 보고 윤필암을 거쳐 오리라 생각했었는데 사불산으로 바로 오르는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않다.


등산 이정표가 붙어있어서 길 찾기가 쉽다더니 어디에서도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뽑혀진 등산로 안내도는 주차장에 거꾸로 선 체 방치되어있다.
등산로로 짐작되는 길에는 절에서 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세워놓았으니 선뜻 들어 서기도 그렇고…

 

하는 수 없이 공양주에게 길을 물으니 윤필암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다.
다른 길은 없냐고 재차 물으니 알지 못한다고 그러신다.
아마 스님들 수행에 방해가 될 까봐 알려주시질 않는 것 같다.

 

그럼 꺼꾸로 돌아오면 되겠다 싶어 화장실 뒤로 난 길을 따라 윤필암으로 향한다.
낙엽이 가득한 정감이 가는 오솔길을 잠시 걸으니 유난히 고사목이 눈에 많이 띈다.
대승사로 들어오며 사불산을 보았을 때 유난히 하얀 나무들이 많이 보여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바라보니 소나무 고사목이다.
그것도 한두 그루가 아닌, 수를 헤아릴수 없는 고사목이 넓은 산 전체에 퍼져 있다.
한두그루 바라볼 때는 고사목 특유의 멋을 느낄 수 있었는데 수 많은 고사목을 보니 안타까움이 앞선다.

 

대승사를 출발하여 천천히 10여분을 걸으니 장군샘에 도착한다.
물을 마시면 장군처럼 힘이 난다는 전설이 있으니 목이 마르지 않지만 한 바가지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서니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산쪽으로 난 길은 사불바위 이정표가 붙어있으니 아마 다른쪽은 윤필암 가는 길 일 것이다.


사불산을 찾은 이유 중 하나가 윤필암을 둘러 보는 것이니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길을 따른다.

귀한 것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인데 의외로 윤필암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 가득 바라보는 윤필암은 기대와는 다르게 어지간한 절보다 규모가 큰 건물들이  눈에 들어 온다.


게다가 지금도 건물 신축공사가 벌어지고 있어 무척 어수선하다.

내가 알고있는 윤필암은 오지에 위치해 있어서 신도들이 찾아 오기가 쉽지않은 관계로 스님들이 겨우 먹고 살수 있을 정도의 시주만 들어 오기에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이 공부에만 정진 할 수 있는 곳이라던데.
그래서 소박한 암자를 생각했었는데…

 

내심 실망을 하고 있는데 언덕 위의 작은 전각이 눈에 띈다.
좁은 언덕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사불전이다.
계단을 딛고 올라서 옆으로 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불상은 보이지 않고 적멸보궁을 모신 절들처럼 능선 위에 있는 사불암을 향해 유리벽이 설치되어있다.

그렇지 부처가 저기 계시는데 따로 모실 필요는 없었겠지…


건물의 규모와 신축공사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실망한 마음을 사불전에서 어느 정도 풀어내고서야 사불산의 주인을 가까이서 보기위해 길을 나섰다.

장군샘까지 다시 되돌아와서 사불바위 이정표를 따라 급하지 않은 오름을 10여분 오르니 사불전에서 보았던 커다란 바위가 거대한 암반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


서둘러 배낭을 벗어놓고 암각 되어있을 부처의 모습을 찾아 보지만 그 모습 보이질 않는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마모되어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한참을 서성이다 아쉬움의 발길을 돌리는데 커다란 바위 위에 사불바위 팻말이 있는 것이 아닌가?
높이 2m 정도의 범상치 않은 돌이 거기에 있었다.
우리가 조금 전에 사불바위로 알았던 바위는 사불바위를 안전하게 떠받들어주는 지대석 역할을 하는 바위였다.

 

삼국유사에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죽령의 동쪽 100리쯤 되는 곳에 높이 솟은 산이 있는데 진평왕 9년에 홀연히 사면방장(四面方丈)의 한 큰 돌에 사방여래(四方如來)를 새기고, 붉은 비단으로 싼 것이 하늘에서 그 산꼭대기에 떨어졌다. 왕이 듣고 거기에 가서 쳐다보고 경건한 예를 갖춘 후 드디어 그 곳에 절을 창건하여 절 이름을 대승사라 하였다. 그 산을 역덕산(亦德山, 功德山)이라 하고 사불산(四佛山)이라고도 한다.

 

세월의 흔적은 사불암 전체에 번져있었다.
모진 비바람에 마모가 되어 거칠어진 표면이 아쉽긴 하지만 동쪽을 보고 서있는 입상은 뚜렷하게 도두라진 모습이 밝게 쏟아지는 빛을 받아 제법 뚜렷하다.
엉뚱한 바위를 보고 실망을 했던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더없이 맑고 고요한 사불암에서 내려다 보는 속세의 모습은 참 평화로워 보인다.
윤필암과 사불전, 성철스님이 한동안 정진하였다는 묘적암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다.
마음이 평화로우면 세상이 평화롭게 보이는 것을…
모든 고뇌와 번민이 없어진 참 진리만이 있는 적멸의 자리가 이런 자리는 아닐는지.

 

깊은 고요 속에 한참동안 머물다 정상으로 떠나는 길은 하루종일 걸어도 지치지않을 능선길이다.
벌써부터 겨울준비에 들어간 나무들이 떨구어낸 낙엽만이 등산로에 가득한 길.
급한 오름도 급한 내림도 없이 순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30여분 걸으니 묘적암 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쉬어갈까 하다가 예정보다 지체되는 것 같아 정상에서 쉬기로 하고 그냥 돌아 내려가니 금새 이정표가 서있는 대승사 갈림길에 도착한다.
대승사 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바로 올라 올 수 있는 길…
아마 대승사에서 사불산 정상을 최단 코스로 오를 수 있는 길인 듯 하다.

 

대승사 갈림길에서 사불산 정상까지는 20분 거리로 꾸준한 오르막을 땀 꽤나 흘리며 올라서니 대보름 산악회에서 세운 앙증맞은 정상석이 우리를 반긴다.
서서 기념 사진을 찍기엔 너무도 작은 정상석 덕분에 편안하게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을 떠받드는 기둥이라는 천주산이 한걸음에 다가 설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용 있게 서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천주산
후일을 기약하며 능선을 부지런히 내려서니 갈림길이 나온다.
사불산과 대승사 전망이 일품이라는 반야봉(전망대) 갈림길이 있는 방광재에 도착한 것이다.

 

10여분 다리품을 팔면 사불산 최고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데 둘러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인적이 없는 길을 따라 가니 그 끝에 제법 큰 바위들로만 이루어진 반야봉이 나온다.

누군가 사불산 산행을 하면서 반야봉을 들르지 않으면 진정한 사불산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하더니 사방 확 트인 전망이 천하절경의 모습이다.

 

가까이 대승사가 사불산의 품에 고요히 안겨있고 제일 우측에 보이는 사불바위 부터 사불산, 그리고 천주산까지 어느 곳 하나 막힘 없는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 볼 수 밖에…

 

세상살이 모든 일도 한발만 옆으로 비켜서서 바라보면 잘 보이는 이치와 같은 것일까?
사람들도 자신의 허물은 못 보면서 남의 허물은 잘 보는 이치와 같을 것이다.
정작 사불산의 모습을 사불산 정상에서는 잘 보지 못하고 조금 비껴 난 반야봉에서 이렇게 전체적으로 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음 같아선 한없이 머물고 싶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대승사로 내려오는 길은 말 그대로 단풍 터널 길이다.
가까이서 보면 비록 철이 지났지만 멀리서 보면 아직 화려함이 남아있는 단풍 숲을 헤치며 대승사에 도착하니 산행에 피곤함을 달래줄 무료 찻집이 우릴 반긴다.

 

3평 남짓한 대승사 찻집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주인도 차림표도 없어 처음 온 사람은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곧 절집의 넉넉한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차와 따뜻한 물과 다기가 준비되어있으니 그냥 내집에 온 것 처럼 좋아하는 차로 골라서 편하게 마시고 뒷정리만 깨끗이 하면 된다.

 

덕분에 아내와 난 작설차의 깊은 향을 음미 하며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내고 왠지 모를 뿌듯함과 넉넉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사불산과 천주산 능선...

 

 


 

윤필암의 사불전

 

사불암의 모습

 


 

묘적암쪽 능선

 


 

사불암에서 본 윤필암, 사불전, 그리고 맨위에 있는 묘적암

 


 

 



 

낙엽 융단이 깔린 능선길

 


 

앙증맞은 정상석

 


 

반야봉에서 본 대승사와 사불상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천주산

 

사불산 고사목


 

철지난 단풍 터널 길

 


 

색이 너무 고운 낙엽


 

대승사 전경

 

대승사 단풍

 


 

찻집의 아늑한 실내모습

 

일주문과 단풍

 

일주문 들어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