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왕시리봉 능선 (문수대~남산골)

1:25,000지형도=덕동. 토지

2004년 8월26일 목요일  흐리고 비(21~27도)  일출몰05:57~19:04

코스:성삼재11:30<4.5km>문수대13:00<2.5km>질매재14:30<4.0km>느진목재16:00<4.0km>남산마을17:30

[도상15.0km/6시간 소요]

왕시리봉 개념도
  
왕시리봉 개념도
 

개요: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과 광의면, 마산면 경계선 따라 지리산 국립공원의 노고단산장까지 갔다가 해발 1400m대의 절벽아래 위치한 문수대를 탐방하고,

이어서 왕시리봉 능선따라 남진해서 피아골 가는길의 남산마을로 하산하는 이번 코스는 지리산의 또 다른 비코스로 마니아들만 소리소문없이 찾아들곤 했다.

 문수대
    문수대
 

왕시리봉능선이야 허리춤 아래의 산죽길따라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문수대코스는 등로도 희미하고 짙은 숲속의 너덜밭길이어서 무척이나 미끄럽고 험난하다.

약간의 방심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무모한 진입은 시도조차 엄두를 내지말고, 더군다나 단독산행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문수대가는길 저 멀리 왕시리봉
  문수대가는길 저 멀리 왕시리봉
 

후반부의 느진목재에서 내려서는 계곡길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유순한 숲속 오솔길이었더랬는데, 그동안 수차례 반복된 집중폭우로 인하여 등로는 온통 너덜밭으로 변하였고, 길이 또한 근 4km에 달하는 장거리코스여서 상당한 체력소모가 따른다.

지리산 동남부의 비경지대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이번코스 피아골 등의 계곡물들은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광양만으로 빠진다.

무곡천으로 흘러드는 남산골 계곡수
  무곡천으로 흘러드는 남산골 계곡수
 

가는길: 노고단 산장에서 식수를 챙기고 kbs송신탑아래의 작고 희미한 숲속으로 접어들면 계곡으로 쏟아지는 느낌의 너덜길이 계속 이어진다.

왼쪽 사면길을 비스듬하게 이어나가면 등산객의 출입을 삼가는 문수암의 돌담장에 도착할 수 있다.

초입에서 본 노고단
   초입에서 본 노고단
 

문수대 절벽아래 위치한 작고 아담한 문수암은 참선 수도도량이어서, 등산객의 출입을 삼가고 있으므로, 이점에 각별히 유념하여 행동거지에 조심을 해야만 한다.

이 곳엔 전화가 가설 되 있어서 등산객들에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소지도 있고, 역설적으론 구조체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노고단 아래서 본 월령봉능선
   노고단 아래서 본 월령봉능선
 

지리산 동남부의 선이 굵은 차일봉능선과 월령봉능선, 그리고 왕시리봉능선의 힘찬 산자락과 골짝들이 적나라하게 조망되는 뜨락에서 내려서면 너덜길은 아래쪽으로 십여분간 이어지다가 갑자기 등로가 뚝 끊긴다.

여기선 다시 빽을 하여 잘 살피면 왕시리봉능선을 향하여 84도 방향으로 숲길이 이어짐을 볼 수가 있다.

문수암 돌담
   문수암 돌담
 

돼지령으로 이어지는 소롯길이 있는 사거리의 왕시리봉능선에 도착하면 능선 날등길은 150도 방향으로 잘 나있다.

반시간정도 내려서면 문수골, 피아골로 하산할 수 있는 사거리의 [왕시루봉6.0km/노고단4.5km]이정목이 있는 질매재에 당도하게 되는데 주능선길 외의 양 계곡길 초입은 희미하게 나 있다.

질매재
   질매재
 

이어지는 날등길은 거침이 없고 정수리가 암봉으로 이루어진 문바우등(1198m)은 살짝 우회를 해서 뒷편의 안부로 올라서게 된다.

마주보이는 1158m봉 역시 날등길보다는 우회로가 더욱 뚜렷해서 선답자들 거의가 이길을 따르는 것은, 싸리샘을 경유할 수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싸리샘
  싸리샘
 

덩굴식물이 무성한 1158m봉 우회로는 반시간정도를 정글 속으로 돌아나가다가 싸리샘에 당도하게 되는데, 문수골 방면으로 오랜만에 조망이 트인다.

다시금 날등으로 나서면, 왕시리봉을 마주보면서 아무런 표시가 없는 느진목재 삼거리까지 수월하게 내려설 수가 있다.

느진목재 가다 본 왕시리봉
   느진목재 가다 본 왕시리봉
 

느진목재에선 80도방향의 계곡길로 내려서거나 직진방향 1.8km거리에 위치한 왕시리봉(1212m)에 올랐다가 다른방향으로 하산하면 더 멋진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길고도 지루한, 그러나 원시를 간직한 투박한 계곡을 끼고 남산마을길 삼거리에 도착하면, 반드시 왼쪽방면의 다리를 건너 피아골 주차장에서 이번 코스를 접는다.

종착지점 남산마을 뒤로 황장산
   종착지점 남산마을 뒤로 황장산
 

산행후기: 성삼재에 도착하면서부터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코재 망루에 올라 화엄사계곡에서 피어오른 안개구름을 바라본다.

뭉턱뭉턱 몰려다니며 차일봉능선과 월령봉능선을 넘나들던 구름이 왕시리봉 첨봉만을 남겨둘 때 쯤해서 일행들 뒤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초입의 미국쑥부쟁이
  초입의 미국쑥부쟁이
 

노고단을 뒤편으로 해서 올라가는 길엔 관리공단 차량들이 오가지만 무심코 지나치기만 해서, 우리는 별 저항없이 노고단 전망대를 바라보며 문수대 초입으로 들어선다.

물기 머금은 이끼 낀 너덜길은 여간 조심스럽질 않아 누구도 속력을 낼 수가 없고 가는길엔 투구꽃이 피어서 반긴다. 그러나 문수암에 도착해서 만나본 젊은 스님은, 잠깐 나와보곤 다시 칩거로 들어가 맨 손이 반갑진 않은 모양이다.

투구꽃
   투구꽃
 

오늘 함께하는 이 팀은 질매재에서 피아골로 하산하게끔 되어있어, 회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앞서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10여분이 지나면서부턴 기존 등산로를 벗어났음이 확인되지만, 그냥 산죽밭을 피해 너덜길만 따라 84도 방향을 고집하며 막무가내로 치올라 작은 지능을 타고 다시금 제 길로 들어섰다.

산오이풀
   산오이풀
 

조금후에 선발대 두명을 만났는데, 발 빠른 이들도 지긋지긋한 피아골 길을 피해 나와 함께 행동하겠노라면서 이미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왕시리봉능선에서부턴 많은 분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질매재에 도착했더니, 앞선이들이 지도를 꺼내 놓고 설왕설래중이다. 피아골방면으론 초입도 희미하고 아무런 표시가 없기 때문이다.

질마재의 꽃흰목이 버섯
    질매재의 꽃흰목이 버섯
 

하기야 5m전방도 시야가 흐린데, 이들로썬 확신이 안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잠시후면 후미팀이 도착할테니 함께 행동하시는 게 좋다면서 우리 세명만 그들과 멀어져 간다.

그러나 준족의 두 분도 사진촬영에 몰두하는 나와는 함께할 수 없음을 알았는지 먼저 떠나 버렸고, 나는 또다시 안개 자욱한 능선길에서 혼자가 되었다. 이미 단체 속에서 외톨이산행은 익숙해져 있다.

능선길의 야생 표고버섯
  능선길의 야생 표고버섯
 

문바우등 옆으로 올라섰다. 고스락은 암봉으로 형성되어 호기심을 부추기지만 핸드폰 밧데리가 소진되어 시각도 모르겠다.

짐작으론 내가 너무 뒤로 처진게 아닌가싶어 쓸데없는 모험과 시간낭비를 막고자 그냥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1153m봉 우회로 덩굴지대 숲속에는 난생처음 보는 뻐꾹나리꽃이 지천으로 널렸다.

뻐꾹나리꽃
 뻐꾹나리꽃 
 

싸리샘에 도착하여 미지근한 물을 버리고 신선한 샘물로 수통을 채우려는데 도룡뇽 한 마리 미동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께름칙해서인지 물맛도 별로이고 부유물도 함께 들어가서 맛만 보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난다. 능선길로 나설 무렵 두명의 표준말 쓰는 젊은이들을 만나 앞사람과의 거리도 물어보고 시간도 물어본다.

싸리샘의 물봉선
  싸리샘의 물봉선
 

느진목재에 도착하여 앞서간 분들이 직진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노파심에, 에코를 날려보지만 화답이 없어 계곡길로 내려서면서 땅바닥을 유심히 살핀다. 제대로 진행해 갔음을 확인하고 걸음을 재촉하다가 미끄러운 바위에서 한번 나뒹군다.

마음은 급해도, 안전이 우선이다! 를 되뇌이는데 노랑망태버섯의 화려한 자태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노랑망태버섯
   노랑망태버섯
 

년전에 두 번이나 오르내렸던 이 길은 그동안에 너무도 많이 변했다. 이년전만 해도 짙은 숲 그늘에 더덕향이 온 골짝에 그득했더랬는데 지금은 너덜밭으로 황폐해졌다.

숲속으로 아주 훌륭한 연폭이 있지만 시간에 쫓겨 촬영하겠다고 일부러 들어갈 볼 수는 없고, 작은 전망바위에 올라 흰포말을 일으키는 귀퉁이만 바라보곤 다급한 마음을 추스린다.   

뱀무 열매
   뱀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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