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금요일)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과 경기도의 과천, 의왕, 성남시에 걸쳐 있는 육산인 청계산을 찾기로 한다.

 9시 30분에 집을 나와서 전철로 양재역 7번 출구를 나오니 10시 30분.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능선 종주를 하기 위해 화물터미널(트럭터미널)로 가는 마을버스를 탄다. 화물터미널에서 하차해서 횡단보도를 건너 S 오일 주유소를 좌측으로 끼고 들어가면 우측에 양곡도매시장과 KCTC 양재물류센터가 나타나고 KCTC 양재물류센터를 지나면 바로 양재동 밤나무골의 청계산 들머리가 나온다.
 11시 15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서 스틱을 펴 짚고 면장갑을 낀다. 능선을 서서히 오르니 TV 뉴스에 나온 대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와서 한기를 느끼게 된다. 쓰러진 나무를 재활용해서 만들었다는 나무벤취가 있는 첫 번째 쉼터에 닿으니 11시 43분. 식사 대신 샌드위치 세 조각과 보온병에 뜨겁게 담아 온 음료수를 먹는다. 뜨거운 코코아차를 마시니 추위가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듯하다. 십여분을 그 곳에서 머물다가 다시 일어서서 나아간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서초구의 청계산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등로와 이정목, 쉼터가 잘 조성돼 있다. 제 1 솔밭쉼터와 제 2 솔밭쉼터를 지나서 싱그러운 솔 냄새가 물씬 나는 지릉길을 오르다 보니 12시 26분에 옥녀봉에 도착한다. 헬리포트인 옥녀봉은 조망이 꽤 좋다. 특히 관악산과 서울경마장이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그리고 오전에 싸늘하게 불어 오던 바람도 따스한 햇살에 물러나서 얌전해진다.



청계산 들머리 - 양재동 밤나무골.



첫 번째 쉼터.



제 2 솔밭쉼터.



옥녀봉에서 바라본 관악산과 서울경마장.



헬리포트인 옥녀봉.


 옥녀봉에서 조망을 즐기며 십분 정도 쉬다가 지릉길을 내려선다. 지릉길에서 군부대의 특이하게 생긴 철탑이 설치된 청계산 정상이 가깝게 바라보인다. 지릉길 한 복판을 막아 선 한 그루의 소나무가 운치있고 정겹게 다가온다. 낙엽이 군데군데 깔려 있는 지릉길은 걷는 정취가 다르다. 사색하며 걷기 좋은 지릉길을 약 15분간 걷다 보니 매봉으로 오르는 기나긴 나무계단길이 시작된다. 나무계단길을 20여분 정도 올랐을까. 매봉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에는 전화 부스가 설치돼 있다.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다.



지릉길의 운치있는 소나무.



낙엽이 군데군데 깔린 지릉길.



매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 1.



매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 2.



매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 3.



매봉 삼거리의 전화 부스.


 매봉 삼거리에서 5분 정도 나아가니 다시 나무계단길이 나오고 나무계단길을 오르니 5분 만에 돌문바위 앞에 닿는다. 돌문바위에서 삼사분 정도 나아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의 좁은 길로 가면 막다른 곳에 82년 6월 1일 군작전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53명의 공수부대원의 충혼비가 있고 좌측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매바위다. 충혼비를 보고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서 나무계단을 오르니 표면이 울퉁불퉁한 큰 바위 옆에 해발 578 미터라는 매바위 표시석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해발 618 미터의 망경대가 지척에 보인다. 망경대(望京臺)라는 이름은 고려가 망한 후 고려의 충신 조 견이 이 곳에 올라서 고려의 수도였던 송도를 바라보며 슬퍼 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고 그 전에는 이 곳에 올라서면 만경이 펼쳐진다는 의미에서 만경대(萬景臺)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돌문바위.



충혼비.



매바위로 오르는 나무계단(우측은 충혼비로 가는 길).



매바위에서 바라본 망경대.



매바위.


 매바위에서 100 미터 거리에 매봉이 있다. 표시석을 보니 해발 582.5 미터라고 적혀 있다. 매봉에서 혈읍재로 걸음을 옮기며 망경대를 바라보니 매바위에서보다 더 가깝고 선명하게 보인다. 14시 5분에 혈읍재에 도착한다. 혈읍(血泣)재라는 이름은 연산군 때에 무오사화에 연루된 학자들이 이 고개에서 피를 토하며 울었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방향표지판이 조금 애매하다. 좌측은 옛골로 내려가는 길, 우측은 석기봉으로 가는 내리막길, 직진하는 오르막길은 하오고개로 가는 길이라고 적혀 있다. 직진하는 오르막길은 망경대가 코 앞에 보이는 암릉구간이다. 암릉구간을 오르자 왼쪽에 좁은 등로가 보이는데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망경대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고 적혀 있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그 길로 향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자신도 그 길로 진행하지만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지나 나아가다 보니 먼저 가던 사람들이 되돌아 오면서 이 쪽으로는 길이 없다고 하여 다시 혈읍재로 돌아가니 20분을 손해보게 된다. 석기봉으로 가는 내리막길로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다른 산행객에게 물어 보니 직진하는 오르막을 오르다가 우측의 로프가 설치된 곳의 바로 밑에 있는 좁은 등로를 따라가면 석기봉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혈읍재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은 석기봉을 지나치는 우회로라고 한다. 직진하는 오르막길을 되올라서 우측의 좁은 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을 탄다. 안전하고 산책로 같던 청계산의 등로가 혈읍재부터는 꽤 험해진다. 그런데 되올라서 가다 보니 내리막길이 계속되어 이상해서 다시 오르다 보니 석기봉 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와서 혈읍재 쪽으로 간다. 석기봉으로 가는 길을 다시 물어서 좁고 험한 등로를 조심해서 나아가니 망경대와 석기봉 사이의 한 암봉에 오르게 된다. 그 곳에서 석기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다시 진행하여 석기봉에 오른다. 석기봉의 조망도 참 좋다. 석기봉에서 잠시 쉬며 황도 통조림 한 캔을 먹는다.



매봉.



매봉을 지나서 혈읍재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망경대.



혈읍재 사거리.



망경대와 석기봉 사이의 암봉에서 바라본 조절저수지.



석기봉.


석기봉에서 바라본 관악산과 과천저수지, 좌로부터 서울대공원,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랜드, 서울 경마장



석기봉에서 내려다 본 헬리포트.


 석기봉에서 암릉길로 내려서서 헬리포트로 내려간다. 폐쇄된 간이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로 가서 절고개능선으로 향하는 암릉길로 내려가니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런 산중에서 트럼펫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 것도 꽤 운치있다는 생각이 든다. 빈터를 내려다 보니 그 곳에서 중년의 산행객이 트럼펫을 불고 있다가 멈추고 트럼펫을 종이에 싸고 있다. 이 빈터에는 이수봉까지 20분이 걸린다는 이정목이 설치돼 있다. 빈터에서 나무계단길을 오르니 절고개능선의 이정목이 나타나고 이어서 헬리포트에 닿는다. 헬리포트에서 완만한 지릉길을 6분 정도 걸으니 커다란 표지석이 설치된 해발 545 미터의 이수봉이 나타난다. 이수봉(二壽峯)이라는 이름은 조선 연산군 때의 유학자 정 여창이 무오사화를 예견하고 이 산에 은거하여 생명을 두 번이나 구했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표지석은 이 봉우리의 흙으로 된 지형과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아마 다른 곳에서 채취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봉에는 국사봉까지 1520 미터라는 이정목이 설치돼 있다.



헬리포트의 방향표지판과 폐쇄된 간이화장실.



헬리포트에서 7분 쯤 내려가면 나오는 빈터.



빈터에서 절고개능선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



이수봉으로 가는 길의 헬리포트.



이수봉.



이수봉의 이정목.


 이수봉을 떠난지 6분 후에 구름다리의 이정목을 만난다. 그런데 오늘의 산행계획이 국사봉을 거쳐서 하오고개를 지나서 바라산재 못미처의 봉우리에서 학의동으로 하산하는 것인데 늦어도 18시까지 하산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구름다리가 그 근처의 어디에 있는 것인지 확인은 커녕 의문을 가질 여유도 없이 바로 직진하게 된다. 지릉길을 따라가다가 철조망이 쳐져 있는 곳을 우측에 낀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온통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등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직진하는 길을 버리고 좌측의 분명한 등로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진행이 잘못된 듯하다.

 이수봉을 떠난지 21분 만인 16시 6분에 한 이정목을 만나는데 좌측으로 꺾어져도 옛골, 직진해도 옛골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직진한다. 16시 17분에 나무벤취 한 개가 설치된 작은 언덕을 지나서 16시 30분에 지릉길의 작은 언덕을 지난다. 그리고 목책과 로프가 설치된 내리막길이 나타나고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이 길로 내려가서 봉오재로 하산하게 된다.



구름다리의 이정목.



호젓한 지릉길.



이정목.



나무벤취가 있는 작은 언덕.



지릉길의 작은 언덕.



봉오재 하산길.


 로프가 설치된 내리막길을 5분 정도 내려가니 어느 산행기에서 읽은 적이 있는 봉오재의 이정목이 기다리고 있다. 봉오재에서 계속 내려가니 새로 설치한 정갈해 보이는 화장실이 인상적이다. 이 길은 성남시의 옛골(상적동)로 하산하는 길이다. 구 78-1번(현재 4312번) 버스 종점까지 200 미터라는 옛골다리를 건넌다. 이 곳이 오늘 산행의 날머리다. 좀 더 걸으니 미군들을 위한 종교시설로 보이는 정토사 입구가 나오고 차도를 건너 좌측길로 오르니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버스를 타고 총신대의 고전음악감상회에서 2시간 동안 음악감상을 하고 귀가하니 23시가 가까운 시각이다.



봉오재의 이정목.



봉오재를 내려서서 뒤돌아 보며...



옛골 하산길.



옛골에서 쳐다본 청계산.



청계산 날머리 - 옛골다리.

 


옛골마을의 정토사 입구.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