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미리 물색해 놓은 당일로 가는 소백산행 등산회에 전화를 걸었다.

산행 하루 전인데도 예약마감이 되지 않았단다. 그래서 휴대폰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려주고 2좌석을 예약을 했다.



바람이 많기로 유명한 소백산...

겨울산행지로 부산사람들은 덕유산과 민주지산, 태백산과 더불어 가장 선호하는 산이란다.

그 다음은 더 멀리 월악산, 치악산, 계방산 등...



눈이 너무 많은 덕유산은 뒤에 가기로하고, 적설량이 적당한 소백산을 미리 선정해 놓은 터라 망설임은 없었지마는

임진왜란(?) ^^ 군 시절 동계야영훈련때를 제외한 눈 덮인 산행에 경험이 전무한 지라 걱정이 된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하아얀 눈을 마냥 동경만하는 아내에게 마른 부산 근교의 산행만 데꼬 댕길 수도 없고,

더구나 사진으로나마 눈덮인 시원한 그림을 한울회 칭구들에 제공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ㅎㅎㅎ...



드뎌... 일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어제 저녁 준비해둔 베낭을 다시 철저히 점검하고 7시 집을 나서 시민회관앞으로 갔다.


길을 가득 메운 많은 관광버스 행렬... 등산객들... 시장분위기이다.

우리를 태워 줄 버스를 찾아 올라가니 조그마한 쪽지에 내 이름이 쓰여져 좌석에 붙여 놓았다.

버스 중간쯤부터 뒷쪽으로는 쪽지가 보이지 않았는데, 40및인승에 20석 남짓만 예약이 되었나보다.

그러나 출발시각 오전 8시까지 거의 만차를 채워 5분을 경과한 시각에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도시고속도로를 거치는 동안 생면부지의 등산회 회장님은 오늘 산행에 대한 주의할 점과 간단한 일정을 소개했고,

후미에서 뒤쳐진 회원들을 이끌고 갈 , 소위 산행대장이란 분이 지도와 인식표를 나눠어주며 회비를 거둔다.(@2만냥)



버스는 부마고속도로로, 구마고속도로의 현풍휴게소에서 잠시 정차, 중앙고속도로로 거침없이 달려

11시 10분경에 산행기점인 삼가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인원점검을 한 다음

"비로봉에서는 바람이 많아 식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비로봉 바로 아래 능선에서 같이 점심식사를 해 주시고

산행종점인 을전마을에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오셔야 합니다."하면서 주위를 환기시킨다음 출발을 명한다.



될수있으면 뭉쳐 댕기야 관리하기가 편하겄찡... ㅋㅋㅋ...


삼가매표소에서 본 소백산 준령



오전 11시 30분 출발




매표소에서 30분거리인 비로사까지는 눈이 거의 녹은 경사진 콘크리트포장길이어서 초입부터 선두와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나는 초입부터 이런 경사진 길이 너무 싫다. 저번 1월에 갔다온 무척산 초입때의 길이 그랬듯이 무릎아래쪽 정강이의 뼈속까지 아려오는 통증에

비로사를 지나 길옆에서 주저 앉아버렸다. 그런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아내가 맨소레담을 꺼내어 주어 발랐더니 한결 낫다.


매표소에서 30분 거리인 비로사 앞 소백산 안내도




버스로 같이온 우리 일행은 보이지도 않고 뒷차로 올라오는 다른 산악회 회원도 두어팀이 휘리릭 올라가버린다.

10분 정도를 쉬었더니 거짓말같이 아무렇지 않다. 이제서야 준비운동이 된 것인가 아니면 멘소레담효과인가?



이상하게도 바람이 거의 없는 의외의 봄같은 날씨에 덥다. 우리 부부는 겉옷을 벗어 베낭에 넣고 다시 힘차게 올라가는데...


혹시 뒤쳐지는 일행이 있을까...후미에서 따라오던 산행대장이 베낭뒤에 달아놓은 산악회 인식표를 보고...

혹시 비로사 경내에 들렀다가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왔다.


챙피시럽끼도 해서 말도 못하고...(인쌍을 바라. 그런 여유가 어디 있어보이노?
지금...가이드라 카능기 그것또 몬 읽나? 이 문딩님(?)아... ㅋㅋㅋ.)



헉... 클났따!! 이 일을 우야노? 선두와 많이 떨어져 있으니 지름길로 가잔다. 하이구메~~

산행대장 자기 눈에는 우리의 폼이 그럴싸해서 급경사의 지름길로 가도 별무리 없이 보였나보다.
사실은 그기 아인디... 인자 나 죽겄따... 이 엄동설한에 ...흑흑흑 --;



등산로같이 보이지도 않는 길을 올라가잔다. 죽끼 아이몬 까무라치기지 모...카민서 핵핵거리며 한참 올라갔떠니

큭... 뒤따라 오던 산행대장 " 엥? 이 길이 아인가벼? " 하면서 아래 사진 능선쪽을 가리킨다.


속으로 " 모 이런 사람이 다 있노?? 참말로... 가이드... 산행대장 맞나? " 캤따 내가...

(소리나게 말하몬 그 자리에서 마자 주거 눈속에 파묻힐 삘끼고...ㅋㅋㅋ)

등로를 잘못 찾았다며 저쪽의 눈쌓인 등로를 가야된단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리오다가 법원에 제출할 증빙자료로 1장 박아 놨따.(이 때까정 올라온 거 물리 도고~!! 안그래도 힘들어 폴~딱 뛰겄는디.ㅋㅋㅋ...)






지름길 등로인 이곳은 겨울에 잘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그런지 몇몇 사람만의 눈발자욱만이 보였다.




군데군데 눈이 쌓여 무릎까지 빠지는 구간이 있어 아이젠을 찼따 말았따 몇번을 하면서 중간에 내만 내삐리고
갈까바 부지런히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올라가던 산행대장..."쿵!" 2번 미끌어 넘어졌따. 속으로 으히히히...고거 샘통이당...^^~~~ 캬캬캬캬...
바라... 나 같은 초보를 이 곳으로 데꼬 가더마는... 꼬시당.^^


비로사에서 2시간을 걸려 오후 정상적인 등로를 찾아 계단을 올라 정상을 1.2km를 앞둔 능선에 앉아

오후 2시경에 산행대장과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데 선두는 이미 비로봉에 올라있다고 무전기로 연락이 왔다.






비로봉 바로 앞의 마지막 계단을 올라오기전 등로에서 다리에 쥐가 나 근육통을 호소하는

약주를 드신듯한 70대 노인을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 산행대장과 나는 그 분의 다리를 주물러 도와드렸고
그 덕에 20여분을 더 소모해버려 선두와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시간상으로는 1시간 정도...

지나가는 등산객들과 임무교대하고 비로봉 정상으로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돌렸는데 그 어른... 어찌 되었을까?



정상에 올라서... 제1연화봉이 바로 앞에 보이고, 연화봉쪽에 우뚝 선 천문대와 송신탑도 보인다.




드디어 수덩이 부부가 처음으로 소백산정상 비로봉에 섰다.
새치기 해가꼬 찍었따.^^ 옆에 계신 해~임요. 미안쏘리...^^

이 정상비는 4~5년전에 세워졌다는데, 그 전에는 쬐끔하게 서 있었단다.



국망봉쪽 -저 너머 우측 능선을 타면 초암매표소가 나온단다.



우측으로 보이는 감시초소를 지나면 주목군락보호구역을 지나 소백산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중의
하나인 북쪽의 천동매표소로 나오는 등로란다.



이제 비로봉을 지나 국망봉쪽으로 10여분만 가면 어의계곡으로 하산해야한다. 그 때 시각이 오후 3시경



겨울 소백산 정상에서 바람이 없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란다.



정상에서의 식사중인 등산객들...평소에는 추워서 내려가기 바빴을 것이라고 산행대장이 덧붙인다.




소백산에 걸린 낮 달.






어의계곡으로 내려가면서 국망봉쪽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 북향이라 눈이 많아 보이기에... 쩝...




국망봉-상월봉-신선봉-민봉으로 너댓시간만 가면 구인사가 나온다는데...




어의계곡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눈꽃은 없었지마는 응달진 북쪽이라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아내에게 눈꽃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아했을 텐데... 너무 아쉽다.



진정한 산꾼은 아이젠을 착용않고 산을 느껴야 된단다.
그래놓고 내리막길에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동행한 일일 산행회원들. 지송...^^



일일 산행회원의 후미에서 줄곳 동행해 많은 대화와 산행지식을 준 산행대장이 우리 부부에게 목마름을 달래기 주기 위해

계곡을 내려가 고드름을 따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정이 많으신 분이다.ㅎㅎㅎ...



어의계곡의 끝이 가까워져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휴식, 사진촬영시간을 포함해 하산시간만 거의 2시간이 걸린 오후 4시 40분경의 을전마을 나들목.

우리를 태워온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산악회측에서 마련한 하산주로

우리부부는 소백산 막걸리를 김치를 겯들여 한잔 들이키니 꿀맛이 따로없다.



오후 5시 5분 경상북도의 끝자락인 풍기의 삼가매표소에서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된 산행은 오후 5시가 다되어

충청북도 단양의 어의곡매표소에서 무사히 마치게 되었고, 부산에서 산행들머리인 경북 풍기까지는 3시간 30분이 채 안걸렸었는데,

산행을 마치고 부산으로 갈적엔 충북 단양에서 출발하여서 1시간이 더 걸린 저녁 9시 30분, 그러니까 4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되었다.

서면 롯데백화점앞에 내려, 오늘 하루내내 함께한 산행대장과 또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뜨거운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10시를 약간 넘어 무사히 집에 도착이 되어 예상보다는 많이 일찍 온 셈이었다.





<산행후기>


겨울이면 거친 바람과 상고대와 눈꽃의 상징이라던 소백산...

내가 가던 그 날에는 그 소백산이 그기에 없었다.



다만 어의계곡의 하얀 얼굴은 남아있어 위안이 되었지만

눈꽃이 활짝 피어나는 날, 소백산이 나를 다시 불러준다면 기꺼이

그 은백색의 황홀경에 빠져보리라 다짐한다.







▣ 허경숙 - 수덩이 부부, 한울타리, 노래까지 한울타리, 오늘도 경숙이는 빈방에 홀로 앉아 ㅋㅋㅋ. 우리 남동생맨키로 올매나 욷기든지... 부산사람 눈보믄 눈이 희뜩 디비지는기라. 우예 참았능가 모르겠네요. 어르신 다리 주물러 드린 것 참말로 잘했심더 이십분이 허튼 짓거리 열시간과 바꿀 수 없지요. 늘 건강하셔서 담엔 멋진 칼바람과 눈꽃, 상고대 삼박자가 맞는 귀경하시길...
▣ 산초스 - 반갑습니다. 저희보다 더 먼곳에서 더 늦게 반대방향으로 산행하셨네요. 하도 더워 저희는 칼바람대신 계곡의 시원한 물 맛을 보았지요. 사진 잘 봤습니다.
▣ * - 헉! 경쑥이 누부야... 방가버용^^ 그리고 산초스님, 이 누추한 방을 방문하셔서 댓글까지 쓰주셔서 영광입미더. ^^ 계곡물에서 풍덩!! 목욕(?)하셨다지요? 저도 요새 집안 형편이 좋지 않는데...추워도 계곡에서 씻어야징. ㅋㅋㅋ... 농담인 거 아시죠?^^ 하여튼 산행고수 두 분... 늘 건강하신 모습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