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8일 ~ 2004년 7월 19일

작년 이맘때쯤 아들과 함께 노고단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는 지리종주를
하였었는데 중산리 하산길에서 아들놈이 나에게 한말이
“ 아부지 내 쥑일라 카나 ” 였었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 싶어
마음이 아파었는데 , 그래서 올해는 가자고 그러면 안간다 그럴줄 알았는데
순순히 가자 그러는게 얼마나 대견하든지 .......

올해 고2가 되는 아들에게 궂이 지리산 종주를 같이 하자고 권하는건
작년 지리종주때에 아들에게 얘기했듯이 산행이 인생의 축소판이란걸 가르켜 주고 싶었었다.
주능선에 오르기위해 고생스럽게 오르는 과정하며 , 주능선에 올라 서더라도
수많은 봉우리들과 고개를 넘어야 하는 것들이 우리네 인생과 같은 것이 ,
어찌하였든 아들이 인생을 헛되이 허비하는일 없길 바라며 지리종주를 하였었다.
물론 철들때가 되어서 변하였겠지만 , 요즘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걸 보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01:30분 대구를 출발하여 88고속도로를 달려 백무동 도착시간이 04:10분,
짙은 안개와 규정속도로 오니 시간이 많이도 걸린다.
개인택시를 이용하여 성삼재로 이동하였으며 요금은 35,000원 이었으나
성삼재휴게소 노견에 주차시키고 주차위반 스티커 발부당할까 걱정하는 것 보단
낫겠다 싶어 이방법을 택하였습니다.

05:20분 노고단 매표소를 통과하여 드디어 산행을 시작.
구름속에 완전히 잠겨버려 모든 것이 안개속에 휩싸인 노고단 대피소엔

06:10분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을려나 물어보니 그냥 가잔다 .
그래 임걸령에 가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힘찬 발걸음으로 출발.

07:20분 임걸령 도착하여 뼈속까지 시원한 샘물을 마시니 정신이 산뜻하다.
아내가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을 펼쳐놓고 아들과 함께 먹는 그맛이란.....
작년보단 모든게 순조롭다.
아들도 한번 해본 경험탓인지 씩씩하게 잘간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빠르다 , 특히 오름길에선 나보다 빠르길래
페이스 유지를 위해 먼저 앞서가라 그러니 잠깐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작년만해도 내뒤만 졸졸 따라 다녔었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늙은건지 아들놈이 커버린건지...........

작년엔 반야봉에 올랐으나 어차피 구름에 가려있을 것 그대로 지나친다.
삼도봉에 도착해 아들과 함께 폼잡고 사진 한컷 찍고는

09:10분에 화개재 도착
산행 시작한지 4시간이 흘러 이젠 몸이 풀려 컨디션이 괜찮다.
아들에게 아빠 생각하지말고 구간별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진행하되
충분하게 휴식을 하고 진행하라 일러준다.

어차피 오늘 날씨로 햇빛을 보기는 틀린 것 같다.
작년 종주시엔 너무 힘들어하여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한 것 같아
이번에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루종일 구름속만 다니고 있으니 올해도 틀린 것 같다.
그래도 땡볕속에 산행하는 것 보단 산행시에는 나은 것 같다.

11:20분 연하천대피소에 도착
이젠 조금 피곤한건지 점심을 먹자하니 그냥 사발면을 사 먹잔다.
사발면 1개 3,000원 이라니 아들의 눈이 동그레진다.
그래도 남은밥을 말아 김치 넣어 먹으니 너무 맛있다,

이젠 시키지 않아도 식수도 보충하고 세수도 하고 하는 것 보니 기특하다.
산장을 배경으로 사진 1장 찍고 벽소령으로 향한다.
어떻게 작년에 정신없이 힘들게 하는 것 같았는데 대략적인 산행코스별로
특이점들을 다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13:30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니 아들놈은 등산화를 벗고는 휴식을 하고 있다.
자 이제부터가 고민이다.
계획보다 너무일찍 도착 한 것이다.
참고로 작년 벽소령 도착은 18:30분 이었다.
대피소 예약을 벽소령만 한것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판이다.
아들과 상의하니 세석대피소까지 가잔다.

산행중 만난 젊은부부 팀은 벽소령과 세석 2군데에 예약을 하였단다.
혹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2군데에 예약 하였다나...
일단은 세석대피소까지 가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선비샘에 도착하여 세수와 양치질(치약은 사용 않고)도 하고 ,
사과,귤도 먹고 에너지 보충후 세석으로 출발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17:20분 세석대피소 도착하여 대피소 이용을 문의하니 19시까지 기다리란다.
일단 저녁을 먹고 기다리기로 한다.
아들이 걱정하길래 오늘은 날씨가 좋지않아 자리가 빌거라며 안심시켰다.
햇반 2개를 사고 북어국을 끓여 먹으니 너무 맛있다.

직접 밥을 해먹고 찌개를 끓일 경우 설겆이가 까다롭고 귀찮아
비싸더라도 대피소에서 판매하는 햇반( 3,000원 )을 이용하고
국은 슈펴에서 판매하는 1회용 건조북어국을 사용하였다.

19:30분 잠자리을 배정받고 누으니 몸은 피곤하나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는데 아들놈은 가는코까지 골며 잘잔다.
밖에 나와 있으려하여도 세찬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인해 너무 추워
이내 포기하고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날 06:00분 계획대로라면 한신계곡으로 하산키로 하였으나 어차피
경치감상은 글른 것 그냥 천왕봉에 오르기로 하고 출발한다.
바람이 너무 세차고 기온이 낮아 조금은 불안하였으나 윈드쟈켓을 입히고는
출발하였다.
여름에도 조난을 당할 경우 저체온증이 올수있다는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세석 출발직후 만나는 촛대봉의 가파름에 벌써부터 땀이 흐르고
이제는 세찬 칼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07:20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역시 대피소에서 판매하는 햇반으로
아침식사를 하고는 천왕봉에 오른다.
아! 역시 이기분이구나 ......
세찬 바람에 몸은 날려갈듯하고 비록 구름속이지만 가장 높은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
이게 바로 지리산 천왕봉만이 가지는 오연한 기상이 아닐까

먼저 천왕봉에 오른 아들과 정상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는 광풍속의 정상에
아무 생각없이 나란히 앉아 지리산 천왕봉의 기운을 맘껏 느꼈다.
3대 공덕을 쌓아야만 볼수있다는 천왕봉 일출은 언제나 볼수 있을지 ......
하산길에 아들놈은 혼자 천왕봉에 오를 때 날려갈듯한 세찬바람에
조금은 불안하였다며 이야기한다.

그래 아들아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란다
살다보면 갖가지 어렵고 힘든일들을 만나게 될터인데 오늘 네가 정상을 오른
그 기백으로 모든 것을 헤쳐나가주길 바란다며 마음속으로 기원하였다.

10:20분 백무동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이상하게도 아들은 하산길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

11:40분 참샘에 도착해 갈증도 해소하고 휴식을 한뒤 백무동으로......
내려가는길에 단체로 올라오는 학생들을 보니 슬리퍼를 신고 여행용 백을
양손에 들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고 백무동코스가 지리산 산행코스중
가장 평탄하기도 하지만 가장 부상과 조난이 많다는걸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그 학생도 아무탈 없이 하산하길 .........

13:00 백무동 도착
아들과 함께한 35.5Km 이틀간의 지리종주가 끝난 것이다.

아들아 모든 것을 잘하진 못하여도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