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을 다녀와서

2004년 4월 18일

아침 7시
갑지기 분주해진다. 남편의 샤워소리, 아이들 깨우는 소리, 해롱이 울부짖음
일찍 돌아오기 위해 조금 서둘러 출발했다.

순창을 지나 담양으로 들어서면서 추월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암벽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절벽 위에 보리암이 아스라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여느 산과 달라보였다.

아직 한적한 주차장에 골라 주차를 하고, 9시 40분에 조금 경사가 급한 경사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전날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해 이미 등산로를 짚어보고 왔지만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1등산로를 통해 4등산로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초입부터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10여분도 지나지않았는데, 어느새 숨길이 차고 터덕거려진다.
아들아이는 못올라간다 주저앉아버리고, 딸아이는 아직 말이 없다.
늘 그랬듯 처음 10여분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아직 몸이 길들여지지않은 까닭이다.
살살 달래가며 30여분 정도 오르니 작은 동굴이 보이고, 10여분 더 올라가니 발아래 담양호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모두 이미 자연을 즐기며 오르고 있었다. 날아갈 듯 가볍게 오르며,
즐거워하는 아들아이의 밝은 표정에 덩달아 기운이 난다.

저만큼 매달려있는 보리암이 신비스러워 보인다.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산들을 내려다보며 봄의 빛깔이 이렇구나하고 감탄이 절로나온다.
여러 빛깔의 진달래가 화사함과 수수함을 자랑하고,
바람에 눈내리듯 산벚꽃들이 꽃잎을 날려 예가 천상인지 인간세상인지 가늠하지 못하도록 한다.

11시 10분경에 보리암정상에 올랐다. 정상인 줄알고 오른 딸아이는 지쳐라하며 짜증을 낸다.
덕분에 아빠에게 한소리 듣고......
30여분쯤 갔을까! 누군가의 야호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드니 정상이다.

이젠 하산길에 접어들어 내려오는 길에 점심을 먹고, 경사가 제법 심한 길을 내려왔다.
가물어 땅에선 먼지가 푸석거리는데 가는 빗줄기가 느껴지는 것이 반가웠다.
몇방울의 비를 맞으며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누워있던 무덤가에서 고사리 한줌을 꺾어들고 내려왔다.

1시간쯤 내려오니 월계리 마을이다.
3시간 예상했던 산행은 도중에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여러차례 휴식을 취해서인지 4시간에 걸쳐 산행이 끝이 났다.
도중에 만난 각시붓꽃, 족도리나물, 제비꽃, 동의나물, 피나물, 노랗고 하얀 민들레, 자운영, 진달래,
봄구슬봉이, 개별꽃, 쇠물푸레나무, 조팝나무 등 많은 풀과 나무들의 사랑스런 꽃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덤으로 딸려들어온 사은품같은 것이였다.

추월산에서 받아온 기로 나의 일주일은 또 행복하리라.


▣ 거시기 - 우와! 그날 저도 추월산에 갔었는데 애들이랑 도란 도란 가시던데 그분들 이었능갑네요~~잉 아 글시
▣ 김정길 - 보리암봉이 정상이라면 딱 좋을듯 싶습니다. 추월산의 추억과 받아가신 사은품으로 한주간도 행복 하시기를..
▣ 김성기 - 행복이 넘치는 산행 부럽군요. 오래전부터 가을 추월산을 계획했었는데 언제나 시간이 허락될런지... 행복하세요.
▣ 산사내 - 부럽네요! 가족끼리 알콩달콩 산에 오르내리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듯 합니다. 행복하십시오.