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4. 7. 24(토)
*일행 : 김정길님 부부, 최선호님 부부, 브르스황 가족(총 9명)
*산행코스 및 시간:
   [대부산]
  함구미(08:00)-대부산(09:18~09:23)-암릉로프지역(09:52~10:32)-대부산삼각점((10:45)-문바위       (11:08~11:13)-여천갈림길(11:28~11:48)-(0.8km)-여천마을(12:15)
총 산행거리 : 5.29km.  소요시간 : 4시간 15분(일부러 휴식을 넉넉히 하여서 시간이 늘어짐)
   [대부산 종주코스]: 단위 km.
함구미-(1.6)-대부산-(2.1)-문바위-(1.92)-칼이봉-(1.29)-느진목-(2.07)-옥녀봉-(1.9)-검바위-(2.0)-우학리선착장 : 총 12.88km. 4시간 30분 소요.
   [망산]
장지치 들머리(13:57)-(0.5km)-심포,미포와 정상가는 삼거리(14:06)-(1.2km)-망산 정상(14:24~14:56)-장지치 들머리(15:19) : 총 산행거리 3.4km. 소요시간 약 1시간 20분(휴식 줄이면 1시간이면 족함)

# 산행기
김정길, 최선호 두 선배님께서만 조용히 하려던 산행에 우리가족이 염치없게 끼이게 되어 산행이 다소 소란스럽게 되었다.

깊은 잠에 빠져 정신없이 단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받아보니 1500산님이다.
"아우!"
"아~ 네, 형님!"
"일어나! 4시 반에는 모여야되니까"
"너무 빨라요. 여수까지 30분이면 갑니다. 5시에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어디세요?"
"순천 막 들어왔어. 그럼 5시에 최선호집에서 만나자구. 아침먹지 말고 그냥와, 점심도 준비하지마, 금오도에서 사먹을 거니까. 난 친구집으로 가 있을께."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반이다. 어이구 한 시간은 더 자도 되는데.

  어제밤 잠이 안와서 새벽 1시에 잠들었으니 두시간 반 밖에 못 잔 셈이다. 나는 잠 못자면 죽는데....
다시 자리에 누워보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산행에 필요한 이것 저것을 배낭에 넣고 아내와 아이들 옷가지, 양말, 모자를 챙겨 내놓는다.

어두컴컴한 최선호님의 차안에 앉아 계신 1500산님의 형수님을 처음으로 뵙는다. 후덕하신 모습에 여유로움이 묻어 나온다. 그 옆에 최선호님의 사모님도 앉아 계시고...
새벽을 가르며 두대의 차는 여수항으로 향한다.

  여수여객선터미널을 지나 동쪽으로 200m쯤에 위치한 물양장 터미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100t가량의 한려페리호가 우리의 목적지인 금오도 함구미항으로 가는 06:10분 배다. 7시 40분 도착예정.
배에 오르자마자 선실로 들어가 최선호님 형수가 준비하신 화려하고 푸짐한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어제 밤을 새워서 저 많은 김밥을 싸셨단다. 더운날씨에 상할까봐 미리 싸놓지도 못하고 잠도 못주무시고 얼마전까지 말으셨다니 그 정성에 모두들 한 마디씩 덕담을 나눈다.

왼쪽배가 금오도 함구미항 가는 배


낙지 한 마리에 취한 멋진 인생. 바로 앞이 파출소인데...


장군도와 돌산대교


최선호님 사모님이 밤을 세워 만드신 멋지고 맛난 김밥.


두번째 경유지인 개도 선착장. 뒤에 보이는 산은 개도 봉화산(338m). 언젠가는 올라야 할 잘 생긴 산이다.


고독한 김정길 (무슨 생각을 저리도 골똘히 하실까?)


개도와 환상적인 물안개(해무)

첫번째 경유지인 제도에 잠시 머무른 배는 두번째 경유지인 개도로 뱃머리를 돌린다.
자욱한 안개(해무)로 자연은 환상적인 경치를 연출해내지만 자칫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배는 레이다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세번째 경유지 자봉도에선 단 한 명만이 내리고 다시 배는 바다로 나간다.
금오도가 자욱한 안개속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해무 속을 뚫고 배는 금오도 함구미항에 도착한다.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은것 같다.
그러나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오는 1시간 50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혀 지루하지도 다리아프지도 않을 만큼 남해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가끔씩 배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대형 해파리를 보며 아이들은 즐거워 한다. 하얀 해파리, 붉은 해파리....

세번째 경유지인 자봉도 자봉리 선착장


해무에 휩싸인 환상의 섬 금오도. 맨 오른쪽 봉이 대부산 정상.
주변 풍경이 마치 사량도 지리산 돈지항으로 들어가는 것과 너무 닮았다.


해무 속에서 방금 전에 빠져 나온 작은 어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인 장면이다.


개도를 타고 넘어가는 해무.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산행 들머리인 함구미항


자 이제부터 산행이 시작됩니다.

우리 이외의 산행객이 예닐곱분 정도 보인다.
돌담집을 지나 억새밭도 지나고 숲에 들어가니 일단은 햇빛이 안 비추니 조금은 살것 같다. 어찌나 덥고 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인지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린다.
땡볕이 계속 비춘다면 오늘같은 날씨에 일사병으로 쓰러지기가 쉬운터, 하지만 억새밭을 지나니 그늘진 숲속으로 등로는 이어진다. 그래도 육수는 끊임없이 흘러 내린다.
너덜지대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대부산 등산로 안내도. 자세한 것은 맨 위에 산행코스 및 시간에 기록하였다.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


억새밭을 지나며


너덜지대에서 첫 번째 휴식


최선호님 부부


대부산 정상의 두 거인.

사방이 꽉 막혀 전혀 정상 같지 않은 정상에 올라 잔뜩 실망을 한다.
정상을 지나자마자 북쪽이 확 트인 전망좋은 곳이 나온다.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한 조망이다.

정상 지나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전망 좋은 곳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함구미항


등로 한 켠에서 발견한 멸종위기의 콩란

귀한 콩란도 보고 자그마한 암봉을 돌아 내려가다 보니 다시 오르막길이다.
잠시 후 작은 암릉이 나타나 별로 급경사도 아니고 위험하지도 않아 보여 아이들에게 로프를 잡고 올라오게 한다. 녀석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 보는 나도 흐뭇하다.
암릉에 오르니 북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여기 또한 조망이 일품이다.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절벽 위에 참나리가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는 것이 코발트색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로프를 잡고 잘도 올라오는 산친구 1,2,3


되돌아본 대부산


바다와 산과 참나리꽃


달콤한 휴식


  잠깐 완경사를 오른 것 같은데, 어라~ 삼각점이 있고 안내판에 대부산 정상이라고 써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 아까 것은 뭐여? 여기도 정상, 아까 거기도 정상? 자세히 살펴보니 374m라고 되있으니 아까 올랐던 382봉이 실제 정상인가 보다.  

어? 여기도 대부산이네.


오른쪽 맨 뒤에 있는 산이 망산

힘들지 않은 평탄한 등로를 따라가다 보니 작은 암릉이 나타나고 시계가 사방으로 확 트이며 오늘 산행 중 최고의 절경이 펼쳐진다. 북쪽 바다위에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이 흩어져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들 서로를 비껴서 떨어져있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안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포근하고 아름다워서 무슨 말로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언뜻 보면 담양 추월산에서 담양호를 내려다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 미치겠다!”
유람선을 타고 빼어난 풍광의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보는 것 하고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맨 오른쪽 봉이 칼이봉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수많은 섬들. 오늘산행 최고의 절경이 펼쳐진다. 실제보다 반도 못할 정도로 사진이 안나왔다. 왼쪽부터 월호도, 바로 앞섬이 대두리도 그 뒤 큰섬이 화태도, 그 오른쪽 아래 작은 섬이 소두리도, 그리고 맨뒤의 가장 큰 섬이 돌산도.


왼쪽 섬이 개도, 오른쪽 섬이 월호도.


문바위. 오른쪽에도 비슷한 바위가 하나 더 있어서 문바위인가 보다.


오른쪽 문바위에서 내려다본 문바위


여천 사거리

여천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 동안 최선호 선배님과 나는 오른쪽(서쪽) 분지로 약수를 떠오려고 내려갔지만, 정갈하지 않은 고여 있는 물을 한 모금씩 마시기만 하고 그냥 올라간다.

이미 폐가가된 집 바로 앞에 우물이 있다.


우물

  칼이봉 쪽으로 5분쯤 올랐을까 선두가 갑자기 멈추면서 긴급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여천으로 하산하여 여자들은 우학리 선착장에서 쉬고 남자들만 망산에 오르자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합의. 다시 되돌아 내려간다.

여천들머리에선 벌써 승합차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우학리까지 9천원. 생각보다 요금이 저렴하다.
친절한 택시 기사의 소개로 한 식당에 들어가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그 택시(금오도에는 부부가 두 대의 스타렉스로 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를 불러 망산으로 향한다. (요금은 오천원. 택시요금이 저렴하니 굳이 자가용을 갖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게다가 섬 안에 주유소가 없어 자칫 기름이라도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비포장도로를 십분쯤 달린 택시는 망산 들머리에 우릴 내려놓고 이쪽으로 다시 하산하는 게 제일 좋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내려올 때쯤 전화하라하고는 이내 우학리로 되돌아간다.
널찍한 등산로를 올라 삼거리에서 좌측계단으로 얼마를 올라가니 망산 봉화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봉화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지며 나에게 다가온다.

망산 산행 들머리. 뒤에 트라제 택시가 우리를 내려놓고 차를 돌리고 있다.


정상과  심포, 미포로 갈리는 삼거리.


망산 정상의 봉화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망산 오르다 내려다본 안도.

생각보다 높은 봉화대에 올라 사방을 돌아보니 여기 또한 시원한 조망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낯선 이들의 가슴을 흥분시킨다.  뱃시간이 많이 남은지라 사방을 돌아보며 1500산님의 산 얘기가 펼쳐진다. 곧이어 1500산님과 최선호님과의 산 이야기가 하염없이 흘러나온다. 감히 끼어들 생각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가끔씩 끄덕이며 맞장구를 칠뿐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한 채  그렇게 망산 정상에서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망산 정상인 봉화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남쪽 연도


동쪽 안도쪽 조망


북동쪽 조망과 봉화대위의 삼각점. 왼쪽 두개의 앞쪽섬이 중삼도, 그 뒤섬이 외삼도, 오른쪽 외딴섬이 초삼도


저 멀리 일출명소로 유명한 돌산도 향일암이 보인다.


향일암을 배경으로


저도 1500산님과 한 장


대부산 주능선을 배경으로 최선호님과 함께

 우학리에서 재회를 한 가족들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힌 후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배를 기다린다. 4시 50분 배인데 5시가 약간 넘어서야 오전에 탔던 배보다 훨씬 큰 255t의 금오고속페리가 입을 벌린 채 선착장에 밀려들어온다.

우학리 선착장의 금오도 관광안내도


우학리 선착장 휴게소


여수가는 금오고속페리

속도도 오전 배보다 훨씬 빠르다. 선실에는 2층엔 다다미방, 3층엔 좌석실이 있어서 취향대로 골라 들어가면 된다. 우리 팀들 대부분은 밖으로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섬여행을 만끽한다.

전망좋은 특이한 의자


멀리 돌산도의 향일암과 금오산이 기막힌 풍광을 자랑하며 서서히 지나간다.
돌산대교가 보인다. 그리고 그 배는 그 다리 밑을 통과하여 여수에 도착한다.

돌산도 금오산과 향일암이 지나간다.


우리가 중간에 내려온 여천마을 선착장


문어잡이 어선들


돌산도 여천실업고등학교. 저곳에서 작년에 1년동안 근무했었습니다. 수업 중 창밖을 보면 유람선이 지나가고 갈매기가 끼룩끼룩, 복도에는 게들이 기어다니고... 테니스치다가 잘못 맞아서 울타리 밖으로 공이 나가면 바다로 풍덩, 수 많은 공을 잃어버렸습니다. 파도소리 들으며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전국 몇 안되는 환상의 비치 코트입니다. 주위환경은 제가 근무해본 학교 중 최고인데, 여수시내에서 너무 먼데다가 이농현상의 가속화로 학생들이 오질 않아 몇 년 전부터 갈수록 학급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멘트와 매연으로 찌든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참으로 환상적인 학교입니다.


돌산읍소재지 군내항, 여천실고 바로 옆에 있습니다.


돌산대교 밑을 지나면서


여수 물양장항. 뒤에 큰 기와건물은 그 유명한 진남관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라고 붙잡고 싶지만 내일 일요일에 모 산악회 초청으로 산에 가야된다는 1500산님을 아쉽지만 그냥 보내드려야 한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그리고 참으로 의미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