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 해남 두륜산, 대둔산 산죽길 따라 마지막 단풍산행


 

산행일 : 2004. 11. 7(日). 맑음

같이 한 사람들 : 1500산님, 최선호님, 공명님, 첨단산인님 부부, 백운산님 그리고 히어리와 산친구Ⅰ (8명)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유선관 여관 (08:09)

  ☞ 부 도 (08:12)

  ☞ 대흥사 (08:15~08:22)

  ☞ 갈림길 (08:29)

  ☞ 북 암  (08:58~09:10)

  ☞ 오심재 (09:20~09:24)

  ☞ 헬기장 (09:36~11:52)

  ☞ 노승봉(능허대. 685m) (10:04~10:09)

  ☞ 가련봉(두륜산 정상. 703m) (10:19~10:25)

  ☞ 만일재 (10:44~10:49)

  ☞ 구름다리 (11:01~11:04)

  ☞ 두륜봉 (11:06~11:14)

  ☞ 헬기장 (12:06~12:50)

  ☞ 도솔봉(672m) (13:46~13:57)

  ☞ 임 도 (14:10)

  ☞ 연화봉(613m) (14:23~14:31)

  ☞ 혈망봉(379m) (15:11~15:36)

  ☞ 갈림길 (15:40)

  ☞ 임 도 (15:55)

  ☞ 유선관 (16:00)

총 산행시간 : 약 7시간 50분(사진 269컷 촬영)

구간별 거리 : 두륜봉에서 혈망봉까지는 이정표가 전혀 없어 생략

산행지도


 

 

산행기

  잠이 부족한 상태(친척 칠순잔치 참석하느라 금요일 아침 새마을호로 상경, 토요일 아침 6시 비행기로 여수공항 착, 공항에서 바로 출근, 처자식은 귀가)에서 해남까지 갈 생각을 하니 갑갑하던 차에 최선호님이 당신차로 가자고 하시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곧이어 백운산님이 도착한다.

“올 때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차에 오른다.

뒷자리에 앉아 잠을 청해보나 산에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도통 잠이 들지 않는다.

이미 도착하신 1500산님과 첨단산인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곧이어 대흥사에 도착한다.


 

  유선관 여관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주차를 하고 내리니 하얀입김이 나오는것이 완전히 초겨울날씨다. (한낮에는 초여름날씨를 방불케할 정도로 더우니 일교차가 매우 큰 날이다.)

지난주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단풍제, 초의문화제, 고구마제까지 3개의 축제가 겹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약간 이른 시간 때문인지 별로 붐비지 않는다.

수 많은 시인묵객들이 드나들었던 유선관. 맨 뒤의 기이한 나무가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  남매가 걸터앉아 창을 연습하던 곳.
 

  일찍이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않아 만년동안 흐트러지지 않을 땅이라고 한 명당터로 정감록의 십승지지의 하나이기도한 대흥사를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 북암가는 길로 접어든다. 이미 다른곳은 다 졌을텐데 이곳은 아직까지 단풍이 화려하다. 약간의 급경사 몇 군데를 제외하곤 비교적 좋은 오름이다.

대흥사 부도전

 

대흥사 앞의 단풍

 

연못위의 연등

 

우리나라 다도를 완성시킨 초의선사(초의와 추사의 만남. 동갑인 두 사람은 첫 만남이래 42년 동안 지란지교(芝蘭之交)의 교분을 쌓아갔다. 둘은 시를 주고 받고 그림을 나누었으며, 차와 글을 선물했다. ) 동상.

 

표충사

 

북암(왼쪽)과 만일재로 가는 갈림길

 

북암 가는길

 

북암(왼쪽) 바로 밑의 갈림길. 오른쪽으로 가면 오심재를 거치지 않고 노승봉, 천년수 가는 길

 

  북암에 들어서니 작년에는 없던 잘생긴 백구 두 마리가 우릴 반긴다.

마애불을 감싸던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대신에 베니어판과 비닐로 뒤덮인 가건물 안 유리창 속으로 마애불을 볼 수가 있다.  

 그 왼쪽의 삼층석탑도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남쪽 언덕위의 삼층석탑으로 발길을 돌린다.

                               북암의 순한 백구

 

  

       마애불을 보호하던 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가건물이...

 

  

                                                                                                             마애불 왼쪽의 삼층석탑.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유리창 속의 고려초기 마애여래좌상 (올해 보물로 지정 되었다.)

 

북암 맞은편 남쪽 언덕에 있는 멋진 삼층석탑. 이곳에서의 조망도 매우 뛰어나다.

 

  오심재 가는 길은 경사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좋다. 오심재에 오르니 찬란한 햇빛이 억새에 비추어 은빛 물결을 이룬다.  곧 나올 것 같은 헬기장은 약간의 인내심을 요할 정도로 그 모습을 보여주길 꺼린다. 그래도 헬기장은 나온다. 첨단님 부부가 싸오신 커피, 시루떡, 단감으로 요기를 하고, 1500산님이 반주로 소주를 내놓으신다. 맞은편 고계봉의 케이블카 시설물이 흉물스럽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오심재에서 바라 본 노승봉

 

                  노승봉 오르다 내려다본 오심재


 

노승봉 바로 전의 헬기장

 

노승봉 오르기 직전의 작은 통천문

 

  적당한 휴식과 간식으로 보약을 챙겨먹은 후 급경사 바위를 오르니 노승봉(일명 능허대)이다. 조망이 무척 아름답다. 동으로 덕룡, 주작의 암봉들이 도열해있고, 남으로는 땅끝과 다도해의 푸른 바다, 그리고 무수한 섬들이 보이고, 서쪽으론 우리가 가야할 대둔산과 연화봉, 혈망봉 능선이 버티고 있고, 그 아래에 대찰 대흥사가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드디어 노승봉에 올라섰다. 물 한 모금 먹고...

 


 노승봉에서 한 컷

 

  잠시 내려섰다 다시 오르니 두륜산 정상인 가련봉이다. 작년에 부러져서 땅에 떨어져 있던 정상석이 다시 제자리에 올려져 있다. 이곳의 조망은 노승봉과 다를 바 없지만 자세히 보면 서쪽 바로 아래 만일암터의 천년수가 또렷이 보인다.

위험한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서고 작은 너덜지대를 지나 만일재에 내려선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있는데 일행들이 두륜봉으로 올라간다. 불과 5분 거리인 천년수를 보고 올라가자고 하려했는데, 성급한 분들이다.

노승봉과 가련봉 사이의 등반 보조물.


 

두륜산 정상인 가련봉(703m)

 

가련봉에서 줌으로 당겨 본 만일암터의 천년수(애틋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가련봉을 내려가다가 바라본 만일재와 두륜봉, 멀리 대둔산도 보인다.

 

만일재 내려가는 길. 작년까지 철 구조물이 없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던 구간이다. 

 

가련봉에서 내려가다가 ( 줌 촬영 )

 

만일재

 

만일재에서 올려다 본 두륜봉

 

만일재에서 되돌아본 노승봉(왼쪽)과 가련봉(마치 여인네의 젖꼭지같다.)

 

  마치 코끼리머리를 닮은 것 같은 구름다리를 지나 널찍한 두륜봉에 오른다.

공명님(구 여물봉)이 산악회 따라 오셨다가 우리와 합류하려고 부지런히 오고 계신단다. 그를 기다리다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구름다리 밑 삼거리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오던 길을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1500산님이 기다리고 일행들은 계속 대둔산 쪽으로 진행한다.

구름다리


 

구름다리 위를 지나서 두륜봉 정상으로 갈 수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가다가

 

두륜봉( 반대편에 노승봉과 가련봉이 보인다.)

 

다시 구름다리 (영낙없는 코끼리모양이다. 코끼리바위로 이름을 바꾸는게 두륜산을 알리는데 더 효과적일것 같다.) 

밑을 지나 대둔산으로 향한다.

 

앞으로 가야할 길 { 대둔산(왼쪽 송신탑), 연화봉(오른쪽 끝봉)코스 }

 

  어느 작은 바위위에 올라서니 저 멀리서 빨간 모자와 흰 장갑을 낀 미남자 공명님이 부지런히 오고 있다. 1500산님과의 악수도 보이고, 곧이어 일행들과의 반가운 재회가 이루어진다. 완전히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수직에 가까운 직벽을 로프를 타고 내려간다. 그동안의 산행경력탓인지 아들 녀석도 누구의 도움 없이 이젠 겁도 없이 잘도 내려온다. 그래도 밑에서 쳐다보는 히어리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유격훈련코스
 

  산죽길이 시작된다. 사람 키보다 더 크고, 바닥이 잘 보이질 않을 정도로 앞을 가리고 있으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조금가다 없어지겠지 하던 산죽 길은 도솔봉밑까지 끝없이 괴롭히더니 도솔봉에서 연화봉쪽으로 하산 길에 잠깐 없어지는가 싶더니만 혈망봉 거의 다 갈 때까지 일행들을 괴롭힌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등산로이다.

누가 산죽길이 낭만적이고 좋다고 하였는가! 일행 중에 백운산님이 또 산죽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옷깃을 스치는 감촉이 너무 좋다나?

등산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정말 낭만적인 길이 되겠지만, 으~~ 너무 싫다. 근 네 시간 정도 산죽을 실컷 만끽하실 수 있는 험로로 산사랑방님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일행 중에 유일하게 힘들지 않고 오른 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복돌이.(왜냐하면 등산로 바닥은 뻥 뚫렸으니까)

 그래도 가장 낭만적인 산죽길을 걷고 싶다면 순천 조계산 주능선(장군봉에서 연산봉 코스)에 올라 보시라. 특히 눈이 왔을 때 거닐면 거의 혼수상태에 이를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끝이 보이질 않는 지겨운 산죽길
 

  두륜봉과 도솔봉 중간쯤의 헬기장에서 점심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최선호님의 가오리찜과 샴페인(1500산님의 1300산 순례 기념 축하주), 백운산님의 뜨끈뜨끈한 어묵국물이 산상의 만찬을 이루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러울쏘냐.

샴페인을 한 잔씩 따라 모두들 손을 높이 들어 마주치니, 그 소리 메아리 되어 돌아오고 덩달아서 두륜산을 필두로 대둔산, 월출산, 달마산, 덕룡산등 산하의 명산들이 축하하니 이 또한 경사로다.

“1500산님의 1300산 등정을 축하합니다.”

1500산님의 1300산 등정 축하 오찬

 

두륜봉 밑에서 뒤늦게 합류한 공명님. 멀리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이 보인다.

 

 

도솔봉 오르기 직전에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사진 중앙의 능선에 파란 산죽길이 보인다.

 

  도솔봉에 오르니 송신탑들이 대둔산을 다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그곳에는 가볼 엄두도 나지 않고 연화봉쪽으로 하산을 한다. 가물거리는 억새밭을 지나니 왼쪽으로 임도가 나온다. 잠시 임도를 걷다보니 왼쪽으로 다시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여기서 무릎이 좋지 않으신 첨단산인님 부부와 산친구 Ⅰ, 복돌이는 계속 임도로 내려가고, 나머지 5인의 용사들은 연화봉을 올라 혈망봉에 이른다.

도솔봉에서 바라본 대둔산

 

도솔봉


 

도솔봉에서 조금 내려가다 나오는 임도. 보이는 임도 끝에서 왼쪽으로 능선오르는 길이 나온다.

 

연화봉에서 줌으로 당겨본 진불암. 주변의 단풍이 두륜산 최고를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연화봉에서 줌 촬영한 일지암. 초의 선사는 이곳에서 40년 가까이 머물면서 꺼져가는 조선의 다도를 완성하며 당대의 수많은 정치가, 시인묵객들과 교류하던 곳이다. 두륜산에 처음 가보시는 분들은 반드시 일지암을 빼먹지 않고 둘러보는것이 좋을정도로 추천하고싶은 암자이다.

 

  일지암 앞에 있는 안내판에 초의선사에 대해 자세히 적혀있는 글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면, " 이 곳 일지암은 시, 서, 화 삼절로  차를 중흥시킨 초의 대선사(1786~1866) 장의순 스님께서 40년(1826~1866)동안 계셨던 곳이고, 자우 산방은 초의 스님이 삶을 꾸렸던 살림채이다. 이곳에서 차와 선, 시와 그림, 예술과 문화를 하나로 생활화하며 유일무이한 차의 교과서인 동다송과 다신전 등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당대의 명사인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정조임금의 사위인 홍현주, 병조판서 권돈인, 조선 최고의 시인 자하 신위등 많은 대석학들과 차를 매개체로 교파를 초월한 친교를 맺었던 곳으로 다문화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특히 남농화의 산실인 이곳은 소치 허련을 배출했던 곳이기도 하다. 진도 운림산방의 주인인 소치 허련은 초의와 추사의 두 스승을 인연으로 맺어 미산, 의재, 남농으로 이어지는 남화 화풍을 이루었다. 선사가 입적하신 후 화재로 소실되어 폐허로 방치되었던 곳을 차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뜻을 모아 1979년에 복원하였다."

 

  초의 선사와 추사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했는가 하면, 추사의 부고를 접한 초의 선사는 한 달간 외부인(대부분 지방의 관료들)을 만나지 않고 슬퍼했다고 한다. 

 

   중간에 작은 바위봉이 혈망봉이 아닌가 하고 1500산님, 최선호님, 공명님이 올라가신다. 고도계와 지도를 보니 혈망봉은 아닌 것 같아 그냥 직진한다.  저만치서 항상 선두로 내달리는 백운산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혈망봉이다.”

 “그려, 거기가 진짜 혈망봉 맞을 껴.”

 혈망봉인듯한 바위에 올라서서 지도를 펼쳐놓고 나침반과 고도계(380m)를 보니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뒤이어 도착한 세분에게 백운산과 히어리가 한동안 놀려 먹으니 속으로 무척이나 약이 올랐을 것이다. 그동안 1500산님은 두개의 봉우리에 혈망봉이라는 패찰을 달아놓고 오셨단다. 푸하하.

그리고 진짜 혈망봉에 “진짜 혈망봉”이라고 패찰을 매달아 놓으신다.

지나온 연화봉능선. 왼쪽의 작은 바위 봉우리가 가짜(?) 혈망봉.

 

혈망봉에서 내려다본 대찰 대흥사. 맨 왼쪽의 제일 큰 건물이 대흥사 대웅전 (줌 촬영)

 

혈망봉에서 올려다 본 고계봉, 오심재, 두륜산정상, 만일재, 두륜봉(왼쪽부터). 하늘선이 가히 예술이다.

왼쪽아래에 대흥사가 보인다.

 

진짜 혈망봉.ㅋㅋ

 

 

혈망봉에서 바라본 향로봉(469m)

 

 백운산님의 선도로 오도치 쪽으로 약 10분 정도 내려가는데 너무 많은 잡목이 앞을 가려 나아가기가 더디기만 하다. 게다가 갈수록 길도 희미해진다. 이런 길 내려가 봤자 고생만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은 다들 경험을 해본 터인지라 저만치 보이지도 않게 앞서가는 백운산님을 불러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혈망봉을 내려가자마자 아까 보이던 삼거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하산을 하니 이렇게 길이 좋을 수가.

혈망봉 밑 안부 삼거리에서 내려서자 마자....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유선관으로 내려가다 길가의 시원한 약수로 마지막 갈증을 채운다. 아들 녀석이 기다리다 지루했는지 “아빠!”하고 뛰어온다.

생일선물로 30여만원짜리 MP3를 사주어서 그런지 산행 내내 꼴 한번 안부리는 기특한 아이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 MP3 자랑과 비행기 탄 자랑으로 학교에서 스타가 되었단다. 으~ 녀석 덕분에 이번 달은 허리를 질끈 동여매고 살아야할판이다.

하산길 유선관 못미처 있는 약수
 

유선관 맞은편의 단풍

 

주차장 옆 계곡의 단풍

 

대흥사 계곡

 

  매표소 아래 식당에서 맛있는 산채비빔밥과 동동주로 다시 한 번 1500산님의 1300산 등정을 축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당초 약속과 달리 동동주 몇 잔을 마신 히어리 대신 백운산님이 최선호님의 애마를 몰고 순천으로 향한다. 그리고 피곤이 물밀 듯이 찾아와 이내 곯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