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감나무는 무척 많이 열매를 맺다가 80%가 중간에 떨어진다.
어느 어르신께 여쭈어 보니 고형비료를 주면 좋단다.

벌써 옥잠화와 목단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으니 감나무도 머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낙과을 방지해 보고자 고형비료를 사러 갔다.

말로만 들어왔던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보니 화사한 서양난이 장관을 이루고.....
온종일 꽃향기 맡으며 근무하시는 분이 부럽게 생각된다. 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고형비료 20kg 한포를 사서 등산가방에 넣고 양재역까지 거닐어 보는데 가다 쉬다를 너댓번 하고서야 전철역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들은 허구헌날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먼길을 거니셨다.
때로는 늦은밤까지 산길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추위와 굶주림에도 오로지 자식새끼들 생각에 자신은 골병이 들어도 개의치 않으셨으니....

그분들은 이제 세상을 떠나가시고 우리들은 먹고싶은데로 잘 먹고 무척 편하게 지낸다.
청소기 세탁기에 시켜놓고 연속극이나 컴퓨터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살고 있으니....

부자가 삼대를 못간다는데 굶주림을 전혀 모르고 자란 녀석들
아빠의 지난 삶을 들려주며 감사하게 귀하게 먹으라면 라면이라도 먹지 왜 굶었느냐고 하지만.....

참으로 우리들의 지난날은 하루 세끼를 재대로 먹을 수 없었고
땀흘려 일하는 수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푸근한 인정미를 느끼며 살아왔다.
명절때 먹거리도 이웃에게 돌리고..... 풍류도 그런대로 즐겼다.

남쪽 바다 건너 오시는 봄처녀
그 분을 마중나가 봐야 하겠는데 엄두가 않나고...
3월중에는 산악회라도 따라가서 동백꽃도 보고 보리밭도 보면서 바닷가 어느 산을 올라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