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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에서

 

 

 

지리산에서 1월1일 출발 했습니다

태백산까지 42일 걸려 왔습니다.

대미산에서 맞기 시작한 눈이 계속 쌓여 폭설까지 겹치며 엄청난 깊이로 쌓여있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눈과 싸움하며 산에서 자며 태백산까지 왔습니다

 

침낭도 텐트도 물덩어리가 되어

잠자리에 들어도 한기 때문에 곧 깨곤 했습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다 아침을 맞곤했습니다.

 

이 길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너무 힘들어 가슴까지 차는 눈을 헤치며 나갈 때는 너무 화가 나고

나에 대하여

아니 내 삶과 이 길을 가겠다고 나선 나의 무모함 때문에

소리를 지리다 악을 쓰다 욕도 해봅니다

그러나 산은 침묵 뿐이고

악을 쓰면 쓸 수록 나는 눈 속에 수렁처럼 더 깊이 빠져들곤 합니다

 

길도 눈으로 지워졌고

어디로 가야할지

눈 속에 파묻혀 고민하다 겨우 길을 찾아내면

길 찾은 것만으로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때문에 감사해서

눈물 흘리곤했습니다

 

이제 태백입니다

 

눈 길

눈으로 덮여있는 강원도의 첩첩 산중 가야할 길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작해쓰니 끝을 내야겠죠

 

끝을내고 나면 다시는 백두대간을 돌아보는 일도

눈 산을 가는 일조차 하지 않을거라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눈 속에서는 삶과 죽음이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

뼛속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중화도 방수옷도 고어텍스도 눈속에 며칠 빠져 지내다 보면 다

무용지물입니다

 

영하 삼십도(공식적인 온도계 기록)에 바람까지 합치면 체감온도 영하 사십도를 훨씬 넘는 온도

피부가 드러난 곳 마다 아픔이

칼로 찌르는 아픔 때문에 미치도록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온몸을 비틀어도 산에서는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맞서 싸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맞선다는 것

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겨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눈물이 날 때 있었습니다

 

이제 태백산을 넘었습니다

 

가야할 길 구만리 같지만

끝까지 갈 겁니다

 

끝까지 가야 이 모든 경험들이 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될 겁니다

 

걸으면서 눈길을 걸으면서 눈 속에 빠져 악을 쓰며 눈을 헤치면서

영하 사십도의 추위에서 피부가 얼어터지고

동상의 위험에 발가락이 깨질듯

손가락에 터질 듯 아파오는 상황에서

나는 확인 합니다

아직 내가 살아있구나

살아있어 이 고통을 느끼고 있구나 고통가운데서도

지금 내가 걷고 있구나

 

앞으로 진부령까지 걸을 겁니다

진부령가지 다 걸은다음에

눈물 한 번 크게 쏟을 겁니다

 

눈물 한 번 크게 쏟기 위해 내일 함백산으로 갈 겁니다

가슴까지 빠지는 눈속으로 다시 들어 갈겁니다.

끝가지 살아남아 여기 이 곳에 후기 올려 놓을 겁니다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