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04년 7월 18일 , 일요일

2. 코스 : 동학사-청량사지-삼불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 원점회기형
         ( 3시간 36분 소요 , a.m 4.40 - a.m 8.16 )

3. 나 홀로 산행

4. 산행기록 :




          [   동학사계곡의 용틀임   ]
    



이 남자가 사는 법

새벽에 찜질방에서 나오다 문득 하늘 한켠을 보니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으니 가슴이 뛴다.
그때가 새벽 3시 반쯤.
집에 도착한 뒤 해뜨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니 옆에서 집사람이 氣막힌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속으론 뜨끔하지만 가고싶은데 어쩌란 말인가! ㅠ.ㅠ
"같이 갈래?" 한마디 던져보지만 왠지 공허하다.
돌아올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하기에.
일단 통보는 윤허와도 같으니 다시 "일찍 올께!"라고 한마디 날린다.
마치 선심 쓰듯.  그러나 부메랑이 되어 날라 오는 말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다.
"맘대로 하셔!" "상관없잖아!"
커억~~~

새벽빛을 등불 삼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네시 사십분의 동학사 사하촌은 어둠과 안개 낀 덩그런 공간이었다.
오늘은 Gibb`s 군과 동행이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어 약 보름이 지났는데 요즘 들어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행동안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으리라.
오직 산만을 보고 듣고 느낄 뿐...
잰걸음으로 매표소를 지나는데 왼쪽 계곡에선 우렁찬 물소리가 예사롭지 않고.
사위는 아직 캄캄하지만 어슴프레 길이 보이므로 굳이 불을 밝히지 않고 어둠을 즐긴다.
가끔 빗방울이 흩날리지만 많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고 옅은 안개가 조금 끼어있다..
홍살문 앞의 갈림길에서 망설임 없이 `남매탑`쪽으로 들어서고 곧 계곡에 걸린 다리를 건넌다.
어둠 속에서도 허연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며 표호하듯 흐르는 모습은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변을 음미하며 예전에 집사람과 처음 만났던 바위도 지나며 문득 옛날을 생각해본다.

오리무중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도 습한 대기에 묻은 더위는 어쩔 수 없는지 닦아도 닦아도 끝없이 땀이 솟는다.
계곡을 두 번 건너자 물소리는 잦아들고 조금 더 힘을 내자 안개가 자욱한 `청량사지`에 도착.
어스름 새벽빛에 비추인 탑을 돌아 안개와 가로등이 어울려 몽환적 분위기를 내는 `계명정사`도 돌아보고...


          [   신새벽의 청량사지석탑   ]


          [   몽환적인 분위기의 계명정사   ]

가파른 오름짓을 거듭하여 `삼불봉`에 도착하니 먼저 있던 사람이 자리를 내준다.  
시간이 새벽 5시 46분이면 이 분은 얼마나 빨리 올라왔던 것일까?
인사를 하고는 바위에 올라 잠시 천하에 가득한 기운을 황송하게 몸으로 받고 사위를 호흡한다.
다시 안개가 자욱한 길 따라 `관음봉`으로 향하는데 훼손된 탐방로를 보수한다는 공사내용이 고지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길 곳곳에 야적된 것이 무언가 했더니 공사 자재였고 지게 등 인부들의 작업흔적이 있었다.
게다가 인부들은 산상 취사까지 하는지 빈 라면봉지가 포대 가득히 나뒹군다.
지금 `관음봉` 아래까지의 `자연성능`에는 나무계단이 두 군데나 새로 설치되어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자연보호


          [   자연성능 초입의 고사목   ]


          [   삶의 균형을 재는 천칭 소나무   ]


"우회하는 산 사면의 깎여진 곳에 데크를 설치하는게 탐방로의 훼손도 막고 복원이 될텐데.."
"오르내리기 조금 애매한 곳에 무조건 계단을 만드는 게 무슨 복원이람?"
"이건 관리공단의 음모야!"
"과거에 자연성능에 안전시설이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들어섰고 탐방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구!"
"결국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전시행정의 일단을 보는거야."
이러한 복원을 가장한 파괴에도 불구하고 자연성능 한켠의 바위 크랙을 따라 잘 자라는 풀잎가족들의 생명력이 눈에 들어찬다.


          [   생명력 - 바위 크랙을 따라 자라는 풀   ]

그리고 안개사이로 돌아선 바위벽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    안개와 바위봉   ]

곧 두 사람과 마주쳤고 보이지 않는 안개너머로는 야호 소리가 거푸 들리고 있다.
모두들 다녀간 흔적까지 없애려 하는데 소리는 보이지 않으므로 이토록 무례한 것일까?
`관음봉` 오르는 계단 끝에서 만난 그이가 인사를 먼저 건넸고 얼굴을 보니 무례한 이웃은 상습범이다.
굳이 무언가 말하려던 감정을 누르고 그냥 도착한 `관음봉`.


은선의 참맛

정상석 주변엔 바람이 시원하게 올려치면서 안개를 희롱하는 폼새는 분명 용의 조화렸다!
실컷 바람을 맞고는 일어서 이제부터는 내림길.
비록 `보살너덜`이 습기에 젖어 미끄럽고 내겐 핸디캡이 있지만 조심스레 내리면 경사가 잦은 곳에 산장이 등을 보인다.


          [   은선산장   ]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은선산장`의 앞길에는 제법 큰 횡도목이 길을 막고 있다.
밑으로 가기엔 자세가 나오질 않아 넘어서고 곧 폭포전망대에 도달한다.
이태껏 숨겨놓았던 하나를 드러내어 물줄기 두 개가 연신 제법 많은 수량을 쏟아 내므로 비로소 `은선폭포`답다.


          [   은선폭포   ]

보기에 시원하고 비 온 뒤 하루나 이틀후면 장관을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한층 더 귀하다.
여남은 살 되어 보이는 꼬마가 아빠와 같이 이를 구경하니 얼마나 복 받은 일인가!
계곡에 내려서니 곳곳이 폭포 아닌 곳이 없고 흰 물줄기의 용틀임은 볼만하다.







          [   무명폭들과 용틀임   ]

소나무, 그리고 계룡

그리고..
안타까운 일은 내림길 곳곳에 꺾어지고 말라져 스러져가고 소나무들.
우리나무 소나무에 닥친 시련은 왜 그럴까?
아마 기상이 굳세고 좋은 반면에 유연성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그래서 비나 눈 그리고 바람에 끝내 저항하였고 결국 꺾인 목기는 깨끗이 포기하기 때문일꺼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내려온 동학사 계곡에도 여전히 용들이 살아 움직인다.



     [   성하의 동학사 계곡   ]

대웅전의 부처와 오종종한 삼층탑, 그리고 웃자라는 연둣빛 새싹이 계룡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고.



          [   동학사 대웅전과 삼층탑   ]


          [   학바위와 미타암   ]


용의 입으로 나오는 감로수를 받아들고는 청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갈증까지 푼다.
터벅거리는 포도를 걸으며 내내 마음속에는 용의 기상을 간직하며 산행을 맺는다.
늘 보아온 계룡이지만 매양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모든 것은 정체되면 굳어지고 죽기 마련이므로 부지런히 살아가리.
오늘도 계룡의 하루는 이렇게 내 맘의 문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