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운길산(610m) - 예봉산(683m) 종주

2. 산행일시 : 2004. 11. 7(일) 10:40 - 16:40

3. 산행자 : 초이스(Choice), 「북한산 연가」번개산행

4. 산행코스

***수종사 입구 마을 - 수종사 - 운길산 - 새우젓 고개 - 적갑산 - 철문봉 - 예봉산

*** 산행시간 : 약 6 시간 (중식 및 휴식시간 포함)


이 땅에 산은 많건만, 이번 주에는 어느 산으로 갈까? 선택(Choice)하기가 참 쉽지 않다.

모처럼 마눌이 내장산 단풍구경 가자고 하고, 또『산곰』 친구가 【북한산 연가】팀에서 『한국인』님이 운길산에서 예봉산까지 종주하는 번개산행 하는데도 함께 가자고 도 한다.

내장산은 차가 많이 밀릴 것만 같고 해서 동네 산이나 다름없는 예봉산 쪽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산행은 오전 10시 10분 경에 양수대교 전 「진중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항상 아침 일찍 집을 나서던 습관이 되어 있다보니 어김없이 아침 5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린다.

08:20. 산곰 친구가 차를 가지고 와서 두 부부가 함께 타고 팔당 1리 5코스 등산로 쪽에 주차를 시키고 버스 편으로 「진중삼거리」에 도착했다. 09:10.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고 보니 시간 보낼 일만 남았다. 강바람이 서늘했다.

자판기 커피 한 잔씩 마시고 나서 택시를 타고 수종사 아래까지 가서 기다리기로 한다.

양수리쪽에서 수종사 입구를 지나가는 마을버스가 1시간 간격막?있다고 하는데 넷이서 택시로 이동해도 3,000원이면 되니 버스비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수종사 올라가는 마을입구에서부터 주차해 둔 차량들이 즐비하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등산객도 두 패나 떼를 지어 올라간다.

여기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다니...

요즘은 가는 곳마다 인파에 치이는 것만 같아서 조금은 실망이 된다.
이제는 산에 가서도 조용한 기분을 느낄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기까지 한다.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작아서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일까?
그게 그 말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10:40. 연가팀에서 모두 8분의 산님이 오셔서 총 12명 식구가 본격적인 오름을 시작한다. 오늘 처음 뵌 분들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구면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수종사 가는 시멘트 포장길에 차를 타고 오는 분들이 많아서 자꾸 길옆으로 비켜서게 된다.

몇 군데 산으로 난 지름길을 따라 일주문 앞에 도착, 안양에서 오신 『풍경소리』님과 합류하여 첫 인사를 나누었다.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에서 양수리 방향을 바라보니 탁 트인 조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그러나 흠이라면 수종사 샘물이 너무 가늘게 떨어지다 보니 물을 마시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수종사 화장실도 너무 작은 것이다.
수종사 화장실은 작기도 하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특이한 구조라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등산화를 신은 산님들은 이용하기가 더욱 불편하리라.

한창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말고는 인상 깊은 것이 별로 없다.
공사중인 곳도 있고 모두가 작고 약간은 정리가 덜 된 느낌이 들었다.

은행나무 위쪽으로 올라 능선을 따라 운길산 방향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수종사 뒤 봉우리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막초 한잔 나누고 가자고 한다.

'벌써 막초라니? 좀처럼 「중간酒」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처음에는 그 말이 어색했다.

그러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여기서 이렇게 마시는 막걸리 한 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11:15. 수종사 정상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산곰 부부와 넷이서도 찍고, 우리 일행들의 모습도 담아 보았다.

잠시 바위 길을 지나 예봉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동안 이 코스가 많이 알려졌는지 몇 년 전에 비해 예봉산까지 종주하는 산님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길도 예전에 비해 더욱 넓어진 것 같고...

나는 여럿이 하는 산행에서도 거의 혼자서 간다. 왜냐하면 내 페이스로 산행을 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어 가는 것이 마냥 좋다.

오늘 웬일로 집사람이 부지런히 잘 따라 온다. 요즘 혼자서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가까운 「일자산」을 다니더니만 다리에 힘이 붙었을까?

예봉산 가는 길은 여름철에는 키 큰 나무들이 우거져 조망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무성하던 잎들도 거의 다 떨어져서 능선 조망이 잘 된다.

왼쪽으로 반원형을 그으며 이어진 능선을 따라 보이는 예봉산 정상이 별로 멀지 않게 잘 보인다.

13:10경. 새재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산행 길 중간에 유난히 움푹 파인 곳이 일명 「새우젖 고개」이다.

안부의 넓은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일행을 기다린다. 이윽고 14명의 식구가 저마다 정성들여 싸 가지고 온 맛 난 음식들을 펼쳐놓고 즐거운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은 특히 『민들레』님이 싸 오신 여러 가지 음식 맛과 정성에 모두 감동했다.


일어나 길을 나서려는데 배가 너무 부르다.
'無識한 놈이 多食 한다'고 했는데 내가 딱 그 모습이다.

고개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예봉산 가는 능선 길의 지름길이지만 그냥 능선을 향해 오르기로 한다.
부지런히 따라 가니 곧 지름길을 따라 올라오는 일행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예봉산 정상에서 『김용관』님 내외분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시다가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서 반대로 따라 오신다고 한다.

얼마쯤 나아갔을까? 훤하신 인물의 김용관님과 사모님이 함께 오신다. 잠시 쉬면서 반가움을 나누다 헤어진다.

하산 후에 어디서 만나 「하산酒」를 함께 나누자고 하시는데 시간이 잘 맞을지 모르겠다.

운길-예봉 종주코스에는 유난히 밑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친 소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수령이 100년도 훨씬 넘었을 것 같은 나무들인데 거의 한결같이 밑둥부터 가지를 치고 올라갔다.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는 말처럼 위로 쭉쭉 뻗은 나무가 드문 것을 보니 아마 잘 생긴 나무는 벌써 재목으로 베어지고 못 생긴 나무들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활공장에 올라서니 두 여자 분이 인사를 하신다. 앞에 마른 멸치와 마늘쫑(?)을 놓고 있는 것이 막초를 팔고 있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한 잔 팔아주고 싶었으나 배가 부르니 그토록 좋아하는 막초 생각도 나지 않는다.

조금만 올라가면 철문봉 정상인데, 기왕이면 그 곳에 자리를 펴고 막초 장사를 하는 편이 더 낳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 심리가 정상에 서면 「정상 酒」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지 않을까?

예봉산 정상에는 언제부턴가 어느 남자 분이 자리를 잡고 감로주란 이름으로 막초를 팔고 있으니 그 쪽으로 올라 갈 수는 없을 테고...

사실 나는 산에서 술 파는 것에 대해서 꼭 찬성하는 편만은 아니다.

철문봉과 예봉산 사이 안부에는 억새가 한창이었다.
억새밭 사이사이에 누워서 쉬고 있는 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부근에는 멋진 소나무 아래에 쉼터도 있었다.

16:00경. 예봉산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산님들로 붐빈다. 나무 벤치가 서너 개 있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마음 같아서는 율리봉~직녀봉~견우봉까지 갔다가 왔으면 했지만 정상에 잠시 머물다 5코스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하산하는 발걸음에 터보 엔진을 달아 내려오니 금방 안부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새마을 회관」 방향이고 왼쪽은 「팔당 2리」 방향이다.
차를 세워 둔 오른쪽 방향으로 길을 접고 한국인님께 전화로 안내를 드렸다.

안부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에 계곡이 흐른다. 그 중간쯤에는 우리의 알탕장소가 숨겨져 있다.
여름에 비해 수량은 많지 않으나 알탕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산곰과 둘이서 후다닥 어푸어푸!@#$%^

아 시언타! 정말 시언터라!!!

등산이나 운동 후에 찬물로 씻는 것이 따뜻한 물로 씻는 것 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경기 후에 얼음찜질을 하듯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근육의 열을 빨리 식혀주어 피로를 덜어주는 유익한 것이라고 하는데,

하기야 탁족과 알탕의 좋은 점을 모르는 산님이 있을까마는...

소나무지대를 지나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가을남』님이 전화를 주신다.
마을회관 근처에 계신다는데 마을회관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우리가 알탕하는 동안 지나쳐 내려가신 모양이다.

한참 후 한국인님이 청솔식당 근처라고 하는데 감이 영 잡히질 않는다.
차를 타고 내려와서 물으니 잘 모른단다.

알고 보니 우리는 팔당 1리에 있고, 다른 분들은 팔당 2리로 내려오신 모양인데 안부에서 내려오다 계곡을 건너지 않고 바로 따라 내려가신 것 같다.

뒷풀이 장소에 가려고 하였으나 『산곰』이 연속 이틀 째 산행에다 바쁜 일이 있다고 해서 전화만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처음 뵌 여러 산님들께 쓴 소주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리려고 했는데 그냥 오게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어 다시 만나면 열 杯 스무 杯 따르리라.


<↑ 양수리 풍경>
저 멀리 갈대밭이 보인다.

<↑ 수세미>
수종사 오름길에 있는 어느 집 앞에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수종사에서 바라 본 양수리 방향>

<↑ 운길산 정상에서 바라 본 예봉산 방향>

<↑ 운길산 정상에서>

좌로부터 초이스, 산곰, 초이스2, 산곰2


<↑ 번개 모임 일동>

뒷줄 왼쪽부터 가을(秋)남님, 풍경소리가님, 풍경소리가2님, 보리암님, 시나브로님, 프라임님, 초이스2,
앞줄 왼쪽부터 고요님, 한국인님, 어~나더님, 민들레님, 산곰님, 산곰2님^^*


<↑ 마지막 잎새>
이제 모두 떠나갔다. 마지막 하나 남은 잎새만이 이별을 아쉬워 한다.
만남은 헤어지기 마련이고, 산것은 멸하기 마련이리니...

<↑ 지나 온 능선>

사진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운길산의 모습이다.


<↑ 소나무>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더니, 산행길 내내 이런 모습의 소나무가 많이 보였다.


<↑ 예봉산 하산길에서 바라 본 팔당대교>
늦가을 태양이 한강물에 빠져 알탕(?)을 즐기고 있었다.


<↑ 알탕소>

낙엽이 많이 떠 있으나, 시원함이란 글로써는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오늘 산행 끝***

▶▶▶산행 후기

***운길산에서 예봉산까지 오는데 머리가 하얀 할머니를 만났었다.

우리가 앞질러서 온다고 왔는데 예봉산 정상에 도착한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났다.
연세도 많으신 것 같은데 산행 속도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하산 길에서는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만났다.

아빠하고 온 꼬마였는데 그 작은 발걸음으로 정상까지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하니 이제 예봉산쯤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산이 되어버린 것일까?

지난 번 속리산 문장대에도 어린 꼬마들이 많이 보이더니만...

그 꼬마를 바라보면서 감히 산에 간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워 진다.

'누구나 산을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

'아니, 이제 그런 말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