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산에서 사치재로 뻗어내린 대간길 북사면

 

남원 대간길

1:25,000지형도=운봉. 번암

2007년 3월 24일 토요일 종일 가랑비(10~16도) 일조시간0.5hr 평균풍속2.8m/s  일출몰06:29~18:45

코스: 권포마을11:00<2.0km>통안재<4.5km>유치삼거리<2.5km>사치재88고속도로<2.2km>새맥이재<5.0km>복성이재16:30

[도상16.2km/ 5시간 반 소요]

 

지형도

 

개요: 고려말 우왕 6년(1380)황산대첩 당시 이성계장군이 고남산 천제단에서 전승 기원제를 올릴 때, 이 산의 기운으로 권세를 널리 펼치라는 정도전의 진언을 받아들여 산아래마을 이름을 권포(權布)라 했다는데...

 

그 권포마을에서 통안재로 올라 복성이재까지 이어가는 이번 코스는 도상거리만도 16km가 넘지만 건각이라면 다섯시간도 채 안걸리는, 그야말로 룰루랄라 길이다. 기상조건 좋은 날엔 남쪽 남원군 운봉 평야와 그 뒤편 덕두산~바래봉~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바라보기 정겨웁고, 북쪽 장수군 야산 구릉들과 진행방향 봉화산 조망 끝내준다. 악천후라 하더라도 쉬어가는 매요휴게소 있어 좋고, 전구간에 걸친 오솔길 운치 뛰어나다.

 

이번 구간엔 어깨산 시리봉(776.8m)이 있긴해도 지나치기 십상이고, 최고봉(781m)은 아무런 특징없이 철쭉나무만  빼곡할 뿐이어서 딱히 대표산을 꼽기 난감하다. 그렇긴 해도 지금껏 거쳐간 대간꾼들의 휴식처 매요마을 할머니 신김치와 텁텁한 막걸리 맛 볼 수 있고, 동물 이동통로 통해서 88고속도로 아래 빠져나가는가 하면, 지금도 기와 토기 발견된다는 백제 신라간의 쟁탈전 현장 아막산성터도 거쳐간다.

 

이번 산길 분수령 남쪽으로 흘러간 계곡수는 엄천강~남강~낙동강이 되고, 북쪽으로 쏠려간 골짝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광양만에서 짠물로 변한다.

 

대간길의 길동무 운봉평야

 

가는길: 남원 시내버스(4번)가 들락거리는 권포마을에서, 우사 분뇨 냄새 맡으며 고남산 통신탑 아래 통안재까진 포장도로를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대간길로 들어서면 하산길 거침없이 이어지고.. 봉우리도 아닌 곳에 삼각점[운봉403-1981재설]있어 573.2m봉 확인 가능하다.

 

유치재 지나 내려선 매요마을, [063-634-1844]에 전화만 하면 여기서 태어나 칠십평생 살아오신 신순남 할머니 먹거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신다. (막걸리 한병 천오백원에 김치안주는 무료^^*) 교회앞을 거쳐 내려선 도로 삼거리, 여기서 도로만 따라가면 사치재까진 반시간도 안걸린다. 그러나 주능선 산길은 2.5km, 투박하기만 했던 옛길은 공익요원 동원해서 걸치적거림 깨끗이 정비해 놓았다.

 

동물 이동통로 내부에는 길짐승들을 위한 칸막이가 벤취구실을 대신해, 악천후 식사장소론 딱이다. 사치재까지의 내림길 이후론 오름길로 변하면서 산불지역 첫봉우리 헬기장까진 거친 숨결 몰아쉬야 하지만, 이후 날등길 억새는 운치를 더하고 새맥이재 지나 헬기장 한 곳 거쳐가는 781m봉 전후론, 관목림 빼곡 차서 얼굴 할켜대긴 해도 꽃피는 호시절이면 천상화원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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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막산성은 시리봉과 봉화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백제에서는  아막성, 신라에서는 모산성으로 불리던 곳으로 백제와 신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쟁탈전을 벌였던 곳으로 이에 관한 삼국유사에 의하면 서기 167년 백제는 신라의 서방을 침범하였고 서기 170년에는 또 다시 백제는 신라국경을 침범하였다. 서기 188년 초고왕 10년에 백제는 또 신라의 모산성을 침범하여 국경의 충돌사건이 잦았다.

 

또 602년 무왕 3년에 백제가 신라의 아막산성을 공격하였으나 이롭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 모산이나 아막은 운봉의 옛 이름으로 운봉이 신라의 영토였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파악되는 성의 규모는 둘레632.8m에 북쪽에 수구와 북문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성 둘레에서는 기와조각과 백제 토기 편들이 나온다. 기록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 성은 꽤 오랜 세월을 성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이며, 성 북쪽의 일부가 2000년의 긴 세월 동안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 성의 축조기술도 뛰어난 것으로 보아진다.-

 (퍼온글-http://blog.naver.com/nulkae)

 

상기 퍼온 글의 아막산성터는 제법 규모가 커서 봉우리 하날 넘어도 연결되는데, 하산길 무너진 석성 너덜 밟을 땐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아막성터 내려오면 최근에 생겨난 포장된 고갯길 넘어가야 한다. 그 고개 넘으면 또 다른 포장도 있어 여기가 복성이재인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복성이재는 이차선 포장도에 [장수군/성암마을]이정표 크게 달아 대형버스도 올라오고 있어, 구간 끊어타기에 좋은 장소다.

 

들머리 -통안재

 

매요마을

 

꾼들의 쉼터

 

유치 삼거리

 

동물 이동로

 

산불지역

 

새맥이재

 

대간길(간큰사람들이가는길)의 [큰간바위]

 

781m봉 하산길

 

아막성터

 

복성이재

 

산행후기:  비 내리는 대간길,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들이 희뿌연 농무 가득찬 대간길 산마루 호흡 거칠게 내뱉으며 위로 위로 향하고 있다. 동서남북 어디에고 속세는 보이질 않고 미풍, 가랑비 벗삼아 구름위 선계만을 내닫는다. 이 자유, 이 기쁨, 이 환희는 절실한 자들만의 몫이다. 다친 다리 부여잡고 병상에 누워 얼마나 그리워하던 산하였던가!  대간길 다시 한 번 더 갈 수 있다면 원도 한도 없겠는데.. 하던 그 절실함이 오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발걸음 하나 하나가 아쉽지만 그러나 가야한다. 추위를 떨치기 위해서도, 기다리고 있을 앞선 분들을 배려해서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오름짓을 위해선 전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 가자 가자, 하늘 땅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 이 공간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릴 것이다. 비 온다고 대문 밖 나서기를 꺼려하는 사람들보담,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고 몸이 불편해서 한없는 그리움으로만 부러워하고 있을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더 많은 산하를 누벼야하고 그들에게 봄소식, 산 얘기를 들려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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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재 동물 이동통로, 야간산행으로 몇 번이나 들락거렸던 그 길이 오늘 낯설다. 그러고보니 지금껏 우린 사람의 길이 아닌 동물 이동통로를 통과했던 것이다. 당국의 처사가 못마땅한 점이 없질 않지만 태초에 우린 지렁이길, 토끼길, 산돼지길, 나뭇꾼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어서 별반 부담은 없다. 그러나 대간길 곳곳에 새로운 이정표 들어서고 걸치적거리던 잡목가지들 깨끗이 손질해 놓아 나침반 없이도, 아니 독도 신경쓰질 않아도 그냥 내닫기만 하면 되는 길이 되고말았다.

 

산 중 고속도로, 오늘 전구간 파삭파삭한 마사토 위에 두터운 갈비양탄자 깔리고, 빗물까지 촉촉히 스며들어 마냥 달리기 좋았다. 너무 좋아도 탈이던가. 이번코스 목적산 시리봉도 놓치고 최고봉 871m봉의 현위치도 애매하다. 지나치고 나서야 후횔하지만 다시 돌아갈 순 없다. 바빴다는 핑계의 준비소홀이 현장에선 그대로 반영된다. 아는만큼만 보여주는 그 산속에서 나는 새로운 걸 보질 못했지만, 느낌만은 새롭다. 더 많은 준비로 더 많은 걸 보고 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하루였다.

 

산마늘

 

산수유

 

화살나무

 

할미꽃

 

이끼

 

생강나무

 

산거울

 

털목이버섯

 

빗살현호색

 

일엽초

 

숲속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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