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일요일)은 사흘 전에 시간관계상 가지 못 한 삼성산과 관악산의 연계산행을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한다.

 8시 50분에 집을 나와서 전철로 서울대입구역까지 가서 버스로 갈아 타고 서울대 정문 옆의 관악산 입구에서 내리니 10시 20분. 산행철의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관악산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매표소에서 5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관악산 관문을 들어선다. 제 1 광장과 제 2 광장을 지나서 10시 50분에 장수교를 건너 10시 58분에는 폭포수 1 약수터에 닿는다. 낙엽이 깔린 지릉길을 5분여 걷다가 삼거리에서 국기봉으로 가는 우측길로 꺾어져 올라간다.

 


삼성산 들머리 - 관악산 관문.

 


제 1 광장, 제 2 광장을 지나서 장수교를 건너...

 


폭포수 1 약수터.

 


국기봉을 향해서...


 10분 정도 오르다 뒤돌아 보니 저 멀리 관악산 정상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태극기가 휘날리는 암봉이 보인다. 한참 걸어 오르다 보니 거치른 암릉의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그 암릉을 오르고 나니 11시 45분에는 이 곳은 위험하니 밑으로 돌아가라는 경고 표지판이 설치된 암봉이 나타난다. 그 암봉을 중간 쯤 기어 오르다가 위험한 구간이 있어서 우회로로 내려간다. 우회로를 오르다 보니 11시 57분에 두 번째 암봉 기어 오르기가 시작된다. 사진상의 암릉을 오르고 난 후에 계속 진행해야 하는 암릉 구간 중에는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로 추락하게 되는 위험한 부분도 있어서 잔뜩 긴장이 되어 조심해서 암릉을 오른다. 위험한 암릉 부분을 통과하고 나니 암릉 구간은 끝나고 오랜만에 지릉길이 기다리고 있다. 12시 14분에는 삼막사까지 2.2 킬로미터, 33분이 남았다는 사거리의 방향표지판 앞을 지난다.

 


거치른 암릉이 시작되는 곳 - 중간 쯤에 우회.

 


위험한 암릉을 오르기 전에 한 컷.

 


위험한 암릉의 쉬운 부분을 오르고 난 후에 한 컷.

 


사거리 - 국기봉에서 삼막사 쪽으로...


 그런데 삼성산의 암봉들은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그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최소한 암봉 입구나 정상에 그 암봉의 이름을 적은 표지판을 설치해 놓는 게 수많은 산행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운동장바위를 지나서 제 1 국기봉으로 향한다. 이 곳은 외따로 솟아 있는 암봉이어서 인파 때문에 제쳐 놓고 삼막사 쪽으로 진행하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오르게 된다. 제 1 국기봉도 암릉을 기어 오르는 재미를 민끽하게 해 주는 곳이다. 제 1 국기봉 정상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다가 인파에 밀려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다시 삼막사 쪽으로 진행하니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바로 삼막사로 가지 않고 콘크리이트 포장도로를 올라서 삼성산으로 향한다. 관악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출입이 통제된, 해발 481 미터의 삼성산 정상 부근으로 걸어 가서 산길을 내려가니 아까 올랐던 콘크리이트 포장도로로 내려가는 지름길이다. 반월암 입구를 지나쳐서 삼막사로 향한다.

 


손바닥 만한 운동장바위.

 


제 1 국기봉을 오르면서 한 컷.

 


거북바위.

 


삼성산 정상으로 오르는 콘크리이트 포장도로.

 


출입이 통제된 삼성산 정상.

 


삼성산 정상을 내려와서 삼막사로 가는 길에 있는 반월암으로 오르는 돌계단.


 13시 42분에 드디어 삼막사에 도착한다. 공양밥은 12시부터 13시까지 제공한단다. 식사 대신 찐 고구마 몇 개와 음료수를 먹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느긋하게 쉬기도 어렵다. 삼막사의 이채로운 석불상을 보고 조선 말기에 종두법을 실시한 지 석영의 형인 지 운영이 쓴 글로 바위면을 다듬어 거북 귀자를 새겨 놓았다는 삼귀자(三龜字)를 본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한참 물어서 삼막사의 명물인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는 돌계단을 오른다.

 


삼막사의 석불상.

 


삼귀자(三龜字).

 


삼막사에서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는 곳으로 오르는 돌계단.


 돌계단을 7분 쯤 오르니 드디어 남근석과 여근석이 나타난다. 남녀의 성기 모양을 닮은 돌이다. 옛날 조상들의 성기숭배풍속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다. 이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는 곳 근처에 칠보전의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석굴사원 내부의 암벽에 마애삼존불상을 새겨 놓은 것이다.

 


남근석.

 


남근석과 여근석.

 


여근석.

 


삼막사 칠보전의 마애삼존불상.


 칠보전에서 십여분 지릉길을 오르니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는 길을 버리고 왼쪽의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흙 위로 돌들이 울퉁불퉁하게 튀어 나온 지릉길을 지나게 된다. 지릉길을 15분 쯤 내려가니 망월암이 나오고 계속해서 돌밭길을 내려가니 망월암에서 30분 만에 삼거리의 방향표지판이 나타난다. 직진하면 무너미고개를 넘어서 관악산의 관문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뒤로 돌아서 가면 안양유원지로 가는 길이다. 우측으로 꺾어지면 팔봉능선과 학바위능선, 계곡길 중의 한 코스를 택해서 연주대로 올라가게 된다.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계곡길을 택해서 연주대로 오르기로 한다. 팔봉능선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계곡길을 십여분 쯤 오르다 보니 진행이 막연해지는데 계곡 왼쪽의 검은 바위에 붉은 화살표 표시가 선명하게 돼 있어서 그 화살표를 따라서 진행하다 보니 드문드문 바위에 진행방향을 가리키는 붉은 화살표 표시가 돼 있다.

 암릉을 오르다가 지쳐서 조망이 좋은 암릉 위에 다리를 쭉 펴고 편히 앉아서 황도 통조림 한 캔을 먹는다. 그러다가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을 느껴서 암릉 위를 올려다 보니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종으로 보이는 개 한 마리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두 눈이 충혈돼 있어서 주인이 버린 떠돌이개 아니면 미친 개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다시 개가 있던 곳을 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다. 혹시 그 개가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가 느닷없이 공격할지 몰라서 자기방어를 위해 스틱을 펴 오른 손에 잡는다.

 결국 바위의 화살표를 따라가다가 학바위능선을 타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학바위능선인 줄 모르고 암릉을 계속해서 오르다가 오르던 암릉의 다른 방향의 내리막길에 표지판이 있어서 십여 미터 쯤 내려가 확인해 보니 ‘학바위능선 2’라고 표기돼 있다. 그 곳에서 9분 쯤 더 진행하니 태극기가 설치된 암봉이 나타나는데 그 암봉의 우측으로 우회해서 진행한다.

 


삼막사에서 망월암으로 내려가는 길.

 


망월암.

 


망월암을 30분 쯤 내려온 후에 있는 무너미고개, 연주대, 안양유원지로 갈라지는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계곡길에서 붉은 화살표 표시가 된 암릉길을 따라 오르다 본 ‘학바위능선 2’ 표지판

 


학바위능선의 태극기가 설치된 암봉.


 태극기가 설치된 암봉을 우회하여 오르니 ‘학바위능선 1’ 표지판이 나온다. 그리고 암릉 너머로  KBS 송신소의 철탑들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그 곳에서 십분 쯤 더 오르니 삿갓승군(僧群)이 나타난다. 어느 방향에서 보면 삿갓을 쓴 중의 무리로 보일까 아리송해진다. 바위의 이름을 참 시적으로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삿갓승군을 바라보며 오르다가 16시 56분에 KBS 송신소 사거리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오던 길로 약간 되돌아가서 암릉을 우회한 길로 진행하니 이미 철수한 노점과 깔딱고개가 나타난다.

 


‘학바위능선 1’ 표지판.

 


KBS 송신소 철탑이 보이는 곳에서 한 컷.

 


삿갓승군 1.

 


삿갓승군 2.

 


KBS 송신소 사거리.


 깔딱고개에서 암릉길을 올라서 말바위로 간다. 깔딱고개에서 연주대로 가는 최단코스다. 암릉을 통과하는 데에 불편한 스틱을 접고 나니 삼성산 쪽으로 지는 석양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서둘러서 말바위능선을 통과하는데 말바위능선의 중간에서 갑자기 오른쪽 다리의 장딴지에 근육이 뭉쳐 파열될 듯한 격심한 통증을 느낀다. 순간적으로 통증이 사라졌다가 재차 격심한 통증을 느껴 신음이 나온다.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가 다가와 다리를 주물러 준다. 한결 나아진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장딴지에 쥐가 나기는 생전 처음이다. 한 아저씨가 다시 다리를 주물러 준다. 그리고는 날이 어두워져서 빨리 하산해야 하니 정상 부근의 부대에서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말바위를 지나서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다가 쥐가 난 장딴지가 뻐근해서 십여분 동안 앉아서 다리를 주무르며 쉰다.

 


말바위능선.

 


삼성산 쪽으로 지는 석양 1.

 


말바위능선에서 KBS 송신소 쪽을 바라보며 한 컷.

 


삼성산 쪽으로 지는 석양 2.

 


삼성산 쪽으로 지는 석양 3.


 다리가 약간 회복되는 듯해서 관악산 정상으로 가서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그러나 다리에 또 쥐가 날 지도 몰라서 걸음을 빨리 할 수가 없다. 말바위를 우회해서 깔딱고개로 가니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오늘 하산길은 야간산행을 할 수 밖에 없다. 깔딱고개의 나무계단을 내려가서 일몰시각이 지난 18시 경에 배낭에서 후래쉬를 꺼낸다. 항상 배낭에 넣고 다니지만 작년 가을 이후로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결국 오늘 긴요하게 사용하게 된다. 뒤에서 여러 사람들이 후래쉬도 없이 내려온다. 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에 야간행군을 자주 해서 야간산행도 문제 없다며 내려온다. 그러다가 제 4 야영장 못미처의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빠진다.

 자신은 그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므로 계속해서 홀로 계곡길로 내려간다. 이 후래쉬마저 없었다면 야간산행이 얼마나 난감했을까. 건전지가 다 닳았는지 불빛이 희미해진다. 배낭에서 예비용 건전지를 꺼내서 교체하니 꽤 밝아진다. 제 4 야영장까지는 길을 따라 잘 내려간다. 이 곳에서 호수공원으로 가는 지름길인 계곡길이 등산지도상에 표기돼 있지만 한번도 가 보지 않았고 더구나 야간산행이기 때문에 항상 다니던, 철쭉동산으로 가는 비탈길로 향한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돌길의 바닥에 물도 조금씩 흐르고 울퉁불퉁한 돌밭길에 낙엽이 깔려 있어서 발을 조심해서 디뎌야 한다. 낙엽이 깔려 있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밭길을 한참 오르다 보니 체력단련장과 약수터가 나타난다. 내 기억에 없는 곳이다. 그리고 진행이 애매해진다. 낙엽이 바닥에 온통 수북히 깔려 있어서 길을 찾기가 더 까다롭다. 후래쉬로 사방을 비추다가 약간 뒤쪽에 등로로 보이는 곳이 있어서 그 길로 나아가니 좁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가 길이 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변한다. 그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니 철쭉동산이 나오고 제 2 광장과 제 1 광장을 지나서 호수공원에서 잠시 쉬다가 관악산 관문을 나서니 20시 정각이다. 버스를 타고 신림역까지 가서 전철로 갈아 타고 집에 오니 21시 30분이 다 됐다.

 


관악산 정상표시석 - 해발 629 미터.

 


지적삼각점이 설치된 관악산 정상.

 


관악산 날머리 - 관악산 관문.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