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08년 12월 23일 화요일

누구랑 : 산찾사.바커스님.빨간장미님.천산이님

이동경로 : 괴목정~암용추~삼신당~골프장~숫용추~머리봉~천황봉~암용추~괴목정

                  (산행시간 6시간 40분)

 

산행전날 핸폰이 울린다.

회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겨울의 음울한 분위기를 몰아낸다.

이양반의 매력은 항상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는 점이다.

듣기만 해도 유쾌 상쾌 통쾌함의 바이러스가 금방 전염되어 기분이 업된다.

 

뭔일유~?

어~! 산찾사 낼 뭐 할겨~?

왜유~?

나 낼 한가혀~ 그러니께 특별한일 없슴 나 산에 델쿠가줘~

 

새벽퇴근해 그날 저녁출근이 쬠 맘에 걸리나

가진게 힘뿐인 내가 그정도는 견딜만 할것 같아 응하기로 한다.

거기다 재수 좋으면 낼 운행하는 열차가 운휴 될 확률이 아주 많다.

요즘 우리 경제가 아주 심각한걸 우리는 즉각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예전 IMF 시절에도 화물 콘테이너 수송열차가 그정도로 운휴된적이 없었는데

요즘엔 아예 싹쓸이 운휴가 허다하다.

부산 신선대 부두로 내려가는 수출품 콘테이너 수송으로 기관사가 정신없이 바쁠때가

우리나라 경제가 팍~팍~  잘 돌아갈때인데 요즘엔 완전 놀자 판이다.

현실은 이렇게 심각한데

정작 이런 현실은 나 몰라라 하는 똥물에 뛰겨버릴 놈들은 공사판 현장에서나 쓰는

연장을 들고 국회에서 엉뚱한 힘들을 쓰고 있다.

 

에이~ ㅆ~ㅂ눔들~!! 

 

새벽 퇴근후 잠깐의 토막잠이 달콤하다.

수능이 끝나고 더 바쁜 울 막내를  깨우는 마눌의 고함소리에 아들녀석보다 내가 먼저 일어난다.

그만큼 막내놈 신역이 고된가 보다.

수능이 끝나자 마자 미대를 지원한 막내는 특강으로 새벽에 나가 한밤에 들어온다.

요즘 내가 절실히 느끼는건 공교육 실종이다.

공교육만으로도 적성에 맞는 예능교육으로 대학에 갈수는 정녕 없는건지 ?

예능에 자질을 갖춘 학부모는 허리가 휜다.

울 아들넘 한달 특강비가 330만원이다.

현실은 이런데

교육행정은 저질에 참신했던 전교조는 정치투쟁에 밥그릇 싸움질이다.

하는짓거리는 또 젤 공부 못하는놈을 기준으로한 하향 평준화에 힘을 쓰고 있다.

 

에이~ ㅆ~ㅂ놈들~!

 

이런저런 잡다스런

골치아픈 세상 잠시 잊어버리기엔 빡신 산행이 제격이다.

아직 나이도 젊은 팔팔한 나이에 좋은직장 벌써 짤려서 평일 산행에 나선것 아닌가 생각된

바커스님은 그동안 뒤저라 일하느랴 못 놀은 휴일을 이제야 놀게 돼 그동안 마음속 찜해 둔

계룡의 속살을 더듬고 싶어 나를 불렀단다.

응큼하게 더듬고 다니는데는 산찾사가 최고라나 뭐라나~??? 


  (괴목정 전경) 


 

티코를 마눌에게 내주고

투산이를 끌고 바커스님 집앞에 당도하니 발빠른 천산이님이 함류한다.

계룡산 ㄷ자 종주를 5시간에 말아먹는 준족들이 오늘 하루죙일 내 똥구녁을 쑤시게 생겼다.

이틀전 상주마라톤 풀코스를 댕겨와 아직 다리통의 피로도 가시지 않았는데 큰일이다.

 

그런데 천만다행...

어여쁘신 빨간 장미님이 베낭을 메고 살인미소를 날리며 날 처다본다.

빨간장미님이 뉘신가~?

바람의 싸나이 바커스님을 옴쭉달싹 못하게 옭아메는

초강력 울트라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빨간장미님 아니시던가....

오늘은 걍~

편안한 산행이 되것따...

 

계룡산 속살을 더듬기엔

구룡관사가 적격이나 젊잖은 체면에 담치기가 맘에 걸리고

신원사에서 용천령을 넘어오자니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아깝다.

그래 택한 들머리 괴목정은 내가 맘이 젤 편한 곳이다.

대신 다리품은 조금 더 팔아야 된다.

새벽에 잠깐 내린눈이 쌓인 숲에 들자

아무도 밟지 않는 하이얀 눈 덮인 오솔길이 우릴 맞아준다.

 

괴목정에서 구룡관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곳까지

예전엔 사람이 다니지 않아 온갖 잡목이 성가시고 길 또한 희미했는데

이젠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이 다닌 듯 길이 뚜렷하고 길안내 시그널까지 붙어있어

쉽게 찾아들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길)


  (암용추 가는길) 


살짝 덮힌 등로가 아주 미끄럽다.

특히 암릉은 살짝 얼어 여간 조심스런게 아니다.

바람의 사나이도 미끄러운 길에선 용코없다.

펄펄 날아가는 사나이가 설설 기는 모습에 웬지 고소한 생각이 든다.

ㅋㅋㅋㅋ

계룡의 첫 속살의 은밀함을 엿보려 찾아든 암용추는

목숨내지는 팔다리 하나쯤 내줘야만 보여주겠다 앙탈이다.

역쉬 암놈이 숫놈보다 이럴땐 더 앙칼지다.

미끄러움을 참고 조금 더 내려가 먼 발치에서나 침 질질 흘려가며 처다만 봐야 했다.


  (암 용추의 전경) 


 


두번째 속살을 찾아 길을 오른다.

잎사귀를 다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앞 능선중턱의 제석사가 살짝 보인다.

저곳은 이제 군인 신도들만 찾아오겠지 ?

 

계곡을 옆에 낀 등로를 따라 오르다

능선 안부 사거리에서 골프장쪽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이상하게 길을 잘못 들었다.

분명 이길은 외길였는데 뚜렷한 큰길을 따라 무심히 오르다 보니 못보던 건물이 있다.

되돌아 내려가기 전 그곳에 올라 살펴보니

충청남도 민속자료 제 19호로 지정된 계룡산 삼신당이란 건축물이다.

1927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데 보존상태가 아주 좋다.

길 잘못 든 덕에 별걸 다 보게 된다.

 

  (계룡산 삼신당 전경)
 



   (삼신당 안내판)



(삼신당을 둘러보는 산우들) 

 





 (숫용추를 찾아가는길)







 

삼신당을 뒤로 다시 길을 찾아 능선 안부사거리에서

골프장으로 내려와 임도를 따라 올라 숫용추에 도착했다.

두번째 계룡의 속살 숫용추도 오늘은 이방인의 접근을 막는다.

미끄러운 잔설의 위험을 무릅쓰고 숫용추로의 접근을 시도하다 이내 포기한다.

그넘들 디게 팅기기는~!!

 

  (숫용추을 내려보며)

 

부끄러워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암용추와 숫용추를 자세하게 못 본 서운함을 안고

머리봉을 향한 능선을 향해 발을 옮긴다.

 

금단의 땅인 이곳에

전에 볼 수 없던 시그널이 우리의 앞길을 인도한다.

시그널에 세겨진 글씨로 보아 이제 이곳은 군인 그들만의  전용 산책로가 된 듯 하다.

 


 (머리봉을 향한 오름길의 바커스님 부부)


천산이님과 함께 선등하다

인기척이 없어 잠시 기다리면 바커스님의 보호아래

빨간장미님의 빨간 모자가 보이고 그러면 다시 진행하고....

 

그러다 올러선 첫 암봉의 조망터...

금방 올라선 저 아래 계룡대의 골프장과

천단에서 뻗어 내려간 능선이 국사봉을 한번 들어 올린후

연산으로 갈라 앉는 연능들이 발아래 펼처진다.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


 

 

매일같이 붙어 살면서도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뒤를 따르는 두 부부의 도란도란 이야기는 끝이 없다.

 

천생연분은 저 부부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참말로 잘 만났다.

아마도 저 부부 둘은 부부싸움을 해도 아름다울것 같다.

어떻게 싸워야 아름다울지는 모르것지만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두 부부의 정겨움이 세상 그 어느 꽃보다 나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두 부부)


 

 

 

  (맺히다 만 상고대)


 (내려다 본 계룡대 골프장)


  (저멀리 황적봉 능선이 보이고...) 

 (아름다운 솔숲 오솔길)
 
 

 

 

 

머리봉을 향해 고도를 높이자

지금껏 풍광과 사뭇 다른 선경이 우리 눈을 황홀하게 한다.

연신 빨간장미님의 입에선 탄성이 터저 나온다.

조금만 더 추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풍성하진 않아도 우야튼 상고대는 상고대다.

구름에 가린 햇살이 잠깐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역광에 비친 상고대의

그 황홀함에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눈꽃은 화려했다.

역시 겨울의 진객이다.

좋은님과의 산행에 특별 뽀나스로 오늘 하루가 행복한 순간이다. 

 

 (상고대 숲 터널을 걷는 바커스님) 


 

 (드디어 머리봉이 보이고)
 
 
 
 
 


 (머리봉을 향한 암릉의 오름길)
 

 
 

마치 용이 몸틀림을 하듯

암릉이 구비치는 능선상 끝에 위치한 용의 머리가

신도안을 향한 형세의 머리봉에 올라서니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권이다.

천황봉은 가뒀다 풀어줬다 안개가 희롱중이고 금남정맥이 구비치며 내리 뻗친 능선이

흰눈을 뒤집어 쓴채 한눈에 들어온다.

이정도까지 생각은 못했는데

이런 풍광을 접한 오늘 산행은 행운이다.
 



 (머리봉을 내려서는 빨간장미님)

 

    (운무가 희롱하는 천황봉)

 


  (문다래미로 향한 위험한 암릉길)

머리봉을 내려서면 바로 직벽의 암릉길이다.

눈 쌓인 암릉이 미끄러워 오늘은 매우 위험한 길이다.

그러나 확실한 홀드가 많아 크게 겁먹지만 않는다면 문제될건 없다.

예전 산행시 빨간장미님의 암벽타는 솜씨를 알고 있는 난 크게 걱정을 않는데

역시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솜씨로 무사히 암릉을 내린다.

 



  (조심 조심 암릉길의 빨간장미님)
 
 
 


(문 다래미 뒤로 운무에 가린 천황봉) 
 

   (문 다래미를 통과하는 산우님)


 

문다래미는

다람쥐의 북한 사투리 다래미와 문(門)의 합성어로된 단어다.

멀리서 보면 다람쥐 형상을 닮은것도 같다.

문다래미를 통과하여 올라서다 보면 등로 왼쪽에 범 한마리가 웅크려 앉아 있다.


 (문다래미를 통과하는 산우)

정도령이 나타나 천지개벽 하는날
신도안을 향해 웅크린 범이 몸을 일으킨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바위가

바로 이곳의 범바위다...(믿거나 말거나) 

 

   (범바위) 



 (범바위 형상의 얼굴 일부분이 사람의 옆모습을 닮았다)


 (범바위 등짝을 올라서는 산우님)

머리봉과 문다래미

그리고 범바위까지 더듬어 탐험을 끝낸 우린 

계룡산 속살탐험의 정점 천황봉 정상의 천단을 향한 오름길에 든다.

 

 (지나온 길)

 
 

 (천단에서 내려간 능선의 연능이 길게 누웠다)

   (삼불봉을 향한 자연성능) 

 (바로앞 봉오리가 쌀개봉)
 
 

천황봉 정상 천단을 향한 등로엔

예전 볼 수 없던 아주 튼튼하고 견고한 윤형 철조망이 앞을 막는다.

철조망을 들고 통과를 하려 시도해 보지만 눈덮힌 암릉길이 미끄러워 포기한다.

담벽을 잡고 돌아가 철대문을 열고 들어가 천단을 올라 가려는데

바커스님이 말린다.

여기까지 왔다면 올라선거나 진배 없는건데 무리하지 말자며...

 

서운한 발길을 돌린다.

그제야 때를 놓친 배고픔이 밀려든다.

통신대 담벼락의 양지쪽에 둘러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데 꿀맛이다.

산에 오르면 왜그리 밥맛이 좋을까 ?

 

암용추로 길게 내린 등로를 따라 하산을 서둔다.

초반의 가파름은 이내 널널한 오솔길의 완만한 길로 바뀐다.

내리는 내내 두런두런 산우들과의 정담이 내림길을 짧게 만든다.

 

 

 

능선길이 계곡으로 꺽인다.

계곡으로 향한 초입을 얼마 지날쯤 다닥다닥 메달은 감나무 네그루가 보인다.

그냥 지나칠 멍이 아닌 바지런한 바커스님이 나뭇가지로 던질까 돌을 던질까 궁리 중이다.

 

던지긴 뭘 던저

올라가 흔들면 되지...

 

베낭을 벗어놓고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나뭇가지를 잡고 세차게 흔들자 우수수 감들이 떨어진다.

연시가 된 감들은 땅에 떨어저 죄다 터저 버리는데 푹신한 낙엽에 안긴 감들은

그런대로 먹을만 한것 같아 맛을 보니 완죤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맛이다.

 

차겁고 달콤한 연시를 먹느랴

모두들 손과 얼굴에 연시 터진게 뭍어 

꼴들이 가관이 아닌 모습에 서로들 웃음을 짖는다.

천산이님은 그런 모습을 디카에 담으라 하는데 식탐많은 내가 그거 담을 정신이 어디 있으랴~

연신 먹다보니 배가 빵빵하다.

 


올라갈때 보다 눈이 많이 녹았다.

조심조심 암용추로 내려서서 사진 한방을 찍고 돌아서는데

이런~!!

미끄덩 엉덩방아를 찢는다.

햐~!!! 고년

끝까정 앙탈일세~!

 

  (암용추 전경) 


 


 (괴목정 가는길)
 

암용추를 내린후

오전에 왔던길 그대로 밟아 괴목정을 향한다.

마지막 대숲의 오솔길을 빠저 나오자 덩그러니 투산이가

외로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