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와 바람과 한라의 어우러짐 - 한라산


제주도에서 오랫만에 학회가 있어 휴가를 써가며 한라산에 올랐다.
정확히 1년 3일만에 한라산을 다시 찾았다.
그때는 성판악으로 올랐는데 안개와 산죽이 어우러진 분위기에 흠뻑 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한라산이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어리목(11:00) -> 사제비동산(12:00) -> 윗세오름(12:50) -> 영실(14:20)


나무계단길을 오르다 잠깐 쉬며 (2004.11.12)


사제비동산의 산죽과 갈대 (2004.11.12)


사제비동산 평탄한 길 (2004.11.12)


동행하는 후배가 있어 여유있는 산행을 즐기려고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을 올라 영실로 하산하는 짧은 코스를 택한다.
어리목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어간다.
윗세오름에서 백록담까지는 휴식년제로 입산금지라.. 그래도 멀리서나마 백록담을 보고싶은데.. 날은 잔뜩 흐려있고..
걱정이 앞선다.

어리목에서 오르는 길은 참나무와 산죽이 어우러진 꾸준한 경사길이다.
등산로는 잘 가꾸어져 있다.
이미 산은 안개속에 휩싸여 있다.
동행하는 후배가 20분여를 오르기도 전에 쌀쌀한 날씨임에도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이미 지쳐서 쉬어가자고 애걸한다.
잠깐 쉬고.. 다시 가기를 몇번.. 경사길이 끝나고..
참나무는 간곳이 없고.. 아랫쪽보다도 더 작은 키의 산죽, 사철나무, 갈대, 그리고 구상나무가 어우러진 평원이 나타난다.
사제비(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동산이다.

사제비 동산의 길은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평탄한 길이다.
안개는 더욱 짖어져서 50m 앞도 안보일 지경이다.
등산로는 모두 나무도 만들어 놓아 발바닥의 감촉도 아주 좋다.
후배가 이 정도면 백록담을 갔어도 무난했을 거라고 자신감을 내 보인다.


윗세오름 표지앞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2004.11.12)


백록담 (2004.11.12)


윗세오름 (2004.11.12)


사제비 동산에서 30분정도를 더 오르니 윗세오름에 도달한다.
백록담은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게 애를 태우는 사이 잠깐 잠깐 안개가 몰려가며 모습이 나타나는데..

안개가 물러간 하늘은 어찌나 맑은지..
이내 흐렸던 날씨도 맑아지고.. 더 이상 마음 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휴식년제로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쩌랴 그래도 작년에 한번 올랐으니 아쉬움은 덜 하다.

백록담의 옆모습을 본 것으로 만족하며 식사를 한 후 영실쪽으로 하산한다.


하산하다 뒤돌아 보니 (2004.11.12)


뒤돌아 본 백록담 (2004.11.12)


구상나무 군락지 (2004.11.12)


계곡에서 안개를 빨아들인다 (2004.11.12)


자연이 쌓은 성벽 (2004.11.12)


영실기암 (2004.11.12)


영실 휴게소를 지나 본 백록담 (2004.11.12)


영실로 하산하는 동안은 날씨가 너무 좋다.
맑은 하늘에.. 그 대신 바람은 훨씬 강해졌다.
"제주도는 시시때때로 지역마다 날씨 변화가 심해서 일기예보로 맞출수 있는건 태풍이 온다는 것 정도"라고 하던 택시기사의 말이 생각난다.

하산을 하면서 뒤돌아 본 모습도 아름답다.
구상나무 군락을 지나니.. 철쭉군락이 시작된다.
봄철이 되면 철쭉이 핀 모습이 장관일 것 같다.
영실기암이 있는 곳은 한라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실기암 아래는 절벽에 가까운 계곡 같기도 하고 분화구 같기도 한데...
한라산을 넘은 바람이 움푹 들어간 계곡으로 내려 불면서 안개가 사라지는 것이 계곡이 안개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산하니 2시가 넘었다.
오랫만의 산행을 성공해서 인지.. 후배가 더 만족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