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색의 향연 내장산 8개봉 종주

 

□ 산행일시 : 2004. 11. 4. 06:45 ~ 11. 4. 12:45 (6시간)


□ 산 행 지 : 내장산 8개봉 종주(약 15km)


□ 날    씨 : 쾌청한 날씨에 옅은 운무


□ 참 가 자 : 늘빈자리


□ 산행구간 및 시간 :


    ▶산행구간 : 내장산매표소(06:45)→유군치(07:30)→장군봉(08:00)→연자봉(08:25)→신선봉(08:51)

                        →까치봉(09:29)→연지봉(09:43/10)→망해봉(10:18)→불출봉(10:40)→서래봉(11:17)

                        →일주문(11:50)→내장사(11:57)→내장사매표소(12:45)
   

    ▶소요시간 : 12:45 - 06:45 = 6시간

 

□ 산행지도

 

< 산행기 >

 

< 내장골의 새벽은 길기만 하고.....>

 

금년 들어 단풍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마음먹고
내장산과 선운사를 산행하기로 정하고 전날 미리 내려와 숙박업소에 신세를 진 후
이른 아침부터 산행을 하기 위해 05:30분 경 텅 빈 내장산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어둠과 옅은 운무로 깨어날 기색이 없는 내장골의 새벽은 아직도 오밤중 인가보다.

 

추색의 아름다움을 헤드랜턴을 밝히고 관람하기는 그렇고,
날이 좀 더 밝아 오기를 기다리며 차안에 누워서 오늘의 산행계획을 그려본다.

 

모처럼 나선 단풍사냥(?) 산행이지만 일단은 8개봉 능선을 돌면서 다리품을 좀 판 후
그리고는 일주문과 내장사를 내방하며 추색의 너울에 몸을 맡겨 보기로 한다.

 

6:30분이 다가오면서부터 하늘이 조금씩 열리는 듯하여 준비된 배낭을 둘러매고
내장사 상업지구를 지나 내장사매표소를 향한다.

 

단풍시절을 맞아 찾아드는 행락인들의 인파에 지쳐있는 것인가...

운무마저 낀 내장골의 아침 기지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무척 더디기 만하다

 

어둠이 어느 정도 물러간 내장사 초입길목에는 추색 행열 인파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씁쓸하다.

<내장사매표소 입구.....왼쪽 밝게 비나는 것은 가로등 임....>

 

< 06:45분 내장사 초입를 들어서다. >

 

날이 밝아 오니 차량들이 한 대 두 대 ... 매표소를 지나 올라온다.

입장료 3,200원을 지불하고 차량통제를 하는 직원에게 유군치 들머리를 묻노니,
여기서 약 1.3km 쯤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난 다리가 있는데 그곳이 진입로라 한다.

 

행락객들은 아직 시간이 너무 이른 탓인가 아무도 없고 몇 대의 차량만 움직일 뿐,
나만이 홀로 터벅터벅 평지나 다름없는 내장사 골목길을 걷고 있다.

<어둠이 아직 남아 있다>

 

언제는 내가 사람을 보며 산행을 했던가, 늘 그랬던 것처럼 홀로
새벽잠에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채 펼쳐지는 단풍나무들의
부스스한 패션쇼를 감상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상큼한 아침공기를 가르는데,

 

지난 세월 몇 번 다녀간 곳이기에 눈에 익은 지형지물이
과거로의 회기를 종용하는 듯 희미해진 기억 속으로 작은 그리움이지만은
아릿한 아픔 같은 것들이 닫힌 마음을 열어제치며 지난날의 추억속으로 넘나들게 한다.

 

잠에서 덜 깬 듯한 단풍나무들 때문인가,
바람도 덩달아 잠들어 있고, 길 왼편으로 흐르는 내장천의 물줄기마저도
가을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겨우겨우 재잘거리며 흐르고 있다.

 

<일부는 아직도 푸르름이 남아....>

 

주변의 단풍은 아직 일부가 본래의 색을 붙잡고 몸부림치고 있지만
지금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추색의 향연에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07:09분 경 유군치 들머리가 이쯤이 아닐까 하고 두리번거리니
저쯤에 내장천을 건너 숲 속으로 열린 다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장군봉까지는 오르막이 계속되리라.

<유군치로 오르는 다리>

 

내장천 다리로부터 유군치까지는 약 1km의 거리,
우거진 숲 속의 시원하고도 상큼한 공기를 거친 호흡으로 마음껏 들이키며
막바지 가파른 오르막을 복식호흡으로 쉼 없이 오르는 차


능선마루에 걸친 햇살이 눈부시게 동공을 자극하며 아침 기운을 반사한다.

<유군치 오름길에 태양을 능선에 걸쳐 놓고 한 컷>

 

“이거 해돋이를 보러 온 거여, 단풍을 품으려 온 거여....”.

 

07:30분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유군치 마루에 올라 지도를 살펴보니,


왼쪽내리막길은 추령으로 가는 약 2km 길이요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은 장군봉으로 가는 길이렷다.

 

갈 길을 확인 후 목을 축이며 둘러보는 주변의 조망은 별로다.

 

능선상의 단풍들은 이미 갈색터널로 변해 겨울나기 준비가 끝난 듯
앙상한 가지만 남아 지난날의 영광을 빛 바랜 낙엽 속으로 숨기며
후손들의 밑거름이 되고자 땅 위에 나뒹굴며 삶을 정리하고 있는 분위기다.

 

< 유군치에서 서래봉까지 >

 

조용한 아침 햇살을 등지며 장군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단풍산행을 왔으면 계곡산행을 해야되는데 능선종주산행을 하고 있으니......
그러나 일단은 8개봉을 돌면서 다리품을 기본적으로 다소 판 후에 단풍사냥을
하기로 하고 오름 길을 이어간다.

 

산죽들이 기웃기웃 거리며 재잘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다리를 붙잡기도 하는 등
시비조의 아침인사지만은 방문객의 입장에서 반갑게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차 ,

 

정상 가까이에 있는 통나무 계단이 숲 속 골목길 같은 정겨움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장군봉 정상 직전의 통나무 계단>

 

08:00분 장군봉(696m)에 도착


장군봉의 정상주변에는 잡목들이 제법 있어서 조망은 탐탁스럽지 못하지만
그 틈새로 바라보는 내장골의 모습은 실망스럽게도 옅은 운무로 덮어 있어
조금은 흐릿한 모습으로 보여진다..........아쉬운 지고......

 

08:25분 연자봉(675m)

장군봉에서 연자봉까지는 약 1km의 거리

능선을 지키던 산들바람은 새벽부터 나들이를 가셨는가,
아니면 연일 찾아 드는 방문객에 질려 잠시 피신을 하셨는가,

주인 없는 장군봉을 밀치며 능선상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서너 개의 작은 봉을 넘고 넘으니 연자봉이라...........

 

내장골 뿐만 아니라 백양사 가는 능선과 골짜기마다 옅은 운무들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어 아름다운 추색의 화려한 정취를 반감시키는 듯 하다.

 

<내장골 반대편 복흥면의 운해와 옆 사진은 연자봉>

 

시간이 좀더 흐르고 해가 중천에 올라 능선카페에 손님들이 찾아 들 때면
옅은 운무도 제자리를 찾아가리라 기대를 하고 연자봉을 내려선다.

 

08:51분 신선봉(763m)

연자봉 정상을 벗어나 내리막 통나무계단을 내려가면서
앞서가는 한 분을 추월하며 인사를 나누는데,

 

서울에서 부부가 오셨는데 부인이 몸이 불편해 산행은 혼자 하시게 되었단다.
모처럼 부부가 마음먹고 오셨을 텐데, 애석한 일이로고......

<연자봉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내장사 전경>

 

약간의 오름이 있다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문필봉이라 한다.
내장산의 제일봉 신성봉으로 가는 8,9부 능선은 돌무더기 길이다.

 

신선이 되려 마지막에 돌무더기를 짓누르며 신선봉의 정상에 올라 두리번거리지만
신선은커녕 그 흔한 산들이 미풍녀 마저 오 간데 없고 타는 내 몸만 땀으로 범벅일세.

 

그래도 능선상의 산행은 좌우 계곡의 조망이 확보가 되는 관계로 지루하지 않아 좋다.
옅은 운무에 가려진 내장산의 추색이지만 그래도 그 기본 모습은 보여주려는 것인가

햇살이 곱게 비추는 내장산 서쪽 계곡의 단풍은 제법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

<까치봉(?) 직전에서>

 

09:29분 까치봉(717m)

신성봉에서 까치봉까지는 1.5km라,

내리막에 이어 오르막을 치며 암능을 올라 채니 전망바위 같은 곳에
3쌍의 부부팀이 옹기종기 앉아 휴식을 취하며 아침 간식을 먹고 있다.

 

분위기가 싱그러운 아침만큼이나 넉넉하고 화기애애하여 좋아 보인다.
모습만큼이나 넉넉하고도 기분 좋은 언변으로 한 잔의 커피와 과일을 권하는 데....

 

따끈한 커피의 맛은 여유롭고 따스한 우리네 이웃들의 마음이 담겨 있어 넘 좋다.
감사의 응대로 머리 숙여 인사를 건네고 까치봉을 향한다.

 

얼마 후 입암산성길(백양사 가는 길)이 좌측 능선으로 갈라지는 곳에 당도,

 

작년 봄 백양사에서 내장사로 종주 시 올라온 길인데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올라오는 길이 다른 것 같아 왠지 낯설어 보인다.

 

09:43(53)분 연지봉(670m)

낙엽이 깔린 편안하고도 비단길 같은 흙 길이 계속 되는 만추의 능선 길,

 

흩어진 낙엽과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만산홍엽의 화려한 단풍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은 그래도 그 쓸쓸함이 주는 호젓함과 옛 추억이 덤으로 떠오르는
낭만적인 분위기만은 화려한 추색이 감히 흉내도 못 낼 것이 아니겠는가.......

<불출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연지봉을 줌으로 당겨서....>

 

연지봉에 오르니 제법 널따란 공간이 있고 잡목들이 없어 조망이 좋다.

서쪽 편이 바라보이는 암봉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백양사 쪽을 바라보노라니,

햇살이 미치는 곳에는 고운 단풍 빛이 제법 그 자태를 자랑하듯 밝은 표정으로
시선을 끌며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내장사를 한바퀴 돌고 이반산성길을 거쳐 백양사로 슬쩍 새고 싶건만...........

 

10:18분 망해봉(650m)

연지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제법 사람들이 많아져 오르고 내려오는 철계단에서는
조금씩 정체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불출봉 가지전 전망바위에서 바라 본 망해봉>

 

내장산의 전망은 망해봉에서 제일 좋은 듯 하나,
해가 중천에 떠있는 이 시간에도 옅은 운무가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오늘 쾌청한 시야를 얻기는 틀린 모양이로다.

 

불출봉 쪽 능선상에 많은 인파가 보이고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니
철계단과 암릉 외길이 많은 불출봉, 서래봉구간에서 정체현상이 일어 날 것이
뻔한 일인지라 서둘러 출발한다.

 

10:40분 불출봉(610m)   

철계단도 많고 외길도 많은 불출봉, 서래봉 가는 길,

스릴이 넘치는 적당한 암릉이 있고, 능선상 내장산 골짜기와 좌우 조망이 제일 좋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등산코스 인가보다.

<망해봉에서 내려오는 중 바라본 불출봉 구간, 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진행하는 반대방향에서 등산객들이 많이 올라와 정체현상에 진행이 더디긴 하지만
틈새와 옆을 이용해 비켜서며 부지런히 돌파한다.

 

불출봉 정상에 이르니 다소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모여 앉아 간식을 즐기시며
내장산의 단풍을 마음과 몸으로 구경하고 계시는 듯 힘겨워 하면서도 즐거운 표정들이시다.

<불출봉에서 본 원적계곡의 단풍>

 

11:17분 서래봉(622)

내장산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서래봉의 암릉을 오르는 등로이다.

 

11:04분 경 서래봉 정상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당도하니 올라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서래봉을 건너뛰어 불출봉으로 바로 가고 일부만이 서래봉으로 오른다.

<서래봉 오르는 철계단>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이어지는 오름길,
가드레일을 놓으면 뒤로 떨어질 것 같은 경사도 높은 수백 개의 철 계단,
복로 계단이지만 오르는 길이 정체현상이 두드러진다.

 

반대로 계단에 내려오는 사람이 없으면 그 길을 이용 빠른 걸음으로 추월을 시도하여
13분만에 서래봉 정상에 이르니 많은 학생들이 정상을 점령하고 있다.

 

내장사를 바로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서래봉 정상 부근이 아닌가 한다.
곱게 차려입은 원적계곡과 내장사, 먹뱀이골, 그리고 반대편의 내장저수지.......

<서래봉 정상에서 내장사를 바라보며>

 

옅은 운무에 가리긴 했어도 그 이름난 폼 세와 품 세가 어디 가겠는가!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내장의 아름다움은 옅은 운무가 방해를 해도 여전하다.

 

시원한 골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내장산의 유혹!

옆지기라도 동행했더라면 잠시가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머물다 가고싶더이다.
단풍카페의 영업시간이 다할 때까지......서래봉 양지바른 곳에 앉아 알밤 까먹으며........

 

잠시 갈증난 목을 축이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뒤돌아 세우며 서래봉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 서래봉에서 내장사까지 >

 

서래봉을 내려서며 월령봉으로 갈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내일의 일정을 위해서
시간을 좀 아끼기로 하고 일주문 쪽으로 바로 내려가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능선을 벗어나는 산행길이라 단풍구경을 만끽하면서 시원한 숲 속으로
다닐 것을 생각하니 마음과 몸이 동시에 가벼워지는 느낌이로다.

 

내리막 경사길을 구절양장식으로 얼마쯤 내려왔을 때부터 홀로 물들인 단풍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백련암 이후부터는 디카를 놀리기에 바쁘다.

 

 

<단풍나무사이로 서래봉 정상을 한 컷>

 

<백련암에서 일주문으로 내려오는 길>

 

11:50분 일주문

널따란 산길을 따라 뒤걸음질도 치고 옆걸음질도 하면서 한참을 내려가니
일주문이 수많은 인파와 함께 화려한 몸종들을 거리고 내 앞에 우뚝 선다

 

일주문에서 내장사로 가는 차와 인도엔 많은 단풍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르내리며 야단 시끌벅적 내장산의 아름다운 추색을 탐하기에 여념이 없다.

<일주문 부근의 전경>

 

<단풍터널 부근>

 

<일주문 부근>

 

 

일주문을 지나 단풍터널을 거쳐 내장사로 스며든다.
그러나 어이된 일인지 단풍터널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화려하지가 않다.
3,4일은 더 있어야 절정에 이를 듯 싶다.

 

그래도 단풍터널의 추색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마음을 풍족하게 하고
즐겁게 하며 세파에 찌든 마음들을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내장사 경내단풍>

 

<내장사 경내>

 

<내장사 경내>

 

<단풍터널>

 

<만추의 결실은 여기저기에 만발하고.......>

 

내장사를 대충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벤치에 앉아 가지고 간 김밥을 먹으며
내장천을 바라본다. 절정의 타임을 맞추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내장산을 돌아보는 가을 나들이는 또 이렇게 막을 내리는가 보다.

 

<단풍터널>

 

 

 

<제일로 화사했던 한 그루를 골라서 한 컷>

 

 

<내장사 상업지구 다리를 건너면서...>

 

12:45분 내장사매표소를 나선다.

단풍보다 더 많은 인파를 헤치고 나오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서 내장산이 다시 날 유혹한다면 추령고개부터 올라
입암산성길을 거쳐 백양사로 넘어가면서 이번 가을의 추억을 되새겨 보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