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 7. 25
목적산 : 구만산(785m)
누구랑 : 나와 집사람, SP님
코 스 :구만암 입구-구만암-구만폭포-정상-구만폭포-구만암-구만암 입구(5시간 휴식 목욕시간 포함)


구만산 산행지도


개요
영남 알프스 산군 중 서쪽 끄트머리에 자그마하게 붙어 있는 숨은 보석 구만산!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경북 청도군 매전면의 접경을 이룬 구만산은 그 남서 자락에 빼어난 비경을 자연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찾는 이 마다 그만 황홀경에 빠지고 만다. 이름하여 통수골과 가인계곡, 미역바위, 송곳바위, 대문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협곡사이 무너질 듯 깎아지른 벼랑이 폭포, 담(潭), 소(沼) 등과 어울려 풍치를 한껏 뽐낸다.
특히 42m의 높이에서 2단으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구만폭포의 위용은 산행의 백미이다. 폭포 옆 벼랑길을 오르다 떨어져 죽은 통장수의 애잔한 전설이 깃들어 있고 흐르는 계곡물은 맑다 못해 푸른 옥빛을 띠고 쉼 없이 산행자의 귓전을 어루만진다.
구만산은 동쪽으로 억산, 운문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지산과 맥이 닿아 있고 서쪽으로 육화산, 보두산, 낙화산을 호령한다. 비가 온 후에 찾으면 구만폭포의 위용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계곡 물줄기를 따라 산행하는 묘미가 색다르다.

산행기
날씨가 이렇게 무더울 때면 계곡산행 후 풍덩하는 재미가 그리워 가까운 곳을 찾기로 하고 집사람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직은 조금 서툰 집사람의 운전솜씨를 테스트도 해볼 겸 고속도로를 달려서 계곡이 좋다는 구만산으로 향합니다.
더군다나 이번주에 백두산 등정이 있어서 무리하지 않으려는 속셈도 있었지요. 수요일(28일) 백두산으로 가면 사흘동안 백두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양까지 가는 경부고속도로는 군데군데 땜질식 보수로 길은 누더기 같습니다. 고속도로를 버리고 석남사로 가는 국도는 주변의 눈에 익은 짙푸른 영남 알프스의 산군들이 마음을 여유롭게 해줍니다.
터널 못미처 있는 가지산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잔하며 가지산을 올려다 봅니다.

08시 18분, 가지산 휴게소에서 올려다 본 가지산 능선


가지산 휴게소는 너무나 한가롭습니다. 보통 휴일이면 아주 복잡한 곳인데도 오늘은 날씨가 무더워 모두들 계곡이나 바다로 간 모양입니다.

가지산휴게소


가지산휴게소에서 바라본 석남터널 방향


차는 석남터널을 지나고 석골사 입구에서 지도를 보며 우측을 살피니 마을이 나오고 길을 물으니 넉넉한 시골 인심만큼이나 길도 잘 가르쳐 줍니다. 산내초등학교 담벼락에서 우측으로 돌아 들어가니 산님들이 보이고 정자를 지나 곧이어 산행기점이 나옵니다.

09시 14분, 산행기점에서 바라보는 통수골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200여미터 직진하니 불경과 목탁소리가 들리고 조그마한 암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무량광전이라 새겨진 현판이 초라해 보이지만 모셔놓은 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산행을 재촉합니다.

09시 22분, 구만암 표지목과 구만암


구만암의 무량광전


구만암에서부터 등산객과 계곡 피서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계곡 주변에는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만암을 뒤로하며 오르는 등산로


계곡 왼편으로 사다리가 보입니다.


계곡길이라 바람도 없고 날씨는 무척 덥습니다. 지난번 서디카님이 배낭 등받이에 파란 프라스틱을 붙이고 다녀서 저걸 하면 등도 시원하고 배낭에 땀도 젖지 않겠구나 생각하다가 드디어 그걸 구해서 붙이고 배낭을 메니 등이 너무나 시원합니다. 땀은 흘러도 등 전체가 시원하니 정말 좋습니다.

09시 34분, 석문도 지나고


로프를 타고 오릅니다.


계곡을 버리고 왼편의 희미한 등로를 따라 오르다가 길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돌아 나오는데 토종벌집이 바위아래 붙어 있습니다. 벌집 사이로 수많은 벌들이 들락거립니다. 자세히 보니 석청입니다.

석청도 보이고


계곡의 돌무더기들


계곡은 점점 깊어지고


사람들이 오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이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열심히 공을 들여 쌓아 놓아 보기에는 좋습니다.

10시 7분, 돌무더기들


너덜지대도 지나고


한시간 정도 땀흘리며 계곡을 따라 오르니 계곡이 좁아지고 웅장한 바위면이 나타나면서 폭포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동안 여러 산님들의 산행기에서 보면 비가 온 뒤에 찾아야 제대로 된 폭포를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물줄기가 가늘어 사진에서 보던 폭포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려는데 고교 후배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후배입니다. 반가움에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합니다.

10시 16분, 물이 많지 않아 실폭처럼 보이는 구만폭포


폭포옆을 오르며 한 컷


폭포를 돌아나와 왼편 급경사 길에는 로프가 걸려 있어 어렵지 않게 그 곳을 오릅니다. 오르면서 바라보는 계곡은 숲으로 막혀 폭포는 보이지 않고 깊은 계곡만 보입니다.

폭포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


폭포를 돌아 오르니 완만하고 넓은 계곡이 나타납니다. 임진왜란 당시에 구만명의 난민이 피난을 했다는데 그 장소가 이 곳이었나 봅니다. 조금 오르니 계곡을 뒤로하고 다시 구만산 정상을 향해 경사가 가팔라집니다. 새로 산 등받이 덕분에 한결 발걸음도 가벼운데 숲으로 덮인 능선으로 오르니 바람도 조금씩 일어 시원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땅만 보고 오르는데 누군가가 앞에서 이름을 부릅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산거북이님이 사모님과 함께 쉬고 계시다가 우리를 본 것입니다. 예기치도 않게 여기서 만난 것입니다. 지난주에 왕등재를 같이 다녀왔는데 오늘 또 다시 만나다니....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이런 저런 애기를 주고 받으며 정상을 향합니다.

정상을 향하면서 뒤돌아 본 계곡


한 두번을 쉬어가면서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 주변에는 나무들이 별로 없어 조망은 괜찮습니다. 이 곳 정상에도 크나큰 바위 덩어리에 구만산이라고 새겨놓았습니다. 청도에 있는 산 정상에는 모두가 청도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하나같이 큽니다. 헬기를 이용해서 세웠을 것 같은데 다른지역에서 볼 수 없는 정성이 가득담긴 정상석입니다.

11시 33분, 구만산 정상석


구만산 정상에서, 후배와도 한 컷


산거북이님과 함께


지난번 한울타리님의 산행기에서 구만산의 정상에 후답자를 위한 안내판을 달았다고 하는데 그 안내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울타리님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한울타리님의 정성이 가득담긴 안내판입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한울타리님의 산하사랑 증표


정상에서의 세레머니(?)와 조망을 끝내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기로 하였기에 오를 때 찍지 못했던 계곡방향을 디카에 담아봅니다. 마침 산거북이님도 차량 때문에 되돌아가게 되어 자연히 함께 하산합니다.

12시 4분, 하산길에 바라본 구만폭포 계곡방향


계곡의 합수지점에 내려와서 식사할 자리를 찾아 배고픔을 달랩니다. 산거북이님은 오를 때 배가고파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사모님과 함께 탁족을 즐기며 기다려 주시고 식사가 끝나니까 얼음이 둥둥뜨는 냉커피와 떡도 가져다 주십니다. 오늘은 좋은 분들을 만나 맛있게 배를 채우고 쉬면서 놀면서 하산을 합니다.

12시 54분, 우리가 식사하는동안 부부끼리 탁족을 즐기시는 산거북이님


구만폭포아래에는 아까 오를 때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고 그로 인해 계곡도 시끌벅적합니다.

구만폭포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산님들


햇빛이 든 구만폭포


햇빛이 든 구만폭포가 아침 때 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폭포수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대로 풍덩합니다. 너무 시원합니다.

더위를 못 이겨 폭포수에 풍덩!


폭포를 배경으로


폭포에서 나와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누가 이 곳에서 나를 찾을까하고 무시했는데 누군가가 자꾸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돌아보니 나를 찾는 분은 다름 아닌 창원51님들이었습니다. 배낭 앞에 붙어 있는 한국의 산하 BUSAN LEE WOO WON을 보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넷 상으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분들인데 만나고 보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부동반을 하시고 정상을 향해 올라오시는 길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곳에서 아는 분들을 세 팀이나 만났습니다. 이렇게 산을 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기념으로 님들과 사진을 찍은 후 작별을 고합니다. 항상 즐거운 산행길이 이어지시기를 빕니다.

13시 9분, 창원51님들과 함께


계곡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구만암 못미쳐 흐르는 땀을 씻고 구만암에서 다시 산거북이님을 만납니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


구만암을 지나 구만산장에서 하산주를 들기로 하고 산장에 들어서는데 산거북이님 사모님이 어디서 쿵짝쿵짝하더니만 시원한 팥빙수와 맥주가 나오고 파전과 흑도야지 석쇠구이도 등장합니다. 푸짐한 하산주가 연이어 나오는데 배가 불러 다 먹지를 못합니다. 실컷 먹고나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14시 50분, 산거북이님이 내신 푸짐한 하산주. 먹기전에 찍어야 하는뎅...


계산도 사모님이 다 하신 모양입니다. 우린 세사람이나 되는데 산거북이님 덕분에 과분한 하산주를 접대 받았습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하산주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산거북이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사모님께도..... 오늘 하루 산에서 우연히 만나 산행끝까지 함께 해주신 산거북이님과 사모님. 다음 기회가 되면 제가 하산주를 한번 쏘겠습니다.
하산주를 끝으로 산행을 끝내고 산거북이님과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합니다. 하산주 덕분에 핸들을 집사람에게 맡기고 석남터널을 지나 고속도로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16시 02분, 밀양에서 터널로 오르며 바라본 재약산 방향


!!! 이우원의 작은 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