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일들이 무언가 꽉 막혀있고,
나의 존재가 도시의 회색빛에 바래져만 갈때, 문득 지리산이 떠올랐다.
지도를 펼쳐보고 짧은 시간에 갈수 있는곳을 찾아 보노라니...
아! 그래 여기다. 중산리 코스 - 지리산에 여러번 가보았지만 이코스는 처음이다.
내 삶의 윤활유를 얻기에 이곳이 최적인 듯하여, 그냥 계획을 세월 바로 실행에 옮겼다.
토요일 새벽 4시 기상 - 아내는 못난 남편 산에 간다고 도시락을 챙기고 있었다.
새벽 4:30분 용인 수지 출발
아직 깜깜한 어둠을 뒤로 한채, 아니 어둠에 갇친 채 내 차는 나간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함양을 지나 단성IC까지 와서
국도 20번 도로를 탔다.
그길 따라 끝까지 가면 중산리...
아침 8:00
근처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을 먹었는데, 그런대로 맛있었다.
식수를 챙기고 산행 시작 8:30
혼자의 산행이라 그냥 천천히 올랐다.
도시의 때를 벗고자, 수양하는 수도자를 떠올리며 그냥 산에 몸을 맡겼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30분 가다보니 칼바위에 도착. (중산리-칼바위 1.3km)
장터목가는길과 천왕봉 가는길로 갈리는 지점이다.
천왕봉길로 우회하여 계속 산행.
여기부터는 거의 죽음이다...
거의 다 죽을 때 즈음에 망바위에 도착하였다. (아침 9:30)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산행.
이제 몸이 말을 듣는다. 그런대로 괜찮은편..
아침 10:00에 법계사가 눈앞에 - 정말로 거대한 산을 뒤로하고 형형색색의 단풍속에서
아담하게 그리고 정겹게 다가섰다.
장관이다. 천왕봉을 이렇게 가까이서 전체 모습을 볼수 있다니...
한 10분 쉬고, 다시 산행 (칼바위 - 법계사 2.0km)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냥 무념 무상으로 걸었다. 30분쯤 걷다보니 천왕봉이 코앞에 다가섰다.
이때 부터는 더 가파른 길...
30분 더가니 이제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
한국인의 기상의 발원지 천왕봉에 올랐다. (아침 11:10) (법계사-천왕봉 2.1km)
바람이 시원하다. 아니 춥다.
머릿속이 청아하게 비워지는 듯 하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이리 저리 둘러본다.
그리곤. 아내에게 핸드폰 연락 - 신기하게 이 높은 곳에서도 통화가 되니...
한 30분을 천왕봉과 얘기하다가 장터목으로 향했다.
내리막이라 수월한데, 좀 재미가 없었다.
장터목 도착 12:10 (천왕봉-장터목 1.7km, 30분 소요)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고, 아내를 생각해서 장터목의 샘물을 식수통(2리터짜리 2통)에
담았다.
장터목 출발 오후 12:40
내려오는 길에 단풍을 보았다. 어쩜~~~
지루한 내리막길 4km 후에 칼바위에 이르렀다.
아까 갈렸떤길...
다시 마지막 지루한 1.3km의 하산길
시계를 보니 오후 2:40분..
이제 다시 나의 그 곳으로 가야할 때이다...
등산 : 중산리-칼바위-망바위-법계사-천왕봉 총 5.4km, 소요시간 2시간 40분 (10분 휴식 포함)
하산 : 천왕봉-장터목-칼바위-중산리 총 7.0km, 소요시간 2시간 30분 (점심시간 제외)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조망은 별로 였지만
화려한 단풍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피아골 단풍이 좋다고들 난리지만
제가 보기엔 피아골 단풍은 중산리 단풍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더이다.
그래서 내일 저 또 중산리로해서 천왕봉 오를겁니다.
이제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좋은 추억 떠올리게 해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즐산, 안산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