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전 제주도에 갔다가 영실로 해서 백록담에 가려다 윗새오름에서 그만 둔 적이 있었습니다. 영실로는 정상에 못 간다는 정보를 파악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두 달여간 한라산의 시원한 풍광을 늘 그리워 하며 또한 호시탐탐 갈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요. 지난 주말을 맞아 과감하게 제주행을 결심하였습니다. 이번 주 산에 대한 목마름은 한라산으로만 향합니다. 한라산 아니면 아니면 다른 산은 이 불을 끄기에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안내산악회에 전화 예약하고 송금(산행비는 배삯 포함하여 99,000원입니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오후 4시쯤 제기동(서울)집을 나와 불이나케 인천행 전철에 올랐습니다. 이리하여 배에서 2박하고 1일 산행하는 한라산 등반이 시작되었습니다. 배는 순조로이 출발, 아침에 제주부두에 산객들을 토해 놓았습니다.

푸른 바다와 흰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한라산은 이날 따라 그 자태를 속속들이 드러내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한라산을 이렇게 확실하게 본 적도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늘이 벗어지는 것은 일년에 4,50일 중하나인 축복받은 날이랍니다. 저는 혼자서 갔기에 다른 분들을 조금 앞질러 가서 약간 빠른 운행을 하게 되었습니다.(산행시간 약 5시간 30분)

 

산행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5일 금요일    밤  19시 인천항 출발

 

6일 토요일     아침 8시 제주항 제2부두 도착

                   9:26분 성판악에서 산행시작

                   11:10분 진달래 대피소 도착

                   12:13분 동봉 정상 도착

                   14:54분 관음사 매표소 도착 산해 끝

                   제주시내로 나와 해안가의 사라봉과 천도봉을 산책하고 18시 집결지인 제2부두 도착,

                   19시 제주항 출발

 

7일 일요일    아침 8시 인천 연안부두 여객 터미널 도착 여행 끝.

 

 한라산의 모습은 정말 저를 매료시키더군요. 강한 햇살과 짙푸른 상록수와 갈색, 홍색의 낙엽 그리고 시원하게 부는 산바람과 바닷바람.

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 말씀 드리자면 배에서 이틀이나 자게 되니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는 게 옥의 티였습니다. 가는 날 밤에는 다음 날 산행이 있어서 대부분의 산우들이 음주를 자제하셨습니다만, 오는 날인 토요일 밤에는 매우 많이 들 드시고 있었습니다. 배에 있는 매점에서 소주는 안 팔지만 생맥주와 캔맥주는 팔고 있었기에 많은 산우들이 가져온 술을 다 드시고 매점에서 사서 드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배에서 처음으로 사귄 분들과 술을 맛있게 마셨습니다만, 술도 약해서 어느 정도에서 그치고 자러 갔습니다. 그런데 술에 세신 분들이 많더군요.  어느 분들은 거의 새벽까지 드시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얼굴이 검붉게 되셔서 즐거운 모습으로 담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분 들 중 많은 분이 부부동반으로 산행을 오셨더군요.(저는 홀로 산행이었구요) 술친구와 술을 드시며 부인은 먼저 주무시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즐겁던 얼굴들이 아침에는 수세미처럼 파김치가 되어, 보는 사람을 안스럽게 하시더군요. 특히 부인들이 걱정을 하시니 제가 보기에도 안스럽더군요.산에 가서 벌어 온 건강점수를 모두 다 술에다 쓰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왜 이 말씀을 드릴까요? 남편께서 밤새 술을 드시는 바람에 작은 가슴이 밤새 타들어 가던 어떤 사모님의 모습을 제가 보았기 때문이구요, 그 옆의 사모님께서는 산객들께 술을 너무 많이 드시지 말라는 글을 한국의 산하에 올려달라고 제게 부탁하셨기에 이 글을 씁니다. 물론 저도 그 아낙의 심정에 동참합니다.) 산객님들, 술은 적게 산은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제주도 한라산의 풍광을 여러분과 같이 하고자 사진 몇장 올려 봅니다.

 

성판악에서 두시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중간휴게소인 진달래대피소입니다.

 

 

 

물이 거의 마른 백록담입니다.
 

 

 

한라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보았는데 바다와 육지를 덮은 솜털같이 부드러운 구름입니다.
 

 

 

역시 같은 곳에서 찍은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구름의 모습입니다.
 

 

 

살아서, 죽어서 천년 간다는 주목입니다.
   

 

 

관음사 매표소의 한 송이 나무가 단풍을 강렬하게 뿜어냅니다. 

 

  새로운 아침, 안산시 근처에서의 해오름을 볼 때 쯤 한라산 등반도 거의 끝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