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45  백운산(白雲山 1,218m) - 전남 광양시

 

산 행 일 : 2004년 8월 21일 토요일
산의날씨 : 흐림. 짙은 안개구름
산행횟수 : 백운산 20회차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5시간 53분 (식사 휴식 1시간 53분포함)
진틀 주차장 <0:11> 다리 <0:43> 진틀 삼거리 <0:32> 무덤 <0:42> 신선대 <0:19> 백운산 상봉
<0:07> 능선 갈림길 <0:33> 진틀 삼거리 <0:41> 폭포 <0:12> 진틀 주차장

 

산행거리 : 7.1km ⇒ 진틀 <2.1> 진틀 삼거리 <1.1> 신선대 <0.5> 백운산 상봉 <0.3> 능선 갈
림길 <1.0> 진틀 삼거리 <2.1> 진틀

 

태풍 메기가 휘젓고 지나면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지역은 다행히 큰 피해는 없지만 조기재배 벼가 도복된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도회지 사람들이야 지금쯤 모내기를 하는지 벼가 익어 가는지 무신경이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
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흙을 사랑한다.
금방 제초 작업을 끝낸 논두렁 밭두렁에서 나는 풀 향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당의 금잔디를 깎으면 그 풋풋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잔디도 토종이 좋은 모양이다.

 

내일과 모레 또 다시 비가 오겠다는 예보가 있으나 정맥 탐방에 무리가 없을 가장 보편적인 진틀
코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백운산을 찾아 나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차장으로 생각했던 장소는 건물이 들어섰고 그 위쪽 자갈밭에 주차장이 마련
되었다.

                          

                                 진틀 마을 입구에 세워진 백운산 등산 안내도

 

08 : 50 '해발 460m. 정상 3.5km' 표지를 보고 출발, 화기물 임시 보관소 뒤로 오르면 계곡을 흘
러내리는 물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왼쪽으로 따리봉이 구름을 이고 있으며 백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09 : 01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서 계곡 물이 오늘처럼 풍부한 것은 처음 본다.
농가 뒤쪽에서 흘러내린 물이 길을 덮어 징검다리를 건너 집을 돌아 오르니 수탉이 환영한다는
듯 "꼬끼오∼" 목청을 가다듬고 발발이 한 마리는 덩달아 짖는다.

 

              

                                      농가 사립 앞 나무에 매달린 메뉴통

 

사유지라고 하나 말짱한 나무를 베어내었을 때는 욕이 나왔었는데 이제 제법 자란 고로쇠나무가
다른 멋을 자아내고 수년이 지나면 울창한 수림으로 변함과 동시에 큰 소득원이 될 것 같다.

 

09 : 20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서면 오른쪽 계곡은 바로 옆을 따르고 굵은 바위를 비집고 오르니
광양에서 살다 서울로 떠나 간 백운산 님이 생각난다.
노란 색의 나무 이름표, 200m 간격으로 세워진 작은 스텐레스 이정표, 요소 요소에 설치한 '백운
산 등산안내도', 그리고 구급약품이 가지런히 보관된 '시민자율 응급처치함' 어디 이 뿐이겠는가?
등산로 주변 나무와 바위, 하다못해 돌부리까지도 그리울는지 모른다.
오죽했으면 별호를 백운산이라 했을까?

 

              

                                         노란색의 나무 이름표가 보인다.

 

                     

                                     200m 간격으로 세워 놓은 작은 이정표


              

                                        스텐레스 판의 백운산 등산 안내도

 

              

                                     가지런히 정리된 시민자율 응급처치함

 

09 : 44 진틀삼거리에 이르러 시원한 물로 얼굴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보니 용접을 해서
글씨를 새겼던 예전 표지는 뽑아 길가에 방치되고 있다.
산길에서 처음 만난 젊은이에게 마당 텃밭에서 키운 오이 한 개를 건네주자 깎지도 않고 맛있게
먹더니 계곡 물을 물병에 담아 신선대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발걸음이 경쾌하다.
꼭 동악산을 같이 걸었던 백운산 님처럼 작달막하고 부지런하다.

 

왼쪽 신선대 길은 폭우에 휩쓸려 드러난 바위 모서리와 나뭇가지를 붙잡기도 하면서 기다시피 올
라야하는 급경사이고 지리산 영원사루트 산죽비트가 생각나는 산죽밭이 전개된다.

10 : 07 10여분을 걸어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든다.

10 : 16 무성한 숲으로 인하여 갑갑하던 가슴을 시원스럽게 해주는 무덤이 나온다.
남쪽만 조금 트이는 곳인데 무덤에서 나왔는지 긴 뱀 허물이 그대로 남았다.
나무 사이로 신선대가 보이고 백운산 정상도 얼핏 보인다.
              
10 : 30 꽤 깊은 바위 협곡 위에 가로누운 납작바위를 건너는데 무심코 지나칠 그런 곳이다.
"참 희한하다. 손 한 번 넣어봐요 엄청 크고 깊어!"
물이 솟는 구덩이 흙을 파내던 아내가 재촉해서 손을 넣어보니 물이 몹시 차갑고 쑥 들어간다.
"식수를 개발했으면 좋겠는데...  혹시 뱀이라도 나올라"
얼른 손을 빼낸 후 10여m 거리에 있는 '↓진틀 2.9km * ↑정상 0.7km' 지점을 지날 때 전화 벨
이 울리고 한라산으로부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업무차 30번쯤 제주도에 왔는데 오늘처럼 날씨가 쾌청한 날은 처음이다"라며 고무된 운해님이
윤도균님, 풍악님 등 일곱 분이 함께한 한라산 소식과 함께 안부를 전해준다.

 

              

                                  물웅덩이를 발견한 아내가 흙을 파내고 있다.

 

10 : 48 한재와 정상으로 갈리는 신선대 삼거리에 있는 응급 처치함 문을 열어보니 약품들이 가
지런하나 틈새로 스며든 물이 플라스틱 용기가 못 구멍 만한 곳을 막아 빠지지 못해 구멍을 열어
물이 빠지게 해 두었다.

 

10 : 58 오른쪽 안전한 길을 따르지 않고 맞은편 바위사이를 비집고 올라 신선대 북쪽을 돌아 10
여 계단인 두 개의 철계단을 이용하여 신선대로 올라섰지만 사위가 먹통이다.
더욱이 숲속에는 없던 바람에 한기를 느껴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신선대 갈림길의 응급 처치함을 살펴보는 아내

 

              

                                               안개구름 자욱한 신선대

 

11 : 08 날씨가 궂어 스릴 있는 암릉길을 피해 안전한 길로 내려섰다.
커다란 암벽 밑에서 역방향으로 가는 한 남자를 만나니 되게 반갑고, 위험 구간이 아니나 길이
훼손돼 설치한 30여 개의 긴 철계단을 오르는 아내가 "신선대 밧줄이나 교체하던지 아니면 안전
대를 만들지 이건 쓸데없는 계단 같다"며 한 마디 한다.
정말이지 신선대 철계단 위의 밧줄을 잡고 올라야하는 곳이 위험하게 여겨지니 적극 동감이다.

 

               

         신선대를 지나 잠시 모습을 나타내는 정상을 보고-오른쪽 뾰쪽한 것이 정상표지석

 

11 : 27 백운산 정상, 호남정맥 종점에 닿자 호남정맥 길이 더욱 그리워진다.
참 좋은 산이다.
사시사철 수많은 산행객들이 찾는 것은 도로는 물론 코스별 들머리 주차장이 잘 만들어졌고 주차
비는커녕 입장료도 없으며(여름 한 철에는 인원수에 관계없이 차량에 따라 쓰레기 수거료를 징수
하는데 승용차는 1,000원이나 아깝다는 생각이 하나도 없다)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는 어떤
산보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었으며 정성 들여 만든 나무 이름표, 이정표, 응급처치함의 내용물과
그것을 수시로 점검하는 빈틈없는 시민의식, 무엇보다도 인근 여수를 비롯한 순천과 광양,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쓰레기 봉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 백운산 이름을 가진 산이 20개가 넘지요" 웃으며 말하던 백운산님도 이러한 광양
백운산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섬진강 건너 길게 뻗은 웅장한 지리산 능선을 비롯하여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거침없는 곳이나 오
늘은 금방 지나온 신선대도 안 보이니 아쉽고 아쉽다.
지금껏 두 사람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제 몰려오기 시작한다.
길이 먼 경남 밀양, 목포 등지에서 온 단체 등산객들을 비롯하여 순천, 여수 사람들도 많고 어린
학생들까지 합세하니 정상은 금새 북새통이 돼 버리고 "지리산을 관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는 안내자의 말을 실감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신선대가 잠시 보이자 앞다퉈 사진을 찍는다.

 

              

                           목포에서 온 분에게 부탁해서 한 컷-왼쪽 암봉이 신선대


              

                                                  백운산 정상표지석


              

                                      정상에서 본 안개구름이 스치는 신선대     

 

12 : 34 행여나 조망이 트일 새라 사람 구경을 하며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꿈이 이뤄지지 안해 결
국 다음을 기대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12 : 41 '구조, 구급 제3지점'이자 역시 응급 처치함이 있는 능선 갈림길(↑ 억불봉 5.7km * → 진
틀 3.1km *↓ 정상 0.3km)에서 오른쪽 콘크리트 통나무형 계단을 타고 가파른 길을 타고 내린다.
'진틀 2.5km' 팻말을 지나면 오른쪽 깊숙한 계곡으로부터 경쾌한 물소리가 들리고 다시 5분 여를
걸으면 이제는 왼쪽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합세하여 귀를 울린다.

 

13 : 14 바위를 징검다리 삼아 계곡을 건너면 진틀 삼거리이다.
지금도 정상을 향해 오르는 이들이 있고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있다.

 

              

                           고로쇠물 이송용 호스마저 정겹다-오른쪽은 작은 이정표.

 

13 : 37 울창한 숲속을 벗어나 철망이 드리워진 고로쇠 단지에 이르자 한 남자가 두 여자에게 무
엇인가 설명하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참 보기 좋다.
환영 인사를 하던 수탉은 암탉을 거느리고 모이를 쪼고있으나 덩달아 짖던 발발이는 주인 따라
마실 갔는지 안 보인다.
농가를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고 콘크리트 다리 조금 못미처 등산시 점찍어 둔 폭포를 찾아 왼쪽
풀밭으로 들어섰다.
   
13 : 55 가관이다.
평소에는 이런 광경을 보지 못했는데 메기가 준 선물인지 모르겠다.
오른쪽은 쌍폭으로 진틀 삼거리 부근 양갈래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걸작이고, 왼쪽은 외
폭으로 농가 뒤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든 것이다.

 

              

                                         오른쪽의 쌍폭과 왼쪽의 외폭


              

                                         쌍폭을 근접해서 촬영한 모습 (1)


              

                                                           쌍폭 (2)


               

                                          외폭 그리고 다슬기를 잡는 아내

 

물보라가 일으키는 바람이 소름이 돋게 한다.
자∼ 이제 집으로 가자.
멀리 떠나간 사람은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
서로 산을 좋아하니 유명 산이건 알려지지 않은 산이건 같이 산행할 수도 있다.
만나고 헤어짐은 어찌 보면 백짓장 뒤집기와 같다.
단지,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을 주고받느냐가 문제다... 빛 좋은 개살구만 되지 않는다면.

 

14 : 43 10분을 걸어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차를 세울 때는 한 대도 없던 차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버스도 있다.
안개구름으로 인하여 사위가 막혔던 백운산 줄기가 보이고 신선대 암벽도 얼핏 올려다 보인다.

"역전 시장에 들렸다 갑시다"
"왜?"
"아나고 1kg만 떠다 먹게"
"당신 오늘 왠 일이여? 싫어할 내가 아니지" 동곡천을 오른쪽으로 끼고 순천을 향해 간다.

 

              

                     진틀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신선대 - 왼쪽 사각형으로 보이는 바위  

 

                                                 백운산님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