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6. 4. 9 (일)
어디로 : 금정산
누구랑 : 그대와 나

산행코스 : 율리역 - 고당봉 - 금샘 - 범어사
산행시간 : 4시간 30분

아직은 산행보단 드라이브를 더 선호하는 대장님을
수도 없이 슬~슬~ 꼬드겼다.
"여뽕!~
우리 남근석 보러가자.
지하철 율리역에서 오르면
금정산에도 대단한(?) 녀석이 있대요."
잦은 비에, 모처럼의 여가시간에도

계획은 여러 번 수포로 돌아가고
불청객 황사가 무척이나 찜찜했지만
자투리 시간임에도 집을 나섰다.

율리역에 내려 곧장 들어선 산이지만 이미 14시!
신석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율리패총을 지나고
유연히 이어지는 소란스럽지 않은 오솔길이 썩 맘에 든다.
얼마 진행치않아 갖가지 형상의 멋드러진 암릉이 연이어 등장하고
금정의 진가를 다시 확인하는 뿌듯한 감사의 맘이 된다.
지척에 산이 있다는 건,
그 산을 맘만 먹으면 오를 수 있는 건강을,
여건을 소유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엄청난 크기의 돌출된 너럭 전망바위에 당도하니(14:40)
짙은 황사가 유감이지만 백양, 구덕, 승학산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오고
김해, 낙동강의 정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황금빛 솔잎 지천인 바닥, 이어지는 산새소리,
적당히 화사한 진달래의 자태에 흠씬 젖어 걷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앗, 남근석이다!
로또라도 당첨된 양, 호들갑스레 앞서가는 대장님을 불러세우고--
"진짜 작품이넹!?"
이리저리 각도를 맞춰가며 폰으로 기록을 남긴다.

시간이 이슥하여지니 앞서가는 대장님의 걸음이 바삐 움직이고
천황. 재약산행의 후유증이 약간 남아있는 상태에서
나의 허리에선 띵~ 똥 띵~ 똥 적색 경보음이 감지된다.
그런 와중에도 꽃과 새와 바위라는 자연 선물에 도취되어
맘 만은 천하를 얻은 양, 내내 풍성하고도 은혜로운 심사가 되고--
전.후.좌.우 열심히 돌아보며 감상하랴, 메모하랴 바쁘다가는
"Stop!
같이 가자, 그대여!~"  징징댄다.

두어 번 이정표가 나오지만 고당봉까지의 거리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큰 삼거리에서 잠시 화명동쪽으로 잘못 진행타가
다시 올라와서 능선을 타고 제대로 길을 이어가다
조망이 훤히 펼쳐지는 멋드러진 바위위에 앉아
첫 쉼을 가지며 과일을 나누었다.(15:50)
휘돌아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살갑게 다가온다.
자칭 산매니아인 내게 대장님이 열강을 한다.
"골로 빠지지 말고 능선을 타라.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골로 빠지면 주등산로 찾기도 힘이 들고
큰 산인 경우 조난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주등산로 양 옆으로 진달래가 소박한 웃음으로 화답하고
곳곳에 바위 틈새로 용케 뿌리내린 소나무가
멋진 분재 작품마냥 풍상을 다 이겨낸 꿋꿋한 모습이다.
암릉구간이 끝날즈음 금정산성이 열리며
반듯한 사각 암문을 통과하게 된다.
곧 만나게 되는 이정표엔 처음으로 화명동3.8km
고당봉 1.6km란 이정표가 서 있었다.

성을 따라 이어지는 오름길에 제법 팍팍한 길이 이어지고
마지막 아리랑 고개를 치고 올라 펑퍼짐한 봉우리엘 도착했다.(16:23)
조망이 실로 멋지다!
맞은 편 주능선길에 원효, 의상봉이 가깝고
산성마을 자락, 아스라이 펼쳐지는 지나온 봉우리들.
바로 눈앞엔 대단한 위용의 암봉이 흘러내리고
정상인 고당봉이 그 뒤로 용맹히 우뚝 솟아있다.
고당봉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온통 황사로 희뿌옇지만
처음으로 밟아 본, 율리역에서 이어온 오늘의 산행길은
큰 만족 그 자체였다.(16:45)

늦은 하산길이었지만 금샘을 보고 싶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금샘은 아직 접하지 못한 처지였다.
새로운 등산코스와 함께, 이래저래 우물안 개구리를 탈피하고 싶었다.
이정표가 다소 혼란스러워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든든한 동행을 믿고 금샘을 보고가자고 졸랐다.
사진으로만 수 없이 보았던 금샘은
석양에 고즈녘히, 여전한 모습으로 침묵속에 의연했다.(17:10)
"저 물을 다 퍼내고
 내일 다시 와 볼까?"
유쾌한 걸음이어 당도한 세심정, 북문 어디에도
산성막걸리 팔던 아지매가 안 보였다.
산행길내내 하산길의 탁배기 한 잔 고대했는데!

계단길. 돌길이어 금강암 갈랫길에 도달하니(17:30)
졸졸졸 계곡물소리가 감지되고
온 골에 저녁 산새소리 넘쳐나니
오, 잔잔한 화평이여!
주차장을 지나(18:00),
역사가 있는 아름다운 금정, 梵魚路를 따라 내려가니
영롱한 오색등, 짙어가는 어둠 힘써 털어내며
지나가는 길손 은근히 유혹터라.
오이소, 놀다가소, 한 잔 하이소~~!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