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2004/02/07(토) ~ 2004/02/08(일) (무박)
코스: 오색매표소(04:35) - 설악폭포 - 대청봉정상(08:50) - 중청대피소(09:10) - 소청봉 -
      희운각대피소(10:20) - 천화대 - 양폭대피소(12:30) - 귀면암(13:30) - 천불동계곡 -
      비선대(14:20) - 소공원주차장(15:10)
인원: 알프스산악회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산악회란곳을 가입했다. 이름은 알프스!
가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차편이 편해서...
동네산만 댕기다가 지방에 있는 산을 가자니 산악회를 이용하는게 편리할거 같았다.

원채 숫기가 없는 놈이라~ 두렵기도하고 (사람들이..), 쪽팔리기도하고 (내가...)
일단 배낭 주섬주섬 싸고 저녁 10시에 동대문운동장으로 향했다.

일단 버스는 탔고, 설악산으로 향하는데.. 웬걸.. 너무 춥네..
옆사람은 콜콜 잘만 자는데.. 나는 뭐 거의 뜬눈으로 버스에서 앉아만 있었지~
간만에 탄 관광버스라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뒤치닥 거리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오색에 이르렀고 대장님 구령하에 산행은 시작!

새벽산행이라 헤드랜턴 켜고, 산악회 사람들보다 뒤쳐질까바 부지런히 올라갔다.
지금하는 말인데.. 난 산악회는 슈퍼맨만 가는줄 알았서..
나같은 평민은 따라갈수 없을만큼의 슈퍼체력인지 알았지... 하지만 아니네~
쫓아가보니까.. 그냥 내 평소 산행 속도만 하네~

이 글을 누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산악회 들고 싶으면 초보라도 그냥 들어서
산행하면서 어울리라구~ 나두 소심하고 낯가리는데 그냥 따라가면 잼나 ^^;;

몇 시간 가다보니까 동이 트고 온통 새하얀 설악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미사구를 붙여도
표현이 안될만큼 장관! 뜨아~~~
조물주가 실수로 설악에 흰가루를 떨어뜨린게 아닐까?

대청봉 0.5Km 이정표를 지나면서 불어대는 바람은 사람들의 발길을 원치 않는듯 강하게
강하게 내 뼈속을 파들었고, 더워서 잠시 벗어놓았던 옷도 다시 꺼내입고 옷깃 단단히
여미었지만 대청봉은 내 생에 제일 추웠던 곳이였다.

맑은 날엔 동해에 파도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주린배를 부여잡고 중청대피소로 뛰어가고...

맨밥에 마른반찬으로 허기때우긴 뜨거운 국물이 너무 생각나 얼굴에 철판깔고 산악회
사람들한테 라면국물도 얻어먹고, 코코아도 마시니 추위가 한결 가시네~

소화도 시킬겸 같이 밥먹은 사람들과 천천히 소청쪽으로 향했다.
눈이 많이 쌓여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결국엔 엉덩이로 썰매를 타며 내려오는데
엉덩이 썰매!! 장난이 아니게 잼나네~~ ㅎㅎㅎ 나중엔 비료푸대라도 가져와야겠다.
 
같이 하산하던 남자분은 어찌나 빨리 하산하시던지 결국엔 놓쳐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양폭대피소까지 내려왔다. 양폭대피소에선 점심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냥 초코파이
하나먹고 물 한잔 마시고 출발! 

앗! 미끄덩! 아야!
그리 조심했건만 결국엔 철계단에서 미끄러져 왼쪽 다리가 빠져버렸다.
계단에 쌓였던 눈이 내 아이젠과 접촉하면서 철계단 사이로 다리가 빠져 부상을~~
스패츠를 착용해 당시엔 확인 못했지만 나중에 비선대에서 보니 무릎밑부분에 피가 흥건..
한 10센치 정도 상처를 입었다. 씨파~ 철계단은 왜만들어놔서...

나, 남자분, 여자분 셋이서 가다가 .. 내가 넘어지는 바람에 남자분은 또 멀어졌고
여자분과 이야기주고 받으며, 천불동계곡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하산했다.

하늘로 치솟은 바위들과, 크고작은 폭포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니 얼어있는 폭포 소리가 스테레오로 들리는듯 싶다.
꼭 여름, 가을에 와봐야지...

참! 눈만 빼꼼히 보일땐 여자분이 동생인지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나한테 큰누나뻘~
잘하면 누나가 이글 볼수도 있겠다 ^^;

암튼 누나랑 편하게 하산하고 매표소쪽 도착해 간단히 점심 해결!
산악회 일행들이 안보여서 제일 늦게 내려오는지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선두였다.

좋은 사람도 만나고, 좋은 설경도 보고, 처음으로 산악회도 따라갔고
이제 나도 산악인이 되려나?


# 이번산행의 배울점
- 귀찮다고 사진 안찍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 계단 조심하자.
- 아이젠 4발은 불편하다. (다음에 6발 아이젠 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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