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골-밤머리재 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5. 10. 23 (일)

산행구간 : 추성리- *골- 동부능선- 밤머리재

산행인원 : 에버그린외 10명(국골 사거리에서 월류팀3명 합류)

날      씨 : 맑음

 

어제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며 설악의 대청엔 17cm의 눈이 왔다고 한다.

가을용 옷가지와 혹시하는 생각에 장갑과 모자까지 준비하니 배낭이 빵빵해진다.

월류님은 아들 한슬이와 지난번 같이 산행을 했던 후배님과 하루전인 토요일 천왕봉에 올라

비박을 하고 다음날 국골 사거리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는데 백무동에서 바라본 지리의 주능선은

하얗게 눈에 덮혀 있다고 하니 월류님의 어린 아들이 여간 걱정이 되는게 아니다.

 

06:00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추성산장에 도착하여 매표소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측으로

추성산장의 마당을 지나 시멘트 포장길을 오른다.

조수보호구역 이라는 간판이 나오는데 어스름한 길의 모습이지만 지난번 두류능선에서 하산하며

좌측에 보였던 간판이란 걸 알 수 있고 *골은 여기서 우측으로 오른다.

 

콘크리트 포장길이 잠시 이어지다 끝이 나며 비포장길로 들어서고 길가엔 제법 큰 나무들을 지나치게

되며 멀리 아래로 용소를 보게 된다.

조금 진행하면 직진하는 길과 우측의 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의 계곡길로 내려가

계곡을 이삼십분 오르다 길이 여의치 않아 다시 좌측으로 올라오니 뚜렷한 등로가 이어지고 있다.

아까 직진하는 길이 이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른 아침의 *골

 

*골은 가락국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이고 칠선계곡의 전설에 따라

선녀의 옷을 숨긴 곰이 쫒겨난 곳이라는 전설이 있지만 *골 초입의 모습에선

계곡의 아름다움이나 흔한 폭포의 모습들도 찾을 수 없다.

 

계곡 산행을 하려면 계곡을 따라야 계곡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오늘은 갈 길이 멀어 살짝살짝 스치는 계곡의 모습만 구경하게 된다.

 

07:30

단풍이 예쁘게 든 나무 밑 적당한 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보온 도시락을 준비한 사람도 있고 온수를 준비한 사람도 몇 명 있다.

보온병에 준비한 보리차가 아직은 뜨거워 몸을 덥혀준다.

손끝이 차갑게 느껴져 털장갑을 꺼내 착용한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계곡의 초입부터 이어지는 고로쇠 수액 채취관이 등로를 안내하고 있으며

덩치 큰 나무가 무게를 이기지 못했는지 길을 막으며 넘어가 있고

이 지점을 조금 지나니 좌측에 수량이 적은 지계곡이 나타나며 등로는 지금부터 능선으로 이어 지므로

이곳에서 물병에 물을 채우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보에 의하면 사실 *골의 멋은 지금부터라 한다.

능선으로 오르지 않고 우측의 큰 계곡을 따라 오르면

*골이 숨겨 놓은 멋진 폭포지대가 줄을 지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기회를 만들어 숙제로 남겨 놓아야만 했다.

 

 

 

쓰러진 나무.이곳을 지나면 곧 합수점에 도착된다

 

09:25

뚜렸한 등로를 따라 콧바람을 씩씩거릴 정도로 한차례 오르면

좌측으로 큰 바위가 나타나며 능선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좌측의 숲사이로 영리 능선이 단풍과 어울려 멋지게 보이고

우측으론 초암릉의 촛대봉이 숲속으로 숨바꼭질 한다.

 

등로는 우측 사면으로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올라온 것 보단 힘이 덜 들고 한시간쯤 더 고도를 높이면

나무 사이로 멀리 반야봉이 둥그렇게 보이고 너덜길의 희미한 등로를 찾아 20여분 오르면

눈에 익은 국골 사거리의 붉은 페인트 바위가 보인다.

 

 

좌측으로 보이는 영리봉능선

 

 

멀리 반야봉도 보인다

 

 

2주 전에도 왔던 국골 사거리

 

10:55

2주전에는 두류봉을 거처 두류능선으로 향했지만 오늘은 새재 방향으로 내려서며

조개골 상류에서 올라오는 우측의 갈림길이 있는 곳에 내려서니 막 떠나려던 월류님 일행과 만난다.

이 삼거리에서 우측의 조개골 방향으로 약5분정도 내려가면 물을 구할 수 있으며 조개골 하산길이 된다.

 

반갑게 인사하고 지난밤의 얘기와 아침의 일출광경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산죽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이 윗쑥밭재이다.  이곳을 지나 10여분 남짓, 다시 좌측으로 뚜렷한 길이 열리며

표지기에 얼음골이라 씌여 있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조금 더 지나면 독바위가 보인다.

 

12:10

독바위에 올라 보는 사방으로 펼쳐지는 지리의 모습을 보며 오늘의 맑은 날씨가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우뚝서 보이는 중봉을 비롯한 써리봉과 비둘기봉, 또 하봉쪽으로 이어지는 두류봉과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8부 능선 숲속에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숨어있는 향운대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인다.

 

 

새봉까지 같이하는 벽송능선

 

 

진주 독바위를 지나며 올라 보고

 

 

동왕등재 너머로 웅석봉이 보인다

 

 

새봉이 지척으로 보이고

 

새봉을 거쳐 왕등재와 동왕등재 그 너머로 솟아 있는 웅석봉이 한눈에 보인다.

독바위 밑의 넓은 바위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새봉으로 향한다.

새봉 약간 못미친 곳 좌측으로 사립재를 거쳐 상내봉 방향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13:30

독바위를 출발하여 20여분이 지난 후 새봉에 올라선다.

이제 오봉이 마을과 새재마을이 잘 보이고 왕등재 방향도 시원하게 보인다.

새재로의 내리막길은 약간 급한편이고 중간의 암봉을 우회하며 내려가면 전방이 훤해지며

억새숲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새재이며 좌측으로 오봉리, 우측은 새재로 하산하는 길이 뚜렷하다.

 

 

새봉에서 중봉,하봉,두류봉을 바라보며

 

 

가야할 왕등재,동왕등재, 웅석봉

 

 

억새 사이로 보이는 비둘기봉,중봉,하봉

 

새재에서 30여분을 오르면 넓은 지대가 나오며 외고개인 듯하다.

이곳은 온통 잡풀로 덮혀있으며 예전엔 헬기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역시 좌측은 오봉리로

우측으론 외곡(독가촌)으로 내려가는 길도 나있다.

 

15:00

앞에 넓은 초지가 보이는데 이곳이 왕등재 습지 지대이며

우리나라 고산 생태계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고 한다.

우측으론 다리도 놓여 있는데 그 다리에서 누군가 비박을 했는지 비닐을 걷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15:30

습지를 둘러보고 왕등재에 올라서니 지나온 능선길과 멀리 덕유능선도 날씨가 좋은 덕분에

뚜렷하게 보이고 여태 보이지 않던 상봉이 중봉 좌측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밤머리재까지의 시간이 넉넉치 않으니 국골 초입에서의 30여분을 소비한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왕등재 습지

 

 

멀리 덕유의 능선도 보인다

 

 

왕등재에 올라야 상봉을 볼 수 있다

 

 

뒤돌아 본 왕등재

 

 

동왕등재 너머로 보이는 웅석봉

 

동왕등재로 향하는 도중 우측으로 중땀 삼거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와 메모를 남겨두고

다시 진행하며 후미가 확실치 않아 발걸음을 좀 늦춘다.

태극왕복종주 한다는 산꾼 한사람이 마주 지나가며 곧 U님이 따라와서 후미의 상태를 물으니 

U님도 확실한 후미 상태를 모른다 하신다.

 

17:00

동왕등재에 도착된다. 오늘을 마감하는 해가 중봉 옆에 걸려있어 곧 어두워짐을 예고하고 있으며

밤머리재쪽으론 도토리봉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미치겠네. 왜 저 도토리봉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선두에 가신 분들에게 동왕등재에서 그냥 내려만 가면 된다고 했었는데…

아침에 출발할때만 해도 머리속에 그려진 저 봉우리가 선두에게 이야기할 때엔

감쪽같이 머리속 지도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늘을 마감하는 해가 중봉 옆에 걸려있다

 

 

지나온 좌측의 새봉과 우측의 왕등재

 

 

도토리봉 능선을 지나야 밤머리재에 내려 선다

 

안부까지 미끄러지듯이 내려간다. 우측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나 확인해 본다.

도면상에는 분명히 길이 있지만 다니지 않아서인지 길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곧바로 O님이 도착한다. 후미의 상황을 물으니 새재에서 아들과 후배를 K님이 동행하여 내려 가셨고

H님과 S님이 뒤에 오신다 하여 일행을 기다린다.

 

모두 합류한후 랜턴을 미리 점검한후 오름길을 오르기 시작하여 봉우리에 오르자 이내 어두어지고

이후엔 랜턴에 의지하여 걷는다.

 

19:00

헬기장이 나오지만 이미 어두워져 주변을 살펴 볼 순 없다.

저 멀리 밤머리재의 불빛이 점점 가까와지며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샘터에서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간이 휴게소에서 먹는 어묵 국물이 그렇게 맛있다.

 

 

어둠에 덮힌 밤머리재

 

하산시간이 늦은 관계로 오늘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며

버스는 밤머리재를 떠나는데 컴컴한 지리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직도 눈앞에는

오늘 걸은 지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