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남부능선 종주기(17km+14.1km+9.2km=40.3km)


1. 산행 준비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다. 이번 여름에도 아내하고 지리산 남부능선 종주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 세석대피소를 예약하려고 12시를 기다리다 그만 깜박 잠이들어 실패했다. 다음날 밤 12시 직전부터 인터넷을 띄워놓고 새로고침을 계속해서 눌러 댄다. 정각이 되면서 어느 순간 화면이 떠오르고 부리나케 예약을 마친다. 14일 2명 예약이다. 혹시나 해서 그 다음날에도 잠을 설치며 벽소령에 15일 2명 예약을 했다.

대피소 예약이 끝났으니 이번에는 기차예약을 한다. 8/13 19:16 춘천발 청량리행, 22:50 용산발 구례구행, 귀향편으로 8/16 23:47 광주발 용산행 8/17 06:15 청량리발 춘천행.

벌써 몇 년째 여행(산행)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다. 터미널과 기차역의 풍경과 차창을 스치우는 풍광만으로도 여행다니는 느낌이 새록할 뿐더러 아내와의 모처럼의 시간을 운전대에 뺏기지 않아서 좋다.

몰려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산에 까지 가서 사람들에 부대끼는 것은 정말 싫다. 그래서 가급적 주말을 피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주말 산행이 되어버렸다.

이제부터 마음은 이미 지리산, 조금씩 산행준비를 하면서 둘이 즐겁다. 날진 물통과 스푼셋트를 새로 구입했다.


2. 준비물

침낭, 주부식(햇반+라면) 및 비상식(MRE) , 코펠-버너-개스, 여벌옷 및 우의, 물통, 헤드램프, 디카-핸펀-MP3-쌍안경,


3. 산행일정

8/14

04:00  쌍계사

05:50  불일폭포

07:20  아침식사

08:50  상불재

11:25  삼신산정(외삼신봉)

12:16  삼신봉(내삼신봉)

15:47  석문

16:20  세석대피소 1박 :

수직고도 약 1500m, 거리 약 17km 계속 오름이다. 워낙에 늦은 걸음에 14시간이나 걸렸다. 산행 지도에 나온 시간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8/15

04:00  세석출발

07:48  덕평봉 - 아침식사

08:18  벽소령

12:00  연하천 - 점심

13:30  토끼봉

14:00  화개재-뱀사골

15:50  병소

17:30  반선 :

화개재 14.1km + 뱀사골 9.2km =23.3km 대체로 내리막이라 어제보다는  수월했다. 합계 40.3km 작년 성삼재-대원사 코스보다도 더 긴 산행을 즐겁게 마감했다.


8/13 출발

하루 종일 인터넷 기상정보만 쳐다보며 불안하다.  태풍영향으로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데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점심 후 배낭을 챙겨서 놓고도 기상청 정보만 쳐다본다. 역시 비올 확률은 90%. 급기야 17시경에 소나기가 쏟아진다. 작년에 지리산종주(성삼재-대원사)때하고 완전히 같은 날씨다. 산중날씨는 원래도 종잡을 수 없는 것, 아내도 출발하자고 한다.

18:30 집을 나서서 택시를 타고 남춘천에 도착해서 청량리행, 구례구행 또 지하청 티켓을 구입하고 플랫폼으로 나서니 서면 북배산 석양이 불그레하다. 내일 날씨가 좋으려나???

암튼 불안반 설레임반의 기분이다. MP3로 방송을 듣다 녹음해둔 7-80년대 노래를 같이 들으며  청량리, 또 용산엘 도착했다. 22:50 출발이니 시간이 많이 있다. 밤 기차여행엔 시원한 맥주와 프라이드치킨을 빼 놀 수는 없는 일, 헌데 새로 지은 용산역엔 딸랑 편의점 하나 밖에 없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와 한참을 헤매서는 간신히 통닭과 김밥을 사가지고 왔다. 김밥을 먹다 고소한 튀김 냄새에 염치불구 몇 조각을 꺼내 먹다보니 기차시간이다. 여기저기에 큰 배낭을 멘 사람들이 나타난다. 아마 지리산을 향해서 가는 사람들이리라. 드디어 지리산을 향해서 출발이다.


8/14  남부능선

03:20 구례구역 도착

기차에 절반은 지리산 등산객인 것 같다. 작년엔 비가 청승맞게 내리고 사방이 깜깜했었고 등산객도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날도 좋고 사람들도 무척 많다. 역사 밖의 풍경도 여유가 있다. 택시들이 줄줄이 서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구례구에서 성삼재까지 버스가 04:50에 있다고 한다. 어쩐지? 단체 산행객인가 했었는데 버스를 이용하는가 보다.

혹시나 쌍계사 가는 사람이 있나 찾아 봐도 우리 둘 밖에는 없다. 택시기사 왈 30,000인데 25,000에 가잔다. 택시도 경기가 작년만 못해 보인다.

섬진강변을 따라 한참을 가다가 쌍계사로 접어든다. 밤중이라도 벚나무 터널 풍경이 그럴싸 하다. 섬진강 풍경을 볼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04:00 쌍계사

새벽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입장료가 없다. 팔영루 옆에서 식수를 채우고, 팔각구층탑 앞에서 아내 사진을 찍고는 금당 계단 끝 돈오문에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04:16)


04:40 국사암 갈림길

산사의 아침 예불 목탁소리를 뒤로하고 산길을 오른다. 깊은 산중 새벽녘이라면 시원할 텐데 오늘은 여기도 무덥다. 20여분 오르니 국사암-불일폭포 갈림길이다. 불일폭포 방향으로 몇 발자욱 돌아서니 15-01 표시목이다. 개울을 몇 번 건너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지체된다.


05:50 불일폭포

야영장을 지나 불일폭포 삼거리에 도착하니 날이 훤하다. 배낭을 벗어놓고 폭포로 조금 내려가다 보니 까마득 아래다 다시 오를 생각을 하니 안되겠다 싶어 그냥 돌아왔다.


07:21 식수 보충 안내

계곡을 점차 벗어나 능선을 향해 오른다. 누군가가 한벗샘이 고갈되었으니 여기서 식수를 보충하라고 코팅된 인쇄물을 걸어 놓았다. 한편 의심이 가긴 했지만 여기서 물을 보충하고 아예 라면을 끓여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08:50 상불재

한번의 내리막도 없는 오르막의 연속 끝에 드디어 상불재 능선에 오른다. 이제사 지리의 능선들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청학동 입구와 저수지가 아래로 보인다. 잠시 돌아서 오르니 전망바위가 있다. 예서 보니 청학동 삼성궁부터 주차장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1:25  삼신산정

처음으로 우리를 지나치는 사람과 인사를 한다. 호젓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없다. 끝없이 우거지진 산죽들 틈새를 비집고 오르느라 전망이 없다. 공단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등로만이라도 조금은 정돈해주면 좋을 듯 싶다. 산죽에 스치면서 땀과 이슬에 온 몸이 축축하니 젖어들고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적 거린다. 외삼신봉에 도착해서 보니 멀리 지리산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만 몇 사람이 오른다. 청학동에서 출발해서 쌍계사로 내려서는 산악회 같았다.


12:16 삼신봉-전망판

또다시 산죽길을 헤치면서 삼신봉에 도착했다. 청학동에서 오르는 삼거리표식이 있다. 외삼신봉에는 삼신산정이라는 표석이 있더니만 여기는 삼신봉이라고 표석이 서있고, 전망판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 노고단-반야봉-세석 등 주능선상의 봉우리들이 전망판에 그려져 있다. 멀리 보이는 영신봉이 깊은 계곡 너머로 까마득하니 높다. 오늘 안으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청학동에서 오르는 한 무리 사람들을 또 만난다.


13:30  한벗샘

한벗샘 이정표에 40m로 되어있는 것을 누군가가 칼로 파서 140m로 해놨다. 막상 내려가보니 140은 족히 넘는듯하다. 시원한 새물을 물주머니에 담아 오른다. 나중에 만난 청학동 등반팀은 여기서 야영을 할 모양인 듯하다.


15:47 석문

우뚝하니 높이선 바위틈새 석문을 통과해서 조금 오르니 대성골 갈림길 이정표다. 대성골에서 오르는 두 사람을 만나니 하루 종일 산행 중에 겨우 네 팀만을 만났을 뿐이다.

음양수를 지나서 좋은 길을 걸으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혹여라도 19시 전에 도착치 못하여 예약한 대피소가 취소라도 될까 싶어 핸펀을 시도해보지만 019는 먹통이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019만 안된단다. 이럴수가 ...

18:20 세석

드디어 세석 식수대에 도착했다. 다시 내려오기 싫으니 물들을 가득하니 채워가지고는 대피소 사무실 앞으로 가서 등록을 하려니 19:00까지 기다리란다. 저녁을 차릴 참도 아니고 하릴없이 40여분을 지체하다가는 등록을 하고는 저녁 찌개를 끓여서 햇반으로 식사를 마치고 대피소에 들어 20:00에 모포를 챙겨서 자리를 편다. 직원이 들어와 내일 호우주의보 예비발령이 되었으니 내일 등반은 지시에 따라 달라고 한다. 떠드는 소리, 코고는 소리를 mp3이어폰을 꼽고 라디오를 듣다 이내 잠이 들었다.


8/15 주능선+뱀사골

04:00 세석 출발

한 잠을 곤하게 자고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23:50이다. 화장실에 들렸다 들어와서 라디오 일기예보를 들으니 호우주의보는 없다. 다행이다 싶다. 다시 잠을 청하나 한번 깬 잠이 다시 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워 물고 한 시간여 있다 들어와서 또 한참을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작년 세석의 밤하늘 별 빛이 초롱했는데 올해는 주위가 너무 훤하여 별빛이 희미하다. 웬 산중에 불을 그리 훤하게 켜 놓는지 시내 한 복판 같아 심통이 난다. .옆에서 두런대는 기척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03:30 서둘러 짐을  챙겨 나오니 아내는 벌써 나와 있다. 밖에서 배낭을 다시 꾸리고 출발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천왕봉을 향해서 장터목으로 가는데 우리 둘만 취사장 옆으로 해서 영신봉을 향한다

언제나 첫걸음이 힘들고 어렵다. 영신봉 오르는 길이 꽤나 힘이 든다.


07:40 덕평봉

칠선봉, 덕평봉을 조금 지난 곳에서 커피를 한잔하려고 하다가 아예  비상식량(MRE)을 꺼내서 아침을 대신하고 커피까지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개운하다. 작년에 지나왔던 길을 거꾸로 가는 길인지라 눈에 익기도 하면서 반대편 경치가 새롭기도 하다.


08:18 벽소령

예상외로 시간이 걸린다. 대피소 마당이 식사하는 사람들로 부산스럽다. 간식을 하고는 전망사진을 몇 컷 찍고는 형제봉을 향한다.


12:00  연하천

점심을 먹고 원두커피를 한잔씩 사먹고는 명선봉 나무계단을 오른다.


13:30 토끼봉

이제 이번 산행에서 마지막 봉우리다. 아내에게 설명을 하면서 힘을 북돋와 주곤하지만 나도 서서히 지치고 힘이 든다. 어제 15시간여 등산길이 쉽지 않았음에 피로가 쌓여있고 거기다 벌써 이틀째 서너 시간 밖에 잠자지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13:57 화개재

내리막도 반시간여 걸렸으니 오르막 오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싶다. 아이들과 같이 산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드디어 반가운 화개재다. 잠시 쉬면서 계획엔 삼도봉으로 해서 이번엔 반야봉을 갔다 와야지 했는데 도저히 안될 것 같다고 다음을 기약하자고 하고는 뱀사골 대피소로 내려선다.


14:16 뱀사골대피소

대피소에서 시원한 물을 채우고는 9km 내리막을 내리 딛는다. 널널한 길일 줄 알았더니만 너덜길이다. 발끝을 내려다 보면서 돌길을 걷는다. 점점 수량이 늘어난다.


15:48 병소

병소를 지나 간장소, 병풍소 들을 지난다. 이렇게 긴 맑은 계곡에 유명한 폭포가 없다. 하기사 폭포하고는 인연이 먼듯, 작년에 무재치기 폭포를 옆에 두고 지나치고 올해는 불일폭포를 또 그리하고 했으니 옆에 있어도 깊이 들어가야 한다면 그냥 지나 쳤을 것이다. 여기저기 갯가에서 산행의 피로를 푸는 듯 탁족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상으로 한 시간여를 남겨 놓고는 시냇가 탁족을 한다. 대충 세수를 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궈 피로를 씻고는 ,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고 뱀사골 입구를 향한다.

중간에 안내판에 계곡 쪽으로 탐방로, 차도가 표시되어 있다. 대부분 차도로 무심하니 내려오는데 몇 사람이 아래로 내려간다. 나중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우리와 만나게 되었고, 말하기를 뱀사골 계곡보다 더 보기 좋았노라고 자랑을 한다. 여유 없이 다니느라 후회를 하면서 매표소를 지나면서 터미널을 물어보니 500여 미터를 내려가야 한단다. 한참을 내려와 마을을 지나치며 봐도 없다. 또다시 물어보니 300여 미터를 더 내려가야 한다고 한다.


17:40 반선

짜증스런 길을 그렇게 한참을 내려와서 터미널에 도착해서 18:15 남원행 버스를 타고는 뱀사골을 출발한다.


18:50 남원

터미널에서 시내 길을 묻고는 광한루원을 향해 택시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추어탕 집만 수두룩하다. 시내로 돌아 나와 시가지 구경을 하다 광한루 후문 옆에서 흑돼지구이에 오가피주로 마무리를 하고나니 광한루 구경하기는 너무 늦어 버린것 같았다. 1박을 하고 광주에 들리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남원역을 향했다. 한참을 걷다가 물어보니 신역사로 옮겼다 해서는 택시를 타고 신역사에 도착해보니 새로 지은 역사가 우뚝하니 그럴싸하다. 역전 광장은 학교운동장보다도 널따랗고 모든 시설이 최신이라 깨끗하다. 서울행 기차표는 입석밖에 없다는 것을 중간부터라도 앉아 갈수 있는 곳을 물으니 서대전 부터라고 한다. 잠시후 취소표가 떳는지 객실은 다르지만 표 2장을 내어준다. 23:40 기차를 타고 어떻게 자리를 바꿔 같이 앉아 갈까 고민하는데 내 옆자리가 마침 비어있다. 핸드폰으로 불러서 같이 앉았더니 용산에 도착할 때까지 빈자리다. 03:57 도착해서 한시간여 기다린 후 지하철로 청량리로 이동해서 남춘천에 도착, 택시를 타고 집에 오니 우리집 강아지가 제일로 반갑다고 난리다.

내년 여름엔 피아골로 올라 칠선계곡으로 내려가, 지리산을 마치 *표 처럼 다녀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