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서북능선]

 

 

일시 : 2004년 11월 7일  일요일 맑음.
경로 : 상주 운흥리 - 상학봉 - 묘봉 - 관음봉 - 문장대 - 시어동 - 화북 매표소
산행시간 : 7시간 06분 52초 (GPS 자료)
산행거리 : 12.4km (GPS자료)


후기:
{어째 왔습니까?...}

 

[그저께 산에 갔다가 다리를 다쳐서 왔습니다.]

 

{어디를 ? 어떻게?}

 

[대둔산 가서 계단에서 뒤로 넘어졌는데 몸을 두어번 틀어서 계단을 왼쪽발로 심하게 디뎠는데 ....  발목과 뒷굼치가 무지 아픈데요.. ]

 

{어데 봅시다... }

 

종아리를 꾹꾹 누른다..
악 소리가 난다. 너무 아파서..
아니 발목이 아프다는데 왠 종아리를 이리 눌러 제끼나...

 

{세번만 침 맞읍시다. 근데 산에는 말라고 가능교?  앞으로 산에 갈라거던 우리집에 오지 마소. 오늘은 우리집이 잘하나 안하나 놀러왔을끼고... 일단 침 놔줄터니.. 산에 갈라거던 다시 오지 마소 알겠능교?... }

 

[예...... ]

 

뭔놈의 의사가 이러노?..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일단 대답은 기어가는 소리로 한다.
그런 날 보더니 한마디 더 붙인다.

 

{꼭 산에 가고 싶거던 동네 학교 운동장이나 두어바퀴 걸어소... }

 

아이구 이런 ..
차라리 그냥 집에 가라 캐라 마..
 
[의사 선생님...  ]

 

{와요?}

 

[언제까지 산에 가마 안되는데요?]

 

{어허 이양반이... 평생 가마 안되는구마.. 다시 산에 가서 다리 아프다고 우리집에 올라거던 그냥 집에 가고...}

 

이거 장난이 아니네..

아픈 다리보다 산에 가지마라는 소리가 더 아프다...
침 맞고 종아리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놔서 들어갈때는 씩씩하게 들어갔는데 진료실을 나올때는 절뚝거리면서 나온다.

 

그리고 3번의 침 시술이 끝나고 .. 대충 한 열흘이 지난다.

 

살살 가볼까..
아니 이제부터 해서 내년 봄까지 그냥 산에 가지 말고 동네 뒤산이나 살살 다니고 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한주일을 보내고 나니 좀이 쑤신다.

그러던중 안내산악회에서 속리산 서북능 종주가 있다고 한다.

갈까 말까...

머리속은 고민하고 있는데  손가락은 벌써 산악회 사무실로 번호를 누르고 있다...


 

 

 

운흥리 마을입구 차를 내려보니 서부식당이란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의 식당이 보이고 동네 길을 따라 등산로가 시작이된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그런 형태이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활목고개에서 시작을 했으면 했는데 아무래도 가을철 일몰을 생각을 해서 코스를 그렇게 잡은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혼자 산행을 왔으면 여러 가지로 준비를 했을텐데 산악회를 따라왔기에 그냥 안내자 뒤꿈치만 보고 간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마음도 개운하다.

 

늦가을 알싸한 찬 기운이 코 끝에 거친다.
예전 같이 농촌에서도 땔나무를 사용을 하여 취사를 하였으면 지금 동네 어귀에는 매콤쌉살한 땔나무 향취도 깔려 있을건데 하는 생각을 한다.

어릴적 고향 할머니댁을 갈 때...
대구에서 차를 타고 한시간 남짓 가는 고향길..
동네 어귀 큰 정자나무를 지나면 집집마다 나무를 태워 밥을 짓고..
그 나무 탄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 ... 그 냄새가 그렇게 편안하고 좋더만...
아마 그게 고향의 냄새 일 거라고 평생을 그렇게 알고 살았다..

하지만 요즘 농촌도 모두 기름 보일러 때니 ..
그런 정겨움이 아쉽다고 해야하나..

 

아침이슬에 젖은 촌동네 좁은 오솔길 따라 조금 가다가 보니 조금씩 경사가 높아지더니 금새 깔닥고개가 된다.
종아리 인대 생각을 해서 미리부터 스틱을 꺼내든다.
숨은 머리꼭지에 걸리고 그 숨이 땀이 되어 정신없이 흐른다.

약간 당긴 듯 하는 종아리를 애써 무시하며 걷는다.

어느새 마른잎 떨어버린 나무가지 사이로 푸른하늘이 빼꼼빼꼼 보이며 능선을 올라선다.
한바탕 땀을 솟아내고 나니 며칠 산에 가지 못한 몸살이 살살 다 빠져 나간 듯 하여 몸이 가벼워진다.

조심조심 발걸음 옮기며 앞 봉우리 향해 또 걸음짓이다.

산꼭지 나무들은 벌써 겨울준비를 끝내고 있는 듯 하다.
꼬불꼬불 좁다란 산길엔 어느새 낙엽들로 이부자리를 깔은듯하다. 그 낙엽 밟는 발걸음이 얼마나 즐겁던지..


멀리 문장대 경찰통신 안테나가 보인다.

아...

이제 길눈을 잡았다.
첨 가는 길이라 길눈 잡을 때 까지 부지런히 걸었다.
이제 문장대가 보이고 천황봉이 보이니 거리 가늠을 할 수있겠다.
천천히 가자 가이드가 말한 시간 안에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주위를 본다.
이제사 옳게 산그림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묘봉 가는길....
아기자기한 산길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묘봉이다.
표지판 앞세워 사진한장찍고...
여기서 점심을 먹어라고 하던데...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같이간 친구와 정상에서 벗어나 둘이 오붓하게 자리를 폈다.
거의 식사가 끝날 즈음에 후미가이드가 도착을 한다.
우린 다시 자리를 떠나고..

 

관음봉..
바로 코앞에 문장대가 보인다.
눈에 보이기는 바로 코앞 같은데..
거의 한시간을 걸어서 문장대에 올라선다.
3번을 가면 천당 간다는 문장대..
오늘로써 3번째다.

이제 천당은 따논 당상이니..  ㅎㅎㅎ

 

문장대...
철망으로 둘러싼 문장대엔 사람들로 .. 숫제 콩나물 시루와 같다고 할까...
하여튼 사진 한 장 찍을틈 없고 이리저리 부딪치는게 사람이다.
바위가 무너질까 슬며시 겁이난다./그럴리야 없겠지만.../
그렇게 문장대에서 멀리 월악산 함보고 내려선다.

 

시어동으로 내려서는데 관음봉에서부터 아프던 발목과 종아리가 이제는 허벅지를 타고 엉덩이 쪽으로.. 급기야 허리까지 아프다.
아마 신경이 그렇게 연결이 되나보다..

 

어떻게 하나 .....

산에 갈라거던 자기집에 와서 치료할 생각 마라던 의사가 생각이 나서
거짓말 할 궁리를 한다.....

 

산에 안가고 동네 운동장 열바퀴 돌았다고 할까?...
의사는 두어바퀴만 돌아라고 했으니까...

  


 

 

ps:
운흥리 마을길을 대충 15분정도 걸으면 경사가 시작이 됩니다.
대충 40분정도 급한 경사를 올라야 합니다. 꽤 힘이 듭니다.

그리고 능선이 시작이 되고 역시 경사가 심하게 오르내림을 하다가 상학봉에 섭니다.
여기서 전체 조망이 터지면서 서북릉의 장쾌한 모습에 취하게 됩니다.

 

묘봉을 가기전에 수직 절벽이 있는데 매듭이 된 동아줄이 있습니다.
이 밧줄을 타고 오르는 것은 바위운동을 하는 사람 견해로 매우 위험할 것 같습니다.
완전한 완력이 있어야 줄을 타고 오를수 있는데 최소한 턱걸이 열 개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았습니다.

동아줄 끝에 배낭을 매달아 놓고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역시 밧줄이 걸려 있으며 바위가 갈라진 틈으로 올라설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올라서 매어둔 배낭을 끌어올리면 안전합니다.

 

그리고 가는길 내내 바위를 만납니다. 물론 위험한 구간은 어느정도 밧줄로 보완을 했지만 어떤곳은 밧줄이 더 위험한 구간도 있습니다.
여성 산님들은 아무래도 남자들 보다 완력이 좀 덜하니 도움을 좀 받으면 훨씬 안전할 것 같았고....

 

길이 애매하다 싶어도 표지기와 붉은 페인트로 화살표를 표시 해 두었으니 믿고 진행을 하시면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운흥리에서 시작을 하였어도 7시간이 걸렸습니다.
활목고개에서 시작을 할 요량이시면 해가 긴 늦봄이나 여름, 초가을 등이 좋을 듯 합니다.

 

내년 ..

해가 길어지면 활목에서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암릉길의 연속인 속리산 서북릉...
꽤 매력이 있는 산길이었습니다.

 

 

늘 안전한 산행 행복한 산행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